CHAPTER _ 1  헌 법 : 영구적인 문서

“…이 조항은 앞으로도 장구한 세월에 걸쳐 지속되며, 그리하여 인간사의 다양한 위기에 적응해나갈 수 있도록 만들어진 헌법 속에 명시되어 있다.”  － 존 마셜 연방 대법원장, 1819년 맥컬로크 대 메릴랜드 주 사건 판결 중에서.

미합중국 헌법은 미국 정부의 핵심 문서이며 미국의 최고법이다. 지난 2백 년 동안 미합중국 헌법은 정치 제도의 발전을 이끌었으며, 정치적 안정과 개인의 자유, 경제 성장, 사회 진보를 위한 기반을 제공해주었다.

미 헌법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성문 헌법으로서 세계 여러 나라 헌법의 본보기가 되어왔다. 미 헌법이 안정적인 효력을 지닐 수 있었던 것은 그 간결성과 유연성 덕분이었다. 미 헌법은 처음 미 대서양 연안의 13개 주, 4백만 인구 통치에 기본 틀을 제공하기 위해 18세기 말엽에 제정되었으며, 그 기본 조항들은 모두 숙고를 거쳐 완성되었다. 지금까지 단 27개 수정조항을 추가함으로써, 대서양에서 태평양에 이르는 다양한 50여 개 주들과 2억 6천만 미국인들의 요구에 부응하고 있다.

헌법 제정 과정은 결코 평탄치만은 않았다. 격렬한 논쟁과 6년간의 시행을 거친 뒤인 1787년에야 비로소 헌법 초안이 발표되었다. 미국의 13개 영국 식민지들은 1776년에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했다. 1775년, 미국 식민지들과 영국 사이에 전쟁이 발발했으며, 독립을 쟁취하기 위한 그 치열한 전쟁은 6년 동안이나 계속되었다. 식민지들(지금은 스스로 미합중국이라 칭하고 있다)은 전쟁의 와중에서도 그들을 하나의 국가로 결속시킬 수 있는 협정을 기초했다. ‘연합규약과 영속적인 연합’으로 명명된 협정은 1777년 미 의회에서 채택되었으며, 1778년 7월에 공식 인준을 받았다. 이후 1781년 3월, 미국의 13번째 주인 메릴랜드에 의해 비준되면서 구속력을 지니게 되었다.

연합규약은 주들 간의 느슨한 연대를 강구했으며, 연방 정부에 극히 제한적인 권한을 부여했다. 연방 정부는 방위, 재정, 무역과 같은 중요한 사안에 대해서는 주 의회의 결정을 따라야 했다. 연합규약은 연방 정부의 안정성이나 힘을 보장할 수 없었다. 그 결과 연방 정부는 단시일 내에 뚜렷한 약화 조짐을 드러내게 되었으며, 새 나라는 정치적·경제적 혼란에 빠져들고 말았다. 1789년에 미합중국 제1대 대통령으로 선출된 조지 워싱턴의 말처럼, 당시 13개 주들은 한낱 ‘모래 밧줄’로 연결되어 있을 뿐이었다.

미합중국 헌법은 이처럼 열악한 상황에 놓여 있었다. 1787년 2월, 공화국의 입법기관이었던 대륙회의가 연합규약 수정을 위해 각 주의 대표자들을 펜실베이니아 주 필라델피아로 소집하였다. 1787년 5월 25일, 독립기념관에서 헌법제정회의가 개최되었다. 그곳은 11년 전인 1776년 7월 4일, 독립선언문이 채택되었던 바로 그 장소였다. 각 주 대표자들에게는 연합규약 수정이라는 권한만이 주어졌을 뿐이었지만, 그들은 완전히 새롭고 보다 집중화된 정부 형태를 갖추기 위한 헌장 수립까지 나아갔다. 그 결과 1787년 9월 17일, 완전히 새로운 헌법 초안이 완성되었고, 1789년 3월 4일 그 헌법이 공식적으로 채택되기에 이르렀다.

헌법을 기초한 55명의 대표자들은 대부분 새 나라의 뛰어난 지도자들, 혹은 건국의 아버지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들은 광범위한 영역의 이해관계와 출신 성분, 지위를 대표하고 있었지만, 그들 모두는 헌법 전문에 표명된 중심 목표, 즉 “우리 미합중국 국민들은 보다 완전한 연합 형성, 정의 확립, 국내 평화 보장, 공동 방위 제공, 일반 복지 증진을 위해, 그리고 우리 세대와 후손들에게 자유의 축복을 보장하기 위해 미합중국 헌법을 제정, 수립한다”는 것에 합의를 이루었다.

다양한 국민들의 통합

헌법의 제1 목적은 국민들의 의사에 직접 부응하는 강력한 민선 정부를 수립하는 것이었다. 자치 정부라는 개념은 미국에서 처음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다. 실제로 자치 정부 방식은 그 당시 이미 영국에 존재하고 있었다. 그러나 세계 여느 다른 정부들과 비교해볼 때, 미국의 헌법은 유일무이하고 가히 혁명적이라 할 정도로 국민에 의한 통치를 보장하였다. 헌법이 채택될 당시 미국인들은 자치 정부 수립에 필요한 상당한 전문지식을 지니고 있었다. 독립이 선포되기 훨씬 이전에, 식민지들은 이미 국민에 의해 통제되는 정부 단위들을 운영하고 있었다. 또한 혁명이 시작된 이후, 1776년 1월 1일부터 1777년 4월 20일 사이에 13개 주 중 10개 주들은 독자적인 헌법을 채택하였다. 대부분의 주에는 주 의회에 의해 선출된 주지사가 있었으며, 주 의회는 일반 투표를 통해 선출된 의원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연합규약은 이러한 자치주들을 통합하는 데 역점을 두었다. 이와 달리 헌법은 강력한 중앙집권적 혹은 연방적인 정부, 즉 주들 사이의 관계를 통제할 수 있는 광범위한 권력을 가지고 있으며, 외교 통상이나 방위와 같은 분야에 대해 단독 책임을 지니는 정부를 수립했다.

대다수 국민들은 중앙집권화 논리를 쉬이 받아들일 수 없었다. 미국은 대부분 종교적·정치적 억압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그리고 개인의 능력이나 잠재력과는 무관하게 개인을 특정 계급에 묶어두려는 구세계의 경직된 경제적 상황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모국을 떠나온 유럽 인들이 주요 정착 세력을 이루고 있었다. 이 정착민들은 개인의 자유를 매우 소중하게 여겼으며,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모든 권력, 특히 정부 권력을 경계했다.

새로운 국가에 내재된 다양성 또한 통합 과정에 막대한 걸림돌이 되었다. 18세기 헌법에 의해 중앙 정부를 선출하고 통제하도록 권력을 위임받은 사람들은 각기 다양한 출신과 신념, 이해를 대표했다. 대부분 영국에서 건너온 사람들이었지만, 스웨덴·노르웨이·프랑스·네덜란드·프로이센·폴란드 등 여러 다른 나라들 역시 신세계로 이주민들을 내보냈다. 매우 다양한 종교적 신념들이 존재했으며, 대부분 각각의 종교적 신념을 강하게 신봉했다. 성공회, 로마 가톨릭, 칼뱅주의, 위그노 교, 루터 교, 퀘이커 교, 유대 교가 혼재했다. 경제적·사회적 측면에서도 미국인들은 지주 귀족에서부터 아프리카 출신 노예들, 빚을 갚기 위해 일하는 하인들에 이르기까지 천차만별이었다. 그러나 미국의 주류를 이루는 사람들은 농민, 소상인, 기술자, 선원, 선장, 직조공, 목수 등의 중산 계급이었다.

지금과 마찬가지로 당시 미국인들은 영국 국왕의 지배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현명한 일인가 하는 문제에서 시작하여 모든 현실적 문제들에 대해 아주 다양한 입장을 지니고 있었다. 미국 독립전쟁 당시, 토리 당원으로 알려졌던 수많은 영국 보수당원들이 미국으로 도주하여 대부분 캐나다 동부 지역에 정착했다. 그후로 계속 미국에 남은 사람들은 독립전쟁에 반대하는 이유도 각기 다르고, 또 새로운 미 공화국이 어떤 형태를 갖추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서로 다른 입장을 취했지만, 그와는 무관하게 실질적인 반대 세력을 형성하고 있었다.

지난 2백 년 동안 미국인들의 다양성이 계속 증가하는 상황이었지만, 그 속에서도 미국의 근본적인 통일성은 오히려 더 강화되어왔다. 19세기와 20세기 동안, 끝없이 밀려들어온 이민자들은 그들이 지닌 기술과 문화적 유산들을 성장하는 국가에 고스란히 쏟아 부었다. 개척자들은 동부의 애팔래치아 산맥을 가로질러 미시시피 계곡과 대륙 중앙부의 대초원 지대에 정착했으며, 그후에는 로키 산맥을 넘어 태평양 연안에까지 도달했다. 그곳은 최초의 식민지 개척자들이 정착했던 대서양 연안에서 서쪽으로 4,500킬로미터 떨어진 곳이었다. 국가가 확장되어 갈수록 처녀림의 울창한 수목과 방대한 석탄, 구리, 철, 석유 등의 매장량, 풍부한 수자원과 비옥한 영토 등 그 어마어마한 천연자원의 보고가 뚜렷하게 드러났다.

새 나라의 풍요로운 자원은 다양성을 창출했다. 특정 지역, 특정 상업의 이해를 대변하는 집단들이 속출했다. 동부 연안의 선주들은 자유 무역을 주창한 반면, 중서부의 제조업자들은 성장을 거듭하는 미국 시장 내에서 자신들의 입지를 지키기 위해 수입세를 주장했다. 농민들은 저렴한 운송료와 높은 농산물 가격을, 제분업자와 제빵업자들은 낮은 곡물 가격을, 철도 기사들은 최대한 높은 운송료를 원했다. 뉴욕의 은행가, 남부의 목화 재배인, 텍사스의 목장주, 오리건의 제재업자들은 경제에 대해, 그리고 경제를 통제하는 정부의 역할에 대해 각기 전혀 다른 시각을 갖고 있었다.

이처럼 각기 상이한 이해관계들을 끌어안아 공통된 기반을 창출하고, 동시에 모든 국민들의 기본권을 수호하는 것이 바로 헌법과 정부가 끊임없이 이루어가야 할 임무였다.

현 정부의 복잡다단함에 비한다면, 경제 개발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던 당시 상황에서 4백만 국민들을 통치하는 문제란 참으로 간단한 일처럼 보인다. 그러나 헌법 기초자들은 당장은 물론 미래를 위해서도 기초를 다졌다. 그들은 자기 세대뿐만 아니라 다음 세대에서도 효력을 발휘할 수 있는 통치 구조의 필요성을 깊이 인식하고 있었다. 그러므로 그들은 사회적·경제적·정치적 상황이 요구할 때마다 헌법 수정이 가능하다는 조항을 헌법에 포함시켰다. 최초의 헌법 승인 이후 27개 수정조항이 통과되었고, 그런 유연성이야말로 헌법이 지닌 가장 훌륭한 강점들 중 하나로 판명되었다. 그와 같은 유연성이 없었다면 2백여 년 전에 제정된 헌법이 오늘날 미국 각계각층의 2억 6천만 국민과 수천 개 정부 단위들의 요구에 효과적으로 부응하기란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또한 소도시와 대도시들의 문제에 대해 똑같은 효력과 정확성으로 헌법을 적용하는 것 역시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헌법과 연방 정부는 피라미드식 정부 조직의 최고점에 서서 지방과 주 관할구들을 포괄하였다. 미국 체계에서 각급 정부는 각기 고도의 자치권과 고유 권한을 부여받았다. 서로 다른 관할구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논쟁은 법정에서 해결되었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국가적 이해가 걸린 문제에 대해서는 모든 각급 정부들의 협력이 필요했으며, 헌법에는 이를 위한 조항도 포함되어 있었다. 한 예로, 미국의 공립학교들은 대부분 지방 관할구들에 의해 관리되며 주마다 각각의 기준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언어 능력이나 학식은 국가의 이해와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이자 평등한 교육 기회를 조성하기 위한 동일한 기준을 강화하는 데 이바지하는 것이므로, 연방 정부가 공립학교들을 지원하기도 한다. 주거와 건강, 복지와 같은 분야에서도 다양한 각급 정부들 사이에 이와 유사한 협력이 존재한다.

인간 사회의 산물들 중 그 어느 것도 완벽할 수는 없다. 미 헌법은 비록 수정을 거쳤다 하더라도 여전히 결함이 있을 수 있으며, 긴박한 미래에 그 결함들이 분명히 드러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독보적인 성장과 번영을 이루어낸 지난 2백여 년은, 1787년 여름 내내 미국 정부의 기반을 다지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55인의 선견지명을 입증하고도 남는다. 전임 미 법무차관이었던 아치발드 콕스의 말에 따르면, “미국인들의 삶의 모든 양상에서 크나큰 변화가 있었다. 하지만 헌법 기초자들은 지나치지 않으면서도 말하고자 하는 바를 충분히 표현할 줄 아는 천부적 재능을 지니고 있었고, 그 덕분에 최초의 헌법은 여전히 우리의 요구를 훌륭하게 충족시키고 있다…헌법제정회의에서 기초되었던 계획이 성공을 거두고, 물질적인 면에서는 물론 이상 실현이라는 면에서도 국가의 성장과 번영이 이루어지자, 헌법은 그 어떤 개인 혹은 집단보다 훨씬 더 강력한 위엄과 권한을 획득하였다.”

헌법 기초

연합규약을 채택한 1781년과 헌법을 제정한 1787년 사이에 미국은 국력 약화와 불화, 소동에 휩싸였다. 연합규약 조항 그 어디에도 법규를 강제하는 행정부나 법을 해석할 만한 국가적인 법 체계는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 입법 의회가 유일한 정부 기관이었지만, 그조차도 각 주들로 하여금 자기 주에 불리한 법규를 실천하도록 강제할 권한을 지니지는 못했다. 이론적으로 보자면 입법 의회는 전쟁을 선포하고 군대를 일으킬 수 있는 권한을 지니고는 있었지만, 그 어떤 주에 대해서도 입법 의회를 지지하는 데 필요한 군대와 무기, 설비를 분담시킬 만한 권한을 행사할 수 없었다. 입법 의회는 각 주들에 대해 입법 의회 활동에 필요한 재정 지원을 기대할 수는 있었지만, 연방 예산 할당분을 내지 않는 주를 처벌할 수는 없었다. 세제와 관세에 대한 통제권은 각 주에 있었으며, 화폐 발행권 역시 주가 가지고 있었다. 각 주들 간에 분쟁이 발생할 경우(당시 주 경계선에 대해 수많은 논쟁이 있었다) 입법 의회가 중재 역할을 하긴 했지만 각 주들로 하여금 입법 의회의 결정을 수용하라고 요구할 수는 없었다.

그 결과는 사실상 혼란으로 이어졌다. 세금 징수권을 갖지 못한 연방 정부는 부채에 허덕이게 되었다. 13개 주 가운데 7개 주는 독립전쟁 퇴역군인들을 지원하고 수많은 채권자들의 요구를 충족시키며 소농과 대지주 사이의 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액면가만 높고 실제 구매가치는 낮은 지폐를 대량 발행했다.

한편 매사추세츠 주 의회가 화폐 발행을 엄격히 제한하고 높은 세금을 부과하자, 독립전쟁 참전용사 다니엘 셰이즈 대령은 소규모 농민 부대를 조직하여 이에 대항했다. 셰이즈 대령과 농민 부대는 매사추세츠 주 의회를 접수하기 위해, 환수권 상실 조치와 부당한 저당 설정의 즉각적인 중단을 요구했다. 저항세력을 진압하기 위해 군대 소집이 요청되었지만, 연방 정부는 어떤 강제력도 집행할 수 없었다.

안정된 단일 화폐의 부재로 국내는 물론 국제 무역에도 혼란이 일었다. 지폐의 가치는 각 주마다 천차만별이었고, 더군다나 뉴욕이나 버지니아 같은 주들은 자기 항구로 들어오는 모든 상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여 다른 주들의 보복 행위를 자극하기도 했다. 연방재정국장이 “우리의 공신력은 땅에 떨어졌다”고 말했던 것처럼, 그들도 똑같은 입장이었을 것이다. 자신들의 문제를 무마시키기 위해 영국으로부터 맹렬하게 분리를 성취해낸 이들 신생 독립 주들은 더 이상 영국 항구에서 호의적인 대접을 받을 수 없었다. 존 애덤스 미 대사가 1785년 통상 조약 체결을 시도했지만, 영국은 그 조약이 미국 각 주들에 대해 구속력을 행사할 수 없을 것이라는 이유로 거절 의사를 표명했다.

유약한 중앙 정부는 정책을 뒷받침해줄 군사력을 갖추지 못했으므로, 당연히 외교 통상 문제에서도 불리할 수밖에 없었다. 영국은 독립전쟁의 종식을 천명했던 1783년 평화 협정에서 새 나라의 북서부 영토에 있는 영국군 주둔지와 교역장에서 군대를 철수하기로 이미 합의한 바 있었지만 그것조차 거부하고 나섰다. 설상가상으로 북부 경계선에 있던 영국 장교들과 남부의 스페인 장교들은 여러 인디언 부족들에게 무기를 공급하여 그들로 하여금 미국인 정착민들을 공격하도록 부추겼다. 미시시피 강 유역의 서부 영토는 물론 플로리다, 루이지애나까지 관할하고 있던 스페인 인들 역시 뉴올리언스 항을 통한 서부 농민들의 농산물 출하를 허용해주지 않았다. 

신생국의 여러 지역에서 재번영의 조짐이 나타났지만, 나라 안팎에서 문제들이 계속 불거졌다. 연방 정부가 건전한 재정 체계를 수립하여 무역을 규제하고 협정을 강화하며, 유사시에 국외 적대 세력에 대항해 군사력을 행사할 만큼 강력하지 못하다는 사실은 점점 더 확실해졌다. 농민과 상인, 채무자와 채권자들 사이의 내적 분열은 물론 각 주들 사이의 갈등도 점점 심화되었다. 1786년, 조지 워싱턴은 절망 상태에 이른 농민들이 주축이 되어 일으켰던 셰이즈의 봉기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으므로, “불똥이 단 하나만 튀어도 불타오를 만한 가연물들이 모든 주에 널려 있다”고 경고했다.

1787년 5월 25일에 정식 심의를 시작했던 헌법제정회의 내에 이와 같은 정치적 위기감과 철저한 변화에 대한 요구가 만연되었다. 모든 대표자들은 연합규약에 의해 수립된 무능한 의회 대신, 광범위한 권력을 집행할 수 있는 효과적인 중앙 정부가 설립되어야 한다고 확신했다. 일찍이 대표자들은 새로운 정부가 독립적인 3부, 즉 입법부·사법부·행정부로 구성되며, 각부는 나머지 다른 부와 균형을 이루는 독자적인 권한을 지닌다는 데 합의한 바 있었다. 또한 입법부는 영국 의회처럼 반드시 양원으로 구성해야 한다고 합의했다.

그러나 이 문제 이외에도 첨예한 의견 대립으로, 당시의 헌법제정회의가 분열되어 헌법 제정 과정이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비교적 큰 주들은 입법부 내의 비례대표제를 찬성했다. 비례대표제에 따르면 각 주는 인구에 비례하여 선거권을 가져야 했다. 한편 큰 주들에 의한 지배를 우려하던 작은 주들은 모든 주에 동등한 주대표제를 주장했다. 그 문제는 ‘대타협’, 즉 의회의 한 원에서는 주대표제를 적용하고, 다른 한 원에서는 비례대표제를 적용함으로써 해결되었다. 상원에서는 각 주마다 2개 의석을 차지하며, 비례대표제가 적용되는 하원의 의석수는 인구에 비례하여 정해졌다. 하원은 연방 예산과 세입에 관한 모든 법령 제정 권한을 지니게 되었는데, 이는 하원이 다수의 정서에 보다 민감하게 반응하리라 여겼기 때문이었다.

대타협을 통해 큰 주와 작은 주들 사이의 불화는 일단락되었지만, 그 기나긴 여름 내내 대표자들은 또 다른 수많은 타협안들도 만들어내야 했다. 국민들에게 과도한 권력이 주어지는 것을 두려워했던 몇몇 대표자들은 간접 선거를 통해 연방 관리들을 뽑아야 한다고 주장했고, 나머지 대표자들은 가급적 광범위한 선거인 층이 뒷받침되기를 원했다. 또한 일부 대표들은 최종적인 주 지위 부여 대상에서 서부 영토를 제외하고 싶어했지만, 다른 대표들은 애팔래치아 산맥 너머 미개간지에 있는 국가들이 지닌 미래의 가능성을 알아보았다. 대표자들은 이와 같은 분파적인 이해관계들을 조율하고, 대통령의 임기·권한·선출 방식에 대한 다양한 견해들, 그리고 연방 사법부의 역할에 대한 분분한 입장들을 융화시켜야만 했다.

다행히 헌법제정회의 대표자들의 우수한 자질 덕분에 타협 방안이 쉽사리 강구될 수 있었다. 미국 독립전쟁의 위대한 주역들 중 몇몇을 제외한 대부분이 헌법제정회의에 모여 있었다. 미래의 대통령인 토머스 제퍼슨과 존 애덤스는 각각 프랑스와 영국 주재 공사를, 존 제이는 외무장관을 맡고 있었다. 그외에 사무엘 애덤스, 패트릭 헨리를 포함한 소수 몇몇 주역들은 현 정부 구조에 대한 신뢰로 헌법제정회의에 참여하지 않았다. 헌법제정회의 참가자 중 가장 잘 알려진 인물은 바로 독립전쟁의 영웅이자 미군 총사령관이었던 조지 워싱턴이었으며, 헌법제정회의를 주재한 인물도 바로 그였다. 천재적인 노 과학자이자 학자, 외교관이었던 벤저민 프랭클린 역시 그 자리에 있었다. 버지니아 주의 제임스 매디슨, 펜실베이니아 주의 고버뉴 모리스, 뉴욕의 젊고 유능한 변호사 알렉산더 해밀턴과 같은 뛰어난 인재들 역시 회의에 참석했다. 

아직 2,30대밖에 안 된 젊은 대표자들도 그때부터 이미 정치적, 지적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파리의 토머스 제퍼슨이 런던의 존 애덤스에게 보낸 편지에서 쓴 것처럼, 헌법제정회의는 “실로 반신반인半神半人들의 모임이라 할 만했다.”

헌법에서 몇몇 새로운 이념들이 구체화되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영국 정부의 전통과 13개 주 자치 정부의 실제적인 경험으로부터 끌어온 이념들이었다. 독립선언을 중요한 지침으로 삼고 있던 대표자들은, 자치 정부와 인간의 기본권 보장이라는 이념을 늘 염두에 두었다. 몽테스키외나 존 로크 같은 유럽 정치 철학자들의 저술들 역시 헌법에 영향을 주었다.

헌법제정회의는 7월 말, 합의에 이른 동의안을 토대로 헌법 문안을 기초하기 위해 위원회를 임명했다. 그후 한 달 동안 토론과 수정을 더 거친 뒤, 고버뉴 모리스가 이끄는 제2위원회가 최종 헌법 문안을 작성하여 9월 17일에 대표자들로부터 서명을 받기 위해 제출했다. 그러나 대표자들 모두가 그 결과에 흡족해한 것은 아니었다. 일부 대표자들은 서명식이 있기 전에 자리를 떠나버렸고, 남아 있던 대표자들 중 3명(버지니아 주의 에드먼드 랜돌프와 조지 메이슨, 매사추세츠 주의 엘브리지 게리)은 서명을 거부했다. 서명에 동의한 39명 중에서도 완전히 만족한 대표자는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벤저민 프랭클린은 다음 말을 통해 그들의 입장을 정확하게 대변하였다. “이 헌법에는 현재로선 인정하기 힘든 부분들이 몇몇 있다. 그러나 미래에도 지금처럼 그 부분들을 인정하기 어려울 거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벤저민 프랭클린은 “이보다 더 훌륭한 것을 기대하지 않으며, 또한 이것이 최고가 아니라는 확신도 없기 때문에” 그 헌법을 받아들였던 것이다.

비준 : 새로운 시작

최소 9개 주로부터 헌법 승인을 받아야 하는 험난한 비준 절차가 비로소 확정되었다. 델라웨어 주를 시작으로 하여 뉴저지 주와 조지아 주로 신속하게 승인이 진행되었다. 펜실베이니아와 코네티컷에서는 안정적인 다수로부터 승인을 받았다. 매사추세츠에서는 치열한 논쟁이 일었지만, 특정 기본권(종교·언론·출판·집회의 자유, 배심원 재판을 받을 권리, 부당한 수색이나 체포 금지 등을 포함)을 보장하는 10개 수정조항 첨부를 조건으로 마침내 승인했다. 다른 여러 주들도 이와 유사한 단서들을 첨부했으며, 오늘날 권리장전으로 알려져 있는 그 수정조항들이 1791년 헌법에 통합되었다.

1788년 6월 말에 이르러 메릴랜드와 사우스캐롤라이나, 뉴햄프셔 주가 헌법을 승인하자 마침내 헌법 비준에 필요한 9개 주가 채워졌다. 헌법이 법적인 효력을 지니게 된 것이었다. 그러나 세력이 가장 크고 중추적인 주인 뉴욕과 버지니아, 가장 작은 주인 노스캐롤라이나와 로드아일랜드가 결정을 미루고 있었다. 뉴욕과 버지니아 주의 동의를 받지 못한다면 헌법은 매우 불안정한 토대 위에 서게 될 것이 분명했다.

버지니아 주는 찬반 세력이 뚜렷하게 양분되어 있었지만, 헌법 비준을 주창하는 조지 워싱턴의 영향력 덕분에 1788년 6월 26일 근소한 표차로 주 의회의 승인을 얻었다. 뉴욕에서는 알렉산더 해밀턴과 제임스 매디슨, 존 제이가 《연방주의자 논문집》을 통해 헌법을 옹호하는 훌륭한 기획 논문들을 발표한 결과, 7월 26일 마침내 근소한 표차로 승인을 받았다. 11월에는 노스캐롤라이나에서도 추가 승인이 났다. 로드아일랜드는 시간을 끌다가 1790년, 결국 거대하고 강력한 공화국에 둘러싸인 작고 힘없는 주로서 입지를 지켜낼 수 없게 되자 승인을 할 수밖에 없었다.

정부를 조직화하는 절차는 버지니아와 뉴욕의 인준을 받은 직후에 시작되었다. 1788년 9월 13일, 의회는 뉴욕 시를 새 정부 소재지로 결정했으며(이후 미국의 수도는 1790년에 필라델피아로, 1800년에 워싱턴 D.C.로 옮겨졌다) 1789년 1월 첫째 주 수요일을 대통령 선거인단 선출의 날로, 2월 첫째 주 수요일을 대통령 선출을 위한 선거인단 회의의 날로, 3월 첫째 주 수요일을 새 의회 개원의 날로 정했다.

헌법에 의해 각 주 의회는 하원, 상원의원은 물론 대통령 선거인단의 선출 방식까지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지녔다. 국민들에 의한 직접선거를 선택한 주들도 있었고, 주 의회에 의한 선거를 선택한 주들도 있었으며, 두 가지 방식을 결합시킨 주들도 있었다. 경쟁이 치열했으므로 새 헌법에 따른 최초의 선거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지연 사례가 불가피했다. 예를 들어, 뉴저지 주는 직접선거를 택했지만 투표 마감 시간을 지정하지 않아 3주 동안이나 투표를 연장 실시했다.

전면적이고 궁극적인 헌법 시행일은 1789년 3월 4일로 정해졌다. 그러나 그 당시에는 59명의 하원의원 중 13명, 그리고 22명의 상원의원 중 8명만이 뉴욕 시에 도착해 있었다.(노스캐롤라이나와 로드아일랜드에서 헌법 승인이 이루어지기 전까지, 2개 주에 배정된 의석은 공석으로 남아 있었다.) 하원은 4월 1일, 상원은 4월 6일에 이르러서 의사정족수가 채워졌으며, 그후에야 비로소 선거인단의 투표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 양원이 합동 회의를 개최했다.

예상했던 대로 조지 워싱턴이 만장일치로 초대 대통령에 선출되었으며, 매사추세츠의 존 애덤스는 부통령이 되었다. 애덤스는 4월 21일에, 워싱턴은 4월 23일에 각각 뉴욕에 도착했다. 그들은 1789년 4월 30일에 취임 선서를 했으며, 비로소 새 정부 수립이라는 임무가 완성되었다. 바야흐로 세계 최초의 공화국을 유지해나가야 하는 과업이 닻을 올렸다.

최고법으로서의 헌법

미 헌법은 그 자체를 ‘국가의 최고법’이라 칭한다. 이 조항은 주 의회나 연방 의회에 의해 통과된 주 헌법이나 주 법규가 연방 헌법과 상충된다고 인정될 경우, 주 법률은 아무런 효력을 지니지 못한다는 의미로 해석되어왔다. 지난 2백여 년 동안 연방 대법원이 내린 판결들은 이러한 헌법 최고 우위의 원칙을 확증, 강화시켜왔다. 

그러나 최종적인 권한은 미국 국민들에게 부여되었다. 국민들은 원할 경우 헌법을 수정하거나 새로운 헌법을 기초함으로써(적어도 이론상으로는 가능한 일이다) 기본법을 변경할 수 있다. 그러나 국민들이 직접적으로 권한을 행사하는 것은 아니다. 국민들은 선출 혹은 임명된 공무원에게 정부의 일상 업무를 위임한다.

공무원들의 권한은 헌법의 제약을 받는다. 그들의 공적 활동은 반드시 헌법이나 헌법에 합치되도록 만들어진 법률에 따라야 한다. 민선 공무원들은 대중이 그들의 이력에 대해 철저한 조사를 실시할 경우, 일정 기간마다 재선에 나서야 한다. 임명된 공무원들은 자신들을 임명하고 때에 따라 언제든 자신들을 해임할 수 있는 사람 혹은 관계 당국을 위해 봉사한다. 단 예외적으로 연방 대법원장 및 연방 판사들은 대통령에 의해 종신 임명되므로, 그들은 정치적 책임이나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롭다.

미국 국민들의 가장 일반적인 자기 의사 표명은 투표를 통해 이루어진다. 그러나 헌법은 과도한 직권남용이나 부정행위를 저지른 공무원의 경우, 국민들에 의해 선출되었다 하더라도 탄핵 절차를 통해 공직에서 해임할 수 있다는 규정을 마련해놓고 있다. 헌법 제2조 4절에 따르면, “대통령과 부통령을 비롯한 미국의 모든 공무원들은 반역죄, 수뢰죄 또는 그밖의 중대한 범죄 및 경범죄로 탄핵받고 유죄 판결을 받음으로써 면직된다.”

탄핵은 입법부가 정부 공직자의 위법 행위에 대해 제기하는 소추이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탄핵이 곧 그런 소추들에 대한 유죄 판결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헌법에 명시되어 있듯, 하원은 탄핵안을 가결함으로써 위법 행위에 대한 소추를 실시해야 한다. 그후 탄핵 소추를 받은 공직자는 상원에서 연방 대법원장의 주재 하에 탄핵 심판을 받게 된다.

탄핵은 엄중한 처벌로 여겨지므로 미국에서도 극히 드물게 실시되어왔다. 1797년 이래로 하원은 16명의 연방 공직자들(대통령 2명, 대통령 자문위원 1명, 상원의원 1명, 연방 대법원장 1명, 연방 판사 11명)에 대해 탄핵안을 가결했다. 그중에서 7명의 연방 판사들만이 상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1868년 앤드류 존슨 대통령은 미국 남북전쟁 이후 전쟁에서 패배한 남부연방 11개 주들에 대한 처리 문제로 탄핵 소추를 받았다. 그러나 상원은 유죄 판결에 필요한 3분의 2 득표에서 1표가 부족하여 탄핵 소추를 기각하였고, 존슨 대통령은 임기를 끝까지 채울 수 있었다. 1974년 닉슨 대통령은, 의회 법사위원회가 워터게이트 사건의 결과로 탄핵을 요구하자, 하원에서 탄핵안을 가결하기 전에 스스로 대통령직을 사임했다.

최근인 1998년에는 빌 클린턴 대통령이 위증 및 사법 방해 혐의로 하원의 탄핵 소추를 받았다. 탄핵 심판 결과, 위증 혐의에 대해서는 55 대 45로 무죄를 주장하는 쪽의 표가 많았고, 사법 방해 혐의에 대해서는 50 대 50으로 표가 똑같이 나뉘자 상원은 두 가지 죄목에 대해 대통령의 무죄를 선고했다. 대통령을 해임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혐의에 각각 67표의 유죄 표결이 필요했다.

통치 원리

헌법은 처음 채택된 이래 여러 면에서 수많은 변화를 거쳤지만, 그 기본 원칙만은 1789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이다.

* 정부의 주요한 3부, 즉 행정부·입법부·사법부는 각기 분리된 독립부들이다. 각부의 권한은 나머지 2부의 권한과 정교하게 균형을 이루며, 각부는 다른 부들의 잠재적인 월권 행위를 견제한다.

* 헌법은 대통령이 상원의 승인 하에 맺은 규정과 조약에 따라 통과된 법률은 물론, 다른 모든 법률과 행정법령, 규정에 우선한다.

*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며, 평등하게 법의 보호를 받을 권리가 있다. 모든 주는 평등하며, 어느 주도 연방 정부로부터 특별한 대우를 받을 수 없다. 헌법의 범위 내에서, 각 주는 다른 주의 법률을 인정하고 존중해야 한다. 연방 정부와 마찬가지로 주 정부들 역시 국민에게 최종 권한을 부여하는 민주적인 정부 형태를 갖추어야 한다.

* 국민들은 헌법에 규정된 합법적 수단을 통해 정부 형태를 바꿀 수 있는 권한을 지닌다. 

수정조항

헌법 제정자들은 헌법이 오래도록 지속되면서 국가의 성장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서는, 수시로 헌법 개정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은 또한 자칫 잘못된 수정조항이 경솔하게 통과되는 일이 없도록 개정 절차를 까다롭게 해야 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더불어 대다수 사람들이 희망하는 조치가 소수에 의해 저지되는 일이 없도록 확실하게 해두고 싶었다. 이를 위해 그들은 이중 절차를 통해서만 헌법 수정이 가능하도록 방안을 마련해두었다.

의회는 양원에서 각각 3분의 2 이상이 수정안에 찬성하면 수정조항을 발의하게 된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3분의 2 이상의 주 의회들이 수정조항 심의와 기초를 위해 연방 의회에 전국회의 소집을 요구할 수 있다. 두 경우 모두 전체 주의 4분의 3 이상의 동의가 있을 때에만 수정조항이 효력을 지닐 수 있다. 

직접적인 헌법 수정 절차 이외에도, 사법적인 해석에 의해 헌법 조항의 의미 내용이 변화되기도 했다. 건국 초기에 연방 대법원은 1803년 ‘마버리 대 매디슨’ 사건에 대한 판결에서 위헌법률심사제 원칙을 수립하였다. 위헌법률심사제란 의회로부터 의결된 법률을 해석하고 그 법률의 합헌성 여부를 결정하는 연방 대법원의 권한을 의미한다. 아울러 그 원칙은 연방 대법원이 다양한 헌법 규정들의 의미를 변화하는 법적·정치적·경제적·사회적 여건에 맞게 설명해내는 권한까지 포괄한다. 오랜 세월 동안, 연방 대법원은 라디오와 텔레비전에 대한 정부 규제에서부터 형사 사건에서 피고자의 권리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문제에 대해 판결을 내려왔으며, 그 판결들은 헌법 자체에 실질적인 수정을 가하지 않고도 헌법의 의미를 시대 흐름에 맞게 변화시킬 수 있었다.

의회가 기본적인 법률 조항들을 실행시키거나 혹은 변화하는 상황에 맞게 법률 조항들을 적용하기 위해 통과시킨 법안 역시 헌법의 의미를 확대하고 미묘하게 변화시킨다. 연방 정부에 소속된 수많은 기관들의 규칙과 규제들은 어느 정도까지는 서로 비슷한 효과를 지닐 수 있다. 연방 대법원은 의회의 법안과 연방 정부의 규칙들이 헌법의 목적에 부합되는지 여부에 대해 철저히 심사했다.

권리장전

1789년 이래 헌법은 27차례 수정을 거쳤으며, 앞으로도 계속해서 수정될 것이다. 가장 광범위한 수정은 헌법 채택 직후 2년에 걸쳐 일어났다. 그 시기 동안, 권리장전으로 알려진 최초의 10개 수정조항이 첨가되었다. 1789년 9월, 의회는 이 수정조항들을 하나로 묶어 승인했으며, 1791년 말까지 11개 주들이 수정조항을 비준했다. 

초기 헌법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던 주요 세력은 연방제 강화에 반대했던 사람들이 아니라 개인의 권리가 보다 명확하게 명시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정치가들이었다. 버지니아 권리선언을 기초했던 조지 메이슨도 그중 한 사람이었으며, 이후 버지니아 권리선언의 뒤를 이어 권리장전이 기초되었다. 헌법제정회의에 대표로 참석했던 메이슨은, 헌법이 개인의 권리를 충분히 보장해주지 못한다고 생각했으므로 승인을 거부했다. 메이슨의 반대로 인해 버지니아 주의 헌법 비준이 저지될 위기에 처했던 것이 사실이다. 버지니아와 유사한 상황이었던 매사추세츠 주도 개인의 권리에 대한 구체적인 보장 내용을 덧붙이는 조건으로 헌법을 비준했다. 처음으로 의회가 소집될 당시, 그와 같은 수정조항 채택에 대해 거의 압도적으로 찬성하는 분위기였고, 연방 의회는 한시바삐 수정조항 기초 작업에 착수했다.

2세기 전에 작성된 수정헌법은 오늘날까지 그대로 남아 있다. 수정헌법 제1조는 종교·언론·출판의 자유, 평화적인 집회의 권리, 부정을 바로잡도록 정부에 청원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한다. 제2조는 시민들의 무기 소지권을 보장한다. 제3조는 군대가 소유자의 승낙 없이 민가에서 숙영할 수 없음을 보장한다. 제4조는 부당한 수색, 체포, 재산 압수의 금지를 보장한다.

그 다음 4개의 수정조항은 사법 제도에 관한 내용을 다룬다. 제5조는 대배심에 의한 정식 기소 없이는 중죄의 재판을 금한다. 동일한 죄에 대해서는 재판을 다시 할 수 없고, 정당한 법 절차 없이는 처벌할 수 없으며, 피고인은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다. 제6조는 형사 사건에 대해 신속한 공판을 보장한다. 이는 공정한 배심에 의한 재판을 요구하며, 피고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증인들에게 재판에 출석하여 피고가 보는 앞에서 증언하도록 강제할 수 있게 한다. 제7조는 20달러 이상의 금전과 관련되는 민사 사건에 대해 배심 재판을 보장한다. 제8조는 과도한 보석금이나 벌금, 잔혹하거나 비정상적인 형벌을 금한다. 

마지막 두 가지 수정조항은 헌법의 권한에 대해 매우 광범위한 주장을 담고 있다. 제9조는 헌법에 특정한 개인의 권리가 열거되어 있다고 해서 그것이 그밖의 여러 권리를 부인하거나 경시하는 것으로 해석되어서는 안 되며, 국민은 헌법에 구체적으로 언급되지 않은 기타 다른 권리들도 가지고 있음을 언명한다. 제10조는 헌법에 의해 연방 정부에 위임되지 않았거나, 각 주에게 금지되지 않은 권한들은 각 주나 국민이 보유하도록 보장한다. 

절대적인 개인의 자유 보장

연방 정부 구성 과정에서 발휘된 헌법의 탁월한 능력은 지난 2세기 동안 미합중국에 절대적인 안정을 가져다주었다. 권리장전과 그후에 마련된 수정헌법 조항들은 인간의 기본권을 미국 법 체계의 중심에 올려놓았다.

국가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정부는 국가 안보를 위해 인간의 기본권을 유보하라는 유혹에 끊임없이 시달려왔다. 그러나 미국에서 그러한 조치들은 늘 최대한의 철저한 보호 조항 하에서 마지못해 받아들여졌다. 이를테면, 전시에는 군 당국이 미국과 타국 사이에 오가는 우편물, 특히 전선에서 본국 가족에게 보내는 우편물에 대해 검열을 실시했다. 그러나 전시라 하더라도 공정한 재판을 받을 수 있는 헌법상의 권리는 폐기되지 않았다. 범죄 혐의로 고발된 피고들(여기에는 스파이 행위, 국가 전복 및 여타의 위험한 행위로 고발된 적국민들도 포함된다)도 스스로를 변호할 권리를 부여받았으며, 죄가 인정되기 전까지는 미국 법 체계 하에서 무죄로 간주되었다.

권리장전 이후에 마련된 수정헌법 조항들은 광범위한 사항들을 다루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조항은 1868년에 비준된 제14조로서 시민권에 대해 간단명료하게 정의를 내리고 법 아래 평등한 대우를 보장한다. 궁극적인 의미에서 보자면 제14조는, 주 정부들이 권리장전의 보장 내용을 지켜나가도록 요구하는 조항이라고 할 수 있다. 그밖의 다른 수정조항들은 연방 정부의 사법권을 제한하고, 대통령 선출 방식을 변경하며, 노예 제도를 금지하고, 인종이나 피부색·성별 혹은 과거의 노예 신분을 이유로 투표권을 받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투표권을 보장하며, 개인 소득에까지 의회 과세권을 확대하고, 일반 투표로 상원의원을 선출하도록 했다.

최근에 추가된 헌법 수정조항 중에서 제22조는 대통령의 연임을 2회로 제한하며, 제23조는 컬럼비아 특별구의 시민들에게 투표권을 부여하였다. 제24조는 인두세 납부 여부에 관계없이 시민들에게 투표권을 부여하며, 제25조는 임기 중에 부통령직이 공석이 될 경우 그 자리를 메우는 방식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제26조는 선거권 취득 연령을 18세로 낮추었으며, 제27조는 상원의원과 하원의원의 보수에 관한 내용이다. 

중요한 사실은 27개 수정조항들 대부분이 개인의 시민적·정치적 자유를 확대시키려는 계속적인 노력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이에 비해 1787년 필라델피아에서 기초되었던 기본적 정부 구조를 확대하는 것과 관련된 조항은 단 몇 개뿐이었다.

연방제

헌법 제정자들은 몇 가지 분명한 목적을 마음에 새기고 있었으며, 헌법 주문에 붙이는 6개 전문에 그 목적을 52개 단어로 명쾌하게 기록해놓았다.

1787년 13개 주들이 당면한 문제는 분명 “보다 완전한 연합”을 수립하는 것이었다. 어떠한 연합이든 연합규약 아래 존재했던 연합보다는 더 완전에 가까워질 거라는 사실만은 분명했다. 그러나 기존의 연합을 대신할 다른 구조를 구상하는 일에는 중대한 결정이 요구되었다.

“…보다 완전한 연합을 형성하기 위해” 

모든 주들은 11년 전 영국으로부터 독립하면서 행사할 수 있게 된 주권을 계속 유지하고 싶어했다. 각 주의 권한과 중앙 정부의 요구 사이에 균형을 이루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헌법 제정자들은 국가 전체의 요구와 복지에 상충되지 않는 한에서, 국민들의 일상생활을 규제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권한들을 각 주에 위임했다. 연방주의로 일컬어지는 이러한 주권 분립의 본질은 오늘날에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교육이나 공중보건, 기업조직, 근로조건, 결혼, 이혼, 지방세, 경찰의 일반적인 권한과 같은 지역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각 주의 권한이 전적으로 인정되므로, 이웃한 2개 주라 하더라도 동일한 사안에 대해 매우 다른 법률을 적용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헌법 내에서는 그처럼 훌륭하게 합의가 이루어졌지만, 주의 권한에 관한 논쟁은 계속해서 격해져갔다. 그러다가 결국 75년 후인 1861년, 남부 주와 북부 주들 사이에 4년에 걸친 전쟁이 발발하고 말았다. 바로 남북전쟁이었다. 남북전쟁이 발발한 근본 원인은 연방 정부가 새로 생겨난 연방 주들에 대해 노예 제도를 규제하는 권한을 행사했기 때문이었다. 북부 주들은 연방 정부에게 그러한 권한이 있다고 주장했지만, 남부 주들은 노예 제도의 경우 각 주에서 독자적으로 결정할 문제라고 주장했다. 남부 주들이 집단적으로 연방 탈퇴를 시도하고 나서자 급기야 전쟁이 발발했으며, 남부와 북부는 공화국 수호의 원칙을 두고 싸웠다. 남부 주들이 전쟁에 패한 뒤 연방에 복귀하자, 연방의 우위가 재확인되었고 마침내 노예 제도가 폐지되었다.

“…정의를 확립하기 위하여”

미국 민주주의의 핵심은 독립선언문의 “모든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평등하다”라는 힘찬 구절과 그 뒤에 따라오는 “모든 인간은 신에 의해 누구도 빼앗을 수 없는 특정한 권리를 부여받았으며, 생명과 자유·행복 추구의 권리가 바로 그것이다”라는 진술 속에 담겨 있다.

헌법은 부나 신분에 따라 사람을 차별하지 않으며, 모든 사람은 법 앞에 평등하고, 법을 어기면 누구나 동등하게 재판과 처벌을 받아야 한다. 이는 재산이나 법적 협약, 사업상의 계약에 관한 민사 소송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법정이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는 규정은 권리장전에 명시된 가장 중요한 보장 내용 중의 하나다.

“…국내 안정을 보장하기 위하여”

미합중국은 격동 속에 탄생하였고 미 서부 개척지는 여전히 불안정한 상황이었으므로, 미국인들은 새 나라의 성장과 번영을 위해 내적인 안정이 필요하다고 확신했다. 헌법에 의해 수립된 연방 정부는 국외의 침략은 물론 국내의 분쟁과 폭력에 맞서 국가를 수호할 수 있도록 강해져야만 했다. 1815년 이래로 미합중국 대륙의 어느 한 곳도 다른 나라로부터 침략을 받은 적이 없었다. 주 정부들은 대부분 주 경계선 내부의 질서를 유지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강력했다. 그러나 주 정부들의 배후에는 연방 정부의 강력한 힘이 버티고 있었으며, 연방 정부는 평화 수호를 위해 필요한 조치들을 취할 수 있도록 헌법에 의해 권한을 부여받았다.

“…공동 방위를 제공하기 위하여”

새 나라는 비록 독립성을 보장받았다고는 하지만, 18세기 말엽에는 여러 면에서 매우 심각한 위험에 처해 있었다. 서부 개척지에 정착한 사람들은 적대적인 인디언 부족들로부터 끊임없는 위협에 시달렸다. 북부의 경우 영국이 여전히 캐나다를 차지하고 있었고, 캐나다 동부 지방은 복수심에 사로잡힌 미국인 토리 당원들, 즉 독립전쟁 동안에도 여전히 영국 왕실에 충성을 바치던 영국파들이 장악하고 있었다. 프랑스는 대륙 중서부의 광활한 루이지애나 영토를 소유하고 있었다. 남부의 경우 스페인이 플로리다와 텍사스, 멕시코를 점령했다. 유럽의 세 강국들은 모두 미 해안과 아주 가까운 카리브 해에 식민지를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유럽 국가들은 끊임없는 전쟁의 회오리에 휘말렸으며, 그 여파가 신세계에까지 파고들었다.

초기에 ‘공동 방위’를 제공하겠다는 헌법의 목적은, 애팔래치아 산맥 너머에 있는 영토를 즉각 개발하고 그곳에 살고 있는 원주민 부족들과 평화 협정을 체결하는 데 초점을 두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은 1812년에 영국과의 전쟁이 발발하고, 플로리다에서는 스페인과 잦은 충돌이 발생했으며, 1846년에 멕시코와도 전쟁을 치르게 되자 군사력의 중요성이 한층 강조되었다.

미국의 경제와 정치력이 확대되면서 방위력도 함께 성장하였다. 헌법은 방위 책임을 입법부와 행정부에 분산시켰다. 대통령은 군대의 최고사령관이며 국가 방위에 대해 일차적인 책임을 지지만, 전쟁을 선포하고 방위에 필요한 기금을 지출할 수 있는 권한은 오로지 의회에 있었다.

“…일반 복지를 향상시키기 위하여”

독립전쟁이 끝날 무렵 미합중국은 매우 열악한 경제 상황에 놓여 있었다. 재원이 고갈되고 신용은 무너졌으며 화폐 가치는 바닥에 떨어졌다. 교역과 상업은 사실상 중지 상태였고 연방 정부와 주들은 심각한 부채를 떠안고 있었다. 국민들이 절박한 빈곤의 위기에 처한 것은 아니었지만, 경제 성장의 전망은 실로 어두웠다.

새 연방 정부가 직면한 첫 번째 과제는 건전한 토대 위에 경제를 세우는 일이었다. 헌법 제1조에는 “의회는 미합중국의 채무를 지불하고…미합중국의 일반 복지를 위해…세금을 부과하고 징수할 권리를 지닌다”고 명시되어 있다.

정부는 세금징수권을 지니게 되자 전쟁 부채를 해결하고, 보다 확고한 토대 위에 통화정책을 세울 수 있게 되었다. 국가의 재정 업무를 돌보는 재무장관과 외국과의 관계를 다루는 국무장관이 임명되었다. 또한 국가의 군사 안보를 책임지는 국방장관과 연방 정부의 최고 법무관을 맡게 될 법무장관도 임명되었다. 이후 국가가 확장되고 경제가 점점 더 복잡해지자, 국민의 복지를 위해 여러 행정부서를 추가로 신설할 필요성이 생겼다.

“…우리 세대와 후손들에게 자유의 축복을 보장해주기 위하여”

개인의 자유에 대한 강조는 새로운 미 공화국의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이다. 대다수 미국인들은 정치적·종교적 억압 상황에서 도피해왔으며, 그 때문에 그들은 신세계에서 자유를 수호하기로 굳게 뜻을 모았다. 연방 정부에 권한을 부여하는 과정에서, 헌법 제정자들은 연방 정부와 주 정부들의 권한을 제한함으로써 모든 국민들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였다. 그 결과, 미국인들은 자유로이 거주지를 옮기고 스스로 직업과 종교·정치적 신념을 결정하며, 개인의 자유가 침해된다고 여겨질 때면 언제든 정의와 자유 보장을 위해 법정에 나갈 수 있게 되었다

***워싱턴과 헌법제정회의

헌법제정회의 정족수를 채우기에 충분한 대표자들이 필라델피아에 도착한 뒤, 조지 워싱턴이 만장일치로 의장에 선출되었다. 조지 워싱턴은 의장직을 맡기에는 자질이 부족하다고 말하며 마지못해 그 영예를 수락했다. 그의 개회사는 헌법제정회의의 자부심과 이상주의에 대한 내용이었다. “현명하고 정직한 사람들이 수정을 가할 수 있을 정도까지 기준을 올립시다.”

워싱턴은 의장으로서 단호하고 정중한 태도를 취했으며, 헌법제정회의 마지막 날까지 논쟁에 참여하지 않은 채 냉정한 태도를 유지했다. 그는 외적으로나 도덕적인 면에서 강렬한 인상을 풍기는 인물이었다. 한 대표자는 워싱턴에 대해 “함께 있기만 해도 경외감이 이는 유일한 사람이었다”라고 평가했다.

워싱턴은 강력한 연합을 지지했다. 이는 독립전쟁 당시 육군 총사령관으로 지내던 시절의 경험에서 연유한 것이었다. 워싱턴은 자신이 이끌었던 뉴저지 부대로 하여금 미합중국에 충성을 맹세하도록 설득시키기 위해 노력하던 때를 떠올렸다. 당시 뉴저지 부대는 “뉴저지가 바로 우리나라다!”라고 주장하며 반기를 들었다. 워싱턴은 휴회하는 동안, 독립전쟁의 격전지였던 펜실베이니아 주 벨리포지 부근으로 되돌아가 있었다. 각 주들이 독립전쟁의 대의에 기여하기를 꺼렸기 때문에, 워싱턴은 그의 부대와 함께 그곳에서 참혹한 겨울을 견뎌야만 했었다.

헌법제정회의가 끝나고 비준 과정이 시작되자, 워싱턴은 침묵을 깨고 나와 헌법을 위해 정력적인 활동을 펼쳤다. 그는 자신이 태어난 버지니아 주의 수많은 반연방주의자들에게 입장을 수정하라고 설득하고 나섰다. 워싱턴은 유권자들 앞에 권리장전(이는 이후 최초 10개의 수정조항이 되었다)을 제출했던 비판 세력들의 타당성을 인정했다. 동시에 워싱턴은 《연방주의자 논문집(The Federalist Papers)》을 통해 헌법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던 제임스 매디슨과 알렉산더 해밀턴에게 찬사를 보내며, 그들은 “정치학에 새로운 등불을 비추었으며, 인간의 권리에 관한 충분하고 철저한 논의를 불러일으켰고,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만큼 명쾌하고 힘찬 태도로 인간의 권리를 설명했다”고 썼다.

권리장전

* 수정 제1조 : 연방 의회는 국교를 정하거나 자유로운 신앙 행위를 금지하는 법률을 제정할 수 없다. 또한 언론·출판의 자유, 국민이 평화롭게 집회할 수 있는 권리, 불만 사항의 구제를 위해 정부에 청원할 수 있는 권리를 제한하는 법률을 제정할 수 없다.

* 수정 제2조 : 잘 정비된 민병은 자유로운 각 주의 안보에 필수적이므로, 무기를 소지하고 휴대하는 국민의 권리를 침해할 수 없다.

* 수정 제3조 : 평화 시에 군인은 소유자의 승낙을 받지 않고서는 어떠한 민가에서도 숙영할 수 없으며, 전시에도 법률이 정한 방법에 따르지 않고서는 민가에서 숙영할 수 없다.

* 수정 제4조 : 부당한 수색과 체포로부터 신체럭∴첨서류 및 개인 재산을 보장받는 국민의 권리는 침해될 수 없다. 모든 영장은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하고 선서 또는 확약에 의해 지지되어야 하며, 특히 수색 장소, 체포 대상자 또는 압수 대상 물품명을 반드시 기재해야 한다.

* 수정 제5조 : 어느 누구도 대배심의 고발 또는 기소가 없는 한 사형에 해당하는 죄나 파렴치 범죄에 대해 심리를 받지 않는다. 다만 육해군이나 전시 또는 공공의 위기 상황에 현역 복무중인 민병대에서 발생하는 사건은 예외로 한다. 또한 어느 누구도 동일한 범행으로 생명이나 신체의 안전을 재차 위협받지 않으며, 어떠한 형사 사건에 있어서도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을 하도록 강요당하지 않는다. 정당한 법 절차에 의하지 않고서는 생명이나 자유, 재산을 박탈당하지 않는다. 또한 정당한 보상 없이, 사유 재산이 공공 이용의 목적으로 수용될 수 없다.

* 수정 제6조 : 모든 형사 소추에서 피고인은 범죄가 행해진 주와 미리 법률에 의해 지정되어 있는 지역의 공평한 배심에 의해 신속한 공판을 받을 권리가 있다. 또한 피고인은 피의 사건의 성질과 이유를 통고받을 권리가 있으며, 자기에게 불리한 증인과 대질 심문을 받을 수 있고 자기에게 유리한 증언을 확보하기 위해 강제 수속을 취할 수 있으며, 자신의 변호를 위하여 변호인의 도움을 받을 권리가 있다.

* 수정 제7조 : 보통법에 따른 소송 사건에서 분쟁가액이 20달러를 초과할 경우 배심에 의해 재판을 받을 권리가 보장되며, 배심에 의해 심리를 받은 사건은 보통법의 규정에 따라 미국 내의 어느 법원에서도 재심을 받지 않는다.

* 수정 제8조 : 과다한 보석금을 요구하거나 과다한 벌금을 부과하거나 잔혹하고 비정상적인 형벌을 가할 수 없다.

* 수정 제9조 : 본 헌법에 특정 권리들이 열거되어 있다고 해서, 그것이 국민들이 향유하는 그밖의 다른 권리들을 부인하고 경시하는 것으로 해석되어서는 안 된다.

* 수정 제10조 : 본 헌법에 의해 미국 연방 정부에 위임되지 않았거나 혹은 주 정부의 권리 행사가 금지되지 않은 권한들은 각 주 정부 또는 국민에게 유보된다.

노예 제도에 관한 논쟁

‘노예 제도’라는 말이 미국 헌법에 명시되어 있지는 않았지만, 헌법은 간접적으로 그 제도를 허용하고 있었다. 헌법제정회의에 파견된 대표자들은 각 주에서 선출할 수 있는 하원의원의 수를 결정할 때 노예의 5분의 3까지 계산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규정했다. 당시 헌법은 주 경계선을 넘어 도망쳐온 노예들을 노예주에게 되돌려주라고 요구했다. 또한 헌법은 1808년 이전에는 연방 의회가 노예무역(기존의 각 주 중 어느 주가 받아들이기에 적당하다고 인정하는 사람들의 이주 또는 입국)을 금지시키지 못하도록 정하였다.

이들 각 조항들은 헌법제정회의에서 열띤 논쟁을 거친 결과, 마침내 타협에 이르러 승인을 받았다. 알렉산더 해밀턴과 같은 북부의 노예 반대 단체의 일원들도 노예문제에 매달리는 것을 반대했다. 그들은 노예문제에 심각하게 매달리다 보면 주들 사이에 돌이킬 수 없는 분열이 초래될 것이며, 강력한 연방 정부 건립이라는 보다 절박한 목적을 위태롭게 만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지 워싱턴과 제임스 매디슨 같은 걸출한 남부인들도 노예 제도를 혐오하긴 마찬가지였지만 그들 역시 타협을 촉구했다. 그들은 연합이 확실하게 수립되기만 하면 노예 제도도 사라질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헌법제정회의에서 몇 차례에 걸쳐 도덕성 문제가 심각하게 제기되었다. 펜실베이니아의 고버뉴 모리스는 노예 제도가 “사악한 제도이며 노예 제도를 실시하고 있는 주들에 내려진 하늘의 저주”라고 비난했다. 그는 노예 제도가 없는 주들의 번영과 인간의 존엄성을 노예 제도가 실시되는 주들의 “불행과 빈곤”에 대조시켰다.

역설적이게도 헌법제정회의에서 가장 설득력 있게 노예 제도를 공격한 사람은 버지니아 주의 조지 메이슨이었다. 그는 제퍼슨이 “동 세대들 중에 가장 총명한 사람”이라고 불렀던 바로 그 사람이었다. 메이슨은 노예 제도가 “인간의 습관에 가장 유해한 영향을 미친다. 모든 노예주들은 작은 폭군으로 세상에 태어난다…노예제는 예술과 제조업을 가로막는다. 가난한 사람들은 노예들이 수행하는 노동을 보면서 노동을 멸시하게 된다…연방 정부가 노예 제도의 확대를 금지시킬 수 있는 권한을 가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이후 몇 년 동안 펼쳐졌던 노예 제도 폐지운동에서도 메이슨과 똑같은 주장, 똑같은 도덕적 격분이 뒤따랐다. 그러나 그 기간에는 노예 제도라는 주제가 기피되었다. 노예 제도라는 단어는 물론 노예 제도에 대한 도덕적 비난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다가 결국 미합중국 내에서 인간에 대한 속박을 근절시키고자 남북전쟁(1861~1865년)이라는 비극적인 사건이 발발했고, 마침내 미국은 인종간의 완벽한 평등에 이르는 험난한 길에 발을 들여놓기 시작했다.***

CHAPTER _ 2  헌법 해설 : 연방주의자 논문집

“그러나 정부 그 자체가 인간 본성에 대한 가장 위대한 심사숙고의 산물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 제임스 매디슨, 《연방주의자 논문집》, 1787~1788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 중 한 사람이자 이후 새 나라의 3대 대통령이 된 토머스 제퍼슨에게 《연방주의자 논문집》은 “정부의 원리에 대해 씌어진 가장 훌륭한 해설서”였다. 19세기 영국 철학자 존 스튜어트 밀은 《연방주의자 논문집》(85편의 짧은 논문들을 묶어서 통칭)을 “연방 정부에 대한 가장 교훈적인 논문”이라고 보았다. 프랑스의 훌륭한 정치철학자인 알렉시스 드 토크빌은 1835년에 “《연방주의자 논문집》은 모든 나라의 정치가들이 숙지해야 할 아주 탁월한 책”이라고 썼다.

동시대 역사학자와 법학자, 정치학자들은 《연방주의자 논문집》이 정치철학이나 실용주의 정치에 대해 이제까지 미국에서 씌어졌던 저술들 중 가장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는 데 뜻을 모았다. 《연방주의자 논문집》은 플라톤의 《공화국》,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 토머스 홉스의 《리바이어던》에 비견되었다. 또한 라틴아메리카, 아시아, 아프리카 지역의 수많은 신생국 지도자들은 자국의 헌법을 마련할 때 《연방주의자 논문집》을 참고했다. 

1787년 9월 17일, 필라델피아에서 미국 헌법 초안에 서명했던 대표자들은, 13개 주 중 최소 9개 주의 비준 회의에서 승인을 받은 후에야 비로소 헌법이 효력을 지니게 된다고 규정했다. 구체적으로 규정되어 있지는 않았지만, 뉴욕과 버지니아 같은 핵심적인 두 주 중 어느 한 주에서 부결될 경우, 두 주의 규모와 영향력 때문에 전체 기획이 무산될 가능성도 있었다. 뉴욕과 버지니아의 대표자들은 헌법에 대해 현격하게 다른 견해를 보였으며, 뉴욕 주지사인 조지 클린턴은 이미 분명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연방주의자 논문집》처럼 극찬이 자자하고 영향력이 큰 저술이라면, 분명 평생 동안 학문과 정치 경험에 매진한 성숙한 정치학자들의 결실로 여겨질 것이다. 그러나 실상 《연방주의자 논문집》은 대부분 두 젊은이의 저술로 완성되었다.

뉴욕의 알렉산더 해밀턴은 32세, 버지니아의 제임스 매디슨은 36세였으며, 두 사람은 아주 급박하게 논문을 완성했다.(4편의 논문을 단 일주일 만에 완성할 때도 많았다.) 이후 초대 연방 대법원장으로 임명되었던 노학자 존 제이도 5편의 논문을 실었다. 

독립전쟁 당시 워싱턴의 부관이었던 해밀턴은 매디슨과 제이에게 이 중요한 계획에 동참해달라고 청했다. 그들의 목적은 이제 갓 제정된 헌법이 뉴욕 주 비준 회의에서 승인될 수 있도록 설득하는 것이었다. 세 사람은 ‘퍼블리우스(Publius)’라는 동일한 필명으로, 헌법에 대한 설명과 지지가 담긴 편지를 각자 뉴욕 신문에 잇따라 기고하기로 했다. 그 계획을 처음 실행에 옮긴 사람은 해밀턴으로서, 그는 앞으로 논의하게 될 주제를 개괄한 뒤, 51통의 편지를 통해 그 주제들 대부분에 대해 힘차게 논지를 펴나갔다.

그러나 가장 주목할 만한 편지는 바로 솔직함과 균형감각, 논리적 힘이 잘 어우러진 매디슨의 편지 29통이었다. 1787년 10월에서 1788년 5월 사이에 씌어진 《연방주의자 논문집》이 과연 헌법 비준을 꺼리던 뉴욕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었는지는 확실치 않다. 그러나 이 논문집이 헌법에 대한 가장 권위적인 해설서로 남아 있는 것만큼은 분명한 사실이다.

새로운 연방주의

《연방주의자 논문집》에서 최초로 연방주의에 대한 뚜렷한 정의가 내려졌다. 초기 미국 식민지 개척자들은 억압적인 군주정치에 대항한 독립전쟁에서 이제 막 승리를 쟁취한 뒤였기 때문에, 또다시 여과되지 않은 중앙집권적 체제를 받아들이고픈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그러나 그들은 연합규약 하에서 개별 주들 사이의 시기와 경쟁으로 인한 불안정과 혼란을 경험했으므로, 더 강력한 연방 정부의 수립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연방주의자 논문집》은 그 어디에서도 이루어지지 않았던 전혀 새로운 종류의 균형이 가능하리라고 역설했다. 실제로 《연방주의자 논문집》 내에서도 항구 도시 뉴욕의 상업적인 이해를 대변하고 있던 해밀턴의 국가주의 성향과, 대다수 버지니아 농민들과 마찬가지로 멀리 있는 권위에 대해 의혹에 사로잡혀 있던 매디슨의 경계심이 균형을 이루고 있었다.

연합규약은 각 주의 절대적인 주권을 옹호하지만, 이와 달리 매디슨은 국가적 관심을 필요로 하지 않는 모든 지역에서는 각 주들이 ‘잔여 주권’을 보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매디슨은 헌법 비준 과정이 국가주의보다는 연방주의 개념을 상징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헌법에 대한 동의와 비준은 국민들에 의해 이루어진다. 이때 국민이라 함은 전체 국가를 구성하는 개인이 아니라 각자가 속해 있는 개별 주들을 구성하는 개인들을 말한다…그러므로 헌법을 수립하는 이 행위는 국가적인 행위가 아니라 연방적인 행위가 될 것이다.

해밀턴은 연방 정부와 주 정부 사이의 권력을 이른바 ‘동반자’ 관계로 보자고 제안했다. 그는 각 주들을 각기 독립적인 지위를 가진 채 태양의 주위를 공전하는 행성들에 비유했는데, 이는 중앙 권력을 더 강조하는 것이었다.

해밀턴과 마찬가지로 뉴욕 출신의 제이 역시 위기의 시대에 뿔뿔이 분열되었던 고대 그리스와 근대 유럽의 동맹 관계들을 예로 들었다. 《연방주의자 논문집》의 저자들 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긴 했지만 교훈은 분명했다. 즉, 훌륭한 국가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제한적이기는 하나 중앙 정부에 중대한 권력을 이양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었다. 그들은 개별 주들의 독자성이나 자치권을 침해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이 목적을 이룰 수 있다고 믿었다.

견제와 균형

《연방주의자 논문집》은 또한 정부의 권한을 제한하고 권력 남용을 방지할 수 있는 방법으로 정치 문헌에서 견제와 균형이라는 개념을 찾아내 최초로 언급했다. 견제와 균형은 양원제 입법부와 관련해서 주로 사용되는 말이며, 해밀턴과 매디슨 두 사람은 양원제 입법부를 가장 강력한 정부 부서로 보았다. 애초에 예상했던 바대로, 보통 선거를 통해 선출된 열정이 넘치는 하원의원들은 연방 의회에 의해 임명된 보다 보수적인 상원에 의해 견제와 균형을 이루게 되었다.(1913년에 추가된 수정헌법 제17조는 상원의원에 대해서도 보통 선거를 실시하도록 이 조항을 수정하였다.) 그러나 매디슨은 “부部가 부를 견제해야 한다”는 논리를 보다 일반적으로 역설한 반면, 해밀턴은 “민주적인 의회는 민주적인 상원에 의해 견제되어야 하고, 그 둘은 민주적인 대통령에 의해 견제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밀턴은 자신의 가장 훌륭한 78호 논문에서, 연방 대법원은 연방 의회나 주 의회에 의해 통과된 법률의 합헌성을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지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의회에서는 “해로운 분파의 입김에 의해 정의의 원천이 중독될” 가능성이 가장 높으므로, ‘위헌법률심사제’라는 역사적으로 중요한 이 권한으로 의회를 적절하게 견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국에서는 의회가 법원의 결정에 대해 불만을 느낄 때면 언제든 다수결 투표를 통해 그 결정을 무효로 만들 수 있다. 그러나 해밀턴은 그러한 영국식 제도를 단호히 거부했다. 그는 오히려 “법원들은 입법부의 침해에 맞서 헌법을 보호하는 보루로 여겨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하고 까다로운 헌법 수정 절차나 연방 대법원 구성원들의 점진적인 인식 전환이 있어야만 헌법에 대한 사법부의 해석을 번복할 수 있었다. 

인간의 본성, 정부, 그리고 개인의 권리

견제와 균형이라는 개념 이면에는, 인간의 본성에 대한 심오하고 현실적인 시각이 뒷받침되어 있었다. 매디슨과 해밀턴은 최선의 상태에서 인간은 누구나 논리력·자제력·공정성을 발휘할 수 있다고 믿었지만, 그러면서도 또한 인간이 격정과 편협함, 탐욕에 쉽게 빠져들 수 있다는 사실도 인정했다. 자유 수호에 필요한 조치들에 대한 논의가 끝난 뒤, 매디슨은 다음과 같은 유명한 구절을 남겼다.

정부의 권력 남용을 통제하는 데 이러한 장치들이 필수적이라는 결론은 바로 인간 본성에 대한 심사숙고의 소산일 것이다. 그러나 정부 그 자체가 바로 인간의 본성에 대한 가장 위대한 심사숙고의 산물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만약 사람들이 천사라면 어떠한 정부도 필요치 않을 것이다. 만약 천사들이 통치한다면, 정부에 대한 어떠한 외적·내적 통제도 필요치 않을 것이다. ‘사람 위에 사람’에 의해 관리되는 정부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점이 바로 이것이다. 즉 우선은 정부로 하여금 피통치자를 통치할 수 있게 해야 하고, 그후에는 정부 그 자체를 통치하도록 강제해야 한다는 점이다.

《연방주의자 논문집》에서 가장 인상적이고 독창적인 10호 논문에서, 매디슨은 이와 같은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하고 나섰다. 그는 정치적 “분파의 폭력성을 타파하고 통제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데 중점을 두었다. 여기서 분파란 정당들을 의미하며, 매디슨은 민주정치의 최대 위험이 바로 정당들이라고 여겼다.

나는 수많은 시민들이 타인의 권리나 혹은 영속적이고 집합적인 공동체의 이해에 반하여, 개인의 욕망이나 이해관계라는 일반적인 충동에 의해 서로 결속되고 행동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이처럼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욕망이나 이해관계들은 종교적·정치적이거나 대개는 경제적인 성격을 띤다. 분파는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채권자와 채무자, 혹은 소유 재산의 종류에 따라 사람들을 분열시킨다. 매디슨은 이렇게 썼다.

소소한 이해관계들과 더불어 토지 소유와 제조업·상업·금전상의 이해관계들이 문명국에서 필수적으로 나타나게 되며, 다양한 정서와 견해가 작용하면서 스스로를 다양한 계급으로 분화시킨다. 이처럼 다양하고 상충된 이해관계들을 규제하는 것이 바로 현대 입법부의 가장 중요한 임무이다.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자유로운 사람들이 그토록 수많은 경쟁적 주장들과 그로부터 생겨난 분파들을 어떻게 중재할 수 있겠는가? 욕망이나 이기심을 법으로 금지시킬 수는 없으므로, 적합한 정부 형태가 나서서 소수든 다수든 어떠한 분파든 간에 그들이 공동선에 반하는 의지를 강요하지 못하도록 저지해야만 한다. 매디슨에 따르면, “거만한 분파를 꺾을 수 있는 하나의 방안이 바로 공화제(혹은 대표제) 정부 형태이며, 공화제 정부 형태는 시민이 선택한 기구를 매개로 하여 대중적인 견해들을 가다듬고 확대시키는 데 이바지한다.”

그러나 매디슨이 가장 중요하게 여겼던 것은, 새로운 헌법이 제안한 연방 정부 하에서 공화국의 지리적·국민적 기반이 확대된다는 사실이었다. 그는 이렇게 썼다.

작은 공화국에 비해 큰 공화국에서는 각 대표들이 더 많은 시민들에 의해 선출될 것이므로, 사악한 술책을 일삼는 부적격 입후보자들이 선거에서 성공을 거두기란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다…당쟁을 일삼는 지도자들의 영향력이 출신 주를 포함하여 몇몇 특정 주들 내에서는 불꽃처럼 타오를지는 모르나, 다른 주들까지 불길이 번져나가도록 하지는 못할 것이다.

여기서 강조되고 있는 것은 다원주의 원칙이다. 다원주의는 그 자체가 개인의 다양성과 자유의 증거이기도 하지만, 그와 더불어 상충하는 욕망과 이해관계를 중화시키는 긍정적인 효과 때문에 더욱더 다양성을 환영한다. 미합중국 내에 존재하는 다양한 종교적 신앙들로 인해 단일 교회 수립을 강제하기가 어렵듯이, 마찬가지로 각 주들마다 다양한 종교와 각기 다른 관심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압제적으로 변해버릴지도 모르는 부패한 분파 혹은 당이 국민적 성공을 거두기란 어려울 것이다. 미국 주요 정당들의 성장 과정을 통해 매디슨의 주장이 입증된 바, 정당들은 각기 분파적이고 경제적인 이해관계의 다양성을 포괄하기 때문에 온건하고 무이념적인 경향을 띠게 되었다.

삼권분립

중앙집권적인 권력의 횡포를 막기 위해 다양한 정부 부서들의 권력을 분립시킨다는 개념은 보다 큰 범주의 견제와 균형에 해당된다. 그러나 《연방주의자 논문집》은 권력 분립이 정부의 효율성과 유효성을 증대시킨다는 또 다른 미덕을 발견했다. 다양한 정부 부서들은 각각의 전문적 기능에 한정되기 때문에 자기 역할에 대한 전문 지식은 물론 자부심까지 발전시키게 된다. 정부 부서들이 서로 상당 부분 중복되는 업무를 공동으로 수행했다면, 이러한 성과를 기대하기란 어려웠을 것이다.

어떤 하나의 기능을 수행하는 데 필수적인 자질들이 다른 기능을 수행하는 데에는 적합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므로 해밀턴은 외국의 공격에 맞서 나라를 지키고, 공정하게 법을 행사하며 개인의 자유와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서는(해밀턴은 이 세 가지 권리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고 보았다) “행정부의 힘”이 필수적이라고 보았다. 이와 달리, 국민들로부터 신망을 얻어 국민들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해야 하는 입법자에게는 활기보다는 “신중함과 지혜”가 최고의 자질이다.

행정적인 권한이 대통령 한 사람에게 부여되는 이유도 바로 이와 같은 다양한 요구들 때문이다. 다수가 행정 책임자가 되면 마비 상태가 초래될 수 있고 “심각한 국가 비상시에 가장 중요한 정부 조치들을 방해”할 수도 있다. 다시 말해, 일단 입법부가 국민들의 의사를 반영하여 법안을 통과시킴으로써 신중하고 충분한 토의를 통해 판결에 이르렀다면, 행정부는 예외를 주장하는 이기적인 변론을 억누르면서 편파적인 판단에 치우침 없이 확고하게 그 법을 시행해나가야 한다. 또한 행정부는 외국의 공격이 있을 시에 즉각적으로 강력하게 대응할 수 있는 권한과 힘을 가져야 한다. 사법부 역시 특수한 자질을 요한다. 힘과 신속함을 요하는 행정부, 대중의 정서에 대응하고 타협을 이끌어내는 능력을 요하는 입법부와 달리, 사법부는 “청렴과 중용”을 필요로 한다. 판사들은 종신 임기를 부여받음으로써 국민과 행정부, 입법부의 압박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정치학에 대한 끝없는 의문들

《연방주의자 논문집》에서 정부와 사회, 자유, 폭정, 정치가의 본성 등에 대한 탁월한 고찰들을 언제나 쉽게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논문 대부분은 시대에 뒤처져 있거나 지루하고 고루한 문체로 되어 있다. 논문 작성자들은 자신들의 생각을 질서정연하고 이해하기 쉬운 형식으로 정리할 만한 시간도 없었고, 또 그럴 생각도 없었다. 그러나 해밀턴과 매디슨의 정치이론과 실천에 대한 끝없는 의문들에 대해 진지한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에게는 아직도 《연방주의자 논문집》이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문서로 남아 있다. 20세기의 저명한 정치사학자인 클린턴 로시터는 이렇게 기록했다.

어떠한 문필가도 이보다 더 유창하고 강단이 넘치는 교훈적 대답들을 제시한 적이 없었다. 《연방주의자 논문집》의 교훈은 다음과 같다. 자유 없이는 행복이 없고, 자치 정부 없이는 자유가 없으며, 입헌정치 없이는 자치 정부가 없고, 도덕성이 없으면 입헌정치가 불가능하다. 그리고 안정성과 질서 없이는 이 모든 위대한 산물이 성립될 수 없다.

CHAPTER _ 3  행정부 : 대통령의 권한

“대통령은 국민들로부터 모든 권한을 위임받는다.”  －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의 취임 연설문, 1861년

유럽의 주요 국가들이 군주제를 세습하고 있던 당시 상황에서, 제한된 임기를 가진 대통령을 선출한다는 생각은 가히 혁명적인 것이었다. 그러나 1787년에 채택된 헌법은 대통령에게 행정권을 부여했으며, 그 원칙은 오늘날까지 지속되고 있다. 헌법은 또한 부통령의 선출도 규정하고 있으며, 대통령이 사망하거나 사직하거나 직무 수행 능력을 상실할 경우에 부통령이 대통령의 직무를 이어받게 된다. 헌법은 대통령의 임무와 권한에 대해서는 자세하게 밝히고 있지만, 부통령이나 14명의 연방 부서장들로 구성된 대통령 내각 또는 여타 연방 공무원들에게는 특정한 행정권을 위임하지 않았다.

강력하고 단일한 대통령의 지위 창출에 대해 헌법제정회의 내에서 논의가 분분했다. 몇몇 주에서는 여러 위원들로 이루어진 행정 자문위원회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그 제도는 수 년 동안 스위스에서 상당한 성공을 거둔 뒤에 채택된 것이었다. 벤저민 프랭클린은 미합중국에서도 그와 유사한 제도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영국 왕실의 과도한 행정권에 대해 여전히 분개하고 있던 수많은 대표자들은 대통령의 강력한 지위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였다. 그러나 마침내 한 사람의 대통령이 엄격한 견제와 균형 하에 권한을 행사해야 한다는 주장이 승리를 거두었다.

헌법에 따르면, 대통령 출마 자격은 미국에서 출생한 35세 이상의 미국 시민이어야 한다. 대통령 후보자는 대통령 선거 몇 달 전에 정당에 의해 선출되며, 대통령 선거는 4년마다 11월 첫째 주 월요일 다음날인 첫째 주 화요일에 시행된다. 1951년에 추가된 수정조항 제22조는 대통령의 연임을 2회로 제한한다.

부통령은 대통령과 함께 임무를 수행한다. 부통령은 대통령의 직위를 물려받는 동시에 상원의 의장이 된다. 1967년에 채택된 수정조항 제25조는 대통령의 직위 승계 절차를 더욱 상세하게 명시했다. 수정조항은 대통령이 직무 수행 능력이 없을 경우, 부통령이 어떤 조건에서 대통령직을 물려받을 수 있는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또한 대통령이 직무 능력을 회복하면 다시 대통령직에 복귀할 수 있으며, 부통령이 공석일 경우 대통령은 의회의 동의를 거쳐 부통령을 임명할 수 있다는 내용도 수정조항에 포함되어 있다.

헌법에 따라, 의회는 부통령의 뒤를 이어 대통령의 권한을 승계하는 순위를 정할 수 있다. 오늘날에는 대통령과 부통령이 모두 공석일 경우 하원 의장이 대통령직을 승계하도록 되어 있다. 다음으로는 상원 임시의장(부통령 부재 시에 상원 회의를 주재하도록 선출된 상원의원)이, 그 다음으로는 내각 각료들이 정해진 순서에 따라 대통령 권한을 승계하게 된다.

정부 소재지는 동해안의 메릴랜드와 버지니아 주 사이에 위치한 연방 영토인 워싱턴 D.C.(컬럼비아 특별구)이다. 대통령 관저인 백악관도 그곳에 위치하고 있다.

대통령 선출은 미국 특유의 절차에 따라 실시된다. 투표용지에는 후보자들의 이름이 적혀 있기는 하지만, 절차상 국민들이 대통령이나 부통령을 직접 선출하는 것은 아니다. 대신 각 주의 유권자들은 각 주 의회의 상하원 의석수와 동일하게 대통령 ‘선거인단’을 선출한다. 각 주에서 가장 높은 표를 획득한 후보가 그 주의 전체 ‘선거인 투표’에서 승리하게 된다.

50개 주와 컬럼비아 특별구의 선거인들은 총 538명에 이르며, 그들이 선거인단을 구성한다. 헌법에 따라 선거인단은 결코 한자리에 모일 수 없다. 대신 각 주의 선거인들은 선거가 끝난 직후 주도州都에 모여, 주에서 실시된 일반 투표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은 후보에게 투표를 실시한다. 대통령 후보자는 선거인 총 538명 중 270명의 표를 얻어야만 대통령에 선출될 수 있다. 만약 다수표를 얻은 후보가 없을 경우, 하원에서 각 주의 모든 의원들이 한 단위로 투표를 하여 당선자를 결정하도록 헌법에 규정되어 있다.

대통령의 4년 임기는 11월 선거가 끝난 이후 이듬해 1월 20일에 시작된다.(처음에는 3월부터였으나 1933년에 비준된 수정조항 제20조에 의해 날짜가 변경되었다.) 대통령은 취임식을 시작으로 직무를 시작하는데, 전통적으로 취임식은 의회가 열리는 연방회의 의사당 계단에서 거행된다. 그리고 연방 대법원장의 주재 하에, 대통령의 공식적인 취임 선서가 진행된다. 선서문은 헌법 제2조에 다음과 같이 명시되어 있다. “나는 미합중국 대통령의 직무를 충실히 수행하며, 최선을 다하여 미합중국의 헌법을 보전하고 보호하고 수호할 것을 엄숙히 선서한다.” 취임 선서식 이후 새 대통령은 취임 연설을 통해 통치 방침과 계획들을 개략적으로 설명한다.

대통령의 권한

미합중국 대통령 직위는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직위 중의 하나이다. 헌법에 따르면, 대통령은 “법률이 충실하게 집행되도록 돌보아야 한다.” 대통령은 이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연방 정부의 행정부를 주재한다. 행정부는 백만 명의 현역 군대를 포함, 총 4백만 명에 이르는 광대한 조직이다. 뿐만 아니라, 대통령은 중요한 입법·사법적 권한도 지닌다.

행정적 권한

대통령은 행정부 자체 내에서 국무와 연방 정부의 활동을 관할하는 광범위한 권력을 지닌다. 대통령은 행정 명령으로 불리는 법률과 규제와 규정을 발포할 수 있다. 행정 명령은 연방기관들에 대해 법적 구속력을 지니기는 하나 의회의 동의를 필요로 하지는 않는다. 대통령은 또한 미합중국 육·해군의 총사령관으로서, 각 주의 방위군들을 연방 군대로 소집할 수 있다. 전시나 국가 비상시에 의회는 국가 경제를 관리하고 미합중국의 안보를 수호하도록 대통령에게 더 광범위한 권력을 부여한다.

대통령은 모든 행정 부서장과 기관장, 그리고 수백 명의 고위 연방 공직자들을 임명하고 상원이 이를 비준한다. 그러나 대다수의 연방 직원들은 공무원 제도를 통해 발탁되며, 임명과 승진은 능력과 경험에 따라 이루어진다.

입법적 권한

헌법은 “모든 입법적 권한”이 의회에 부여된다고 규정하였지만, 대통령은 공공 정책의 최고 수립자로서 주요한 입법적 역할을 담당한다. 대통령은 의회에 의해 통과된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대통령의 거부권에 대해 상하 양원에서 각각 3분의 2 이상의 반대표를 얻지 못할 경우 법안은 법률로 성립되지 못한다.

의회에서 다루는 대부분의 법안들은 행정부의 발의를 토대로 기초된다. 대통령은 의회에 보내는 연두교서나 특별교서를 통해 자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법안을 제안하게 된다. 만약 의회가 대통령의 법안 제안에 대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미룰 경우, 대통령은 특별 회의를 소집할 수 있는 권한을 지닌다. 그러나 이러한 직무상의 역할 이외에도 대통령은 정당의 당수이자 미국 정부의 행정부 수반으로서 여론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그로 인해 의회 내의 법률 제정 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치에 서 있다.

최근의 대통령들은 의회와의 실무 관계를 향상시키기 위해 백악관 내에 의회 연락사무실을 두고 있다. 대통령 보좌관들은 모든 중요한 입법 활동에 보조를 맞추며, 양당의 상·하원 의원들로 하여금 행정정책을 지지하도록 설득한다.

사법적 권한

헌법에 명시된 대통령의 권한 중에 주요 공직자를 임명할 수 있는 권한이 포함되어 있다. 대통령은 상원의 인준을 거쳐 연방 대법원 판사 및 연방 판사들을 임명할 수 있다. 또 다른 중요한 권한은, 대통령이 연방 법률을 위반하여 유죄 판결을 받은 자(탄핵 대상은 제외)에 대해 완전 사면 또는 조건부 사면을 베풀 수 있는 권한이다. 사면권에는 형기를 단축하고 벌금을 감면해주는 권한까지 포함된다.

외교 통상에 관한 권한

헌법에 따라 대통령은 미합중국과 타 국가 간의 관계에 대해 일차적인 공식 책임을 지는 연방 관리이다. 대통령은 대사와 외교사절, 영사를 임명하며(상원의 비준 여부에 따라 임명이 결정된다), 외국 대사와 그밖의 공직자들을 접견한다. 대통령은 국무장관과 함께 타국 정부들과의 공식 접촉을 유지한다. 때에 따라 대통령은 국가 원수들이 직접적인 협의를 위해 만나는 정상회담에 참여하기도 한다. 그런 맥락에서 우드로 윌슨 대통령은 제1차 세계대전 말엽에 미국 대표단을 이끌고 파리 강화회의로 향했으며, 프랭클린 D. 루스벨트 대통령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동맹국 지도자들과 만났다. 그후 모든 대통령들은 경제적·정치적 논의들을 토론하고 양국간 혹은 다국간 합의를 이루기 위해 세계 지도자들과 자리를 나란히 했다.

대통령은 국무성을 통해 해외에 거주중인 미국인과 미합중국 내의 외국인들을 보호해야 할 책임을 지닌다. 대통령은 새로운 나라와 새로운 정부에 대한 인정 여부를 결정하고 다른 나라와 조약을 체결할 수 있는데, 상원의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있을 시에는 그 조약이 미합중국에 대해 구속력을 가지게 된다. 또한 대통령은 타 국가와 ‘행정 협정’을 협의할 수 있으며, 이는 상원의 승인 없이도 가능하다.

대통령의 권한에 대한 제약

대통령이 국내와 국제무대에서 두드러진 존재라는 점에서 볼 때 대통령의 역할과 책임은 매우 방대하다. 그 때문에 정치분석가들은 대통령의 권한에 대해 특히 중점을 두어왔다. 프랭클린 D. 루스벨트 재임 기간 동안 대통령직의 역할이 눈에 띄게 확대되었던 것에 대해, 몇몇 정치분석가들은 “제왕적 대통령”이라고까지 말하기도 했다.

신임 대통령이 처음으로 발견하게 되는 냉정한 현실 중에 하나는, 세습적인 관료정치 구조를 관리하기도 어렵고 방향을 바꾸는 일도 더디다는 사실이다. 대통령의 임명권은 3백만 명에 이르는 연방 정부 직원 중 3천여 명에게까지만 미친다.

대통령은 정부 기구가 대통령의 의도와 관계없이 독자적으로 운영될 때가 많으며, 이전의 행정부들도 그러했고 미래에 올 행정부도 계속 그렇게 유지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취임하자마자 신임 대통령들은 떠나는 행정부가 미처 매듭짓지 못하고 남겨둔 결정 사항들에 직면하게 된다. 신임 대통령은 법률에 의해 시행토록 규정되어 있는 주요 지출 계획들(재향군인 수당, 사회보장 급부금, 고령자들을 위한 건강의료보험 등)과 함께, 취임 오래전에 법으로 공식 규정되어 있던 예산안까지 물려받는다. 대외 문제와 관련하여 대통령은, 전임 대통령이 체결한 조약과 비공식 협정들을 그대로 따라야만 한다.

신임 대통령은 선거 직후에 만끽했던 행복한 ‘밀월’의 도취감이 사라지고 나면 의회가 더 비협조적으로, 언론이 더 비판적으로 변화되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대통령은 다양하고 간혹 적대적으로 상충되기도 하는 경제적·지리적·윤리적·이념적 이해관계들 사이에서 잠정적인 동맹이라도 수립해야만 한다. 또한 법안 채택을 위해서는 반드시 의회와 타협을 이루어야 한다.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의회에서 법안을 저지하기란 매우 쉽다. 그러나 법안을 통과시키기는 훨씬 어렵다”고 한탄했다.

이러한 제약이 존재하는 상황에서도 모든 대통령은 부분적으로나마 자신이 세운 입법 목표들을 달성하였으며, 거부권 행사를 통해 국익을 최대화하는 데 기여하지 않는다고 여겨지는 법률의 제정을 막았다. 조약 체결을 포함하여 전쟁과 평화 문제를 다룰 때 대통령의 권한은 매우 중요하다. 게다가 대통령은 구상한 바를 뚜렷하게 표명하고 정책을 옹호하기 위해 자신의 독특한 지위를 이용할 수 있다. 그러므로 대통령의 구상과 정책은 정치적 맞수들의 구상과 정책에 비해 훨씬 더 효과적으로 대중의 의식에 파고들 기회를 가지게 된다.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은 대통령직의 이러한 양상을 일컬어 “약자를 괴롭히는 제단”이라고 했다. 대통령이 문제를 제기하기만 하면 반드시 대중적 논쟁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대통령이 공직 내외부의 다른 어느 미국인들보다 훨씬 큰 권한과 영향력을 가지고 있음은 분명하다.

행정 각부

연방 법률의 집행과 관리는 다양한 행정 각부들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으며, 각부들은 국내외에서 발생하는 특정 부문의 문제들을 담당하기 위해 의회에 의해 창설된 것이다. 대통령은 상원의 비준 하에 14개 행정 각부의 장관을 임명하며, 장관들은 일반적으로 대통령 ‘내각’으로 알려져 있는 자문위원회를 형성한다. 14개 행정 각부뿐만 아니라, 백악관 비서실에도 수많은 참모 조직들이 소속되어 있다. 이들 참모 조직에는 백악관 참모, 국가안전보장회의, 행정관리예산국, 경제자문위원회, 통상대표부, 과학기술정책국이 있다.

헌법에는 대통령 내각에 대한 규정은 명시되어 있지 않다. 헌법에는 대통령이 행정 각부 장관들에게 서면을 통해 각 책임 영역에 대해 의견을 물을 수 있다는 규정은 있지만, 행정 각부의 명칭이나 직무에 대해서는 명시되어 있지 않다. 마찬가지로 각료의 자격 요건도 구체적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다.

내각은 실질적인 필요에 따라 헌법의 테두리 밖에서 발전되었으며, 미국의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 시절에도 대통령이 자문이나 조력 없이 직무를 수행하기란 불가능한 일이었다. 내각은 대통령마다 각기 독특하게 구성하였다. 내각의 자문에 크게 의존하는 대통령이 있는가 하면, 내각의 자문에 의존하는 정도가 미미하거나 혹은 내각의 자문을 아예 무시하는 대통령도 있다. 내각 위원들이 대통령의 자문 역할을 하든 하지 않든 간에, 그들은 특정한 관심 부문에서 이루어지는 정부의 활동을 감독해야 하는 책임을 지닌다.

행정 각부는 워싱턴은 물론 전국 각지에 사무소를 두고 있으며 직원 수만 해도 수천 명에 이른다. 행정 각부는 부·국·처·청으로 나뉘어 있으며, 각기 독특한 임무를 수행한다.

농무부

농무부는 생산자와 소비자들을 위해 공정한 가격과 안정적인 시장을 보장하고자 농업 생산을 지원하며, 농가 소득을 향상·유지시키고 해외 농업 생산물 시장을 개발·확대시키기 위해 힘쓴다. 농무부는 저소득층에게 식량배급표를 발행하고, 영양에 관한 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하며, 우선적으로는 어린이·임산부·고령자들에게 식량을 지원함으로써 가난과 기근, 영양부족을 억제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또한 토지 소유주들이 토양과 물, 삼림 및 기타 여러 천연자원들을 보존하도록 도와줌으로써 생산력을 유지시킨다.

농무부는 농촌 개발 및 신용대부, 자연보존 정책을 시행하여 국내 성장 정책 집행에 이바지하며, 모든 농업 분야에서 과학적·기술적 연구를 실시한다. 또한 검사와 등급 제도를 통해 시중에 유통될 식품의 질적 기준을 보증한다. 농무부 산하 농업연구소(ARS)는 국가 최우선 과제인 농업 문제의 해결책을 개발하기 위해 힘쓰며, 국립농업도서관을 운영함으로써 전문 연구자에서부터 일반 대중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계층의 사용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농무부 산하 해외농업국(FAS)은 해외 전문가를 고용하여 미국 농가 및 사업상의 이익을 위해 외국 농업을 조사하도록 함으로써, 미국 농업의 수출 증진과 기타 업무에 이바지한다. 또 다른 농무부 산하 기관인 미국 산림국은 광범위한 국유림과 자연보호구역을 관리한다.

상무부

상무부는 미국의 국제 무역과 경제 성장, 기술 발전 증진을 목표로 한다. 상무부는 국제 시장에서 미국의 경쟁력을 증대시키기 위해 원조와 정보를 제공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소주주 소유 사업을 육성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시행하며, 기업과 정부 입안자들에게 통계 자료 및 경제적·인구통계학적 정보를 제공한다.

상무부는 다양한 기관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를테면, 미국표준기술연구소는 기술과 측정기구 및 표준도량형을 개발·적용하는 산업에 주력함으로써 경제 성장을 촉진시킨다. 미국기상청을 포함하는 미국해양대기관리처는 지구 환경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키고 국내 연안자원과 해양자원을 보존하기 위한 업무를 수행한다. 미국특허상표청은 특허 제출자와 발명가들의 창작품과 발명품에 대해 독점권을 보장함으로써 과학과 유용한 기술의 발전을 증진시킨다. 미국통신정보관리국은 대통령에게 통신 정책을 권하고, 기술 혁신에 박차를 가하며, 경쟁을 장려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며, 소비자들에게 보다 낮은 가격으로 보다 양질의 통신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한다.

국방부

국방부는 세계 최대의 사무실용 빌딩인 펜타곤에 본부를 두고 있으며, 국가의 군사 안보와 관련된 모든 문제들에 책임을 진다. 국방부는 백만 명의 남녀 현역군인으로 구성된 미합중국 군대를 운영한다. 비상시에는 방위군으로 알려져 있는 150만 명의 주 예비군들이 미합중국 군대를 지원한다. 뿐만 아니라, 국방부 소속 약 73만 명의 민간인 직원들이 연구와 첩보 활동, 지도 제작, 국제 안보 등의 분야에 종사한다. 국가안전보장국은 미국 정부 활동을 지지하는 고도로 전문화된 첩보 활동들을 조정려治첨수행하며, 이 역시 국방장관의 지휘를 받는다.

국방부는 각기 독자적으로 조직된 육군·해군·해병대·공군 4부는 물론, 4군의 사관학교와 국방대학·합동참모본부 및 몇몇 특수 전투사령부를 지휘한다. 국방부는 조약을 이행하고 국가의 외딴 영토를 지키며, 공중전에 대비하여 군대를 지원하기 위해 해외 병력을 유지한다. 비군사적 임무에는 홍수 방지, 해양 자원 개발, 석유 매장량 관리가 포함된다.

교육부

미국 교육 체계에서 학교는 일차적으로 지역의 책임 사항이지만, 교육부는 미국 교육에서 발생하는 중요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전국적인 지도자들을 두며, 주와 지역의 의사 결정자들이 지역 학교들의 발전을 도와주는 정보센터 역할을 담당한다. 교육부는 학자금 대부 프로그램, 혜택을 받지 못한 장애 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 직업교육 프로그램 등의 연방 교육 지원 프로그램을 위해 정책을 수립, 시행한다.

1990년대에 교육부는 다음과 같은 문제들에 중점을 두었다. 즉 교육부는 모든 학생들의 수준을 높이고 교육의 질을 향상시키며, 아동 교육에 부모와 가족들을 동참시키며, 안전하고 기강이 서 있는 마약 없는 학교를 만들고, 학교와 직장 간의 연계를 강화하며, 대학에 진학하고자 하는 학생들에 대해 재정 지원 방법을 늘리고, 모든 학생들이 과학 기술 지식을 습득하도록 돕는다.

에너지부

1970년대 미국의 에너지 문제에 대한 염려가 커져가자, 의회는 즉시 에너지부를 창설하였다. 그전에 이미 몇몇 정부 기관들이 에너지 분야를 다루고 있었는데, 에너지부가 그 역할을 인수받았다. 에너지부 내의 참모부들은 에너지 기술의 연구, 개발 및 시범, 에너지 생산과 사용 규제, 석유 가격 결정과 배당, 핵심 에너지에 대한 자료 수집 및 분석 프로그램을 책임진다.

에너지부는 에너지 생산에 따른 유해한 영향을 최소화하고자 일정한 기준을 정함으로써 환경 보호에 힘쓰고 있다. 예를 들어, 에너지부는 환경과 건강에 관련된 연구를 하고 있는데, 에너지 관련 오염물질과 그것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도 이에 포함된다.

보건후생부

보건후생부는 3백여 개의 프로그램을 감독하며, 다른 연방 기관들에 비해 보다 직접적으로 미국인들의 삶과 맞닿아 있다. 가장 큰 산하 기관인 보건의료재정국(HCFA)은 노인의료보험(Medicare)과 국민의료보장(Medicaid) 프로그램을 시행함으로써, 대략 미국인 5명 중 1명에게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노인의료보험은 3천만 명에 달하는 고령의 장애자들을 위해 건강보험을 제공한다. 국민의료보장은 연방 정부와 주 정부가 연계 실시하는 프로그램으로서, 1,500만 명의 어린이를 포함하여 총 3,100만 명에 이르는 저소득층을 위해 의료보장을 제공한다. 

보건후생부는 또한 세계 최고의 의료 연구 기관인 미국국립보건원(NIH)을 관리하면서, 암이나 알츠하이머병, 당뇨병, 관절염, 심장병, 에이즈 같은 질병과 관련하여 3만여 개의 연구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있다. 다른 산하 기관들은 국내 식품과 의약품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감독하고, 전염병의 발생을 막으며, 국내 아메리카 인디언과 알래스카 원주민들에게 의료 혜택을 제공하고, 약물 남용 방지와 중독 재활 치료 및 정신건강 보장의 질과 이용 가능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일조한다.

주택도시개발부

주택도시개발부는 공동체 사회의 발전을 지원하고 국민들을 위해 알맞은 가격의 주택 공급을 돕는 프로그램들을 유지한다. 주택도시개발부가 집행하는 공평주택법은 개인과 가정이 차별 없이 주택을 구입할 수 있도록 보장하기 위해 마련되었다. 주택도시개발부는 가정이 주택을 소유하도록 돕는 저당보험 프로그램과 주택을 구입할 여유가 없는 저소득층을 위해 임대료 보조금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외에도 지역주민의 재기를 돕고, 도시 환경의 황폐화를 막으며, 새로운 지역사회 개발을 장려하는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주택도시개발부는 주택시장에서 주택 구매자들을 보호하고, 주택산업을 활성화하는 프로그램을 육성하고 있다.

내무부

내무부는 주요한 자연보호 기관으로서 미국 내에 연방 소유로 되어 있는 대부분의 공유지와 천연자원을 책임진다. 미국어류야생생물보호국은 500개의 야생생물 보호구역, 37개의 습지 보호구역, 65개의 어류 부화장과 야생동물법 집행기관들의 연결망을 관리한다. 국립공원관리국(NPS)은 370개가 넘는 국립공원과 산, 경관이 빼어난 공원도로와 해안도로, 해변, 휴양지, 역사유적지를 관리함으로써, 미국의 자연적·문화적 유산들을 보존하고 있다.

내무부 산하의 토지관리국은 주로 서부에 위치해 있는 수백만 헥타르의 공유지와 자원(초목 방목장과 휴양지에서부터 목재와 석유 생산에 이르기까지)을 돌본다. 국토개발국은 반건조 기후대인 미 서부 지역의 부족한 수자원을 관리한다. 내무부는 국내 광업을 규제하고 광물자원을 평가하며, 아메리카 인디언과 알래스카 원주민들을 보호하는 책임을 맡고 있다. 국제적으로는, 미국령의 버진아일랜드, 괌, 사모아 제도, 북마리아나 제도 영토 내의 연방정책을 조정하며, 마셜 제도와 미크로네시아 연방주 및 팔라우 지역 개발 자금을 감독한다.

법무부

법무부는 법정에서, 그리고 법적 문제들이 발생하는 경우에 미국 정부를 대표하며, 대통령과 행정 각부 장관들이 요청할 시에 법적인 자문과 의견을 제공한다. 법무부의 수장은 연방 정부의 최고 법 집행관인 미합중국 대법원장이 맡는다.

법무부 산하의 연방수사국(FBI)은 연방 범죄에 대한 최고 법집행 기관이며, 이민국(INS)은 이민법을 관리한다. 법무부의 주요 기관인 마약관리국(DEA)은 마약중독자나 통제된 약물에 관한 법률을 집행하며, 주요 불법 마약거래 조직을 추적한다. 법무부는 지방 경찰력에도 도움을 준다. 뿐만 아니라 미국 전역의 지방 검사들과 연방 재판소 집행관들을 지휘하고, 연방 교도소와 기타 형벌기관들을 감독하며, 가석방과 사면 청원을 조사하여 대통령에게 보고한다. 법무부는 또한 국제형사경찰기구인 인터폴(INTERPOL)과 연계되어 있으며, 176개 나라의 법집행 기관들 사이에 상호 협조를 증진시키는 역할을 담당한다.

노동부

노동부는 미합중국 임금 노동자들의 복지를 증진시키며, 근로 조건 개선에 도움을 주고 건강한 노사관계를 조성한다. 노동부는 산업안전보건국, 노동기준국, 광산안전보건국과 같은 기관을 통해 연방 노동법을 집행한다. 이 법률은 노동자들에게 안전하고 건강한 근로 조건에서 일할 수 있는 권리, 시급과 초과 근무수당 지급, 고용차별 금지, 실업보험, 업무상 상해에 대한 보상을 보장한다. 노동부는 노동자들의 연금에 대한 권리를 보호하며, 직업교육 프로그램을 후원하고 노동자들의 구직을 돕는다. 노동부 산하 노동통계국은 고용, 임금 및 여타의 국가 경제 수치들의 변동 사항을 점검하고 보고한다. 노동부는 취업을 희망하는 고령노동자, 청소년, 소수민족, 여성, 장애인들을 위해 특별한 노력을 기울인다.

국무부

국무부는 미합중국의 외교정책 수립과 집행을 전반적으로 책임지는 대통령에게 조언자 역할을 한다. 국무부는 미국의 대외적인 이해관계를 평가하고, 정책과 미래의 조치에 대해 건의하며, 수립된 정책을 이행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한다. 또한 미국과 타 국가들 간의 접촉과 관계를 지속시키며, 대통령에게 외국의 신생국가와 정부들에 대한 승인을 권고하고, 타 국가와 조약 및 협정을 교섭하며, 국제연합(UN)과 주요한 국제기구들에서 미합중국을 대변한다. 국무부는 세계 250개 이상의 나라에 두고 있는 외교관과 영사관을 감독한다. 1999년, 국무부는 군비통제 및 군축국과 정보국을 국무부의 구조와 임무로 통합시켰다.

교통부

교통부는 10개 운영단위를 통해 미국의 포괄적인 교통정책을 수립한다. 10개 운영단위는 고속도로의 계획럭낱芟건설, 도시대중운송, 철도, 민간항공, 수로·항구·고속도로·가스와 송유관의 안전성 등을 관할한다.

예를 들어, 연방항공국(FAA)은 공항 관제탑과 항공운송 통제센터, 국가간 비행 지원기지들의 네트워크를 운영한다. 교통부 산하 연방도로국은 각 주州간 고속도로 체계, 도시와 농촌 간 도로 및 다리를 개량하기 위해 각 주를 재정적으로 지원한다. 고속도로교통안전국은 자동차와 자동차 설비에 대해 안전성 수행 기준을 세우며, 해운국은 미국의 상선 선단船團을 운영한다. 미국 최고의 해운법 집행 기관이자 허가 기관인 국가해상보안대는, 해상에서 수색 및 구조 임무를 수행하고, 마약 밀수입을 단속하며, 석유 유출과 해양오염을 막기 위해 힘쓴다.

재무부

재무부는 국가의 재정과 금융상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역할을 한다. 재무부가 수행하는 기본적인 4가지 기능은 다음과 같다. 첫째, 재정과 조세 및 회계 정책을 수립한다. 둘째, 미국 정부의 재정적 대리기관으로 기능한다. 셋째, 전문화된 법집행 업무를 제공한다. 넷째, 주화와 지폐를 발행한다. 재무부는 정부와 국가 경제의 재정 현황에 대해 의회와 대통령에게 보고한다. 재무부는 주간, 국제간 교역에서 주류·담배·화기의 판매를 규제하고, 미국 우정공사를 위해 우표 인쇄를 감독한다. 또한 대통령과 대통령의 가족, 방미중인 고위인사와 국가원수들의 신변을 보호하는 경호대(Secret Service)를 운영하고, 미국 화폐와 증권의 위조를 단속하며, 국내로 유입되는 상품에 대한 규제 및 과세를 집행하는 관세국을 관리한다.

재무부 산하에 통화감독국이 있으며, 재무 공무원들이 2,900개에 달하는 국내 은행의 운영을 지배하는 법률을 집행한다. 미국세청(IRS)은 조세를 결정하고 평가하고 징수하는 책임을 지며, 연방 정부 세입의 대부분이 이 조세로 조달된다.

재향군인원호부

1930년에 독립기관으로 창설되었다가 1989년에 내각 수준으로 승격되었다. 재향군인원호부는 미군부대의 유자격 퇴역군인과 그들의 부양가족들에게 국민보험 급부금과 제반 서비스를 제공한다. 재향군인원호부 산하 재향군인의료처(VHA)는 미국과 푸에르토리코, 필리핀에 있는 173개 의료센터, 40개 요양소, 600개 진료소, 133개 사립요양원, 베트남 퇴역군인을 위한 206개 복지센터를 통해 입원 및 요양소 치료나 외래환자들을 위한 진료 및 치과 치료를 제공한다. 또한 노화나 여성질환, 에이즈,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같은 분야에 대한 의학적 연구도 한다.

재향군인원호처(VBA)는 장애수당과 연금 지급, 장애자를 위해 특별히 개조한 주택 제공 및 기타 원호 활동들을 감독한다. 또한 퇴역군인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시행하며, 유자격 퇴역군인들과 현역 복무중인 군인들에게 주택 구입 자금을 대부해준다. 재향군인원호부 산하 국립묘지 시스템은 미국 전역에 116개 공동묘지를 통해, 퇴역군인들과 유자격 부양가족들을 위해 장례식과 묘석, 묘비를 제공한다.

독립기관들

행정 각부들은 연방 정부의 주요 운영 단위들이지만, 그외에 수많은 다른 기관들도 정부와 경제를 원활하게 운영하는 데 중요한 책임을 맡고 있다. 이 기관들은 행정 각부의 일부가 아니기 때문에 흔히 독립기관이라고 일컬어진다.

독립기관들의 성격과 목적은 매우 다양하다. 그중에는 특정 경제 분야에 대한 감독권을 지닌 규제 기관들도 있고, 정부와 국민들에게 특별 업무를 제공하는 기관들도 있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의회가 일반 입법 영역으로 다루기 힘든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창설한 기관들이었다. 일례로 1970년에 의회는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정부가 제기한 소송을 조정하고자 환경보호국을 설립하였다. 가장 중요한 독립기관들은 다음과 같다.

중앙정보국(CIA)

특정 정부 부서와 기관의 첩보 활동을 조정하고, 국가 안보와 관련된 첩보 정보들을 수집렉劇?평가하며, 대통령 직속의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자문을 제공한다.

환경보호국(EPA)

대기 및 수질 오염을 억제·완화시키고, 고형폐기물·살충제·방사선 및 유해물질들을 처리하기 위해 전국의 주 정부, 지방 정부와 함께 일한다. 환경보호국은 대기와 수질의 질적 기준을 정해 그에 맞게 집행하며, 유해 폐기물 처리장 정화를 위해 ‘슈퍼펀드(유해 산업폐기물 처리기금)’ 프로그램을 관리한다.

연방통신위원회(FCC)

라디오, 텔레비전, 유선, 위성, 케이블을 통한 주간·국제간 통신을 규제하는 책임을 진다. 라디오와 텔레비전 방송국을 허가하며, 라디오 주파수를 지정하고, 케이블 요금이 적합하게 적용되는지 확실히 하기 위해 규제를 시행한다. 연방통신위원회는 전화회사나 전신회사는 물론 무선통신 서비스 공급자와 같은 일반 통신회사들을 규제한다.

연방재난관리국(FEMA)

홍수나 태풍, 지진 등의 자연재해에 대응하는 연방, 주, 지방 기관들의 업무를 돕는다. 연방재난관리국은 개인이나 정부가 가정·사무실·공공시설을 복구하고, 소방관과 비상의료 전문가들을 훈련시키며, 미국과 미국령 전역을 통해 비상기획기금을 모집할 수 있도록 재정적 지원을 한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미국의 중앙은행이며, 연방준비제도의 중추기관이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채권과 현금의 유통량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국가의 통화정책을 수립한다. 또한 개인 금융 기관들을 규제하고, 금융시장의 시스템 위험을 막기 위해 힘쓰며, 연방 정부나 국민·재정기관에 대해 특별 금융 서비스를 제공한다.

연방통상위원회(FTC)

소비자와 기업, 의회의 조사, 언론보도가 사기업에 대해 불만을 제기할 때 조사를 실시하여 연방 독점금지법과 소비자보호법을 집행한다. 위원회는 불공정 또는 기만적인 관행을 제거함으로써 국가의 시장 기능이 경쟁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

미국조달본부(GSA)

연방 물품이나 건물, 설비에 대한 구매, 공급, 운영, 유지와 함께 잉여 물자의 판매를 책임진다. 또 연방에 소속된 자동차들을 관리하며, 재택근무 센터와 육아 센터를 감독한다.

미항공우주국(NASA)

미국의 우주개발 계획을 운영하기 위해 1958년에 창설되었다. 미항공우주국은 최초로 미국 위성과 우주비행사들을 우주궤도에 진입시켰으며, 1969년 아폴로 우주선을 발사하여 인간의 달 착륙에 성공했다. 오늘날 NASA는 지구궤도 인공위성에 탑승하여 진행하는 연구와 행성 간 탐사를 수행하며, 진보한 우주항공 기술에서 새로운 개념을 개발하고, 미국 유인 우주왕복선단을 운영한다.

연방정부기록보존소(NARA)

모든 연방 기록들에 대한 관리·감독을 실시함으로써 국사를 보존한다. 연방정부기록보존소는 원본 문서, 동영상 필름, 음향 및 비디오 기록물, 지도, 스틸사진, 컴퓨터 자료 등을 보관한다. 독립선언서, 미국 헌법, 권리장전도 워싱턴 D.C.에 있는 연방정부기록보존소 건물에 보존, 전시되어 있다.

전국노동관계위원회(NLRB)

미국의 주요한 노동법인 전국노동관계법을 집행한다. 위원회는 부당한 노동 관행을 방지 또는 개선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며,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협상 대표 기구인 노동조합의 설립 여부를 선거를 통해 조직·결정할 수 있도록 권리를 보장한다.

국립과학재단(NSF)

종합대학, 단과대학 및 비영리 소기업 재단에 수여되는 보조금이나 협정 및 협약을 통해 미국의 기본적인 과학·기술 연구와 교육을 지원한다. 또 대학과 산업·정부 간의 협력을 장려하며, 과학기술을 통해 국제적인 협력을 증진시킨다.

인사관리국(OPM)

연방 정부의 인력 기관이다. 인사관리국은 공무원이 정치적 영향을 받지 않도록, 그리고 연방 직원들이 실력을 토대로 공정하게 발탁되고 대우를 받도록 보장한다. 또한 인사관리 기관과 정책지도부를 지원하고, 연방 퇴직 제도와 건강보험 프로그램을 관리한다.

평화봉사단(The Peace Corps)

1961년에 창설되었으며, 2년 동안 외국에서 봉사하게 될 자원자들을 훈련시키고 배치한다. 평화봉사단 자원자들은 현재 80여 개국에서 활동중이며 농업 발전, 중소기업체 운영, 보건, 천연자원 보존, 교육 분야를 지원한다.

증권거래위원회(SEC)

주식이나 채권을 구입하는 투자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창설되었다. 연방 법률은 주식을 매각함으로써 자금을 얻고자 하는 회사들에게, 회사 운영에 관한 보고서를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하여 투자자들이 모든 정보를 이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증권거래위원회는 주식 매각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기행위를 방지 또는 처벌할 수 있으며, 증권거래를 규제하는 권한도 가지고 있다.

중소기업청(SBA)

중소기업에 자문과 조력을 제공하며, 중소기업의 이해를 보호하기 위해 1953년에 창설되었다.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을 보장하고, 홍수 및 기타 자연재해 피해자들을 지원한다. 소주주 소유 기업의 성장을 촉진시키며, 중소기업들이 연방 정부에 물자나 용역을 공급할 수 있도록 계약 성사를 돕는다.

사회보장국(SSA)

퇴직연금, 장애연금 및 유족연금으로 구성되는 국가 사회보험 프로그램을 관리한다. 대부분의 미국인 근로자들은 이러한 연금 수혜 자격을 갖추기 위해 수입의 일부를 사회보장세로 내야 하며, 지불한 보험료에 따라 미래에 받게 될 연금이 결정된다.

미국국제개발국(USAID)

개발도상국이나 중동부 유럽 및 구소련의 신생국가들에서 시행되는 미국의 대외 경제적·인간적 원조 프로그램을 관리한다. 또한 인구 및 건강, 광범위한 경제 성장, 환경, 민주주의라는 네 가지 영역에서 진행되는 프로그램들을 지원한다.

미국우정공사(USPS)

1971년 우정성을 대신하여 창설되었으며, 자치적인 공사公社 조직이다. 우정공사는 우편물의 수집, 운송, 배달 및 전국 수천 개에 달하는 지방 우체국의 운영을 책임진다. 또한 만국우편연합(UPU)과 외국들과의 기타 협정을 통해 국제 우편 업무를 담당한다. 독립기구인 우편요금위원회도 1971년에 창설되었으며, 각종 우편물의 요금을 결정한다.

대통령의 지위

* 임기 : 선거인단을 통해 국민에 의해 선출되며, 임기는 4년으로 2회 연임에 한한다.

* 급여 : 2001년 1월 20일을 기준으로 1년에 40만 달러.

* 취임 : 11월 본선거 이후 그 이듬해 1월 20일.

* 자격 : 미국에서 출생한 35세 이상의 미국 시민으로서, 미합중국에서 최소 14년 이상 거주한 자.

* 최고임무 : 헌법을 수호하고 의회가 제정한 법률을 집행한다.

* 권한 : 의회에 법안을 제안하고, 의회 특별회의를 소집하며, 의회에 교서를 내릴 수 있다. 법안을 승인 또는 거부할 수 있으며, 연방 판사를 임명하고, 연방 부서장과 기관장 및 기타 핵심적인 연방 공무원을 임명하며, 해외 대표단을 임명할 수 있다. 타국과 공식적인 외교 업무를 수행하며, 육·해군 총사령관의 역할을 수행하고, 미합중국에 반하는 범죄들에 대해 사면을 베풀 수 있다.

내각

모든 행정 각부의 수장은 장관이지만, 예외적으로 법무부의 수장은 대법원장이 맡는다.

* 농무부(1862년 창설)

* 상무부(1903년 창설) : 1913년 노동상무부가 2개 부로 분리되었다.

* 국방부(1947년 합병) : 전쟁부(1789년 창설), 해군부(1798년 창설), 공군부(1947년 창설)가 합병되어 국방부가 만들어졌다. 국방장관은 내각의 한 구성원이지만 육·해·공군 장관은 내각에 포함되지 않는다.

* 교육부(1979년 창설) : 이전에는 건강·교육·복지부에 포함되어 있었다.

* 에너지부(1977년 창설)

* 보건후생부(1979년 창설) : 건강·교육·복지부(1953년 창설)가 각기 독립 부서로 분리되면서 1979년에 창설되었다.

* 주택도시개발부(1965년 창설)

* 내무부(1849년 창설)

* 법무부(1870년 창설) : 대법원장은 1789년과 1870년 사이에 내각의 한 구성원이기는 했지만 법무부의 수장은 아니었다.

* 노동부(1913년 창설)

* 국무부(1789년 창설)

* 교통부(1966년 창설)

* 재무부(1789년 창설)

* 재향군인원호부(1989년 창설) : 보훈처가 내각 수준으로 승격되면서 1989년에 창설되었다.

CHAPTER _ 4  입법부 : 의회의 범위

“정부는 입법 권한을 지닌다.”  ― 알렉산더 해밀턴, 《연방주의자 논문집》, 1787~1788년

헌법 제1조는 연방 정부의 모든 입법권을 상하 양원으로 구성된 의회에 부여하고 있다. 헌법에 규정된 대로, 상원은 각 주에서 2명의 의원이 선출되며, 현재 상원의원 수는 100명에 이른다. 하원의원 수는 각 주의 인구수에 따라 결정되므로, 그 규모는 헌법에 명시되어 있지 않다. 현재 하원의원 수는 435명이다.

헌법 채택 이후 백여 년 동안, 상원의원은 국민들의 직접 투표에 의해 선출되지 않고 주 의회에 의해 임명되었으며 각기 출신 주의 대표로 간주되었다. 그들의 의무는 각 출신 주들이 모든 법률 제정 과정에서 동등한 대우를 받도록 보장하는 것이었다. 1913년에 채택된 수정헌법 제17조는 상원의원에 대한 직접선거를 규정했다.

헌법제정회의에 모인 대표자들은, 독립된 2개의 원(주 정부를 대표하는 원과 국민들을 대표하는 원)으로 하여금 모든 법안을 함께 승인하도록 한다면, 의회가 성급하게 또는 부주의하게 법률을 통과시킬 위험성이 없어질 거라고 생각했다. 그들은 영국 의회에서와 마찬가지로 한 원이 다른 원을 늘 견제할 수 있으리라고 보았다. 수정헌법 제17조는 상원과 하원 간의 힘의 균형에 대해서는 본질적인 수정을 가하지 않았다.

헌법제정회의 내에서 의회의 구성과 권한에 대한 격론이 일었지만, 대다수 대표자들은 입법부가 상대적으로 그다지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지 않을 거라고 보았다. 몇몇 대표들은 의회가 주로 국외 문제에 관여할 것이며, 국내 문제는 주 정부와 지방 정부에게 맡겨질 거라고 믿었다. 그러나 이러한 관점은 분명 빗나간 판단이었다. 의회는 모든 국가적 관심사에 대해 광범위한 권한과 권위를 발휘하면서 매우 능동적인 역할을 해온 것으로 입증되었다. 미국 역사의 매 시기마다, 입법부는 행정부에 비해 힘이 강할 때도 있고 약할 때도 있었지만, 의회는 결코 대통령의 결정에 대해 무턱대고 찬성을 표하지는 않았다.

양원 의원의 자격 요건

헌법에 의하면, 미국 상원의원들은 30세 이상으로서 최소 9년 이상은 미합중국 시민이어야 하며, 선출된 주의 주민이어야 한다. 하원의원은 25세 이상으로서 최소 7년 이상 미합중국 시민이어야 하며, 선출된 주의 주민이어야 한다. 각 주마다 의회 선거를 위한 자격 요건을 추가로 정할 수 있지만, 헌법은 의원의 자격 요건에 대한 결정 권한을 각 원에게 부여하고 있다.

각 주는 2명의 상원의원을 선출한다. 그러므로 면적 약 3,156평방킬로미터에 이르는 미국의 가장 작은 주 로드아일랜드는 1,524,640평방킬로미터 면적에 이르는 미국의 가장 큰 주 알래스카와 상원에서 똑같은 대표권을 가진다. 또한 인구 48만 명으로 추산되는 와이오밍 주는 3,227만 명의 인구를 가진 캘리포니아 주와 동등한 대표권을 보유하게 된다.

하원의원의 총수는 의회가 결정해왔으며, 그 수는 각 주의 인구수에 따라 할당된다. 각 주는 인구수에 관계없이 최소 1명의 하원의원을 보낼 수 있다고 헌법에 보장되어 있다. 현재 7개 주(알래스카, 델라웨어, 몬태나, 노스다코타, 사우스다코타, 버몬트, 와이오밍)에서 각각 1명의 하원의원을 보내고 있다. 반면 20명 이상의 하원의원을 보유한 주가 6개나 되며, 캘리포니아 주는 단독으로 52명의 하원의원을 보유한다.

헌법은 10년마다 한 번씩 국세 조사를 실시하여 인구 변동에 따라 하원의 의석수를 재분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최초의 헌법 규정에 따르면, 하원의원 수는 시민 3만 명당 1명을 넘지 않아야 했다. 최초의 하원의원은 65명이었는데, 그 수는 첫 번째 인구조사 이후 106명으로 증가하였다. 3만 명당 1명이라는 공식을 변함없이 고수해왔더라면 오늘날 미합중국의 인구 증가에 따라 하원의원 총수는 7천 명에 이르렀을 것이다. 그러나 그 공식은 몇 년에 걸쳐 조정되어, 오늘날 인구수 대 하원의원 수의 비율은 60만 명당 1명 정도이다.

주 의회는 각 주들을 하원의원 선거구로 나누었으며, 각 선거구들은 실질적으로 인구수가 동일해야 한다. 각 선거구의 투표자들은 2년마다 1명의 하원의원을 선출하여 의회로 보낸다.

상원의원은 짝수 해마다 개최되는 주 전체 선거에서 선출된다. 상원의원의 임기는 6년이며, 2년마다 의석의 3분의 1이 선거를 통해 교체된다. 그러므로 상원의원의 3분의 2는 언제나 연방 의회에서 입법 경험을 쌓아온 의원들로 구성된다.

이론적으로 보자면 하원의원은 전체가 다 입법 경험이 없는 의원들로 구성될 수도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대부분의 의원들이 몇 번에 걸쳐 재선되며, 상원과 마찬가지로 하원 역시 경험이 풍부한 입법부 의원들로 구성된 핵심 그룹에 언제든 의지할 수 있다.

하원의원들의 임기가 2년이므로 의회도 2년 주기로 교체된다. 수정헌법 제20조에 따르면, 의회는 특별히 다른 날을 정하지 않는 이상 매년 1월 3일에 정기 회의를 소집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의회는 의원들이 투표를 통해 휴회를 결정하기 전까지 계속 회의를 개최하며, 보통은 연말에 휴회가 이루어진다. 대통령은 자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할 때 특별 회의를 소집할 수 있다. 회의는 워싱턴 D.C.에 있는 의회의사당 건물에서 개최된다.

하원과 상원의 권한

의회 양원은 반드시 하원에서 발의되어야 하는 세입 인상안을 제외한 모든 사안에 대해 법안을 제출할 수 있는 권한을 지닌다. 그러므로 큰 주들은 작은 주들에 비해 국고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으나 실제로 각 원은 다른 원에 의해 통과된 법안을 부결시킬 수 있다. 상원은 하원의 세입 법안 혹은 관련 법안을 부결시키거나 그 법안의 성격을 변화시키는 수정 조항을 추가할 수 있다. 이 경우, 법안이 통과되기 전에 양원 의원으로 구성된 양원협의위원회가 양원이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타협안을 만들어야 한다.

상원은 또한 상원에만 특별하게 있는 일정 권한을 보유하고 있는데, 3분의 2 이상의 찬성 표결로 모든 조약을 비준할 수 있는 권한과 함께, 연방 정부의 고위 공무원과 대사들에 대한 대통령의 임명을 승인하는 권한까지 지닌다. 이 두 경우 상원에서 부결되고 나면 행정부의 조치는 모두 무효화된다.

연방 공무원의 탄핵 사건에서, 탄핵 심판에 이를 수 있는 위법 행위에 대한 소추권은 하원이 단독으로 지닌다. 상원은 탄핵 사건을 심판하고 공직자의 유죄와 무죄 여부를 판결할 수 있는 단독 권한을 지닌다. 유죄 판결을 받은 연방 공무원은 결국 공직에서 면직된다.

전체 의회의 광범위한 권한에 대해서는 헌법 제1조에 자세하게 명시되어 있다.

* 세금을 부과·징수한다.

* 국고를 위해 금전을 차입한다.

* 주간, 국제간 통상을 지배하는 규정과 법률을 만든다.

* 외국인의 귀화를 위해 단일한 규정을 만든다.

* 화폐를 주조하고 그 가치를 정하며, 화폐 위조자에 대한 처벌을 규정한다.

* 도량형의 기준을 정한다.

* 전국에 통용되는 파산법을 제정한다.

* 우체국과 우편도로를 건설한다.

* 특허권과 저작권을 설정한다.

* 연방 법원 체제를 확립한다.

* 해적 행위를 처벌한다.

* 군대를 모집하고 지원한다.

* 해군을 유지한다.

* 연방 법을 집행하고 반란을 진압하며, 외침을 물리치기 위해 민병을 소집한다.

* 정부 소재지인 워싱턴 D.C.를 위해 모든 법률을 제정한다.

* 헌법을 집행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법률을 제정한다.

몇몇 시대에 뒤처진 권한들도 있지만, 그것들도 여전히 유효한 상태로 남아 있다. 수정조항 제10조는, 연방 정부에 위임되지 않은 권한은 주나 국민에게 있다고 규정함으로써 의회의 권한에 대해 명확한 제한을 가했다. 뿐만 아니라, 헌법은 의회에 금지된 특정 권한에 대해서도 규정하고 있다.

* 반란이나 침략 시에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인신보호영장(피고인을 수감하기 전에 판사나 법정 앞에 데려가기 위해 필요한 영장)에 관한 특권을 정지시킬 수 없다.

* 재판을 거치지 않고 범죄나 불법 행위를 이유로 유죄 판결하는 법률을 통과시킬 수 없다.

* 특정 범죄 행위를 소급해서 범죄로 규정하는 법률을 통과시킬 수 없다.

* 미리 실시된 국세조사에 근거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시민들에게 직접세를 부과할 수 없다. 

* 특정 주로부터 수출되는 물품에 대해 과세할 수 없다.

* 통상이나 과세에 있어 특정 주의 항구나 그 항구를 이용하는 선박에 대해 특별대우를 하지 못한다.

* 어떠한 귀족의 칭호도 수여하지 못한다.

의회 임원

헌법은 부통령이 상원의 의장이 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부통령은 찬반 동수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투표권을 가지지 못한다. 상원은 부통령 부재 시에 상원을 주재할 임시의장을 선출한다. 하원은 하원의장을 직접 선출한다. 하원의장과 상원 임시의장은 언제나 각 원에서 최대 의석을 차지하는 정당의 소속 의원들 중에서 선출된다.

새로운 의회가 시작될 때마다, 정당 소속 의원들은 수없이 제기되는 법안 처리를 위해 원내총무와 기타 임원들을 선출한다. 이 임원들은 의장 및 위원회 위원장들과 더불어 법률 제정에 강력한 영향력을 미친다. 

상임위원회 심의 과정

의회의 주요한 특징 중 하나는 상임위원회들이 의사 진행에 있어서 지배적인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이다. 헌법에는 상임위원회 설립에 관한 어떠한 규정도 존재하지 않으므로, 상임위원회는 헌법적인 구상이 아니라 자체적인 발전 과정을 통해 오늘날과 같은 중요성을 부여받게 되었다.

오늘날 상원은 17개의 상임위원회를 두고 있으며, 하원은 19개의 상임위원회를 둔다. 각 상임위원회는 외교·국방·금융·농업·상업·세출 등의 특정 입법 분야를 전문적으로 다룬다. 양원에 제출된 대부분의 법안들은 위원회에 회부되어 조사와 권고를 받는다. 위원회는 회부된 법안을 승인, 수정, 폐기, 묵살할 수 있다. 어떠한 법안이든 상임위원회의 승인 없이는 하원이나 상원 본회의에 상정될 수 없다. 하원에서 특정 법안에 대한 위원회 심의 면제 청원을 위해서는 의원 218명의 찬성이 필요하며, 상원에서는 과반수의 찬성이 필요하다. 실제로 이러한 면제 동의안이 필수 찬성표를 얻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

각 원의 다수당은 상임위원회 심의 절차를 관리한다. 상임위원회 위원장들은 정당 간부 회의나 특별하게 구성된 위원단에 의해 선출된다. 소수당은 각 원에서 차지하는 의석수에 비례하여 상임위원회의 의석을 차지한다.

법안 제출은 매우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상임위원회에서 제출되는 법안도 있고, 특별한 입법 문제를 다루기 위해 새로이 구성된 특별위원회가 법안을 제출하기도 하며, 대통령이나 다른 행정부 공무원들이 제출하는 법안도 있다. 시민들이나 원외 조직들도 의회 의원들에게 법안을 제출할 수 있으며, 의원들이 직접 법안을 발의할 수도 있다. 제출된 법안은 지정 상임위원회로 보내지며, 대부분의 경우 그 위원회에서 공청회 일정을 잡는다. 법안에 지지 혹은 반대하는 사람들은 공청회를 통해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 몇 주 혹은 몇 달이 걸리는 공청회 과정은 입법 과정에 대한 대중의 참여 기회를 열어놓는다.

상임위원회 제도 덕분에, 의회의 의원들과 직원들은 다양한 입법 분야에서 상당한 전문 지식을 축적할 수 있다. 인구가 적고 연방 정부의 임무가 제한되어 있었던 건국 초기에는 이러한 전문 지식이 그다지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았다. 양원 의원들은 다방면의 지식을 갖추고 있었고, 모든 분야의 이해관계들을 현명하게 잘 다루었다. 그러나 국무가 복잡다단해진 오늘날에는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민선 의원들은 대부분 한두 가지 공공정책 영역에 대해 전문 지식을 획득한 이들이다.

상임위원회가 법안을 승인하게 되면, 제안된 법안은 본회의에 상정되어 공개 심의를 받게 된다. 상원에서는 상원의 규정에 근거하여 실로 무제한적인 토론이 허용된다. 그러나 하원에는 의원수가 많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의사운영위원회가 토론에 제한을 가한다. 심의가 끝난 뒤 의원들은 법안을 승인할 것인지, 거부하거나 심의 보류(법안의 무효화를 의미하며 사실상 부결이나 다름없음)할 것인지, 아니면 상임위원회로 돌려보낼 것인지를 두고 표결에 부친다. 한 원에서 통과된 법안은 표결을 위해 다시 다른 원으로 보내진다. 만약 두 번째 원에서 법안에 수정이 가해질 경우, 양원 의원들로 구성된 협의위원회가 견해차를 좁히기 위해 중재에 나선다.

양원에서 통과된 법안은 대통령에게 보내진다. 헌법상 법안이 법률로 제정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대통령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법안에 동의(이로써 그 법안은 법률로 제정된다) 또는 거부할 수 있는 선택권을 지닌다. 대통령에 의해 거부된 법안이라 하더라도 양원에서 3분의 2 이상의 찬성표를 얻을 경우 법률로 제정될 수 있다.

대통령은 특정 법안에 대한 동의 혹은 거부 행사 그 자체를 거부할 수도 있다. 그 경우, 대통령에게 법안이 송부된 후로부터 10일(일요일은 제외)이 지나면, 대통령의 동의 없이도 법안 통과가 이루어진다. 단, 의회 회기 종료일이 대통령에게 법안을 송부한 후로부터 10일 이내에 임박해 있는 경우는 예외로 한다. 그 경우 대통령은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음으로써 법안을 거부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유보 거부(pocket veto)’이다.

의회의 국정조사권

의회의 비입법적 기능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국정조사권이다. 이 권한은 일반적으로 위원회들(상임위원회를 비롯하여 특별한 목적을 위해 구성된 특별위원회, 양원 의원들로 구성된 합동위원회 모두 포함)에 위임된다.

국정조사는 미래의 입법에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고, 이미 통과된 법률의 유효성을 점검하며, 행정부나 사법부 구성원 및 공무원들의 자격과 업무 성과를 조사하며, 드문 경우이기는 하나 탄핵 절차를 위한 초석을 마련하기도 한다. 위원회들은 외부 전문가들을 자주 초청하는데, 외부 전문가들은 국정조사 청문회를 돕고 각 문제들에 대한 세부 조사를 실시한다.

국정조사권의 중요한 부수적 권한들은 다음과 같다. 먼저 조사 내용과 그 결과를 공표하는 권한이 있다. 대부분의 위원회 청문회는 대중에 공개되며 언론 매체를 통해 널리 보도된다. 그러므로 의회 국정조사는 입법부 의원들이 일반 시민들에게 국정 문제를 알리고 대중적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다. 또한 의회 위원회들은 비협조적인 증인들에게 증언을 강제할 수 있으며, 증언을 거부하는 증인들에게는 법정모독죄를, 위증을 행하는 증인들에게는 위증죄를 적용할 수 있다.

의회의 비공식적 관례들

유럽의 의회 제도와 달리, 미국 의회 의원들의 선출 및 행동 방식은 중앙당의 기율과는 무관하다. 미국의 주요 정당들은 4년마다 실시되는 대통령 선거 기간에 국가적 정당(공화당이나 민주당) 자격으로 합류하는 지방 혹은 주 기관들의 연합체이다. 그러므로 의회 의원들은 국가적 정당 지도자나 의회 동료들이 아니라 지방이나 주 선거구의 유권자들 덕분에 그와 같은 지위에 오르게 된 것이다. 그 결과 하원의원과 상원의원의 입법 행위는 개인주의적이고 각기 특이한 경향을 띠게 되는데, 이는 의원들이 대표하는 선거구 유권자들이 매우 다양하다는 점, 그리고 의원들이 각기 충성스러운 개인적 지지자를 확보함으로써 자유를 얻게 되었다는 점을 반영한다.

그러므로 의회는 위계질서가 엄격한 조직이 아니라 구성원이 모두 평등한 권한을 가지는 조직이다. 의회의 권한은 법인단체들에서처럼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모든 방향으로 흐른다. 징계나 포상에 관한 권한이 미약하므로, 최소한의 중앙집권적인 권한만이 존재할 뿐이다. 의회 정책들은 각 사안에 따라 달라지는 유동적인 제휴에 의해 만들어진다. 간혹 백악관이나 유력한 경제단체 혹은 인종단체로부터 상충되는 압력이 가해질 경우, 입법 의원들은 유력한 단체를 소외시키지 않기 위해 결정 연기 절차를 이용한다. 해당 위원회가 충분한 공청회를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 등으로 심의를 연기할 수 있다. 심의가 이루어지기 전에 의회가 특정 기관에 지시하여 자세한 보고서를 준비할 수도 있다. 또한 양원에서 모두 심의를 보류함으로써, 판결을 내리지 않고도 효과적으로 그 문제를 폐기할 수 있다.

비공식적 또는 불문율의 행동 규범이 특정 의원의 임무나 영향력을 결정하는 경우도 흔히 있다. ‘인사이더들’(입법적인 임무에 집중하는 상하원 의원들)은 ‘아웃사이더들’(국가적 사안에 대해 소리를 높임으로써 인정받는 의원들)에 비해 의회 회의장 내에서 보다 세력이 강할 것이다. 의원들은 상대방이 제시하는 정책이 아무리 못마땅하더라도 그를 예의 있게 대해야 하며, 인신공격을 삼가야 한다. 또한 의원들은 모든 분야의 입법 관심사에 대해 전문지식을 주장하기보다는 몇몇 정책 분야를 전문적으로 다루어야 한다. 이러한 비공식 규범들을 따르는 의원들은 최고위원으로 임명되거나, 혹은 적어도 출신 선거구 유권자들 대다수의 이해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위원으로 임명될 가능성이 높다. 

위원회 제도

헌법에는 의회 위원회 구성에 대해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국가가 성장하면서 계류중인 법안을 보다 철저하게 조사해야 할 필요성 역시 커져갔다.

위원회 제도는 1789년, 하원의원들이 새 법안 제출과 관련된 끝없는 논쟁 때문에 꼼짝 못하게 된 처지를 자각하면서 시작되었다. 최초의 위원회는 독립전쟁 배상청구, 우편도로, 미국 속령 및 타 국가간 무역을 다루었다. 위원회는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정치적·사회적·경제적 변화에 따라 구성되고 해산되었다. 예를 들어, 이제 더 이상 독립전쟁 배상청구위원회는 필요하지 않지만, 재향군인원호위원회는 의회 양원에서 동시에 유지되고 있다.

106차 의회(1999~2000년)는 하원에 19개, 상원에 17개의 상임위원회를 두었고, 양원 위원이 함께 참여하는 4개의 합동상임위원회(의회도서관, 출판, 조세, 경제)도 추가로 두었다. 뿐만 아니라 각 원은 특정 문제들을 조사하기 위해 특별조사위원회를 임명할 수 있다. 상임위원회 역시 점점 늘어가는 업무량 때문에 150개에 달하는 소위원회를 만들었다.

위원회는 사실 수집이 끝난 뒤, 새로운 법안에 대해 찬성 보고를 해야 할지 아니면 수정 후에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권고해야 할지 결정하게 된다. 때로는 법안이 부결되거나 심의 보류되어 결국은 심의 대상에서 제외되고 만다. 그러나 법안이 위원회로부터 송부되어 상하 양원에 의해 통과되면, 다른 위원회가 동일한 법안에 대한 상하 양원의 견해차를 해소하고자 조치를 취한다. 상하 양원 위원들로 구성된 이 ‘협의위원회’는 모든 의원들이 만족할 수 있도록 법안을 완성한 뒤, 최종 토론과 표결을 위해 상하원 본회의로 완성된 법안을 송부한다. 그리고 마침내 본회의에서 통과된 법안은 대통령의 인준을 받기 위해 대통령에게 송부된다.

의회 상임위원회

하 원

농업

세출

군사

금융·재정 서비스

예산

상업

교육·인력

정부 개혁·감독

하원 행정

국제관계

사법

천연자원

의사운영

과학

소기업

공직 규범

교통·기간시설

재향군인

세입

상 원

농업·영양·임업

세출

군사

금융

예산

상업·과학·통신

에너지·천연자원

환경·공공사업

재정

외교관계

정무

건강·교육·노동·연금

인디언 문제

사법

의사운영·행정

소기업

재향군인

의회의 감독권

‘감독’의 사전적 의미는 ‘주의 깊은 보호’이다. 이에 따르면 감독이야말로 행정부에 영향력을 미치기 위해 의회가 채택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임이 입증된다. 의회는 감독권을 행사함으로써 낭비와 부정을 막고, 시민의 자유와 개인의 권리를 보호하며, 행정부의 법률 준수를 보증하고, 입법과 국민 교육에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며, 행정부의 업적을 평가한다. 의회의 감독권은 행정 각부와 행정기관, 규제위원회 및 대통령직에까지 적용된다.

의회의 감독 기능은 다음과 같은 여러 가지 형태를 취한다.

* 위원회의 조사 및 심리

* 대통령과의 정식 자문회의 및 대통령이 보낸 보고서 접수

* 대통령의 임명권이나 조약 체결에 대한 상원의 권고와 동의

* 하원의 탄핵 절차 및 그후 상원의 탄핵 심판

* 대통령이 직무 능력을 상실하거나 부통령직이 공석이 될 경우, 수정조항 제25조에 따른 상하 양원의 의사 진행

* 입법부와 행정부 관리들 사이의 비공식 회의

* 정부 위원회에서 차지하는 의회 의원들의 지위

* 의회 의원 및 의회예산국, 회계감사원, 기술평가국과 같은 지원 기관들에 의해 실시되는 조사들

의회의 감독권은 공직자들을 면직시키고, 정책을 변경하며, 행정부에 대한 새로운 법정 통제권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1949년에 상원 특별조사소위원회가 트루먼 행정부의 고위 공직자들이 저지른 부패의 진상을 밝혀냈다. 그 결과 정부 내에서 자행되는 부패를 조사하기 위해 특정 기관들이 재편되고, 백악관 특별위원회가 편성되었다. 1960년대 말 텔레비전에 방영되었던 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는 베트남전 반대 세력을 결집시키는 데 도움을 주었다.

1973년, 워터게이트 사건에 대한 의회의 조사는 정치적 이권을 위해 자신의 지위를 불법적으로 남용한 백악관 공직자들을 폭로했으며, 그 이듬해에는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하원 사법위원회의 탄핵 절차로 인해 대통령직에서 물러났다. 1975년과 1976년에 실시된 특별조사위원회의 조사로 인해 첩보 기관의 심각한 권력 남용이 밝혀졌으며, 특정 첩보 활동을 통제하기 위해 새 법안이 제기되었다.

1983년, 의회는 국경 감시 활동을 강화하려는 관세국과 이민귀화국(INS)의 제안에 대해 조사를 벌였으며, 그 과정에서 새로운 법안 없이 변화를 꾀하려고 했던 행정부의 권한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1987년에는 행정부가 이라크를 상대로 비밀 무기를 판매하고, 그 이익금을 콘트라로 알려져 있는 니카라과 반정부 단체에게 전용한 사실이 밝혀졌다. 의회의 이 조사 결과, 유사 사건의 재발을 방지할 수 있는 법안이 제기되었다.

1996년과 1997년, 양당 의회위원회의 조사와 그에 잇따른 상원 청문회는 국세청(소득세 징수를 책임지고 있는 연방기관)의 권력 남용과 과실을 밝혔다. 상원 재정위원회가 들은 증언에 따르면, 국세청 관계자들은 미납 세금에 대한 징수 압력이 너무 강해서 납세자들이 괴롭힘을 당할 때가 많다고 주장했으며, 시민들은 세금 미납을 이유로 국세청에 의해 부당한 고소를 당하거나 끈질긴 추격에 시달렸다고 말했다. 1998년, 의회는 국세청 개혁 법안을 통과시켰다. 국세청 개혁 법안은 독립 감독위원회를 신설하였으며, 세금 분쟁 시 증거 제출의 의무를 납세자가 아니라 국세청이 지도록 변경하는 등 납세자에 대한 보호를 강화했다.

의회의 감독권은 대통령의 직무 수행을 감시하고 공공 정책을 통제하는 데 필수적인 견제의 기능을 담당해왔음이 거듭 입증되었다.

CHAPTER _ 5  사법부 : 헌법의 해석

“사법부는 헌법에 따라 우리의 자유와 재산을 안전하게 보호한다.” － 미국 연방 대법원장 찰스 에반스 휴즈, 1907년 뉴욕 주 엘미라 연설 중에서

연방 정부의 제3부인 사법부는 연방 대법원을 정점으로 하여 전국에 널리 퍼져 있는 산하 법원들로 구성되어 있다.

헌법이 기초되기 전까지는 주 법원제가 있었다. 헌법제정회의에 모인 대표자들은 연방 법원제의 필요성 여부에 대해, 그리고 연방 법원제가 주 법원제를 대신해야 하는지 여부에 대해 많은 논쟁을 벌였다. 대표자들은 다른 논쟁에서와 마찬가지로 이 문제에 대해서도 일정한 타협에 도달했다. 즉, 헌법은 연방 사법부에 제한된 권한을 위임하며, 주 법원들은 계속해서 고유한 사법권을 집행한다는 내용이었다. 헌법 제3조는 연방 법원 제도의 토대에 대해 다음과 같이 명시하고 있다. “미합중국의 사법권은 하나의 연방 대법원에, 그리고 연방 의회가 수시로 제정·설치하는 하급 법원들에 위임될 것이다.”

연방 법원제

이러한 헌법 지침에 따라, 최초의 의회는 전국을 여러 지구로 나누고, 각 지구마다 연방 법원을 설립하였다. 그렇게 시작된 연방 법원제는 발전을 거듭하여 지금의 구조를 갖추게 되었다. 현재 연방 대법원을 주축으로 13개의 항소 법원, 94개의 지방 법원, 2개의 특별 법원이 존재한다. 오늘날 의회는 연방 법원제에 포함되는 판사의 수를 결정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연방 법원의 설치 및 폐지권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의회는 연방 대법원에 대해서는 폐지권을 행사할 수 없다.

사법권은 헌법과 법률 또는 미합중국의 조약에 따라 발생하는 사건, 미합중국에 주재중인 대사와 외교 사절 및 외국 영사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사건, 미국 정부가 연루된 분쟁, 주(혹은 시민) 사이에 혹은 외국(혹은 외국 시민이나 신민)과의 사이에 발생하는 분쟁, 파산 사건에까지 미친다. 수정조항 제11조는, 한 주의 시민들이 원고가 되고 다른 주 정부가 피고가 되는 연방 관할 사건은 사법권에서 제외시켰다. 그러나 하나의 주 정부가 원고가 되고 다른 주의 시민이 피고가 되는 사건은 연방 재판 관할권을 저해하지 않았다.

연방 법원의 권한은 손해배상 및 기타 보상에 관한 민사 소송은 물론 연방 법률에 따라 발생하는 형사 사건에도 미친다. 헌법 제3조는 주 법원과 연방 법원 사이의 관계를 복잡하게 만들었다. 일반적으로 연방 법원은 개별 주의 법률에 따라 발생하는 사건을 심리하지 않는다. 그러나 연방 법원이 관할권을 가지고 있는 몇몇 사건들은 주 법원에 의해서도 심리와 판결이 가능하다. 그러므로 이 두 가지 법원 제도는 몇몇 영역에 대해서는 배타적 관할권을 지니는 한편, 다른 영역에서는 경합적인 관할권을 지닌다.

헌법에 따르면, 연방 판사는 “충실히 근무하는 동안은” 사망, 은퇴, 사임할 때까지 계속 재직할 수 있지만, 재직중에 위법 행위를 할 경우에는 대통령이나 연방 정부 관리들과 마찬가지 방식으로 탄핵될 수 있다. 헌법은 이러한 규정을 둠으로써 사법권의 독립을 보장한다. 미합중국 판사들은 대통령에 의해 임명되고 상원에 의해 인준된다. 판사들의 보수 또한 의회에서 결정된다.

연방 대법원

연방 대법원은 미합중국의 최고 법원이며, 헌법에 의해 특별히 창설된 유일한 법원이다. 연방 대법원이 내린 판결에 대해서는 다른 어느 법원에도 상소할 수 없다. 의회는 대법원 판사의 수를 결정하고, 그 한계 내에서 대법원이 심리할 수 있는 사건의 종류를 결정한다. 그러나 의회는 헌법이 연방 대법원에 부여한 권한들은 바꿀 수 없다.

판사들의 자격에 대해서는 헌법에 명시되어 있지 않다. 판사들이 반드시 법률가여야 한다는 자격 요건은 없지만, 실제로 모든 연방 판사들과 연방 대법원 판사들이 법조계 출신이었다.

2백여 년 전에 연방 대법원이 창설된 이래로 약 백여 명 남짓한 판사들이 있었다. 최초의 연방 대법원은 1명의 연방 대법원장과 5명의 대법관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후 80년 동안 변화를 거듭하다가, 1869년에 이르러 1명의 연방 대법원장과 8명의 대법관으로 확정되었다. 연방 대법원장은 연방 대법원의 수반이지만, 사건을 판결할 때에는 대법관들과 마찬가지로 단 하나의 투표권만을 지닌다.

연방 대법원은 단 두 가지 경우에 대해서만 제1심 관할권을 행사한다. 하나는 외국의 고위인사들이 관련될 때이고, 다른 하나는 주 전체가 사건에 연루될 때이다. 이외의 사건들은 모두 하급 법원들이 상소를 제기할 때에만 대법원에 올라올 수 있다.

해마다 수천 건의 사건들이 발생하지만 연방 대법원은 그중에서 보통 150여 건의 사건들만을 심리한다. 연방 대법원에서 다뤄지는 사건들 대부분은 법률의 해석이나 법안 통과 시 의회의 입법 취지의 해석에 관한 것들이다. 그러나 연방 대법원의 주요 임무는 법안이나 행정 조치들의 합헌성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다. 이러한 위헌법률심사권은 헌법에 의해 따로 규정되어 있지는 않다. 오히려 이 권한은 대법원이 헌법 자체 해석을 통해 추론해낸 원칙으로서, 1803년 획기적인 마버리 대 매디슨 사건에서 명확하게 규정되었다. 연방 대법원은 그 사건에 대한 판결에서 “헌법에 위배되는 입법 조치는 법률이 아니”라고 주장했으며, 더 나아가 “무엇이 법률인지 밝히는 일은 사법부의 직분이자 의무이다”라고 진술했다. 그 원칙은 주 정부와 지방 정부의 활동을 심의하는 데도 적용되어왔다.

연방 대법원에서는 만장일치가 아니라 다수결에 의해 판결이 이루어지므로, 최소 6명(법적 정족수)의 판사들이 판결에 참여해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판결이 나뉠 경우, 연방 대법원은 보통 다수 의견과 소수 의견(또는 반대 의견)을 공표하며, 이 두 가지 의견은 이후 연방 대법원의 판결을 위한 초석이 될 수 있다. 판사들은 다수에 의해 개진된 이유가 아니라 그외 다른 이유 때문에 판결에 동의할 때에는 각자 찬성하는 의견을 따로 써낼 때가 많다.

항소 법원과 지방 법원

연방 사법부에서 대법원 다음으로 높은 법원은 항소 법원(고등법원)이다. 항소 법원은 사건 처리를 용이하게 하고 연방 대법원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1891년에 창설되었다. 의회는 12개의 지방 순회 항소 법원과 미합중국 연방 순회 항소 법원을 설치했다. 각 항소 법원 판사의 수는 적게는 6명, 많게는 28명까지로 매우 다양하지만, 대부분의 항소 법원들은 10~15명의 판사를 두고 있다.

항소 법원은 관할 지역에 있는 지방 법원(연방 관할권을 지닌 제1심 법원)의 판결을 심의한다. 항소 법원은 또한 독립 규제 기관들의 내부 심리 절차가 힘을 상실하거나 또는 법적인 문제들에 대한 근본적인 불일치가 여전히 존재할 경우, 그 기관들의 명령을 심의할 수 있는 권한을 지닌다. 뿐만 아니라 연방 순회 항소 법원은 특허법 관련 사건이나 특별 관할 법원, 국제 무역 법원, 연방 청구 법원에 의해 판결되는 사건들과 같은 특수 사건에 관해 항소를 심리할 수 있는 전국적인 관할권을 지닌다.

항소 법원 아래에는 지방 법원이 있다. 50개 주와 미국 속령들이 95개 지역구로 나누어져 있기 때문에, 소송 당사자들은 가까운 곳에서 재판을 받을 수 있다. 각 지방 법원에는 최소 2명의 판사가 있고, 인구 밀도가 높은 지구의 지방 법원에는 12명 이상의 판사가 있다. 의회는 인구수와 면적, 업무량에 따라 지구들의 경계선을 정하고 있다. 작은 주들은 주 자체가 하나의 지구를 구성하는 반면, 뉴욕이나 캘리포니아, 텍사스 같은 큰 주들은 각기 4개 지구를 가진다.

컬럼비아 특별구를 제외한 모든 지구의 판사들은 반드시 그들이 상주하고 있는 지구의 거주자여야 한다. 지방 법원은 다른 지구의 도시들에서 정기적으로 회의를 개최한다.

지방 법원에서 심리되는 사건과 분쟁들은 대부분 불법 우편물 이용, 연방 재산의 절도, 식품위생법이나 금융 및 위폐관계법 위반과 같은 연방법 위반 행위들과 관련되어 있다. ‘대’배심이 형사 피고인들을 기소하고 ‘소’배심이 사건에 대해 판결을 내리는 곳은 오로지 연방 법원뿐이다. 각 사법 지구는 미국 파산 법원도 포함하는데, 이는 의회가 주 법원이 아닌 연방 법원에서 파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결정했기 때문이다. 더 이상 채무를 이행할 수 없는 개인이나 기업들은 파산 절차를 통해 법원 감독 하에 자산을 청산하거나 재정적인 업무를 재편하고 채무 이행 계획을 수립하게 된다.

특별 법원

일반 관할권을 지닌 연방 법원 외에도 특별한 목적을 위한 법원의 설치가 수시로 요구되었다. 특별 법원은 의회의 조치에 의해 창설되기 때문에 ‘입법부’ 법원으로 알려져 있다. 특별 법원 판사들도 연방 법원 판사들처럼 대통령이 상원의 인준 하에 종신 임명한다.

오늘날에는 2개의 특별 재판 법원이 특정 유형의 사건에 대해 전국에 걸쳐 관할권을 행사하고 있다. 먼저 국제 무역 법원은 국제 무역이나 관세 문제와 관련된 사건을 해결한다. 다음으로 연방 청구 법원은 미합중국에 대한 금전적 손해배상 청구, 연방 협약과 관련된 분쟁, 연방 정부에 의한 사유재산의 불법적인 ‘취득’, 미합중국에 반하는 기타 다양한 청구들에 대해 사법권을 행사한다.

CHAPTER _ 6  연방 대법원의 획기적 판결들

“자연과학에서 매우 효과적으로 적용되는 시행착오의 과정은 사법적인 기능에도 잘 부합된다. 연방 대법원은 그 사실을 알고 있으므로, 경험으로부터 배운 교훈과 더 훌륭한 논증의 힘에 복종한다.” － 미 연방 대법원 대법관 루이스 D. 브랜다이스, 1932년 버네트 대 코로나도 정유 회사 판결 중에서

1790년에 처음 소집된 이래로, 미 연방 대법원은 정부의 권한에서부터 시민의 권리와 언론의 자유에 이르는 모든 문제에 대해 수천 가지 판결을 내려왔다. 대부분의 판결들은 일반 대중에 알려지지도 않았고 또 관심을 받지도 못했지만, 몇몇 판결들은 미국 역사에 미친 영향력 때문에 주목을 받기도 했다. 가장 중요한 몇 가지 사건들을 요약해서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마버리 대 매디슨(1803년)

연방 대법원 역사상 가장 중요한 판결로 일컬어지는 마버리 대 매디슨 판결은 위헌법률심사제 원칙을 수립하였고, 의회로 하여금 입법부와 행정부 조치들의 합헌성을 결정하도록 권한을 부여하였다.

그 사건은 1800년 대통령 선거 직후에 있었던 정치적 논쟁에서 촉발되었다. 당시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공화당원이었던 토머스 제퍼슨이 연방당원이자 현직 대통령이었던 존 애덤스를 물리치고 대통령이 되었다. 애덤스의 행정부가 막을 내리던 날, 연방당원들이 지배적이던 의회는 컬럼비아 특별구를 위해 42명의 치안판사를 늘리는 등 수많은 사법 직위를 신설했다. 상원의 인준 하에 대통령이 그 임명장에 서명했으며, 임명장을 봉하고 전달하는 책임은 국무장관이 맡았다. 행정부 막바지에 업무가 쇄도하자 퇴임을 앞둔 국무장관은 윌리엄 마버리를 포함하여 4명의 치안판사들에게 임명장을 전달하는 일을 놓치고 말았다.

그러나 제퍼슨 행정부의 신임 국무장관이었던 제임스 매디슨은 그 임명장 전달을 거부하고 나섰다. 새 행정부는 연방당원들이 사법부 내에 자기 당원들을 포진시키려 했던 것에 대해 격분했다. 일이 이렇게 되자 마버리는 임명장을 받기 위해 연방 대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만약 연방 대법원이 마버리의 편을 들어주었다면, 매디슨은 계속해서 임명장 전달을 거부했을 것이며, 의회는 명령을 강제할 아무런 수단도 가지지 못했을 것이다. 만약 연방 대법원이 마버리에게 불리한 판결을 내렸다면, 제퍼슨 지지자들이 합법적으로 직위를 부여받은 마버리를 부정하도록 허용함으로써 그들에게 사법권을 넘겨주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당시 연방 대법원장이었던 존 마셜은, 이 사건의 경우 연방 대법원은 어떠한 조치도 취할 권한이 없다고 판결함으로써 그 딜레마를 해소했다. 마셜 대법원장은 연방 대법원에게 그러한 권한을 부여하고 있는 사법부법 제13항이 위헌이라고 진술했다. 그 권한은 헌법 그 자체에 의해 규정되어 있는 사법권을 연방 대법원 고유의 사법권으로 확대하고 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연방 대법원은 이 사건에 대해 판결하지 않기로 함으로써 법의 최종 수호자인 연방 대법원의 위치를 지켜낼 수 있었다.

기본스 대 오그덴(1824년)

연합규약 하에 수립된 미합중국 최초의 정부는 새 나라의 경제와 주 상호간 무역의 흐름을 규제할 만한 권한을 지니지 못했으므로 유약할 수밖에 없었다. 헌법에 따르면, “몇몇 주들 사이의…상업을 규제할 수 있는” 권한은 의회에 있었다. 그러나 그 권한은 경제 문제에 대한 지배권 보유를 원했던 주들에 의해 빈번하게 도전을 받았다.

1800년대 초 뉴욕 주는 뉴욕과 뉴저지를 오가는 증기선의 기관사들로 하여금 뉴욕 주 면허증을 획득하도록 명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당시 아론 오그덴은 그 같은 면허증을 소지하고 있었지만, 토머스 기본스는 사정이 달랐다. 오그덴은 기본스가 자신과 경쟁 관계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뉴욕 주의 허가를 받지 않은 기본스의 증기선 운행을 정지시키고자 소송을 제기했다.

기본스는 1793년에 제정된 연안법에 따라 근해 운항을 허가하는 연방 면허권을 소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뉴욕 주 법원은 기본스가 뉴욕 주에서 발급한 면허권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법률을 위반했다고 주장하는 오그덴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러나 기본스가 연방 대법원에 상소를 제기했을 때, 연방 판사들은 뉴욕 주 법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렸다. 그 이유는 뉴욕 주 법이 미 의회의 상업 규제 권한을 침범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연방 대법원은 “사실상 ‘규제한다’라는 말은 규제되는 대상에 대해 모든 권한을 지닌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그러므로 동일한 대상에 대해 동일하게 시행되는 법률에 상충하는 모든 다른 법원들의 조치는 필히 배제해야 한다”고 판결을 내렸다.

드레드 스콧 대 샌드포드(1857년)

드레드 스콧은 노예였으며, 그의 주인 존 에머슨은 노예 제도가 허용되던 미주리 주에서 노예 제도가 금지된 일리노이 주로 드레드 스콧을 데려왔다. 그로부터 몇 년 뒤, 스콧은 에머슨과 함께 다시 미주리 주로 돌아왔다. 스콧은 그동안 노예 제도가 없는 주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당연히 자신이 더 이상 노예로 여겨져선 안 된다고 믿었다.

1843년에 에머슨이 사망했고, 그로부터 3년 뒤 스콧은 자유를 얻기 위해 에머슨의 부인에게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1850년 미주리 주 법원에서 승소했지만, 1852년에 미주리 주 지방 법원이 하급 법원의 판결을 파기시켰다. 그 사이 에머슨 부인이 재혼을 했고, 스콧에 대한 법적 소유권은 그녀의 남동생 존 샌포드(법원 기록에는 샌드포드로 잘못 표기되어 있다)에게 넘어갔다. 스콧은 자유를 위해 연방 법원에 샌포드를 고소했고, 1854년 연방 법원은 스콧에 대해 패소 판결을 내렸다.

그 사건이 연방 대법원으로 보내졌을 때, 판사들은 자유 주에서 살았다는 이유만으로 스콧이 자유인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흑인인 스콧은 시민이 아니므로 법정에 소송을 제기할 자격이 없다고 판결했다. 그러자 판결에 대한 비판이 광범위하게 일어났고, 그것은 마침내 에이브러햄 링컨의 대통령 당선으로 이어졌다. 에이브러햄 링컨은 1860년 대통령의 자격으로 노예 제도를 반대했으며, 1861년 남북전쟁의 시작을 앞당긴 장본인이었다. 드레드 스콧 대 샌드포드 판결은 1865년에 노예제를 폐지시켰던 헌법 수정조항 제13조에 의해 완전히 뒤집혔으며, 수정헌법 제14조는 1868년에 기존 노예들에게 시민권을 부여하였다.

전국노동관계위원회(NLRB) 대 존스 & 라플린 철강 회사(1937)

기본스 대 오그덴 판결이 주간 상업에 대한 의회의 최고 규제권을 확립시킨 반면, 전국노동관계위원회 대 존스 & 라플린 판결은 의회의 권한을 상업 자체에 대한 규제에서 한발 나아가 주간 상업에 관여하는 산업들의 사업 관례에 대한 규제로까지 확대시켰다.

1935년, 미국 최대 철강 회사 중의 하나인 존스 & 라플린은 조합 활동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10명의 노동자를 해고함으로써 전국노동관계법을 위반했다. 전국노동관계법은 수많은 부당한 노동 관례들을 금지시켰으며, 노동자들의 조합 설립권과 집단 협상권을 보호해주었다. 그러나 존스 & 라플린은 노동자들을 복직시키라는 전국노동관계위원회의 명령을 거부했다. 한 순회 항소 법원이 위원회의 명령 집행을 거절하자, 연방 대법원이 재심을 실시했다.

이 사건의 쟁점은, 의회가 주간 상업에 관여하고 있는 회사들의 ‘지역적’ 활동들, 다시 말해 한 주 내에서 발생하는 활동들을 규제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한 것이었다. 존스 & 라플린은 자사 공장의 상황은 주간 상업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으므로, 의회의 규제권 하에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연방 대법원은 그에 반대 입장을 표명하며 다음과 같은 판결을 내렸다.

산업 쟁의로 인한 제조 공장들의 휴업은 주간 상업에 가장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노동자들의 조합 설립권 및 집단 협상을 위한 노동자들의 대표 선출권을 인정하는 것이 산업 평화의 중요한 조건이라는 사실은 경험을 통해 풍부하게 입증되어왔다.

연방 대법원은 전국노동관계법의 합헌성을 지지하면서 노동자 조합에 승리를 안겨주었으며, 연방 정부에 의한 보다 폭넓은 산업 규제를 위해 발판을 다졌다.

브라운 대 교육위원회(1954년)

이 역사적 사건에 앞서 수많은 주와 컬럼비아 특별구는 인종 분리적인 학교 제도를 운영하고 있었다. 이는 1896년 플레시 대 퍼거슨 사건에 대한 연방 대법원의 판결, 즉 동등한 시설을 제공한다면 인종 분리를 허용할 수 있다는 판결에 따른 것이었다. 1951년, 캔자스 주 토피카의 올리버 브라운은, 8세 된 딸을 위해 시 교육위원회에 소송을 제기하며 “분리하되 평등하면 된다”는 원칙에 이의를 제기했다. 브라운은 집에서 21블록 떨어진 흑인학교가 아니라 5블록 거리인 백인학교에 딸을 입학시키고 싶어했다. 그러나 두 학교가 본질적으로 동등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연방 법원은 브라운에게 패소 판결을 내렸다.

소송이 진행되는 사이 흑인 자녀를 둔 사우스캐롤라이나, 버지니아, 델라웨어의 부모들도 유사한 소송을 잇달아 제기했다. 델라웨어 주 법원은 흑인학교들이 백인학교에 비해 시설이 열악하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그후 흑인 학생들을 백인학교로 전학시키도록 명했다. 그러자 이에 대해 백인학교 당국자들이 연방 대법원에 항소했다.

연방 대법원은 동시에 이 모든 사건들에서 제기되는 주장들을 듣게 되었다. 흑인 소송 당사자들이 정리한 소송 사건 적요서摘要書에는 증거 자료는 물론, 분리 교육이 왜 흑인 아동들에게 해로운지에 대해 설명하는 심리학자나 사회과학자들의 증언도 포함되어 있었다. 1954년, 연방 대법원은 만장일치로 다음과 같이 평결했다.

“…교육계에서는 ‘분리하되 평등하면 된다’는 원칙이 존재할 여지가 없다.”

또한 흑인 아동을 거부하는 공립학교의 분리 정책은 “평등한 법의 보호를 보장하는 수정헌법 제14조”를 위반하는 것이라고 판결을 내렸다.

기드온 대 웨인라이트(1963년), 미란다 대 애리조나(1966년)

1960년대에 연방 대법원이 내렸던 두 가지 판결은 범죄 행위로 고발된 피고인들의 권리를 보장해주었다.

1961년, 클라런스 얼 기드온은 플로리다의 한 당구장에서 절도죄로 체포되었다. 기드온은 자신을 변호하기 위해 법정 변호사를 요구했다. 하지만 판사는 살인 사건이나 사형죄에 해당하는 사건들처럼 중대한 사건의 경우에만 변호사 선임을 요구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기드온의 청원을 거부했다. 기드온은 스스로 자신을 변호했고 결국 유죄 판결을 받았다. 수감중이던 기드온은 도서관에서 오랫동안 법률 서적을 연구했으며, 마침내 자기 사건에 대해 연방 대법원의 심리를 요청하는 탄원서를 작성하였다. 연방 대법원은 기드온이 공정한 재판을 거부당했으며, 모든 주는 자력으로 변호사를 고용할 여력이 없는 피고인들에게 반드시 법률 고문을 제공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기드온은 한 피고측 변호사의 도움으로 재심을 받게 되었고, 결국 무죄 선고를 받았다.

그로부터 3년 뒤, 연방 대법원은 피고인이 법정에 오기 오래 전에 변호사의 변호를 받을 권리를 가져야 한다고 규정했다. 어네스토 미란다는 애리조나 주 법원에서 유아 유괴 및 강간죄를 선고받았다. 유죄 판결은 미란다가 변호사의 변호를 받을 권리가 있다는 사실조차 전해 듣지 못한 채 2시간 동안 심문을 받고 난 뒤 경찰에게 자백한 진술 내용에 근거를 두고 있었다. 그 판결에서 연방 대법원은, 체포 당시에 경찰은 반드시 용의자에게 오늘날 미란다 경고로 알려진 내용, 즉 용의자는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진술 내용이 용의자에게 불리하게 이용될 수 있고, 심문 시에 변호사와 동석할 수 있으며, 변호사를 선임할 여력이 없을 경우에는 국가가 변호사를 구해줄 수도 있다는 내용을 고지해야 한다고 명했다.

미란다 대 애리조나 사건은 가장 유명한 연방 대법원 판결 중의 하나이며, 미란다 경고는 미국 영화나 TV 프로그램에서 흔히 등장하는 대사이다. 1999년에 한 연방 항소 법원은 디커슨 대 미합중국 사건에 대한 판결에 이의를 제기했다. 은행 강도로 유죄 선고를 받은 디커슨은, 체포 당시 경찰이 자신의 권리에 대해 제대로 말해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2000년 6월, 연방 대법원이 7 대 2로 디커슨 판결을 뒤집었으며, 이로써 미란다 경고의 효력이 다시 한번 강하게 확인되었다.

뉴욕타임스 대 설리반(1964년)

미국 수정헌법 제1조는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지만, 수 년 동안 연방 대법원은 명예훼손죄로부터 언론을 보호하기 위해 수정헌법 제1조를 사용하는 것에 반대했다. 명예훼손죄는 잘못된 정보를 공포함으로써 특정 인물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에 근거하였다. 뉴욕타임스 대 설리반 사건에 대해 연방 대법원은 정부 관리들이 허위 보도를 입증한다고 해서 명예훼손 소송에서 간단히 승소할 수는 없다고 판결했으며, 이로써 연방 대법원은 미국의 명예훼손법에 급격한 변화를 가져왔다. 연방 대법원은 원고 또한 반드시 기자나 편집자가 “실제 악의”를 가지고 행동했거나 “허위성 여부를 소홀히 다룬 채” 보도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그 사건은 남부의 기독교 지도자 회의가 1960년 앨라배마 주에서 체포된 민권지도자 마틴 루터 킹 주니어의 법적 변호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뉴욕타임스에 전면 광고를 실음으로써 불거졌다. 앨라배마 주 몽고메리 시 의원이자 경찰 업무를 관장하고 있던 L. B. 설리반은 그 광고가 시 경찰력에 대해 허위 기술함으로써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설리반은 광고를 실은 4명의 목사는 물론, 광고의 정확성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뉴욕타임스를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했다.

그 광고에는 몇몇 부정확한 사실이 기재되어 있었으며, 배심원단은 뉴욕타임스가 설리반에게 50만 달러를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그러자 뉴욕타임스와 민권지도자들은 연방 대법원에 항소했으며, 연방 대법원은 만장일치로 그들에게 승소 판결을 내렸다. 연방 대법원은 “정부 관리들이 공무 수행중에 발설한 비난에 대해 법적 제재를 가하기 위해” 명예훼손법을 이용할 수는 없으며, 자기 발언의 정확성을 보증하고자 하는 평자들은 자체 검열을 주도할 필요가 있다고 판결을 내렸다. 연방 대법원은 뉴욕타임스나 목사들이 악의적으로 그 광고를 게재했다는 근거를 찾아낼 수 없었다.

CHAPTER _ 7  수많은 정부가 존재하는 나라

헌법에 의해 연방 정부에 위임되지 않거나 혹은 주 정부에 금지되지 않은 권한들은 각 주 정부나 국민들에게 유보된다.  － 미합중국 헌법 수정 제10조, 1789년.

헌법에 의해 수립된 연방제는 미국 정부 제도의 지배적인 특징이다. 그러나 제도 그 자체는 벽돌이 모여 전체를 이루듯, 수천 개의 작은 단위들이 모여 이루어진 하나의 모자이크와 다름없다. 미국에는 50개 주와 컬럼비아 특별구에 각각 정부가 있으며, 그 아래에 카운티, 시티, 타운, 빌리지를 통치하는 더 작은 단위의 정부가 존재한다.

정부 단위들의 이런 다양성은 미합중국의 발전 과정을 통해 가장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이제까지 살펴본 바대로 연방제는 발전 과정의 최종 단계였다. 헌법 제정 이전에는 각기 독립적인 식민지(이후 주로 바뀜)들로 구성된 정부들이 존재했고, 그 이전에는 카운티나 더 작은 단위의 정부들이 존재했다. 초기 영국 이주민들이 완수한 최초의 과업 중 하나는, 그들이 대서양 연안을 따라 조성해놓은 소규모 정착지들을 위해 정부 단위들을 창설한 것이었다. 청교도들은 1620년에 배에서 내리기 전에 이미 미국의 첫 성문 헌법인 메이플라워 협약을 만들어놓았다. 그후 새 나라가 계속해서 서부로 확장해나가자, 개척지들마다 각기 자치 정부를 창설하여 지역 문제들을 관리해나갔다.

미국 헌법 제정자들은 이처럼 다층적인 통치 체제를 그대로 남겨두었다. 그들은 국가 구조에 최고의 권위를 부여하긴 했지만, 보다 직접적으로 국민과 접촉하고 보다 적극적으로 국민들의 요구에 부응하는 정부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깊이 인식하고 있었다. 그래서 국방이나 통화 규제, 외교 관계와 같은 특정 기능들은 강력한 중앙집권적 정부에 의해서 수행될 수 있겠지만, 공중위생이나 교육, 지방 교통과 같은 기능들은 지방 관할에 의해 더 효율적으로 처리될 수 있다고 믿었다.

주 정부

독립 이전의 식민지들은 영국 국왕에 의해 개별 통치를 받았다. 헌법이 채택되기 전 건국 초기에는 각 주가 실질적인 자치 단위였다. 헌법제정회의에 파견된 대표자들은 보다 강하고 보다 실용적인 연방 정부를 추구했지만, 한편으로는 각 출신 주들의 권리 또한 보호하고자 했다.

일반적으로 확실하게 주 경계선 내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주 정부가 관여했다. 이러한 문제들로는 주 내부 통신·재산·산업·기업·공익사업과 관련된 규제들, 주 형사법, 주 내부의 근로 조건이 있다. 이런 맥락 속에서 연방 정부는, 주 정부가 반드시 민주적인 형태를 갖추어야 하고, 연방 헌법이나 법률, 미합중국의 조약에 모순되거나 위배되지 않는 법률을 채택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물론 주와 연방의 관할권이 중복되는 지역들도 많다. 연방 정부는 최근 들어 특히 건강, 교육, 복지, 교통, 주택 및 도시 발전과 같은 문제들에 대해 보다 광범위한 책임을 지고 있다. 그러나 연방 정부가 주 내에서 그와 같은 책임을 수행할 경우에는, 위에서 아래로 책임을 부과하는 방식이 아니라, 연방 정부와 주 정부 상호간의 협동을 토대로 한 프로그램이 채택되고 있다.

연방 정부와 마찬가지로 주 정부도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 3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부는 연방 정부의 각부와 동등한 기능 및 영역을 지닌다. 각 주의 행정 수반은 주지사이며, 주지사는 일반 투표를 통해 선출되고 임기는 대체로 4년(몇몇 주에서는 2년 임기)이다. 예외적으로 네브래스카 주만 단원제 입법부를 지니며, 그외 모든 주들은 상하 양원제 입법부를 갖추고 있다. 대부분의 주에서 상원의원의 임기는 4년이며, 하원의원의 임기는 2년이다.

각 주의 헌법들은 세부적인 면에서 차이가 있지만, 국민의 권리에 대한 진술이나 주 정부 구성 계획안 등은 대체적으로 연방 헌법과 유사한 양식을 따른다. 기업이나 은행, 공익사업체, 자선단체의 운영과 같은 문제에 대해서는 주 헌법이 연방 헌법보다 훨씬 더 세밀하고 명쾌한 경우가 많다. 각 주의 헌법은 국민에게 최종적인 권한을 부여하며, 특정 기준이나 원칙들을 주 정부의 토대로 정하고 있다.

시 정부

한때 농촌이 지배적이던 미합중국은 오늘날 고도로 도시화된 나라로 변모했으며, 시민의 80퍼센트 정도가 소도시나 대도시, 혹은 도시 근교에 살고 있다. 이런 통계치는 미국 정부의 전체 유형 중에서 시 정부의 중요성을 더욱 부각시킨다. 시 정부는 치안, 소방에서부터 공중위생이나 보건, 교육, 대중교통, 주택에 이르기까지 모든 영역에서 연방 정부나 주 정부보다 훨씬 더 광범위하고 직접적으로 국민들의 요구에 부응한다.

미국의 주요 도시들을 운영하기란 매우 복잡한 일이다. 인구만 놓고 보더라도 뉴욕은 전체 50개 주 중에서 9번째로 인구가 많은 도시이다. 그러므로 미국에서 대통령직 다음으로 가장 까다로운 행정직이 바로 뉴욕 시장직이라고들 한다.

시 정부는 주 정부의 허가를 받아 설립되며, 설립 허가서에는 시 정부의 설립 목표와 권한이 자세하게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여러 면에서 살펴볼 때 시 정부는 주 정부로부터 독립적인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물론 규모가 큰 시의 경우에는 시민들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주나 연방 정부 기관들과의 협동이 필수적이다.

시 정부의 형태는 전국의 도시들마다 매우 다양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시 정부에는 투표로 선출된 시 의회가 있으며, 1명의 행정장관이 여러 부서장들의 도움을 받아 시정을 돌보고 있다.

시 정부의 일반적인 형태로는 시장-시 의회(mayor-council), 시 위원회(the commission), 시 관리자(city manager)가 있다. 대부분의 시에서는 이 3가지 기본형 중에서 2~3가지를 혼합하여 시 정부 형태를 발전시켰다.

시장-시 의회형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시 정부 형태로서, 20세기 초반까지는 미국의 거의 모든 도시들이 이런 형태를 채택했었다. 시장-의회 구조는 주 정부나 연방 정부의 구조와 유사하다. 즉 투표로 선출된 시장이 행정부 수반을 맡으며, 투표로 선출된 평의회가 다양한 지역을 대표하면서 입법부를 형성한다. 시장은 시 행정부서장과 관리들을 임명하며, 때로 시 의회의 승인을 거쳐서 임명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시장은 시 법률인 조례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시 예산안 편성을 책임질 때도 많다. 시 의회는 시 조례를 통과시키고, 재산세 세율을 정하며, 다양한 부서에 예산을 배분한다.

시 위원회형

입법부와 행정부 기능을 결합하고 있으며, 시 전체 투표에서 선출된 3명 이상의 관리들이 하나의 단체를 구성한다. 각 위원들은 하나 혹은 그 이상의 시 부서들의 업무를 감독한다. 위원 중 1명이 시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되어 시장으로 불릴 때가 많지만, 위원장은 다른 위원들과 동등한 권한을 지닌다.

시 관리자형

시 관리자는 점점 더 복잡해져가는 도시 문제들을 담당하는데, 도시 문제가 복잡해질수록 전문적인 관리 기술이 더 많이 요구된다. 그러나 민선 관리들은 그런 전문 지식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도로 훈련되고 경험이 풍부한 시 관리자에게 법 집행이나 공공사업 준비 등 대부분의 행정권을 위임하게 되었다.

시 관리자 형태를 채택하는 도시가 갈수록 늘어가고 있다. 시 관리자형에서는 소수의 선출 위원들이 시 조례를 작성하고 정책을 정하는 대신, 그 결정 사항을 수행하기 위해 시 관리자로 불리는 유급 행정관을 고용해야 한다. 시 관리자는 예산을 편성하고 대부분의 부서들을 감독한다. 일반적으로 시 위원회가 시 관리자의 업무 수행에 만족하는 한, 시 관리자는 정해진 임기 없이 계속해서 직위에 머물 수 있다.

카운티 정부

카운티는 주의 하위 단위이며, 늘 그런 것은 아니지만 보통 2개 이상의 군구郡區와 여러 빌리지들을 포함한다. 뉴욕 시는 면적이 넓어서 5개의 독립구로 나뉘며, 각 구 그 자체가 하나의 카운티가 된다. 뉴욕 시 독립구는 브롱크스, 맨해튼, 브루클린, 퀸즈, 스테이튼 아일랜드이다. 한편 포토맥 강을 사이에 두고 워싱턴 D.C.와 마주하고 있는 버지니아 주 알링턴 카운티는 도시와 근교 지역을 포괄하지만 단일한 카운티 행정부에 의해 통치된다.

미국 대부분의 카운티들은 읍이나 시를 카운티 소재지로 정하여 그곳에 카운티 정부 청사를 두며, 행정관 위원회나 감독관 위원회도 카운티 정부 청사에서 열린다. 작은 카운티에서는 위원회가 전체 카운티에 의해 선출되며, 큰 규모의 카운티에서는 감독관들이 각 지역구와 군구를 대표한다. 위원회는 세금 징수, 금전 차용 및 지출 승인, 카운티 소속 직원들의 임금 결정, 선거 감독, 고속도로나 다리의 건설 및 유지, 연방·주·카운티의 복지 프로그램 시행을 담당한다.

타운 및 빌리지 정부

규모가 너무 작아서 시 정부로 허가될 수 없는 수천 개의 시 관할구들이 존재한다. 이들은 타운 및 빌리지로 허가되며, 순전히 지역적 현안들을 처리한다. 즉 타운이나 빌리지는 도로 포장이나 가두 조명을 관리하고, 수도 공급을 확보하고, 치안이나 소방 업무를 제공하며, 지역 보건 규정을 수립하고, 쓰레기나 하수 및 폐기물을 처리하며, 정부 운영을 지원하기 위해 지방세를 징수하고, 주 및 카운티와 협동으로 지역 학교 제도를 직접 관리한다.

타운 및 빌리지 정부는 보통 민선 위원회 혹은 평의회에 위임되는데, 이들은 타운 및 빌리지 평의회, 선출 위원회, 감독 위원회, 행정관 위원회 등 다양한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 위원회에는 최고 행정관 역할을 수행하는 의장 혹은 위원장이 있을 수 있고, 또는 민선 지역장이 있을 수도 있다. 정부 직원으로는 사무관, 재무관 각각 1명과 여러 명의 치안소방 담당관, 보건복지 담당관들이 있다.

지방 정부의 특성 중 하나로 뉴잉글랜드 지역에서 실시되는 ‘타운 회의(town meeting)’를 들 수 있다. 선거 등록을 한 타운 유권자들이 1년에 한 번 혹은 필요에 따라 수시로 공개 회의를 열어 행정 관리들을 선출하고, 지역 사안을 논의하며, 정부 운영에 필요한 조례를 통과시킨다. 도로 건설과 보수, 공공건물과 시설물 건설, 지방 세율과 타운의 예산도 타운 회의에서 결정한다. 타운 회의는 2세기 이상 존속되어왔으며, 가장 순수한 직접 민주주의 형태, 즉 정부의 권한이 대표자에게 위임되는 것이 아니라 주민에 의해 직접적·정기적으로 집행되는 민주주의 형태로 자주 언급된다.

기타 지방 정부들

이제까지 살펴본 연방 정부, 주 정부, 지방 정부들만으로 미국 전체 정부 단위들을 포괄할 수는 없다. 상무부 산하 국세조사국 보고에 따르면, 미합중국에는 카운티·시·군구·학구·특별구를 포함하여 84,955개 이상의 지방 정부가 존재한다.

공화국 초창기에는 국민들이 직접 수행하던 다양한 임무들이 서서히 이러한 정부들에 위임되어왔다. 식민지 시대에는 대도시에서도 경찰관이나 소방관을 찾아보기 어려웠고, 정부에서 가두 조명이나 거리 미화를 책임지지도 않았다. 국민들은 최대한 스스로 자신의 재산을 보호하고 가족들의 요구를 충족시켰다.

그러나 지금은 정부 형태로 운영되는 지역 사회 전체가 국민들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책임을 다하고 있다. 아무리 작은 타운이라 하더라도 정부에 의해 운영되는 치안, 소방, 복지, 보건 담당 부서들이 존재한다. 관할구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것도 이런 사실에서 연유한다.

CHAPTER _ 8  국민의 정부 : 시민의 역할

“정부가 오류에 빠지지 않도록 지키는 것이 시민의 역할이다.”  － 미 연방 대법원 대법관 로버트 H. 잭슨, 1950년, 미국커뮤니케이션협회 대 다우즈 판결 중에서

1787년,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은 미국 헌법을 기초함과 동시에 새로운 정부 제도를 창설했다. 당시에 건국이념은 매우 혁명적인 것으로 여겨졌지만, 지금에 와서 언뜻 보기로는 매우 간단명료해 보인다. 건국이념의 핵심은, 통치권이 장자상속권이나 군사력을 통해서가 아니라 미국 시민들에 의한 자유·공개 선거를 통해 국민으로부터 직접 나온다는 것이었다. 이는 하나의 이론처럼 논리적이고 단도직입적으로 보일는지 모르지만, 실제적으로 결코 포괄적인 성격을 띠고 있지는 않았다. 처음부터 자격에 대한 문제, 즉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이 누구인가 하는 문제가 심각하게 제기되었다.

건국의 아버지들은 당연히 그들의 시대를 대변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사회에서 이해관계를 지닌 사람들만이 사회의 통치자를 결정하는 데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확신했다. 또한 정부는 개인의 자유와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설립된 것이므로, 정부를 선택하는 데 참여하는 사람들은 반드시 일정 정도 개인의 자유와 재산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믿었다.

다시 말해, 당시에는 재산을 소유한 백인 신교도 남성들만이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었다. 그러므로 여성이나 가난한 사람, 계약 노예, 가톨릭교도나 유대교도, 아프리카 노예들, 원주민들은 투표를 할 수 없었다. 역사학자 마이클 슛슨은 “여성들은 노예나 하인들과 마찬가지로 종속 관계에 얽매어 있었다”고 말한다. 이런 제약들로 인해, 1789년 당시 신생 미국 인구의 약 6퍼센트만이 조지 워싱턴을 미국의 초대 대통령으로 선출하였다.

건국 초기 미국인들은 왕족이나 귀족 신분을 폐지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끼긴 했지만, 한동안은 ‘서민’들이 계속 ‘특권 계급’들을 우러러보았다. 그래서 대개 부유하고 문벌 좋은 가문 출신들이 큰 반대 없이 행정관에 선출되었다. 그러나 이런 상황이 오래 지속되지는 않았다. 강력한 민주주의 개념은 그 상황을 계속 수용할 수 없었으며, 부유하지 않고 출신 가문이 좋지 못한 사람들도 자기들 역시 행정을 도울 기회를 가질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참정권의 확대

19세기를 거치면서 미국의 정치학은 다소 느리기는 하나 분명 점점 더 포괄적으로 변화했다. 낡은 방식은 철폐되었고, 과거에는 배제되었던 집단들도 정치 과정에 참여하게 되었으며, 점차 더 많은 사람들에게 투표권이 부여되었다. 우선 종교나 재산 소유와 관련된 제약이 사라졌고, 그 결과 19세기 중반에 이르러서는 대부분의 백인 성인 남성들이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다가 노예 제도 문제로 인해 남북전쟁(1861~1865년)이 발발했고, 전쟁이 끝난 뒤 헌법에 3항의 수정조항이 추가되면서 민주주의의 범위와 성격이 대폭 변화되었다. 먼저 1865년에 수정조항 제13조가 비준되면서 노예 제도가 폐지되었다. 1868년에 비준된 수정조항 제14조는 미국에서 태어났거나 혹은 귀화한 모든 사람들은 미국 및 거주하는 주의 시민이며, 연방 정부가 그들의 생명과 자유, 재산권 및 평등한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선언했다. 1870년에 비준된 수정조항 제15조는 연방 정부나 주 정부가 인종이나 피부색 또는 과거의 노예 신분을 이유로 예비 유권자를 차별하는 행위를 금했다.

그러나 여기서 ‘성별’이라는 중요한 항목만은 여전히 고려되지 않은 채 그대로 남아 있었고, 그 결과 여성들은 계속해서 선거인 명부에서 제외되었다. 과거의 노예들에게까지 참정권이 확대되자, 오랫동안 뜨겁게 달아올랐던 여성의 투표권 쟁취 운동도 활기를 띠었다. 그리고 마침내 1920년, 수정조항 제19조에서 “성별을 이유로” 투표권이 거부되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함으로써 투쟁에서 승리를 거두게 되었다.

역설적이게도 이 시점에서 상황이 다시 반전되었다. 여성들은 이제 투표를 할 수 있게 되었지만, 흑인들 중에는 아직도 투표권을 가지지 못한 이들이 많았다. 1890년대 초, 남부의 백인들이 ‘조부 조항祖父條項’(1868년 이전에 살았던 조상들이 투표권을 가지지 못했던 경우, 그 자손들은 필히 언어능력시험을 치러야 했다)이나 인두세 부과, 그리고 가장 흔하게 가해졌던 신체적 위협과 같은 투표 규제 방식을 통해, 선거 정책에서 체계적으로 흑인들을 배제시켰다. 이러한 선거권 박탈은 20세기에도 꾸준히 계속되었다. 1950년대에 시작된 민권운동의 결과, 1965년에 투표권법(불공정한 선거 절차를 금지하고, 남부에서 시행되는 모든 선거는 법무부의 감독을 받아야 한다고 규정한 연방법)이 제정되었다. 1964년에 비준된 헌법 수정조항 제24조는 투표 자격 요건에 포함되어 있던 인두세 납부 조항을 철폐했고, 각 주가 흑인이나 가난한 사람들의 표를 축소시키기 위해 썼던 모든 방식들을 완전히 폐지했다.

가장 결정적인 변화는 참정권 확대를 위해 헌법을 수정한 것이었다. 1960년대와 1970년대 초 미국의 베트남 전 개입으로 인해 촉발된 인식, 즉 국가 수호를 위해 무기를 소지할 수 있는 연령의 국민이라면 투표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새롭게 제기되었다. 이것은 이미 독립전쟁 당시에 처음으로 논의된 바 있었으며, 전쟁 때마다 매번 다시 제기되곤 했다. 1971년, 마침내 헌법 수정조항 제26조가 비준되면서, 유권자 연령이 21세에서 18세로 낮춰졌다. 이제 18세 이상의 미국 성인 시민(미국 태생이거나 혹은 귀화한 시민)은 거의 대부분 투표권을 가지게 되었다. 단, 중범죄자나 정신적 무능력자 판정을 받은 사람들은 법적 제한에 의해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직접민주주의

오늘날 미국 선거 정책에서 가장 중요하게 제기되는 문제는 누구에게 유권자 자격이 있는가 하는 것보다는 오히려 투표소에 가기 위해 시간과 번거로움을 감수하는 유권자들이 얼마나 많은가 하는 것이다. 오늘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하는 유권자 수는 전체 인구의 절반 정도에 그친다. 1876년 선거에서는 투표 참여율이 사상 최고치인 81.8퍼센트에 달했다. 1880년대와 1890년대에는 모두 평균 80퍼센트에 달했지만, 그후부터 점차 감소하기 시작해 1924년에는 최저 48.9퍼센트에 그쳤다. 1930년대 대공황 시기에 민주당의 ‘뉴딜 연합’으로 인해 유권자들의 관심이 살아나, 투표율이 평균 60퍼센트를 상회하기도 했다. 그러나 1968년 다시 하락하기 시작해, 1996년 대선에서는 49.1퍼센트에 그쳤다.

투표율 감소 추세는 여러 면에서 문제를 불러일으킨다. 정치학자 제임스 레이츨리는 《미국의 선거 방식》이라는 책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여론 조사나 전문가들의 비판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최근 들어 대부분의 사람들이 미국 선거 제도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한편에서는 그 문제가 별반 대수롭지 않으므로 온건한 개혁을 통해 얼마든지 해결해나갈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문제가 점점 심화되고 있으므로 광범위한 정치 개혁이 필요하며, 사회 체제 전반에 걸쳐 전면적인 변화가 동반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막대한 비용과 장기간의 선거전, 후보들에 대한 대중적 인지도를 형성하기 위한 언론의 위력, 후보자 지명과 일반 투표 과정에 미치는 ‘특정 이익 집단들’의 부당한 영향력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대부분의 논평자들은 미국의 선거 체제에서 직접민주주의를 강화하는 대신 대의민주주의를 약화시켜야 한다고 믿고 있다. 예를 들어, 유권자들이 텔레비전에 직접 출연하여 선출된 공직자들이나 정치 후보자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타운홀 회의는 국민들에게 “권한을 부여하는” 하나의 방식으로 장려되어왔다. 더불어 국민발안제, 국민투표제, 소환선거제 도입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구체적인 방식은 주마다 다양하지만, 일반적으로 국민발안제를 도입할 경우, 유권자들은 제안된 법령을 제출하기 위해 청원서에 충분히 서명함으로써 주 입법안을 간접적으로 통과시킬 수 있으며, 몇몇 주에서는 직접 투표를 실시하여 헌법 수정조항을 간접적으로 통과시킬 수도 있다. 국민투표제는 특정한 입법적 범주들, 예를 들자면 채권을 발행함으로써 자금을 모으거나 대중의 동의를 얻기 위해 투표를 실시하는 등의 범주들을 필요로 하며, 유권자들은 이미 주 의회에서 통과된 법률을 폐기시키기 위해 국민투표제를 이용할 수 있다. 소환선거제를 도입할 경우, 시민들은 공직자들의 임기가 만료되기 전에 투표를 통해 공직자들에 대한 해임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현재 24개 주에서 도입되고 있는 국민발안제는 특히 서부 지역에서 인기가 높은데, 오리건 주에서는 300회 이상,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250회 이상, 콜로라도 주에서는 거의 200회 정도 사용되었다. 직업이나 사업에 대한 규제, 금연법안, 자동차 보험료율, 낙태권, 도박 합법화, 마리화나의 의학적 이용, 핵무기 사용, 총기 규제 등 모든 종류의 사안들이 다양한 주에서 실시되는 투표에서 제기되었다.

시민의 책임

미국 국민들은 분명 수많은 권리를 가지고 있으며, 그 권리들은 모든 사람들이 소중하게 여기는 자유를 안겨준다. 자유롭게 생각할 수 있는 자유, 자기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 자유(개인적으로는 직접 선출한 의원들에게, 집단적으로는 여러 의회를 통해 의견을 개진한다), 스스로 선택한 종교를 섬길 수 있는 자유 혹은 아무 종교를 가지지 않아도 되는 자유, 가족이나 집, 개인 문서에 대한 부당한 수색으로부터 안전을 지킬 수 있는 자유 등. 그러나 민주 정치 이론에 따르면 이러한 권리들은 반드시 책임을 동반한다. 즉 법률을 준수해야 하고, 법적으로 부과된 세금을 내야 하며, 요청이 있을 시에 배심원 역할을 해야 하고, 정치적 사안이나 후보자들에 대해 알아야 하며, 선조들이 각고의 노력 끝에 획득한 투표권을 행사해야 한다.

그밖의 주요한 책임으로 사회봉사를 꼽을 수 있다. 국가 비상시에는 수백만 명의 남녀 미국인들이 나라를 수호하기 위해 육군에 입대했으며, 평화 시에도 수백만 명 이상이 국방력 유지를 위해 군복무를 해왔다. 또한 미국인들은 나이에 관계없이 누구든 평화봉사단이나 기타 자원 기관에 참여하여 국내외 사회봉사 활동을 해왔다.

그러나 정치 과정에 참여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하고 영속적인 책임이다. 정치학 교수인 크레이그 림머먼은 그의 책 《새로운 시민:자유로운 정치학, 적극적 실천주의, 그리고 사회봉사》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참여민주주의 지지자들은, 사람들이 보다 큰 규모의 공동체 내에서 시민으로서 자신의 역할과 책임을 인식하게 될 경우, 공공단체나 직장의 의사결정 과정에 보다 많은 시민 참여가 이루어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시민들은 공공단체 회의를 통해 시민 서로간의 욕구를 충분히 인식할 수 있게 된다. 진정한 참여민주주의 하에서라면, 시민들은 단지 각자의 이해를 좇는 자발적인 개인으로 행동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결정 과정과 토론렴맨?과정에 참여함으로써 개인의 관심사와 공동체의 요구 사이에 궁극적인 연관성을 추구한다.

아이오와 주 출신의 상원의원 톰 하킨은, 초기 시민권운동이나 베트남 전 반대운동, 환경운동을 이끌었던 활동가들이 이제는 생활 저변으로 관심을 돌린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보다 나은 주거환경, 공정한 세율, 저렴한 공공요금, 오수 정화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 주민들을 조직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이런 활동은 인종이나 계급, 지리적 한계를 뛰어넘기 때문에 이 활동에 참여하는 수백만 명의 사람들은 서로의 차이보다는 공동의 이해관계를 훨씬 더 중요하게 여긴다. “노여워하거나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말라. 조직하고 저항하라”는 시민 활동의 메시지는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적용된다.

가상의 공공단체들

미국 유권자들에게 관심을 보이는 활동가들은 민선 공직자들, 그중에서도 특히 대통령이나 상하원 의원들과 꾸준한 접촉을 시도해왔다. 그들은 편지나 전보, 전화를 통해 공직자들과 접촉을 시도하거나 직접 워싱턴, 출신 주, 지역구에 있는 공직자들의 사무실을 찾아가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몇 년 사이, 새로운 통신 매체가 쏟아져 나와 유권자들에게 막대한 권한을 부여했다. 유권자들은 주변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게 되었고, 그 사건들에 대한 평가를 내리고 원하지 않는 일들을 변화시키기 위해 일할 수 있는 권한을 지니게 되었다. 이 매체가 바로 초고속 정보망인 월드 와이드 웹, 즉 인터넷이다. 인터넷은 되돌릴 수 없이 빠른 속도로 미국의 정치학을 변화시키고 있다.

정치활동가 에드 슈바르츠는 《네트행동주의:시민들은 인터넷을 어떻게 이용하는가》라는 책에서, “인터넷은 우리가 원하면 얼마든지 집단행동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강력한 도구로 이용될 수 있다. 인터넷은 지난 50년 동안 발전되어온 정치 조직을 위해 가장 강력한 도구가 될 만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으며, 모든 시민들(시민들 중에서도 공공단체 활동가들이 가장 많이 이용한다)이 인터넷을 통해 정치 체제의 운영에서부터 정부 기관이나 특정 프로그램들에 이르기까지 정확한 정보를 이용할 수 있다”고 말한다. 시민들은 인터넷을 통해 실질적인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손쉽게 이런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오늘날 인터넷을 통해 ‘가상의 공공단체들’이 만들어지고 있으며, 그곳에는 수천 마일 거리에 떨어져 사는 사람들이나 서로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동일한 이해관계를 중심으로 모일 수 있다. 그들은 직접 대면한 적이 없는 경우가 많지만, 주요 관심사에 대해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대화를 나누기 때문에 서로에 대해 잘 알게 된다.

예전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정부나 정치학, 정치 사안에 대한 정보를 찾을 수 없거나 혹은 찾기 어려운 실정이었다. 그러나 빠른 인터넷 접속으로 인해 이 모든 것이 가능해졌으며, 이것이야말로 가장 의미 있는 변화라고 할 수 있다.

한 예로, 환경 문제를 다루는 웹 사이트인 인바이로링크(EnviroLink)를 들 수 있다. 공공단체들은 이 인바이로링크 사이트를 통해 온실가스 방출, 유해 폐기물, 독성 화학물 등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구할 수 있다. 과거에는 환경단체라 하더라도 이 문제들에 대해 추상적으로 거론하는 데 그쳤지만, 지금은 인바이로링크 덕분에 자세한 정보를 원하는 즉시 얻을 수 있게 되었다. 인바이로링크는 교육 자료나 정부기관, 환경단체나 출판물 등 관련 주제들에 대한 모든 정보도 함께 제공하고 있다. 또한 특정한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이름이나 이메일 주소를 제시함으로써 직접적인 조치 방식에 대해 정보와 조언을 제공하며, ‘대화방’에서는 이용자들이 대화에 참여하여 의견을 나눌 수도 있다.

인터넷은 지역 활동가들에게 특히 더 유용하다. 그들은 지역 주민들과 지역 공동체의 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정치에 참여하는 사람들로서 시설물 정화, 쓰레기 재활용 운동이나 범죄 감시 단체, 성인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에드 슈바르츠 교수는 “그들의 목적은 공공봉사에만 그치지 않는다. 그들은 주민들이 복지를 향상시키기 위해 봉사에 직접 나설 때에 비로소 건전한 공동체가 가능하다고 믿고 있다”라고 말한다.

이들의 인터넷 이용 방식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슈바르츠가 전국적인 지역 활동을 촉진시키기 위해 하나의 웹 사이트, 즉 지역 온라인을 구축하면 지역 활동가, 비영리 기관의 실무, 민선 공직자, 언론인, 대학교수와 학생, 일반 시민 등 수백 명의 사람들이 지역 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방법을 찾기 위해 매일 그 사이트를 방문하게 된다.

“시작은 소박했지만 우리는 사실상 모든 지역사회 발전단체, 지역자문위원회, 성인교육 프로그램, 직업훈련기관, 인력공급기관 등을 이미 온라인상에 배치해놓은 단계, 혹은 그 단계에 도달하는 방법을 모색 중인 단계에까지 도달했다”고 슈바르츠는 말한다.

사적인 이익집단들

앞에서 언급한 집단들이나 그와 유사한 집단들을 아울러 공적 이익집단이라고 부르는데, 그들은 구성원 각각의 이익과는 무관한 일, 즉 공공의 이익을 추구한다. 사적인 이윤 추구 혹은 선택적 추구 요인이 낮다고 해서 공적 이익집단들의 주장이 늘 옳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와 달리, 사적인 이익집단들은 자신들이 옹호하는 정책에서 경제적 이해관계를 지닌다. 회사측 기관들은 낮은 법인세, 파업권 규제를 선호하겠지만, 노동조합은 최저임금제 법안, 단체 협약권 보장을 지지할 것이다. 교회나 종교집단과 같은 사적 이익집단들은 자신들의 조직이나 신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보다 광범위한 정책 사안들에 대해 관심을 기울인다.

최근 몇 년 사이에 규모와 영향력을 꾸준히 키워온 사적 이익집단 중 하나로 정치활동위원회(PAC)를 꼽을 수 있다. 이 위원회는 단일한 사안 혹은 일련의 사안들을 중심으로 조직된 독립 집단으로서, 의회나 대통령을 위한 정치 선전에 자금을 기부한다. 연방 선거에서 정치활동위원회가 후보들에게 직접 기부할 수 있는 자금은 제한되어 있다. 그러나 정치활동위원회가 특정 후보의 당선 또는 낙선을 위한 활동에 지출하는 금액에는 제한이 없다. 오늘날에는 정치활동위원회가 수천 개에 이른다.

마이클 슛슨은 자신의 저서 《훌륭한 시민:미국 시민 생활의 역사》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수많은 이익집단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면서 점점 더 많은 이익집단들이 워싱턴 D.C.의 3부를 조종하고, 또 그들이 의회나 연방 기관들을 직접 대표하게 되자 정당들이 갈수록 위협을 받고 있다. 워싱턴을 주목하고 있는 수많은 기관들은 일반 시민들로부터 재정적·윤리적 지지를 구한다. 그들 대다수는 수많은 중요 사안들 중에서 극히 협소한 사안 혹은 단일 사안에만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시민들의 금전과 시간, 그리고 지지를 얻기 위해 정당들과 맞서게 된다.

선거운동에 점점 더 많은 비용이 소요될수록 이러한 ‘특정 이익집단’이 소비하는 자금도 계속 증가한다. 수많은 미국인들은 이와 같은 부유한 이익집단들(지방자치단체나 조합 혹은 정치활동위원회들이 특정한 관점을 제기하든 하지 않든 간에)의 영향력이 너무도 강력하여, 일반 시민들로서는 그들의 영향력을 거스르기 어렵다고 여긴다.

그러나 일반 시민들이 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 시민들은 스스로 정보를 알리고 그 정보에 따라 행동을 취할 수 있다. 아마도 가장 신속하고 효과적인 방법으로는 인터넷을 통해 자신들이 뽑은 공직자들의 행보를 꾸준히 살펴보는 일일 것이다. 시민들은 어느 ‘특정 이익집단’이 공직자에게 정치 자금을 주었는지, 기부금을 받은 공직자가 최근 입법 심의 과정에서 어떻게 투표를 해왔는지 단 몇 분 내에 찾아낼 수 있다. 시민들은 이런 정보를 이용하여 해당 공직자들의 정견을 알릴 수 있다.

일반인들이 문제를 고민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정보를 수집하고 친구나 이웃들과 함께 토론하는 것은 민선 공직자들의 행동 방식, 또는 그보다 더 중요하게는 그들의 투표 방식과 별반 차이가 없으며, 그것이 바로 정치적 삶의 실제이다. 그러나 공직자들은 자신을 선출해준 유권자들이 또다시 자기를 선택해줄 것인지 여부에 대해 걱정이 많다. 유권자들로부터 편지나 전화, 팩스, 이메일이 도착하기 시작하면 공직자들도 주의를 기울이게 된다. 국민들은 언제든 각자 자신이 선택한 지지 대상에게 1표를 행사할 수 있으며, 궁극적인 권한은 여전히 국민들에게 있기 때문이다.

미국 헌법이 기초되었던 1787년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지난한 여정이 펼쳐져왔다. 유권자들은 열정이 가는 대로, 사건이 발생하는 대로 이리저리 움직여왔다. 그러나 어느 지점에 이르러서는 그들도 늘 휴식을 위해 중심으로 되돌아가는 길을 찾았다. 실용과 이상 사이, 지역과 국가 사이, 공적인 것과 사적인 것 사이, 주의 권리와 국가 전체의 이익 사이에는 미국 국민들이 오랜 세월을 통해 건설해온 강하고 풍요롭고 자유로운 국가라는 공통 기반이 존재했다. 국가는 비록 결함을 지니고 있지만, 늘 더 나은 미래에 대한 약속에 힘을 얻어 박차를 가해왔다.

정당들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은 대부분 정당에 대해 못마땅하게 여겼다. 그들은 서로 반목을 일삼는 당파들이 공익을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서로간의 경쟁에 더 큰 관심을 기울이게 될 거라고 확신했다. 건국의 아버지들은 조직화된 단체들의 간섭 없이 시민들이 각기 투표를 통해 개별 후보들을 지지하기를 원했지만, 현실은 그들 뜻대로 되지 않았다.

1790년대 즈음에 이미 새로운 국가의 바람직한 발전 과정에 대해 각기 다른 의견들이 개진되었으며, 반대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한데 결집하여 자기들의 입장을 관철시키고자 노력했다. 알렉산더 해밀턴의 추종자들은 자기들 스스로 연방주의자라고 칭했으며, 통상과 산업의 이해관계를 지지해줄 수 있는 강력한 중앙 정부를 옹호했다. 토머스 제퍼슨의 추종자들은 스스로를 민주공화주의자로 칭했으며, 연방 정부에 제한적인 권한을 부여하고 농업에 중점을 두는 탈중심적 공화국을 옹호했다. 1828년에 접어들면서 연방당과 함께 연방주의자들도 사라졌으나, 휘그 당원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여 그해 앤드류 잭슨 대통령의 당선 반대 운동을 이끌었다. 민주공화주의자들은 민주당원이 되었으며, 그때 탄생한 양당 체제가 오늘날까지 계속되고 있다.

1850년대에 노예 제도 문제가 중심으로 떠올랐다. 특히 서부의 새로운 속령들에서 노예 제도 허용 여부에 대해 의견이 분분했다. 휘그 당은 그 문제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다가 결국 당 자체가 사라지고 말았고, 1854년에 공화당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공화당은 모든 속령에서 노예 제도를 금지시켜야 한다는 내용을 주요 정책으로 삼았다. 그로부터 불과 6년 뒤인 1860년, 공화당의 에이브러햄 링컨이 대선에서 승리를 거두게 되었다. 그즈음에는 정당 체제도 미국의 주요 정치 조직들처럼 잘 정비되어 있었고, 국민 대다수가 당에 대한 충성심을 중요하게 여겼다. 당에 대한 충성심은 아버지에서 아들로 이어졌으며, 제복을 갖춰 입고 횃불 행진을 펼치는 대대적인 선거전과 같은 정당 활동이 수많은 단체들의 사회 활동의 일부가 되었다. 그러나 1920년대에 접어들자 떠들썩한 행사들이 자취를 감춰버렸다. 시개혁·시정개혁·부패관행법이 단행되고, 전국 대회에서 대통령 예비 선거가 정치가들의 권한을 대신하게 되면서, 정치 활동이 정화되고 단조롭게 가라앉았다.

왜 미국에는 단 두 개의 정당만이 남게 되었을까? 미국의 공직자들은 대부분 소선거구제로 선출되며, ‘최다득표제’로 불리는 당선자 결정 체계를 통해 상대방을 물리치고 공직에 오르게 된다. 최다득표제에서는 가장 많은 표를 획득한 사람이 승리하게 되며, 비례적인 계산법은 적용되지 않는다. 이로 인해 양당의 패권 정치가 심화되어 한 당이 정권을 잡으면 다른 당은 정권에서 배제된다. 정권에서 “배제된” 당들이 힘을 모으면 정권을 “쥐고 있는” 당을 물리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을 수 있다.

간혹 제3의 정당이 나타나 일부 표를 획득하기도 하지만 그 생명은 그다지 길지 않다. 최근에 가장 성공적인 제3당으로는 H. 로스 페로의 개혁당을 꼽을 수 있다. 개혁당은 1992년과 1996년 대통령 선거에서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었다. 제시 벤추라는 1998년 미네소타 주지사로 선출되어 개혁당의 첫 대통령 후보가 되었다. 그러나 양대 정당 중 어느 한 당 혹은 양당이 모두 제3당에서 가장 대중적으로 다루는 문제를 채택하여 그 지지자들까지 모두 포섭해가는 경우가 종종 있으므로 제3당은 살아남기 위해 숱한 어려움을 겪게 된다.

정치학 교수인 넬슨 W. 폴스비는 《신 연방주의자 논문집:헌법 수호에 관한 논문들》이라는 책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미국에서는 실제로 민주당원이냐 공화당원이냐는 정치적 표지만으로 모든 공직자들을 나눌 수 있다. 그러므로 유권자들 대부분은 어디서든 두 당의 이름 하에 결집될 수 있다. 그러나 민주당원이나 공화당원들이 어디에서나 다 똑같은 것은 아니다. 50개 주의 정치 문화에서 생겨나는 미묘한, 때로는 노골적인 차이들로 인해, 민주당원이 되느냐 아니면 공화당원이 되느냐 혹은 둘 중 어느 당에 투표를 하는가 하는 의미와 관련하여 수없이 다양한 차이들이 빚어진다. 이러한 차이로 미루어보건대, 미국의 양당 체제 내에 백여 개 이상의 당 체제가 잠재해 있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언론 매체

미국인들은 새로운 민주주의가 올바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정보에 대한 용이한 접근이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일찍이 깨달았다. 정보가 없었더라면 그들은 후보나 정책에 대해 논리적인 결정을 내릴 수 없었을 것이다. 정보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누구나 쉽게 정보를 접할 수 있고 또 정보가 널리 확산되어야만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신문이 바로 그 역할을 담당했다. 미국 최초의 일간지는 1783년 펜실베이니아 주 필라델피아에서 발행되었다. 1800년에 이르자 필라델피아에는 6개, 뉴욕 시에는 5개, 볼티모어와 메릴랜드에는 3개, 찰스턴과 사우스캐롤라이나에는 2개의 일간지가 있었고, 그외에 250여 종의 주간지들이 전국에서 발행되었다. 1850년에 이르자, 일간지 200개를 포함하여 총 2천 종의 신문이 발행되었다.

건국 초기에는 언론인들의 강한 자존심과 완고함으로 인해 많은 미국 정치인들과의 사이에 갈등이 빚어졌다. 1792년, 조지 워싱턴은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 “만약 정부와 정부 관리들이 계속해서 언론 남용의 주제로 오르내리고, 이에 대한 진의나 사실 파악이 겸허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내 생각에는 세상 그 누구도 지도권을 행사할 수 없고 나라를 운영해나갈 수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정치가들은 언론 매체가 유권자들에게 정보를 알리는 데 얼마나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 1787년 토머스 제퍼슨은 이렇게 썼다. “만약 신문이 존재하지 않는 정부를 가질 것인지, 아니면 정부가 없는 신문을 가질 것인지 결정하라고 한다면, 나는 분명 주저 없이 후자를 선택할 것이다.”

라디오는 1924년 국가 정당 회의가 처음으로 라디오 생방송으로 진행되면서 정치 운동에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았다. 그해 정당들은 라디오 광고를 위해 자금(공화당은 12만 달러, 민주당은 4만 달러)을 쓰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4년 뒤, 양당의 광고비 지출은 백만 달러로 증가했고, 그때부터 선거 자금이 서서히 증가하기 시작하다가 최근 몇 년 사이에 급격하게 증가했다.

조지 갤럽은 1934년에 여론조사를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핵심 지역구에서 소규모 표본 집단을 대상으로 실시하였다. 조지 갤럽은 여론조사가 “신속하고 효과적인 수단”을 제공해줄 것이며, 이로써 “입법가, 교육가, 전문가, 편집자는 물론 전국 각계각층의 일반 시민들도 민주주의 경향을 진단하는 보다 확실한 척도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고 믿었다. 오늘날 수많은 경험에 의해 질문이 가다듬어지고 또 분석 과정에 현대적 기술이 도입되면서 여론조사도 한층 정교해졌다. 간혹 잘못된 결과가 나오기도 하지만, 여론조사는 일반적으로 대중의 의견을 꾸준히 파악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여겨지고 있다.

1940년, 10만 명의 방청객들이 시청하는 가운데 최초의 TV 정치 토론이 방송되었다. 1950년대에 접어들면서 미국 가정 3가구당 1가구에 텔레비전이 보급되었다. 양대 정당은 1952년 선거전에서 TV 광고에 350만 달러를 사용했으며, 공화당이 계속해서 민주당보다 훨씬 많은 광고비를 지출했다. 1960년 케네디와 닉슨의 대결에서는 현대적인 선거운동에서 텔레비전이 차지하는 역할이 더욱 두드러졌다.

영국의 역사학자 필립 존 데이비스는 《미국의 선거》라는 책에서 이렇게 말한다. “TV는 대다수 미국인들에게 가장 중요한 정보의 원천이 되었다. 주요 공직에 출마하여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자 하는 후보자는 TV 뉴스 보도를 무시할 수 없으며, 또한 이 매체에 광고를 실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도 없는 입장이다. 더군다나 대중은 적어도 주요 공직에 출마한 후보들이 TV에 모습을 드러냈으면 하고 기대하기 시작했다. 의회나 주 전체 규모, 지방직 선거에 출마한 후보는 아직도 라디오나 인쇄 매체를 효과적으로 이용하고 있지만, TV를 이용하지 않는 선거운동이 대중에게 신뢰를 주기란 좀처럼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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