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_ 1  주요 주제와 지역 구분

이 책은 미국의 지리에 관한 것이다. 물리적인 지리에 대해서도 살펴보겠지만 이 책의 주된 관심은 지형, 기후, 토양, 식물 등이 아니라 풍경에 담겨 있는 인간의 발자취이다.

그렇다고 자연환경을 무시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자연환경은 사람들의 행동방식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일부 지역에서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한다. 뉴욕이 중요한 이유는 확실히 세계에서 가장 멋진 천연 항구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남부 플로리다는 식물의 생장기가 길고 겨울이 온화하여 오렌지, 레몬, 사탕수수 생산의 중심지가 되었다. 

그렇지만 플로리다의 기후가 온화하다고 해서 저절로 오렌지 생산지가 되는 것은 아니다. 또한 뉴욕에서 항구는 뉴욕을 성장시킨 여러가지 주요 조건 중 하나일 뿐이다. 물리적인 환경은 인간이 어떤 기회를 얻게 될지를 정의하는 데 도움을 주긴 하지만 그 자체로 인간의 활동을 결정짓지는 못한다. 일반적으로 기술 수준이 높아질수록 사람들은 훨씬 여유 있게 대지를 활용할 수 있다.

미국의 지리에 대해서 모든 것을 다루는 것은 분명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우리는 미국을 몇 개의 지역으로 나누었다. 각각의 지역은 몇 가지 상호영향을 미치는 요인들로 인해 특별한 정체성을 지니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요인들을 이용해 몇 가지 주제를 추출해냈고, 이 주제들을 중심으로 각 지역에 대해 다루기로 한다.

기본 주제들

미국의 지역적 경계선과 정치적 경계선은 몇 가지 일반적인 문화 유형에 따라 나누어지는데, 많은 경우 물리적 환경의 차이와는 상관이 없다. 이러한 문화 유형은 미국인들이 어떻게 국가를 구성했는지를 보여주는 주제들이다.

도시화

미국인들은 대부분 도시에 살고 있지만 미국이란 나라가 기본적으로는 농촌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생각하길 좋아하며, 미국이 이렇게 농촌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미국인들이 활기를 띠는 것이라고 믿는 경향이 있다.

농촌이 지배적이라는 견해를 뒷받침해줄 만한 근거는 이제 별로 남아 있지 않다. 미국인 중 70퍼센트 정도가 도시에 거주하고 있으며, 40퍼센트 이상이 인구 100만 명 이상의 도시에 살고 있다. 1990년에 미국의 농촌 인구는 약 500만 명(전체 인구의 2퍼센트)으로 조사되었는데, 농촌 인구는 미국인 중 90퍼센트 이상이 농부였던 1790년 최초의 인구조사가 이루어진 이래 점차 감소해왔다. 

도시화에 대해서는 이 책에서 중점적으로 논의할 것이다. 도시들은 특별한 형태, 특별한 배치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대부분 미국 도시들은 사각형 격자무늬 형태를 띠고 있는데, 이는 문화적 태도 때문이기도 한 자동차가 발명되기 이전에 효율적인 운송 체계를 갖추고자 한 데서 비롯된 결과이기도 하다. 또 토지 조사를 쉽게 하기 위한 결과물이기도 하다. 도시 내부에는 산업 및 산업 중심 지대, 주거 지역, 창고 지역 등이 따로 존재한다.

지난 100년 동안 미국에서 지속적이면서 종종 빠르게 진행되었던 도시 성장은 도시 인구의 유동성 증가와 맞물려 도시를 점점 확장시키는 도시화의 추세를 유발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도시가 확장되어 서로 분리되어 있던 인접 도시들이 서로 맞닿거나 겹쳐지면서 융합하는 결과를 낳았다.

산업화

미국 내의 일자리는 대부분 직접적으로나 간접적으로 제조업과 관련을 맺고 있다. 제조업은 대부분의 도시들이 만들어지는 배경으로 작용했으며 도시 성장을 이끈 주역이기도 했다.

오늘날 제조업 부문은 지역마다 특성화가 이루어져 있다. 구할 수 있는 산업 원료가 무엇인가에 따라, 그리고 다른 산업과의 연계 유무에 따라 지역 특성화의 형태는 다양하다. 최종 제품의 부품을 생산하는 제조업체들은 전체 운송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종 조립공장 인근에 위치해 있으며, 또한 다른 제조업체와 가까운 곳에 자리잡고 있다.

지역 특성화가 다양하게 이루어지도록 하는 다른 요인으로는 노동가용성이나 노동기술, 운송시설, 현지 정치상황 등이 있다. 각 지역은 가장 잘 생산할 수 있는 것을 전문적으로 생산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지역 특성화와 동시에 지역간의 상호의존도 또한 높아졌다. 비록 현지인들은 자랑스럽게 말할지 몰라도 미국 내 제조업 중 정말로 자급자족할 수 있는 분야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높은 유동성

미국의 광범위한 운송망은 지역간의 경제 상호작용을 한층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상품과 인력은 미국의 한 지역 내에서뿐만 아니라 지역 사이를 자유롭게 이동한다. 지역간 상호의존도가 높은 이유는 지역간의 이동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물론 상대적인 고립이 사실상 존재하긴 하지만 그리 흔치는 않다. 

미국인들 가운데 거의 20퍼센트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매년 주거 지역을 바꾼다. 비록 이러한 주거 이동이 대부분 한 지역 내에서 이루어지긴 하지만, 지역간의 인구 이동도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이루어지고 있다.

1890년대가 되기 전까지는 개척할 농지를 찾기 위해 사람들이 서쪽으로 이동하는 경향이 강했다. 그후 사람들에게 기회를 제공해주는 요인이 변하면서 도시 지역으로 이동하게 되었다. 최근에는 미국 경제가 소위 ‘후기산업사회’ 단계로 접어들면서 1차 산업(농수산업)이나 2차 산업(제조업)보다는 전문직이나 서비스 직종이 우선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이런 일자리는 지역에 따라 상당히 다른데, 부대시설을 잘 갖추고 있는 지역에서는 전문직이나 서비스직이 빠르게 증가해왔다.

자원

미국땅에서 생산된 농작물 중 25퍼센트 정도는 수출되고 있다. 미국은 일부 비농업 원료를 자급할 수 있으며 세계 최대의 석탄 수출국이기도 하다.

미국 사람들 대부분이 도시에 살고 있는 데 반해 천연자원을 추출하는 일은 대규모의 비도시 노동력을 필요로 한다. 또 농업의 관점에서 보자면 이러한 자원개발은 상당한 토지를 점유할 수밖에 없으며, 그 결과 자연환경과 환경에 대한 인간의 적응력 간의 관계가 확실히 가시화된다. 정부는 토지 사용과 농산물 생산을 통제하고 지나친 자원개발을 규제하면서 이런 관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런 이유로 미국은 도시화와 산업화 과정에서 증가한 원료 수요량을 충당하기 위해 자체 천연자원이 풍부함에도 불구하고 수입 원료에 의존하고 있다.

높은 소득과 높은 소비

미국의 국민소득이 높은 것은 높은 노동생산성 때문이며, 노동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기계의 역할이 아주 중요하다. 또한 최신 기계들은 생물이 아닌 에너지자원으로부터 동력을 얻는다. 유동성이 높다는 것도 에너지자원을 많이 활용한다는 의미이다. 국민들 대부분에게 높은 소득이 균등하게 배분되면 상품 수요가 많아진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다시 에너지 소비를 증가시킨다.

미국은 세계 전체의 에너지 생산량 중 25퍼센트 정도를 소비하고 있다. 미국은 자국이 소비하는 석유의 절반을 수입하고 있으며 철광석과 천연가스의 수입량을 늘리고 있다. 주석과 알루미늄의 경우엔 거의 전량을, 그리고 다른 광물 역시 상당량을 수입하고 있다.

높은 소득은 식습관에도 영향을 미친다. 미국인들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육류를 섭취하고 있으며 실제적으로 가장 다양한 식생활 습관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소고기나 유제품 생산이 농촌 지역 경제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었다.

환경적 영향

자원이 풍부하며 자원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 또 소비가 증가함에 따라 물리적 환경이 심하게 파괴되었다. 자원을 캐낼 때마다 자연환경을 훼손시킬 수밖에 없다. 자원을 사용하는 일은 곧 공기와 물을 오염시키는 것이 된다.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점점 더 심각해지면서 개발이냐 보존이냐에 대한 논쟁이 활발하게 진행되었고, 이러한 논쟁 때문에 정부가 중도적인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더욱더 환경문제에 개입하게 되었다. 미국 내 자원이 갈수록 부족해지고 자원 추출 비용과 생산 비용이 늘어남에 따라 개발이냐 보존이냐에 대한 논쟁은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정치적 복잡성

미국은 복잡한 정치구조를 지니고 있다. 즉 어떤 활동이나 상황에 대한 관할권이 일부는 선출되고, 일부는 지명되는 다수의 의사결정 기관으로 분리되어 있다.

행정 주체가 주州 단위 아래로 내려가면 정치구조가 복잡해지기 때문에 정부는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서비스를 보급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는다. 카운티(county), 타운십(township), 시티(city), 타운(town) 등은 자체에서 선출된 관리가 통치한다. 특별 행정 부서 대부분은 교육, 대중교통, 상수도 등 특정한 서비스 공급을 감독하고 있다. 종종 특정 지역에서 한 가지 업무를 관할하는 부서가 서로 겹치는 바람에 행정 상황을 이해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할 때가 있다.  

문화적 기원

미국은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기반으로 해서 성장해왔다.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은 미국 문화에 지대한 공헌을 해왔다. 미국 남서부에는 히스패닉계 미국인, 아메리칸 인디언, 유럽 출신의 미국인 등이 혼합되어 다른 지역과는 구별되는 독특한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중국인들은 샌프란시스코와 뉴욕 같은 도시에서의 생활에 영향을 미쳤다. 이러한 문화적 다양성은 미국이 뚜렷한 특징을 지니는 데 있어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지역 구분

지리학자들은 명료한 분류 체계, 즉 장소에 대한 복잡한 사실들을 활용하여 의미 있는 정보로 만들어내는 방식을 활용하여 지역을 구분한다. 모든 분류가 그렇듯이, 만족스런 지역 구분이란 여러가지 사실들 속에서 이해할 만한 유형을 구별해내도록 할 뿐만 아니라 복잡한 유형들을 명료하게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이다.

지리학자들에게 지역이란 결절 지역(nodal region:상업럭騙湯행정레??등의 여러가지 기능이 집중되는 접촉 지점이 중심이 되어 그것과 밀접하게 연결되는 지역―역자주)이나 단일 지역(uniform region) 중 하나가 됨을 의미하며, 각 지역은 하나의 특성을 지닐 수도 있고 다양한 특성을 지닐 수도 있다. 결절 지역은 통신이나 교통수단에 의해 서로 연결된 일련의 장소라는 특징을 지닌다. 결절 지역에 포함되는 장소들은 서로 매우 다르더라도 공통점을 갖고 있기 때문에 상호 연결된다.

이와 달리 단일 지역은 전체적으로 다른 곳에는 존재하지 않거나 중요하지 않은 하나 혹은 그 이상의 특징을 지니고 있는 지역이다. 단일 지역은 물리적 특성과 문화적 특성 모두들 포함하여 한 지역 내 환경 전체의 특성을 나타낼 수 있다. 이 책에서 사용한 지역구분법은 단일 지역 유형에 기초한 것이다.

이 책에서 한 지역의 자연과 한 지역의 특성을 이루는 요인들을 인식하는 방법은 상대적으로 적은 판단기준 범주에 기초하고 있다. 우리는 미국 내 각 주요 지역에서 지역 사람들이 서로 소통하거나, 물리적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반영하는 하나의 주제 혹은 두 개의 주제를 구별해내기 위해 노력했다. 한 지역을 구별하는 가장 중요한 주제들은 지역마다 아주 다를 수 있다. 건조함과 물에 의한 침식에 중점을 두지 않고는 미국 북서부에 대해 도저히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또 차가운 겨울을 언급하지 않고 미국 북부에 대해 논하거나, 도시나 제조업을 다루지 않고 북동부에 대해 논하는 것 또한 불가능하다. 통일성 있는 단일 지역을 구성하는 주요소는 사전에 결정된 가치들에 기초하여 한 지역이 다른 지역과 어떻게 다른가가 아니라 일련의 조건들이 그 지역에서 어떻게 결합되는가이다.

이렇게 해서 우리는 미국을 14개 지역(지도 1)으로 구분하여 각 장마다 한 지역씩 다룰 것이다. 14개 지역은 메갈로폴리스(Megalopolis), 미국 제조업 핵심 지역(the American Manufacturing Core), 동부 우회 지역(the Bypassed East), 애팔래치아와 오자크 고원(Appalachia and the Ozarks), 최남부 지역(the Deep South), 남부 해안 지역(the Southern Coastlands), 농업 핵심 지역(the Agricultural Core), 대평원과 대초원(the Great Plains and Prairies), 내륙 불모지대(Empty Interior), 남서부 국경 지역(the Southwest Border Area), 캘리포니아(California), 북태평양 연안(the North Pacific Coast), 북부 지역(the Northlands), 하와이(Hawaii) 등이다.

이러한 지역 구분은, 실제로는 그렇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지형적으로 각 지역이 구별되는 것처럼 보이게 한다. 우리가 제시하고 싶었던, 한 지역에 대한 ‘느낌(feeling)’은 그 장소의 기능에 관한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선택한 주제들이 어떤 기능을 하는가이다. 예를 들어 메갈로폴리스의 강력한 도시적 특성은 4장에서 다루고 있지만 뉴욕, 필라델피아, 보스턴, 그리고 기타 제조업이 핵심인 도시들은 5장에서 다루었다. 일반적으로 ‘중서부’라고 불리는 지역은 도시산업적인 특성과 시골농업적인 특성이라는 두 가지 지역적 정서를 지니고 있다. 이 두 가지 면은 모두 중요하기 때문에 따로 나누어 자세히 다루었다.

엄격한 지역 구분은 미국 풍경에 잘 들어맞지 않는다. 미국에서는 한 구역이 두 개 이상의 지역에 걸쳐 있기도 하고 지역들 간의 경계가 상당히 넓고 과도적이라 별개의 지역으로 구분될 만한 경우도 있다. 때로 이런 구역은 여러가지 미묘하거나 복잡한 특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어느 하나의 특정 지역에 배속시킬 수가 없다. 농업 핵심 지역과 대평원의 경계가 되는 구역이 바로 그런 예이며 농업 핵심 지역과 최남부 지역 사이에도 경계가 모호한 구역이 있다.

지역 경계선과 지역 자체는 고정되어 있지 않다. 사람들의 정착 유형은 변하고, 사회는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하며, 정치적인 유형도 변하게 마련이다. 이런 유형을 반영하는 지역은 확장되거나 축소되기도 하며, 혹은 새로 나타나거나 사라지기도 한다. 유럽인들이 미국을 처음 발견했던 1492년에 지역을 구분했다면 1776년, 1865년, 1991년의 지역 구분과는 매우 달랐을 것이다. 2100년의 유형이 2000년의 유형과 비슷할 거라고 생각할 수 있는 근거는 없다.

이 책에서 우리가 제시한 지역 구분을 검토해보면 일반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세부 구분을 이용했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그렇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일반적으로 예상하는 것과는 다르게 여러 구역들이 합쳐져 있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동부 우회 지역은 뉴욕주의 애디론댁 산맥과 뉴잉글랜드(미국 북동부의 코네티컷주, 매사추세츠주, 로드아일랜드주, 뉴햄프셔주, 메인주 등 6주의 총칭―역자주)로 알려진 미국 북동부를 결합시킨 지역이다. 사람들은 대부분 뉴잉글랜드에 속하는 주들이 문화적으로 강한 응집력을 지닌 별도의 지역으로 구분해되어왔기 때문에 뉴잉글랜드 전부를 하나의 지역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이주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도시화가 급속하게 진전되면서 최근 몇십 년 동안 뉴잉글랜드 남부에 커다란 변화가 있었다.

몇몇 지역은 정치적 경계선에 따라 나누었다. 이 기준으로 하와이주를 따로 구분했다. 캘리포니아주는 미국 문화에 있어 선도적 역할을 했으며 현지의 자원 문제에 대해서는 국가 차원에서 정치적 ‘해결책’을 이용하기 때문에 인접 지역들과 따로 분리해서 다루었다. 메갈로폴리스는 전통적인 방법으로 카운티 경계선을 따라 정의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각 지역을 다룬 장들은 하나 이상의 기본 주제들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대부분의 주제는 책 전체의 기본 주제에서 최소한 간접적으로나마 이끌어낸 것들이다. 각 장에서 미국 전체 또는 대륙 전체의 지리적 특징이 되는 요인들을 구별해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겠지만, 주제들은 한 지역에 대한 정보를 다룰 때 확실한 토대로서 사용하기 위한 것이다.

CHAPTER _ 2  자연환경

미국의 지형을 살펴보면 주로 남북으로 펼쳐져 있는 것을 알 수 있다(지도 2). 내륙 지역은 멕시코만에서 캐나다 국경까지, 그리고 알래스카로 계속 뻗어 있는 방대하고 불규칙한 저지대로 이루어져 있다. 지형 전개에 관심이 있는 지리학자들은 이처럼 넓디넓은 평지와 부드럽게 굴곡진 언덕들을 지형학적으로 세 지역, 즉 대서양 및 멕시코만 연안의 평원, 내륙저지대(일부 학자들은 대평원과 내륙 평원으로 다시 나눈다), 캐나다 순상지 등으로 구분한다.

대서양 및 멕시코만 연안의 평원은 동부 해안을 따라서 북쪽으로 올라가 뉴잉글랜드 남쪽 변두리까지 이어진다. 이 지역의 지표면 밑에는 단단하지 않으면서 침식되기 쉽고, 비교적 최근에 형성된 바위층이 놓여 있다. 이 암석층은 지질학상 최근에 수심이 낮아진 바닷물이 그 지대를 오가면서 축적된 것이다. 이러한 낮은 평원은 해수면 아래로 이어져 대륙붕을 형성하고 있으며 길게는 해안에서 400킬로미터나 떨어진 곳까지 뻗어 있다.

북쪽에 있는 내륙저지대는 해안 평야지대에 비해 확실히 언덕진 지형이긴 하지만 거친 곳은 거의 없다. 내륙저지대는 접시처럼 변두리 부분이 올라왔으며 두꺼운 퇴적암층으로 덮여 있다. 이 퇴적암층은 일반적으로 매우 평평하다. 내륙저지대 내에서 지형학상 차이를 보이는 것은 부분 침식에 의한 것이거나, 북부의 경우엔 빙하시대에 축적된 빙하쇄설물의 결과이다.

대평원의 지질학적 구조는 내륙 평원과 거의 다르지 않다. 대평원도 대부분 퇴적암층으로 되어 있다. 반면 사우스다코타주 서부에 있는 블랙힐 산지에서 뚜렷이 볼 수 있듯이 대평원 북부의 퇴적층은 돔 모양으로 융기해서 생긴 습곡 구조에 의해 모양이 변형되어 있다. 퇴적층은 거의 수평으로 되어 있으며, 서쪽으로 완만하게 침하하여 콜로라도주의 덴버와 콜로라도스프링스가 위치하는 로키 산맥 기슭까지 이어진다.

대평원과 내륙평원을 가르고 있는 것은 로키 산맥에 의해 침식된 낮은 절벽이며, 이 절벽은 평원을 덮고 있는 무른 퇴적층의 동쪽 끝부분에 위치한다.

거대한 내륙저지대가 지니고 있는 이러한 특징은 미국의 정착과정 및 경제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이곳에는 개발할 수 있는 농업자원이 풍부할 뿐만 아니라, 미국 영토 중 절반 가량을 지형학적으로 별다른 어려움 없이 쉽게 이동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로 인해 내륙저지대와 서부 지역은 미국 경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내륙저지대의 하천들은 거의 대부분 미시시피 강과 그 지류로 연결된다. 이는 애팔래치아 산맥의 서쪽 지역으로 물자를 쉽게 운송할 수 있도록 했고 경제 집중을 유발함으로써 지역적인 결속력을 단단히해주었다.

내륙저지대의 북부와 북동부에는 오래되고 단단한 결정암으로 덮여 있는 캐나다 순상지가 위치한다. 내륙저지대 남쪽에는 한때 미국 중앙부를 채우고 있던 바닷물 아래에 쌓여 있던 퇴적층으로 되어 있다. 캐나다 순상지의 표면이 침식하면서 기복이 완만한 저지대로 옮겨졌던 것이다.

캐나다 순상지의 지형은 지난 100만 년 동안 거대한 대륙빙하에 의해 이루어졌다. 대륙빙하는 로키 산맥과 코스트 산맥 서쪽에 있는 캐나다 대부분을 덮고 있었으며 남쪽으로는 현재의 미주리 강과 오하이오 강 계곡까지 뻗어 있었다. 

빙하는 표면에 있던 몇 톤씩 되는 거대한 바위들을 들어내어 먼 곳으로 옮겨놓았다. 캐나다 순상지에 흩어져 있는 거대한 둥근 돌들은 빙하에 의해 옮겨진 것이다. 빙하 주변에서는 얼음이 녹으면서 주요 강줄기를 형성하여 바다로 이어지는 넓은 수로를 만들었다. 

빙하작용에 의해 캐나다 순상지의 지표면 대부분이 씻겨나갔다. 그래서 오늘날 이 지역의 표토는 아주 얕거나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쇄설물로 인해 수로 형태도 심하게 변형되었으며, 일부는 바다로 흐르는 대신 이 지역의 호수와 늪이 되었다. 예를 들어 미네소타주 중심부와 북부에 있는 ‘1만 개 호수의 땅(Land of 10,000 Lakes)’은 빙하로 덮여 있던 캐나다 순상지의 남부에 속한다. 미네소타주, 미시간주, 위스콘신주는 빙하로 덮여 있던 캐나다 순상지에 자리잡고 있다.

남쪽은 상대적으로 빙하 두께도 얇고 영향을 덜 받았으며, 고도가 높은 지형 때문에 빙하의 흐름이 바뀌었다. 가령 뉴욕주 중부에서는 모호크 강 남부에 있는 고지高地에 의해 빙하가 더이상 나아가지 못하고 막혀버렸다. 하지만 모호크 강 지류가 흐르던 계곡에는 빙하가 조금씩 흐르면서 계곡을 점점 넓고 깊게 만들었다. 오늘날 뉴욕주의 깊고 좁은 호수인 핑거 호는 이렇게 빙하로 넓어진 계곡들을 채우고 있으며 미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빙하의 남쪽 끝부분에 위치한 지역과 그 너머 지역에서는 빙하작용 중 침식작용보다는 퇴적작용이 더 크게 작용했다. 내륙저지대의 대부분은 빙하가 운반하여 떨어뜨린 바위와 흙으로 구성된 표석점토로 뒤덮여 있는데, 표석점토의 두께는 1미터 이하에서 100미터 이상까지 다양하다. 빙하가 오랫동안 흐르지 않고 고여 있던 장소에서는 빙퇴석이라 불리는 높은 언덕 지역이 만들어졌다. 동부에 있는 스태튼아일랜드, 롱아일랜드, 마서즈비니어드 섬, 코드 곶 등은 빙하가 남동쪽으로 가장 멀리 뻗어나간 빙퇴석 지역의 끝자락에 있다. 오대호 남부는 길고 낮은 반원 모양의 빙퇴석 능선과 또다른 빙하 퇴적물 지형으로 수놓아져 있다.

내륙저지대 가운데 빙하작용의 영향을 받지 않은 곳이 있다. 위스콘신주 남서부 지역과 400킬로미터나 뻗어 있는 미시시피 강의 계곡 지역은 북쪽 슈피리어 고원이 장애물 역할을 하면서 미시간 호와 슈피리어 호의 깊은 계곡이 빙하의 방향을 바꿔 빙하작용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로 나타난 것이 ‘무표석점토 지역(driftless area)’인데, 무른 바위들이 천연 교각이나 아치 모양으로 울퉁불퉁하게 형성된 지역이다. 

빙하가 퇴각하면서 빙하가 있던 끝부분을 따라 거대한 호수가 만들어졌다. 대평원 북부에는 두 개의 거대한 호수(애거시 호와 리자이나 호)가 오늘날 오대호보다 넓은 지역을 차지하고 있었다. 빙하가 계속 퇴각하자 이 호수들은 대부분 사라졌다. 노스다코타주와 미네소타주 일부에 걸쳐 있는 평지가 과거에 호수 바닥이었다는 점으로 두 호수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빙하작용이 널리 이루어지던 시대에는 해수면이 매우 낮았다. 이 때문에 강은 얕아졌으며 강물에 의한 침식작용도 더 심하게 일어났다. 더욱이 이렇게 형성된 계곡들 대다수는 지금의 대양까지 뻗어 있었다. 특히 서스쿼해나 강과 허드슨 강은 당시에 아주 깊은 계곡을 뚫고 지나갔다. 빙하가 뒤로 물러나면서 해수면이 높아졌고 바닷물이 이 깊은 계곡들을 채우게 되었다. 세계에서 아름답기로 손꼽히는 항구 지역 두 곳이 이런 식으로 형성되었다. 바로 뉴욕 만과 체서피크 만이다. 뉴욕 만은 수심이 깊은 허드슨 강과 연결되며 스태튼아일랜드와 롱아일랜드가 합작하여 만들어낸 천연의 보호막으로 둘러싸여 있다. 그리고 체서피크 만은 서스쿼해나 강의 계곡과 주요 지류인 포토맥 강과 제임스 강 등이 가라앉아 생긴 곳이다. 

미국 동부에 있는 해안 평야지대는 해변을 따라 북쪽으로 올라갈수록 애팔래치아 고원지대에 밀려 점점 좁아지면서 코드 곶에 이르면 저지대가 완전히 사라진다. 코드 곶에서부터 북동쪽으로는 애팔래치아 산악지대가 바다를 끼고 북쪽으로 이어진다. 한때는 높은 산악지대였지만 침식 현상이 일어나면서 지금의 상태가 된 미국 동부 대부분에 걸쳐 있는 애팔래치아 산맥은 내륙저지대와 해안지대를 분리하고 있다.

이 지역에는 대체로 토양이 매우 얕고 가파른 언덕들이 있기 때문에 기계 사용을 위주로 하는 현대식 농사법은 적합하지가 않다. 그리고 대도시나 대규모 산업은 주로 저지대 지역에서 발달하였다. 초기 정착자들은 뉴욕주의 모호크 강에서부터 남쪽으로 앨라배마주 북부까지 애팔래치아 산맥이 중간에 끊기는 곳이 거의 없기 때문에 서쪽으로 이동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

미국 서부는 갑자기 고도가 크게 변하는 산악지대로 이루어져 있다. 미국 서부의 지형은 크게 세 지역, 즉 동쪽의 로키 산맥과 태평양 연안의 산과 계곡, 그리고 이 둘을 분리하는 높고 틈이 많은 고원지대로 구성되어 있다.

대평원에서 보면 서쪽에 있는 로키 산맥은 해발 2천 킬로미터 이상의 봉우리들을 갖고 있는 거대한 얼굴처럼 보인다. 와이오밍주 중남부 등 다른 곳에서 보면 로키 산맥은 전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아이다호주의 로키 산맥 북부는 남북으로 연결된 산악지대 대부분이 돔 모양의 거대한 화성암 습곡 구조로 되어 있다. 이 지역에는 알래스카를 제외하고 미국에 남아 있는 것 중에 가장 광활한 황야가 있다.

서부 내륙의 고원지대 역시 기원과 모양 면에서 다양하다. 가장 남쪽에 있는 콜로라도 고원지대는 두꺼운 퇴적암층으로 되어 있으며, 저지대의 고도보다 1천 미터 이상 솟아 있고 북동쪽으로 갈수록 서서히 고도가 높아진다. 이 고원지대는 화려한 장관을 연출하는 협곡과 화산 봉우리, 모래사막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좀더 북쪽으로 가면 컬럼비아-스네이크 분지가 있는데 이곳은 깊이 1천 미터 아래까지 용암으로 채워져 있다. 예나 지금이나 컬럼비아 강과 스네이크 강은 바위를 침식하고 있다. 이로 인해 형성된 지형은 콜로라도 고원지대와 비슷하지만, 콜로라도 고원지대의 침식퇴적암이 지니고 있는 세월에 깎인 계단 모양의 외관은 찾아볼 수 없다. 화구구火口丘도 이 지역, 특히 오리건주 남부의 중앙부와 아이다호주의 스네이크 강 계곡에서 찾아볼 수 있다.

고원지대는 북쪽으로 갈수록 점차 넓어져서 알래스카주의 유콘 강 언덕까지 포함하고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알래스카 중앙의 대부분은 배수가 제대로 안 되는 넓고 평평한 저지대로 이루어져 있다.

미국의 태평양 연안 지역은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두 개의 산맥이 있으며 그 사이에 저지대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코스트 산맥의 캘리포니아 남부 쪽은 매우 거대한데, 봉우리들이 3천 미터까지 치솟아 있다. 그곳에서 오리건주 경계선까지는 코스트 산맥이 낮으면서도 일직선으로 늘어서 있으며, 1천 미터 이상 솟아 있는 곳은 거의 없다. 이 지역은 또한 미국의 주요 단층지대로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곳이다. 캘리포니아-오리건 주경계선을 따라 위치하는 클래머스 산맥은 코스트 산맥보다 더 높고 길며, 굴곡도 훨씬 더 심하고 불규칙하다. 워싱턴주 북서부에 있는 올림픽 산맥을 제외하고 오리건주와 워싱턴주의 나머지 지역에 걸쳐 있는 코스트 산맥은 산악 지형이라고 하기엔 너무 낮고 언덕도 많다.

태평양 연안에 있는 내륙저지대인 캘리포니아주의 센트럴밸리, 오리건주의 윌래멋 계곡, 워싱턴주의 퓨젓사운드 저지대 등은 서해안 근처에 있는 유일한 대규모 저지대이다. 이 저지대들은 상대적으로 질 좋은 토양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태평양 연안 지역의 농업을 지탱해주는 밑바탕이 되고 있다.

저지대 동쪽에는 시에라네바다 산맥과 캐스케이드 산맥이 있다. 시에라네바다 산맥은 동쪽과 서쪽 지형을 비교해보면 마치 단층 지괴로 구성된 거대한 땅덩어리가 아주 날카로운 얼굴로 동쪽을 바라보면서 위쪽으로 높이 치솟아 있는 듯한 형상을 띤다. 시에라네바다 산맥의 서쪽 경사면은 완만하지만 동쪽 지대의 일부는 그 높이가 3천 미터를 넘는다. 한편 화산 활동은 캐스케이드 산맥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화산 봉우리에 속하는 워싱턴주 레이니어 산과 세인트헬렌스 산은 캐스케이드 산맥에 자리하고 있다.

기후

기후란 하루하루의 날씨 상황을 몇 년 동안에 걸쳐 관찰려악朗?것을 말한다. 기후는 여러가지 다른 요소들이 상호작용한 결과로 나타나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는 기온과 강수량이다.

기후 패턴은 세 가지의 지리적 요소가 상호작용한 결과로 나타난다. 첫번째 요소는 위도이다. 지구는 축이 기울어져 있어 매년 태양 주위를 공전할 때 처음에는 북반구가, 이후에는 남반구가 태양 광선에 더 많이 노출된다. 북반구가 여름일 때 위도가 높은 지역은 낮의 길이가 더욱 길어져서 최북단에 위치한 지점에서는 백야 현상이 생긴다. 반면 겨울에는 위도가 높을수록 낮시간이 짧아지고, 남쪽 지역으로 갈수록 낮시간이 길어지면서 태양의 직접적인 빛에 더 오랫동안 노출된다.     

두번째 요소는 땅과 물의 관계에 기초한 것이다. 땅은 물에 비해 더 빨리 데워지고, 더 빨리 식는다. 대륙의 성질을 지니고 있는 정도를 나타내는 대륙도大陸度의 영향으로 바다와 같은 거대한 수역水域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장소는 해안에 있는 장소에 비해 계절의 기온차가 더욱 커진다. 대평원 북부 지역의 연간 기온차는 섭씨 65도인데, 일부 지역에서는 연간 섭씨 100도까지(최고는 영상 50도에서 최저는 영하 50도까지) 기온차가 나기도 한다. 

해안 지역, 특히 중위도 지방에 있는 서해안 지역에서는 반대 효과가 나타난다. 이런 지역들은 해양의 영향으로 기온차가 적은 편이다. 해양에서 불어오는 편서풍의 영향으로 여름은 시원하고 겨울은 비교적 온화하다. 수평수직으로 움직이는 해류는 해양 표면 온도의 계절적 변화를 최소화한다. 온화한 수온은 해수면 위에 떠 있는 공기 덩어리인 기단氣團의 기온이 급격히 변하지 않도록 한다. 

거대한 수역과의 근접성은 강수량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데, 수역에 가까이 있는 지역은 일반적으로 강수량이 풍부하다. 왜냐하면 거대한 수역이 더 많은 수증기를 생산하여 대기 중의 수분량을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대기 중에 습도가 많아지면 비올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렇지만 캘리포니아 남부의 건조한 해안 지역과 알래스카의 북극 해안선 지역은 예외적이다.

기후에 영향을 미치는 세번째 요소는 지형이다. 고도와 기온과의 관계는 가장 명백한 것으로, 고도가 높을수록 기온이 낮아진다. 그렇지만 지형이 바람의 흐름에 영향을 미치므로 지형의 영향은 이보다 더 광범위하다.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을 가로막는 지점에 산맥이 있다면 공기는 그 산을 타고 올라가면서 차가워진다. 기단이 차가워지면 기단이 품을 수 있는 수분의 양도 줄어든다. 공기 냉각으로 인해 상대적인 습도가 100퍼센트에 다다르면 비가 내리게 된다. 바람이 불어오는 쪽에는 수분이 비가 되어 떨어지고, 바람이 닿지 않는 반대쪽은 건조해진다. 북미에서 가장 습한 지역은 오리건주에서 알래스카주 남부까지 이어지는 태평양 연안으로 수분을 함유하고 있는 바람이 해변에 있는 산에 부딪치는 지역이다. 이 지역의 연간 평균 강수량은 200센티미터 이상이며 일부 지역은 300센티미터가 넘는다.

또한 산은 기온을 온화하게 만드는 해양성 기후의 영향력을 감소시키는데, 태평양 북서부 내륙 지역에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웨스턴코르디에라(Western Cordillera:알래스카에서 멕시코까지 뻗어 있는 북아메리카 대륙 서부의 산맥계―역자주)는 서해안의 해양성 기후 조건을 해안 지역에 가두고 있다. 협소한 지대에서 강우량과 기온이 엄청나게 차이 나는 미국의 지역 중 일부는 코스트 산맥의 서쪽과 동쪽 측면 사이이다. 서부의 중앙부와 북쪽 내륙 지역이 건조한 이유는 주로 남북으로 이어진 서부의 산악지대가 장애물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로키 산맥 서쪽에서는 지형이 강수량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동쪽 산들이 낮아서 이동하는 공기에 장애물 역할을 거의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한 방해를 받지 않고 흘러오는 거대한 두 기단, 즉 멕시코만에서 북쪽으로 흐르는 기단과 캐나다에서 남쪽으로 흐르는 기단 사이의 충돌에 의해 내륙 지역의 날씨가 결정된다. 이 두 기단의 충돌로 인해 이 지역의 날씨는 종종 험악하게 바뀐다.

이것이 기후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하고 복잡한 지리적 요소 중 네번째인 기단 특성과 풍향 체계이다. 미국의 날씨는 주로 차갑고 건조하며, 안정적인 대륙성 한대 기단과 따뜻하고 다습하며 불안정한 해양성 열대 기단의 대치에 의해 뚜렷하게 영향을 받고 있다. 한대 기단은 겨울이 되면 남쪽의 가장 아랫부분까지 내려오며, 열대 기단은 여름이 되면 북쪽의 가장 윗부분까지 올라간다. 미국 대부분 지역의 날씨 체계는 동쪽으로 흐르는 편서풍에 의해 영향을 많이 받는다. 따라서 내륙 지방의 대륙성 기후는 동해안으로 밀려가게 된다.

이렇게 기후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이 상호작용을 하면서 지역마다 다른 기후 유형을 만들어낸다. 동부의 기후 차이는 기온에 따라 달라지며 서부는 강수량에 따라 달라진다. 동부에서는 기후 지역 구분이 대체로 식물생장기(평균적으로 봄철에 마지막으로 서리가 내리는 날짜와 가을철에 처음으로 서리가 내리는 날짜 사이의 기간)와 평균 하계 최고 기온 혹은 동계 최저 기온에 의해 이루어진다. 서부에서는 온화한 날씨가 서해안 기후의 중요한 요소이기는 하지만, 평균 연간 강수량이 주요한 구분 기준이 된다. 동부에서는 북쪽 지역으로 갈수록 일반적으로 건조해지며 서부에서는 차가워진다. 동부에서는 기후의 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주된 요소가 위도인 반면, 서부에서는 지형이 기후의 변화에 주요한 영향을 미친다.  

식물 분포

식물학자들은 한 장소에서 일정한 기후와 평균적인 토양 및 배수 조건이 주어졌을 때 식물이 자라고 재생산되는 식물 군락을 나타내는 극상식생極相植生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렇지만 식물이 자라는 미국의 대부분 지역에서 극상식생이라는 개념은 거의 의미가 없다. 미국의 ‘자연적인’ 식생은 실제로 소멸되었으며 재배치되었고, 다른 것으로 대체되어 더이상 본래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예를 들어 남동부에는 원래 활엽수림과 침엽수림이 섞여 있었지만 모두 벌목되었으며 경제적으로 더 중요한 침엽수림으로 대체되었다. 평원과 초원 지역의 풀들은 대부분 유럽에서 수입된 식물들이다. 미국의 토착 식물들은 농장 가축들이 다 뜯어먹었거나, 사람들의 공격과 수입 식물들에게 밀려 사라지게 되었다. 오늘날 남아 있는 극상식생 대부분은 서부와 북부에 존재한다.

식물 분포 지역을 구분하는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다. 아마도 가장 간단한 방법은 숲, 초원, 관목 지역 등 세 개의 범주로 나누는 것이다. 동부 대부분과 태평양 연안 지역의 중부와 북부, 서부의 고도가 높은 지역, 북부 내륙의 넓은 지역 등은 한때 숲으로 덮여 있었다. 태평양 연안, 서부 내륙 지역, 북부, 그리고 최남부 지역 일부의 숲은 모두 다양한 침엽수로 구성되어 있다. 오하이오 강과 미시시피 강 계곡 대부분과 오대호 중앙 지역은 낙엽 활엽수림으로 덮여 있다.

초원은 텍사스주와 뉴멕시코주부터 캐나다 국경까지 거의 모든 대평원 지역을 포함하여 내륙저지대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 지역은 반半습윤 지역으로, 나무가 성장하기에는 강수량이 적당치 않다. 초원이 동쪽으로 확장되어 생긴 프래리 웨지(Prairie Wedge)는 일리노이주를 통과하여 인디애나주의 서쪽 가장자리까지 이어져 나무 성장에 적절한 강수량을 지닌 지역과 만난다.

관목지는 주로 건조한 기후 조건에 의해 형성된다. 관목지는 서부 내륙의 저지대에 집중되어 있다. 실제 식물 분포는 남서부 지역의 선인장부터 캘리포니아주 남부에 밀집되어 있는 차파랄(잎이 뻣뻣하고 뒤틀린 나무들로 이루어진 관목삼림―역자주), 텍사스주의 메스키트(콩과 식물의 일종―역자주) 등으로 다양하다.

툰드라(tundra)는 매우 춥고 너무 건조해서 풀, 이끼, 지의류 외에는 식물이 자랄 수 없는 기후를 지니고 있다. 툰드라는 남쪽으로 내려와 미국 대륙의 일부 지대에서 나타나는데, 이곳은 고도가 높아서 나무가 자라기에는 기후 조건이 좋지 않다. 북쪽으로 갈수록 수목성장 한계 고도가 낮아지다가 나중에 수목성장 한계 위도와 만나게 된다.

토양

한 지역의 토양은 토양의 근원이 되는 모암母巖, 기후, 지형, 썩는 식물과 동물 등에 따라 특성을 지니게 된다. 이러한 요소들이 상호작용하여 여러 형태의 토양이 만들어진다. 특정 토양은 색깔이나 토성(soil texture) 등 물리적 성질과 유기물질 함유 및 토양 콜로이드(colloid) 작용 등 화학적 성질을 지니고 있다. 

콜로이드란 작은 토양 입자를 말한다. 콜로이드의 성질과 토양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복잡하며 중요하기도 하다. 예를 들어 토양이 산성 혹은 알칼리성을 띠는 것은 토양 콜로이드가 변질되거나 결합된 결과이다. 산성 토양은 주로 차갑고 습한 기후에서 나타나며 알칼리성 토양은 주로 건조한 지역에서 발견된다. 미국 동부의 주요 농업 지역은 대부분 산성도가 중간 이상이다. 산성 토양에서 작물을 재배하려면 주기적으로 석회석을 뿌려 산성을 중화시켜야 한다.

색깔은 토양의 성질을 가장 잘 보여준다. 색깔이 검으면 토양에 유기물질이 풍부한 것이고 붉은빛을 띠면 철 성분이 많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색깔은 토양 형성 과정에서 만들어진 결과이다. 예를 들어 북부 침엽수림 지역에 있는 창백한 회색 토양은 지표층에서 유기물질과 광물이 유실된 결과이다.

토성은 수분을 함유하고 전달하는 토양의 능력을 결정하는데, 이 토성은 토양 안에 들어 있는 서로 다른 크기의 입자들의 비율을 나타낸다. 토성을 측정했을 때 모래가 많으면 거칠게 느껴지고, 점토가 많으면 부드러운 흙이 된다. 미사微砂는 그 중간 정도이다. 롬(loams)이라 불리는 토양은 모래, 점토, 미사가 같은 양으로 섞여 있어 최고의 토양으로 평가된다. 롬은 수분을 담아둘 수 있을 만큼 미세하지만 수분을 잘 흡수할 만큼 미세하지는 않다.

미국 농무성은 한 지역에서 가장 중요한 토양 형태를 구별해내는 미국 지역 토양 분류체계를 개발했다. 미국 남서부에서 주로 발견되는 아리디졸(Aridisols)은 건조하다는 의미의 ‘arid’에 어원을 두고 있다. 건조한 기후 지역에 있는 아리디졸 토양은 유기물질이 적으며 농업적 가치가 거의 없다. 스포도졸(Spodosols)은 일반적으로 선선하고 습한 기후에서 발달하는데, 북부 플로리다에서 나타나고 있다. 스포도졸 토양은 산성도가 매우 높고 자양분이 적어서 산성 토양에서 잘 자라는 작물만 재배할 수 있다. 툰드라 토양 역시 농업적 가치가 없으며 알래스카 등 차갑고 습한 기후와 관련이 있다. 툰드라 토양은 표층이 얕고 수분에 흠뻑 젖어 있을 때가 많으며 일 년 내내 표면이 얼어 있다. 웨스트버지니아주, 유타주, 알래스카주에서 발견되는 고산지대 토양은 거의 발달하지 않았고 농업적으로도 가치가 없다.

몰리졸(Mollisols)은 미국의 중앙 지역, 중북부 지역, 태평양 북동부 연안 지역 등 반쯤 건조하고 반쯤 습한 기후 지대에 있는 초원 토양이다. 몰리졸 토양은 짙은 암갈색과 검은색을 띠고 있고, 토성이 성글게 이루어졌으며 자양분이 높다. 몰리졸 토양은 세계에서 가장 비옥한 토양 중 하나이며 미국에서 생산되는 곡식은 대부분 이 토양에서 재배되고 있다. 

알피졸(Alfisols)은 농업적 가치에 있어서 몰리졸 다음으로 좋은 토양이다. 알피졸은 숲과 초원 지역 경계선과 중위도 지역 숲에서 나타난다. 알피졸은 기후적으로 보면 아주 ‘중간적인’ 토양이다. 이 토양은 점토 입자가 집적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습하지만 토양이 침출(토양의 자양분이 물의 침식운동과 화학작용으로 없어지는 과정―역자주)되거나 풍화작용에 의해 변질될 만큼 습하지 않은 지역에서 나타난다. 

알피졸은 나름대로의 기후 특성을 지니고 있는 세 종류로 나눌 수 있다. 우달프(Udalfs)는 중서부의 낙엽수림 토양이다. 우달프는 약간 산성이지만 석회석을 이용해 산성을 중화시키면 매우 생산적인 토양이 된다. 계절에 따라 강수량의 차이가 많이 나는 따뜻한 지역에서 발견되는 우스탈프(Ustalfs)는 텍사스주와 오클라호마주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토양이다. 이 토양은 관개만 잘된다면 매우 생산적인 땅이 될 수 있다. 제랄프(Xeralfs)는 겨울엔 차갑고 습하며 여름엔 뜨겁고 건조한 지역에 많은 토양이다. 제랄프는 캘리포니아주 중부와 남부에서 발견되며 매우 생산적인 땅이다.

얼티졸(Ultisols)은 미국에서 풍화작용이 더욱 진행된 후기의 토양을 대표한다. 얼티졸은 남부처럼 강수량이 많고 서리가 내리지 않는 기간이 긴 곳에서 나타난다. 입자 크기가 작으며, 용해물질과 점토 대부분이 아래쪽으로 쓸려내려가 있다. 이런 토양은 생산적일 수 있지만 종종 산성도가 높으며, 침출과 침식 작용이 이루어진다는 문제점을 갖고 있다.

엔티졸(Entisols)은 최근에 형성된 토양으로, 형성된 지 얼마 되지 않은만큼 주위 환경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은 토양이다. 엔티졸은 네브래스카의 모래언덕에서부터 미시시피 강 계곡의 충적토 범람원에 이르기까지 널리 퍼져 있으며 여러 유형으로 되어 있다. 엔티졸의 농업적 가치는 다양한데, 강 상류의 비옥한 토양이 씻겨 내려와 쌓인 충적토 범람원 토양은 미국에서 가장 생산적인 토양 가운데 하나이다. 

광물자원

중공업에 필요한 광물의 위치와 미국의 지표층 밑에 있는 암석 종류와는 특별한 연관성이 있다. 암석의 세 종류인 퇴적암, 변성암, 화성암은 인간에게 경제적으로 유용한 광물을 함유하고 있다. 퇴적암과 변성암은 가장 보편적인 암석이며 화성암에 비해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광물을 포함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퇴적암은 흐르지 않고 고여 있는 물 속에 작은 고체 입자들이 서서히 쌓이면서 형성된다. 예를 들어 수심이 얕은 바다가 건조한 대지 인근에 위치하고, 이 지역에 폭풍우가 자주 친다면 모래 입자들이 바다로 쓸려나가 조류와 중력에 의해 바닥에 쌓이게 된다. 이런 과정이 지속되면 각 모래층은 아래쪽에 있는 모래층을 누르고, 결국엔 몇천 년 전에 쌓여 있던 거대한 모래 덩어리를 눌러 견고하게 만든다. 이런 해저海底 부분이 지표면의 변형에 의해 융기되어 산악지대와 겹치면 사암층 때문에 일부 바위들의 형성 방식이 바뀌게 된다.

지구역사가들이 고생대 석탄기라 부르는 약 3억 년 전에는 대부분의 땅에 퇴적층들이 특이하게 섞여 있었다. 식물들이 빽빽이 들어차 있는 울창하고 습한 지역이 가라앉으면서 다른 퇴적층에 덮여버렸다. 어떤 경우엔 물이 스며들지 못하는 암석층 사이에 유기물질이 액체 형태로 갇히는데, 바로 이곳에서 석유가 채굴된다. 이러한 석유퇴적물은 그 시대의 다른 부산물인 천연가스와 함께 발견된다. 한편 유기물질은 두께가 몇 센티미터밖에 안 되는 단단한 석탄층을 형성하기도 하며, 때로는 두께가 수십 미터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

북아메리카에 있는 대부분의 지역에는 석탄기에 형성된 퇴적암이 지층을 이루고 있다. 석탄, 석유, 천연가스가 발견될 가능성이 있는 지역은 내륙의 대평원, 멕시코만의 연안 평원, 태평양 지역의 산과 계곡, 북극 주변부, 그리고 애팔래치아 고산 지역의 서쪽 끝부분과 로키 산맥 동부 등이다.  

퇴적암으로 이루어진 저지대에는 광물연료가 다량 퇴적되어 있음이 밝혀졌다. 미국에서 가장 중요한 석탄 퇴적 지역은 애팔래치아 탄전 지역이다. 켄터키주 동부, 웨스트버지니아주, 펜실베이니아 서부로 이어지는 이 탄전 지역에서 미국 최초로 석탄이 채광되었으며, 이 지역 탄광은 지금까지도 미국 석탄 수요의 절반 이상을 공급하고 있다.

최근까지 미국에서 채광된 나머지 석탄은 일리노이주 대부분을 지나 인디애나주 서부와 켄터키주 서부까지 뻗어 있는 동부 내륙의 탄광 지역에서 나온 것이다. 동부 내륙의 탄광 지역에서 생산되는 석탄 중 일부는 철이나 강철 생산에 사용되고 있지만, 이들 석탄에는 유황이 많이 함유되어 있어서 대부분 난방이나 전력 생산에 사용되고 있다. 

서부 내륙의 탄광 지역도 상당히 넓은데, 아이오와주와 미주리주에 위치해 있으며 남쪽으로는 점점 폭이 좁아지면서 오클라호마주 동부로 이어져 있다. 이 탄광 지역에서 나오는 석탄은 동부 탄광 지역에 비해 품질이 떨어지며 최근에 와서야 채광되기 시작했다.

로키 산맥의 동쪽과 그 주변에는 역청탄이 퇴적되어 있다. 지난 20년 동안 와이오밍주와 몬태나주에서는 상당량의 역청탄이 생산되어왔다. 한편 대평원 북부에는 넓은 갈탄 지역이 형성되어 있다.

애팔래치아 탄전 지역에는 석유와 천연가스 퇴적층이 산재해 있다. 일리노이주 남부와 미시간주 남부 중앙 지역에서도 석유가 생산되며, 대평원 북부와 로키 산맥 북부에도 석유 생산지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그렇지만 가장 중요한 석유 생산지는 멕시코만 연안에 있는 남부 평원과 캘리포니아주 남부이다. 텍사스주와 루이지애나주 해안을 따라 호를 그리며 유전이 형성되어 있다. 캔자스주 중심에서 시작하여 남쪽으로는 오클라호마주로 이어진 후 서쪽으로 텍사스주의 중앙을 지나 뉴멕시코주까지 이어지는 지역도 중간이 약간 끊긴 호를 그리고 있는 유전지대이다. 두 개의 주요 유전지대 사이에는 아주 중요한 유전이 두 곳 있는데, 바로 텍사스 동부 유전과 텍사스 북서부에 있는 팬핸들 지역(Panhandle:영토가 좁고 길게 뻗어 있는 지역―역자주)의 유전이다. 이 유전들과는 떨어져 있지만 캘리포니아주 남부에 위치한 유전들 역시 아주 중요하다. 한편 1960년대 중반에 알래스카주 노스슬로프 유전지대에서 석유와 천연가스가 개발되기 시작했다.

변성암은 퇴적암과는 매우 다른 방식으로 형성된다. 지표면이 점차 변형되면서 거대한 압력을 받으면 이미 형성된 암석의 내부 구조가 변형되거나 변질될 수 있다. 몇천 년 동안 발생한 압력과 열이 너무 커서 암석의 분자구조까지 변해버린다. 이렇게 성질이 바뀌기 때문에 변성암 지역에는 대부분 금속광물이 매장되어 있다.

초기에 금속광물 개발이 이루어진 대다수 광산들은 캐나다 순상지의 말단 지역 부근에 있다. 금속광물 생산지는 북대서양과 세인트로렌스 강 하구에서 출발하여 오대호를 지나 북쪽으로 캐나다를 통과해 북극해로 긴 호를 그리며 이어져 있다. 이 호는 슈피리어 호의 양쪽을 지나가는데, 이곳에 있는 미시간주 북부, 위스콘신주, 미네소타주에서는 철과 구리가 생산되고 있다. 

두번째 변성암 지역은 애팔래치아 산맥의 동부에 위치해 있다. 철과 구리는 뉴잉글랜드 지역에 식민지를 건설했던 이들이 발견한 가장 중요한 광물이었다.

세번째 변성암 지역은 서부 산악지대이다. 이곳에는 금과 은이 산재해 있었기 때문에 개인 채굴자와 광산업체들이 멕시코 국경지대 아래쪽에서부터 알래스카주 중앙까지 구석구석 채굴하였다. 이 서부 지역에서 다량 채굴되는 광물 중에서 산업적으로 중요한 것으로는 구리, 아연, 납, 몰리브덴, 우라늄 등이 있다. 또한 규모는 작지만 텅스텐, 크롬철광, 망간, 그리고 여타 광물들도 이곳에 매장되어 있다.

그렇다고 해서 세 개의 변성암 지역에서 발견된 엄청나게 다양한 광물들이 미국 산업에 필요한 광물들을 다 충족시키는 것은 아니다. 현대 산업에 필요한 광물들(예를 들어 주석, 망간, 알루미늄을 위한 고급 보크사이트 등)의 경우, 미국은 자국 내 수요를 충족시킬 만큼 충분한 양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또한 산업이 발달하면서 광물에 대한 수요 또한 증가하게 되었다. 하지만 금속광물과 광물연료의 보유량과 다양성 면에서 그 어떤 나라도 미국과 견줄 수는 없다.

이처럼 풍부한 광물은 미국 제조업 발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해오고 있다.

유럽인들이 처음 발견했을 당시, 현재 미국이라 불리는 나라에는 작은 부족 단위로 이루어진 원주민들이 흩어져 살고 있었으며 원주민들의 수는 80만 명 정도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아메리칸 인디언 문화는 매우 다양했다. 캘리포니아 해안만 해도 몇백 개의 사투리가 사용되었다. 현재의 뉴멕시코주에 살고 있었으며 남쪽에 있는 아즈텍으로부터 문화적인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인디언 부족 푸에블로족(Pueblo)은 영구 정착촌에 거주하고 있었으며 대규모 관개시설을 건설했다. 대분지에 살던 파이우트족(Piutes)은 임시 초가집에서 거주했으며 식용 야생식물들과 적은 수의 야생동물을 기본 주식으로 하면서 반유목민적인 생활을 했다. 에스키모인인 이누이트족은 유럽인들이 도착하기 전, 가장 나중에 미국 대륙으로 이동한 원주민으로 그린란드와 시베리아 이누이트족과 밀접한 문화적 연계성을 지니고 있었다.   

아메리칸 인디언들은 때때로 유럽인들이 정착지를 넓히는 데 장애물이 되었지만 대부분 그 영향력은 미미했다. 많은 인디언들이 유럽인과 직접적인 접촉을 하기도 전에 천연두와 홍역 같은 수입 전염병으로 사망했다. 인디언들은 미국으로 이주해온 유럽인들에게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특히 유럽인이 처음 정착하던 몇십 년 동안에는 상당한 공헌을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인디언들은 살해당하거나 서부에 있는 보호구역으로 격리 수용되었다.

CHAPTER _ 3  인간의 삶과 문화

정착 유형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유럽과 아프리카에서 현재의 미국으로 이주해왔는지를 정확하게 말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대략 6천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

초기 이주자들은 유럽 북서쪽에서 왔다. 1790년 미국에서 최초로 전국적인 인구조사가 행해졌을 때 백인들 중 2/3 이상은 영국 출신이었으며 독일인과 네덜란드인이 그 뒤를 이었다.

북아메리카의 이주 인구는 1760년과 1815년 사이에는 둔화되었다. 이 시기는 대서양뿐만 아니라 유럽과 북미에서 간헐적으로 전투가 벌어지고 있던 때였다. 1815년과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1914년 사이에는 10년 단위로 이주민의 숫자가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1815년부터 1913년까지의 기간 중 처음 50년 동안에는 이주민들 대부분이 유럽 북서부에서 왔다. 이후 50년 간은 유럽 남부와 동부에서 물밀듯이 밀려왔다. 1913년까지 50년 동안 미국으로 건너온 이민자들 중 4/5 이상이 이탈리아, 오스트리아-헝가리, 러시아를 중심으로 한 유럽 남부와 동부 출신이었다.

이렇게 이주자가 바뀐 이유는 산업혁명의 영향 때문이었다. 18세기 영국제도와 현재의 베네룩스 지방에서 시작된 산업혁명은 이후 150여 년 동안 남동쪽으로 확산되었다. 산업화로 인해 사망률이 감소하면서 인구가 급격히 늘어났다. 경제는 제조업으로 초점이 바뀌었고 도시화는 확산되었으며 그에 비례하여 농업 인구는 감소했다. 도시 노동자들은 늘어났지만, 이렇게 늘어난 노동력을 다 수용할 수 없었기 때문에 자발적인 이주자들이 많이 생겨났다.

미국으로 이주한 사람들은 자신이 살던 유럽과 환경 면에서 비슷한 지역을 선택했다고 계속해서 말해왔다. 스칸디나비아 출신의 이주자들이 미네소타와 노스다코타, 사우스다코타에 정착하게 된 것이 바로 그 예이다. 이런 말에는 약간의 사실성이 있긴 하지만 스칸디나비아 출신들이 본격적으로 미국에 이주할 당시에는 이 주들이 주요한 개척지였다는 점이 더 중요하다. 대부분의 경우 미국에 형성된 민족 구성 유형은 기회를 찾아 이주민들이 움직인 결과로, 처음엔 농업개척지에 기회가 있었고 나중에는 도시 지역에 기회가 더 많았다.

이주자의 정착 유형에서 예외적인 부분은 미국 남부에 정착한 흑인들이다. 미국 남부의 플랜테이션 농장에 노예 노동력으로 강제 이주하게 된 이들은 아프리카에서 남아메리카 북동부 해안에 있는 카리브 연안과 미국 남동부로 이동한 대규모 집단의 일부이다. 아프리카인들의 이동은 인류 역사에서 유럽인들의 미국 대륙 이동에 이어 두번째로 규모가 클 것이다. 50만 명에 못 미치는 흑인들이 미국에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부분은 아프리카에서 직접 온 것이 아니라 카리브 연안을 거쳐 미국으로 오게 되었다. 1790년 인구조사에 따르면 미국 인구의 20퍼센트가 아프리카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로 아프리카인이 이주한 일은 거의 없었으며, 이에 따라 흑인이 미국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점점 줄어들었다.

미국은 1920년대에 처음으로 이민을 제한하는 첫번째 주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런 법안과 함께 1930년대의 대공황, 1940년대의 제2차 세계대전 때문에 이주민의 수는 급격히 줄어들었다. 1945년 이후 이주민의 수가 약간 증가했으며, 1960년대에는 규제가 대폭 완화된 이민법이 통과되었다. 1980년대 후반에는 멕시코, 필리핀, 서인도제도에서 가장 많은 이주민들이 미국으로 건너왔다. 오늘날 미국은 매년 약 70만 명 가량의 합법적인 이민자들을 받아들이고 있다. 한편 불법체류 외국인들의 수는 매년 27만 5천 명 수준에 이른다. 

이주 정착지는 처음엔 작은 규모였으며 해안을 끼고 있었고 대륙보다는 유럽 쪽을 향해 있었다. 정착지가 해안에서 떨어진 곳에 만들어졌을 때도 여전히 수로를 따라 형성되었는데, 수로가 해안까지 무역항로를 연결시켜줌으로써 유럽과의 중요한 연결점이 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영국인들은 들쑥날쑥한 체서피크 만의 해안 지역과 그 지류를 따라 정착했으며, 뉴잉글랜드의 울퉁불퉁한 해안 지역을 따라 정착지를 넓혀갔다. 네덜란드인들은 뉴암스테르담(현재의 뉴욕)에서부터 허드슨 강을 거슬러 올라갔으며 프랑스인들은 조금씩 세인트로렌스 강 위쪽에 있는 강변에 정착했다. 

유럽인들의 영구 정착이 시작된 이래 1765년경까지 약 150년 동안 유럽인들은 서쪽으로만 이동하여 애팔래치아 산맥의 서쪽 측면에까지 이르렀다. 그후 100년 이내에 개척자들은 태평양에 다다랐으며, 1890년엔 미국 인구조사국에서 이제는 개척지가 완전히 사라졌다고 발표하게 되었다.  

이렇게 빠른 속도로 정착지가 확장된 이유는 유럽에서 멀리 떨어지려는 생각 때문이었다. 19세기 초에는 점점 더 많은 미국인들이 대륙을 점령하는 것을 그들의 ‘명백한 운명(manifest destiny)’으로 여겼다. 미국의 토지법도 점점 더 확장주의를 옹호하는 쪽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인구가 증가하면서 서쪽으로 가서 부유해지고자 하는 사람들이 더욱 많아졌다.

미국을 절반으로 나눌 때 캔자스와 네브래스카 정도까지 해당하는 미국 동부에서는 정착의 형태가 일반적으로 질서 있게 서쪽 방향으로 확장되었다. 확실히 오하이오 강과 같은 일부 운송경로를 따라서는 진행이 상대적으로 빠르게 이루어졌고 다른 지역에서는 다소 느리게 이루어졌다.

정착자들은 서쪽으로 빠르게 움직여 대륙 내부에 있는 초원에 도착했다. 미시시피 강과 지류들은 내륙의 내부로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주었기 때문에 정착자들은 애팔래치아 산맥 서쪽 가장자리에서 대평원까지 뻗어 있는 넓고 비옥한 농지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곳은 곡식을 재배하기에 좋은 기후를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로키 산맥부터 서쪽으로, 그리고 알래스카주에서는 이같이 고른 정착지 확장 유형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 넓은 지역은 너무 건조하거나 너무 뜨겁거나 너무 추워서 농사를 지을 수가 없었다. 울퉁불퉁한 지형 때문에 운송도 힘들었고 농업 개발도 제한되었다. 정착지는 경제적 가능성을 확실하게 제공하는 곳에 밀집되었다. 이렇게 해서 사람이 전혀 살지 않는 풍경 사이에 여기저기 점을 찍어놓은 것처럼 정착지가 형성되었다. 

1990년에 미국 인구는 2억 5천만 명 가까이 되었는데 인구밀도는 1평방킬로미터당 235명 정도였다. 미국에서 인구상으로 중요한 세 지역을 분류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번째 지역은 보스턴(매사추세츠주), 시카고(일리노이주), 세인트루이스(미주리주), 워싱턴 D.C.로 이어지는 사각형 지역이다. 이 지역에는 미국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12개 도시 중 7개가 위치하고 있다. 이 지역은 미국에서 최초로 성장했던 곳이며 오랫동안 미국에서 가장 발달된 지역이기도 하다. 훌륭한 천연자원과 대서양 해안을 따라 형성된 우수한 항구들로 인해 교통망이 밀집되었다. 풍부한 광물자원과 함께 미국 최고의 농지 일부가 이 지역에 있거나 근방에 위치하고 있다.

첫번째 지역의 남쪽과 서쪽 가장자리를 감싸고, 서쪽으로는 대평원 동쪽 부분까지 이어진 곳이 두번째로 인구가 집중되어 있는 곳이다. 미국 최고의 농지들이 여기에 있으며, 농경지로 활용될 수 있는 곳은 거의 전부 농경지로 바뀌었다. 이 지역 대부분에 인구가 밀집되어 있지만 일반적으로 인구밀도는 첫번째 핵심 지역에서보다 훨씬 낮다. 이 지역의 도시들은 핵심 지역에 비해 더욱 넓은 공간을 차지하고, 더욱 골고루 펼쳐져 있으며, 지역 내에서 서비스와 제조업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다. 

세번째 지역은 중앙 대평원 서쪽에 있다. 이곳에서는 특별히 가능성이 있는 지역만 인구가 증가하고 경제적으로 성장했으며, 다른 지역에는 거의 인구가 없었다. 비록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만, 로스앤젤레스 분지, 워싱턴주의 퓨젓사운드 저지대 등 일부 지역은 인구밀도가 높지만 나머지 대부분의 지역은 인구밀도가 매우 낮다.

미국의 인구 이동 역사는 세 시기로 나눌 수 있다. 동쪽에서 서쪽으로 이동한 시기가 가장 먼저 오고, 농촌에서 도시로 이동한 시기, 그 다음으로는 대도시 지역 사이를 장거리 이동하는 시기가 온다. 미국의 인구가 십 년마다 서쪽으로 이동했다면 동일한 유형으로 도시화가 이루어졌을 것이다. 1790년에는 인구의 10퍼센트 이하가 도시 지역 거주자라고 대충 분류된 반면, 1990년에는 인구의 3/4 이상이 도시 지역에 거주하게 되었다.

통계에 따르면 농촌 인구는 상대적으로 감소했을 뿐만 아니라 절대적으로도 감소했다. 예를 들면 1960년과 1987년 사이에 농촌 인구는 1,500만 명 이상에서 600만 명 이하로 줄어들었다. 

동쪽에서 서쪽으로의 이동과 농촌에서 도시로의 이동은 모두 경제적인 기회 인식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처음엔 개척자들이 서쪽으로 움직이면서 더 많은 농지를 찾을 수 있었다. 그후에는 산업혁명에 힘입어 도시 지역의 일자리가 엄청나게 늘어났다. 미국인 대부분이 도시 지역에 거주하고 경제 기회도 도시를 중심으로 생겨나자 대도시 지역 사이에서 인구 이동이 이루어졌다.

1970년대와 1980년대 미국의 인구 통계를 보면 네번째 주요 인구 이동이 임박했음을 알 수 있다. 오랫동안 변화가 없거나 인구 규모가 감소하는 지역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남부 지역 대부분이 이러한 현상을 잘 보여준다. 

많은 관찰자들은 미국이 후기산업사회가 되었다고 주장한다. 즉, 주요 성장 지역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정보를 만들어내고 일자리를 많이 창출해내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년 동안 제조업에 종사하는 미국인의 수는 아주 약간 증가한 반면 3차 산업과 4차 산업에 관련된 일자리는 급증했다. 제조업 부문의 일자리는 대개 전자부품 등 가격은 비싸고 무게가 가벼운 제품들을 생산하는 업무에서 발생했으며, 이런 업무를 담당하는 업체는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어디에나 세울 수 있었다. 따라서 더욱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원하는 곳에서 직장 생활을 하며 살 수 있게 되었다.    

도시화

미국에는 인구와 면적 면에서 성장을 거듭해온 도시 지역들이 많다. 어떤 경우엔 도시가 아주 활발하게 성장했고, 핵심도시들이 굉장히 커지면서 주요 도시 지역들이 합쳐져 하나의 도시군을 형성하기도 했다. 미국 북동부 해안을 따라 보스턴(매사추세츠주)에서 워싱턴 D.C.로 이어지는 거대도시 집단이 바로 그렇다. 더 넓게 퍼지고 더 작은 규모의 중심도시들을 지니고 있는 또다른 도시군은 오대호 남부 연안을 따라 형성되었다. 밀워키(위스콘신주)와 시카고(일리노이주)가 서쪽 지역에서 중심도시 역할을 하고 있으며, 버펄로(뉴욕주)와 피츠버그(펜실베이니아주)가 동쪽 지역에서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 일부 관찰자들은 샌디에이고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 이어지는 캘리포니아 남부와 플로리다주의 동부 해안 및 중앙 지역도 곧 합쳐지게 될 도시 지역으로 보고 있다.   

대규모 도시 지역의 대부분은 서로 연결되어 있는 운송경로를 통해 발전했다. 육로와 수로의 연결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일부 도심 지역은 해안이나 강 어귀에 위치해 있다. 다른 도심 지역은 선박이 지나갈 수 있는 수로에 위치하고 있다. 일부 도심 지역은 도시에 상수도를 보급하기 위해서 대규모 공사를 통해 개조한 강이나 수로에 위치하고 있다. 물론 후배지(hinterland:인근 도시나 마을과 경제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가지는 주변 지역―역자주)의 특성, 대안 운송수단과의 근접성, 안전성, 심지어 현지 환경이 건강에 도움이 되는가 등의 요인들도 중요하다. 하지만 상품과 사람들이 운송수단을 바꿔 타야 하는 장소에서 상품을 가공하고, 교환하고, 제조하고, 다시 포장하고, 매매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난다.

수로 교통을 중심으로 도시가 발전하는 유형에서 벗어나는 예외가 있는데, 바로 애틀랜타(조지아주), 덴버(콜로라도주)와 댈러스-포트워스(텍사스주) 같은 경우이다. 하지만 이 도시들도 과거에는 운송 경로상에 위치하고 있었다. 예를 들어 애틀랜타는 애팔래치아 산맥의 남부 끝에 있어서 1860년대에는 남부 지역의 철도 운송에서 내륙 중심지 역할을 한 바 있다.

지역 문화의 유형들

어떤 사람들은 미국이 지닌 위대한 힘 중 하나는 세계에서 가장 크고 인구도 많은 나라가 하나의 언어를 통해 지리학적으로나 사회적으로 통합되어 있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렇지만 이 책에서 구분한 지역들은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문화적인 기준에 따라 나누어진 것들이다.

문화에서의 지역적 다양성은 여러 방식으로 표현될 수 있다. 인디애나주, 켄터키주, 오하이오주, 일리노이주는 인구 수에 비례하여 미국 평균보다 뛰어난 대학농구 선수들을 더 많이 배출해냈다. 초기 컨트리 음악 가수들 대부분은 미국 남부의 최북단에 위치한 지역에서 나왔다.

한 지역의 풍경은 자연환경과 문화적 발자취가 합쳐져 이루어진다. 19세기 동안 미국에서 널리 사용되었던 토지조사 체계 때문에 미국 중서부의 대부분 지역은 격자무늬 직사각형으로 되어 있다. 펜실베이니아 남동부의 독일인과 영국인 농부들은 2층의 한쪽 면이 1층에 비해 튀어나온 형태를 지닌 거대한 가축 및 건초저장용 헛간을 만들었다. 전통 가옥을 연구하는 학생들 사이에서는 이 헛간의 기원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지만, 대부분 펜실베이니아식 헛간이 펜실베이니아주의 지역적 문화 풍경에 있어 특징적 요소라는 점에 대해서는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많은 도시에서 소수민족이 살고 있는 구역은 작은 구멍가게나 식당 이름만으로도 쉽게 알 수 있다.

문화의 상당부분은 계속 존속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화 또한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렇게 변화한 것 중에 다수는 기술이나 경제 환경의 변화에서 기인했다. 이주 또한 중요한 요인이다.

미국 문화를 구성하는 각각의 요소들 중 가장 흥미롭고 가장 뚜렷한 것 가운데 하나는 종교이다. 대규모 기독교 교파 다수는 유럽 이주자들에 의해 미국으로 옮겨진 것이다. 이러한 기독교 교파 분포는 그 교파에 속하는 이주민 집단과 그들의 후손이 인구의 대부분을 이루는 지역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 예를 들어 독일과 스칸디나비아 출신 정착자들은 대평원 북부와 농업 핵심 지역의 북서부에 루터교를 전파했다. 미국 남서부에 있는 히스패닉계, 미국 북동부, 중서부, 남부를 제외한 큰 도시들에 거주하는 동유럽인, 루이지애나주 남부에 살고 있는 캐나다에서 이주한 프랑스인들, 이 모두가 미국에 로마 가톨릭교가 널리 퍼져 있음을 설명하는 데 도움을 준다.

또한 미국은 종교 교파가 활발하게 생성된 곳이기도 하다. 과거 영국 국교회의 일부였던 성공회를 비롯한 몇 개의 종파는 1700년 후반 미국 독립혁명기 말에 창설되었다. 미국의 장로회는 남북전쟁 후에 분리되어 몇 개의 교파로 나뉘었다.

미국 종교가 창조적이라는 점도 미국에 여러 종교 교파가 생기게 된 이유라 할 수 있다. 개인들과 신도들이 성경 해석이나 교회 운영 등의 문제에 의견을 달리하면서 개인들은 자신들만의 교회를 세우고 신도들은 자신들의 교파를 떠나 새로운 교파를 만들기도 한다.

미국에서 탄생한 교회 중 하나는 일반적으로 몰몬교라고 알려져 있는 말일성도예수그리도교회이다. 몰몬교는 19세기 중반에 뉴욕주에서 설립되었으며 추종자들이 신앙을 정착시키고 따를 수 있는 외딴 장소를 찾아가면서 서쪽으로 점점 움직이게 되었다. 몰몬교도들은 결국 유타주를 선택했다. 오늘날 유타주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몰몬교도이다. 

남부침례교는 위에 설명한 것들이 흥미롭게 결합되어 있는 교파이다. 침례교는 신앙의 자유를 찾으려고 하는 교파로, 초기 유럽 이주자들에 의해 미국으로 건너오게 되었다. 19세기 후반 약 30년 동안 침례교는 미국 남부 문화를 대변하는 종교였고 주도적인 지역 교파가 되었다. 한 사회가 문화적으로 남부에 속하는지 판단할 수 있는 척도 중 하나는 그곳에 남부침례교 교회가 하나 이상 존재하고 있는가를 알아보는 것이다.

CHAPTER _ 4  메갈로폴리스

1961년 프랑스의 한 지리학자가 미국 북동부에 위치한, 매우 도시화된 지역에 대해 기념비적인 연구서를 발표했다. 장 코트망(Jean Gottmann) 교수는 20년 동안 뉴햄프셔주 남부와 매사추세츠주 북부에서 워싱턴 D.C.까지 뻗어 있는 지역(지도 3)에 대해 연구를 했다. 그는 이 지역이 ‘매우 특별한 지역’이라고 하면서 ‘메갈로폴리스’라는 이름을 붙였다.

메갈로폴리스는 미국 북동부 해안을 따라 규모가 크고 독립적인 대도시들이 점점 더 크게 합쳐지면서 형성된 지역이다. 이 지역 도시들에 인구가 증가하면서 성장 효과가 주변에 있는 작은 곳에도 미치게 되었다. 주변에 있는 대규모 교외 지역은 도시가 전체적으로 퍼질 수 있도록 나름대로 공헌을 했다. 그 결과, 대도시 지역의 외곽이 결국에는 서로 합쳐지기 시작해서 확장된 도시 지역을 형성하기에 이르렀다.

메갈로폴리스의 핵심 주제는 ‘도시성(urban-ness)’이다. 도시의 서비스는 그 지역에 살고 있는 수백만 명의 사람들에게 다양하게 제공되고 있으며 가까운 곳 어디에서나 도시적인 형태를 찾아볼 수 있다. 수많은 사무실 빌딩과 아파트, 작은 가게와 거대한 쇼핑센터가 있으며, 각종 공장과 주거 지역, 주유소, 햄버거 가판대 등이 800킬로미터나 되는 메갈로폴리스의 운송로에 위치하고 있다. 또한 선박, 기차, 트럭으로 운송해온 상품들을 임시로 저장하기 위해 여기저기 창고들이 흩어져 있다.

한편 메갈로폴리스에는 녹지대도 많다. 녹지대의 일부는 공원으로 꾸며져 있으며 일부는 레크리에이션 장소로 활용된다. 또한 300만 헥타르 이상의 농지가 있다.

메갈로폴리스는 그 자체로도 복합적인 특성을 지니고 있긴 하지만, 이 지역이 미국에서 아주 중요한 이유는 무엇보다 거대 도시들이 있기 때문이다. 1990년에 조사된 바에 따르면 미국에서 인구 100만 명 이상이 사는 대도시 46개 중 10개가 메갈로폴리스에 있었다. 미국 전체 면적의 1.5퍼센트밖에 되지 않는 지역에 미국 전체 인구의 17퍼센트가 살고 있는 것이다.

이 지역은 1인당 평균 수입도 높고 화이트칼라나 전문직종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비율도 미국 전체 평균보다 높다. 운송과 통신 활동도 활발한데, 그것은 이 지역이 해안선을 따라 위치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국제여객선을 타고 미국에서 해외로 가는 승객들 중 약 40퍼센트가 메갈로폴리스에서 출발하고 있다. 또 미국 해외무역 수출의 30퍼센트 가까이가 이 지역에 있는 6개 주요 항구를 통과한다.  

메갈로폴리스의 위치

어떻게 미국에서 특정한 한 지역이 이렇게 발전하게 되었을까? 지리학자들은 이런 질문을 받으면 가장 먼저 고려하는 것이 그 지역의 위치이다. 메갈로폴리스의 경우, 이 거대한 도시 지역의 부지와 위치가 그 기원과 성장을 설명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한다.

메갈로폴리스의 특성은 이 지역의 외곽선만 보아도 알 수 있다. 해안에 위치하고 있는 메갈로폴리스의 동쪽 가장자리는 매우 복잡하게 생겼다. 반도들이 대서양 쪽으로 튀어나와 있으며, 해안을 따라 여기저기 섬들이 흩어져 있는데 일부 섬들은 사람이 살 수 있을 정도로 크다. 만과 강줄기가 대륙 쪽으로 밀고 들어온 모양은 대륙이 바다 쪽으로 뻗어나온 모양을 거울에 반사해놓은 듯하다. 이렇게 삐쭉빼쭉 튀어나온 해안선은 바다에 접하고 있는 육지 면적을 넓게 만들어서 해안선이 일직선으로 생긴 곳보다 수상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 기회를 더 많이 제공해준다.

훌륭한 항구도 있다. 메갈로폴리스에는 미국에서 가장 좋은 자연 항구가 몇 곳 있다. 메갈로폴리스 북부는 빙하기에 얼음에 덮여 있었다. 덮여 있던 얼음이 녹으면서 거대한 수로가 형성되었다. 강물은 해변에 있던 평지를 깊게 침식시켰다. 해수면이 높아지면서 강물로 형성된 낮은 골은 물에 잠겨 강 어귀의 모습을 띠게 되었고, 대양의 가장자리는 대륙의 내부 쪽으로 올라오게 되었다. 이에 따라 메갈로폴리스가 발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던 항구들이 만들어졌다. 

빙하기의 또다른 영향은 일부 지대에서 더욱 특징적으로 나타난다. 빙하가 퇴각하면서 빙하 속에 퇴적되어 있던 상당량의 토양과 돌, 다른 잔해가 빙퇴석이 되어 쌓였다. 빙하가 퇴각함에 따라 일련의 능선이 현재의 코네티컷주 해안의 남부에 남아 있게 되었다. 이런 빙퇴석들은 해수면이 높아지면서 섬으로 변했으며 섬은 바다에서 밀려온 퇴적물로 더욱 넓어졌다. 이 섬이 바로 롱아일랜드이다.

롱아일랜드는 두 가지 주요 방식으로 뉴욕 항구의 질을 한층 높여주었다. 첫번째로, 허드슨 강을 따라 이미 눈에 띄게 형성된 해안선의 길이가 롱아일랜드 때문에 상당히 늘어났다는 것이다. 이로써 항만 시설을 더 많이 세울 수 있었다. 두번째로, 도시 지역이 잘 발달된 대규모 항구를 끼고 성장하려면 공간이 더 많이 필요한데 롱아일랜드가 바로 이를 제공해주었다는 것이다. 점점 더 커지고 있는 뉴욕을 수용하기에 좋은 땅은 뉴저지주 허드슨 강까지로 제한되어 있는데, 허드슨 강 서쪽에는 쉽게 침식되지 않는 절벽과 해안 습지가 있다. 허드슨 강 동쪽으로는 맨해튼아일랜드라는 손가락 모양의 좁은 땅덩어리만 있다. 하지만 이스트 강 너머에는 롱아일랜드가 있다. 이곳의 땅은 평평하거나 약간의 기복만 있을 뿐 뉴저지주에 있는 습지는 존재하지 않는다. 뉴욕의 자치지구인 브루클린과 퀸즈는 롱아일랜드의 서쪽 끝단에서 이미 개발되었으며 롱아일랜드는 뉴욕이 동쪽으로 더 확장해나갈 수 있는 상당한 여지를 마련해주었다.

메갈로폴리스에 훌륭한 항구가 많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 밖에는 달리 이 지역의 도시경제 발전에 기여할 만한 특성들이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농작물을 재배하기에는 여름도 길고 습도도 많은 편이지만 기후가 그리 온화한 것은 아니다. 토양도 고르지 않다. 메릴랜드주의 볼티모어, 펜실베이니아주의 필라델피아 등 내륙 토양이 뉴욕 근처에 있는 토양보다 훨씬 좋다.

메갈로폴리스 뉴욕 남부 지역의 지형적 특성은 도시 부지로서의 추가적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대서양 해안에서 대륙 쪽으로 형성되어 있는 해안평원 다음에는 산록지대(Piedmont)라고 불리는, 기복이 완만하면서 언덕이 많은 풍경이 펼쳐진다. 불규칙하고 완만한 기복의 산록지대 아래에는 아주 오래되고 단단한 바위들이 있다. 표면은 잘 침식되지 않고, 산록지대의 고도는 대개 해안선보다 더 높다. 이 때문에 강물이 산록지대를 지나는 곳마다 급류나 작은 폭포들이 폭포선(fall line)이라는 지형학적 경계선을 따라 형성되어 있다.

초기 정착자들은 폭포선이 수상교통에는 방해가 되지만 수력자원의 원천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러면서 폭포선을 따라 정착지가 형성되었다. 정착지들은 가능하면 대륙 안쪽으로, 그렇지만 해상운송을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곳에 자리를 잡았다. 또한 폭포선이 종종 선박 운항의 출발지였기 때문에 대륙으로 이동하거나 해외로 수출할 상품들이 폭포선에서 내려져 다른 운송수단으로 옮겨졌다. 또한 이곳들은 내륙 지역에서 생산된 수출용 상품이 선박운항 출발지까지 이동해야 했으므로 여러가지 혜택을 볼 수 있었다. 많은 경우 제조과정이 이곳에서 이루어지기도 했다.

메갈로폴리스 지역은 유럽과 생산적인 플랜테이션이 있는 카리브해 식민지, 그리고 미국 남부를 연결하는 가장 직접적인 항로상에 있거나 인근에 위치했다. 따라서 이후 메갈로폴리스의 발달된 항구들은 편리한 정박지 역할을 했으며 18세기와 19세기 동안 빠르게 확대된 대서양 횡단무역에 상당한 기여를 하게 되었다.

이렇게 성장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메갈로폴리스의 핵심도시들이 미국 내륙과 교통 면에서 잘 연결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필라델피아와 볼티모어는 상대적으로 넓은 농지와 좋은 토질을 지닌 농업 중심지였기 때문에 빠르게 성장했다. 내륙으로 접근할 수 있는 도로들이 일찌감치 건설되어 이런 도시들이 교역 기능을 강화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보스턴에서 내륙 쪽에 있는 토양은 표토가 너무 얕고 바위가 많으며 굴곡이 심해 농사를 짓기에는 좋지 않았다. 이와 달리 뉴잉글랜드의 언덕들은 활엽수와 소나무숲으로 덮여 있었기 때문에 배를 만들기에 아주 좋았다. 또한 뉴잉글랜드 해안과 그보다 더 남쪽에 있는 체서피크 만 연안에 형성된 풍부한 어장에도 쉽게 접근할 수 있었다.

한 도시의 위치를 평가할 때 접근성이 중요하다는 점을 잘 보여주는 도시가 바로 뉴욕이다. 뉴욕의 주요한 이점은 애팔래치아 산맥을 통해 만들어진 천연 경로 가운데 최고의 출발지에 위치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리 운하, 철도, 고속도로로 연결된 허드슨-모호크 강 시스템은 서쪽으로는 오대호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해주고, 오대호는 미국의 넓은 내륙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해준다. 내륙저지대에 정착지가 많아지고 경제활동이 활발히 이루어짐에 따라 많은 양의 상품이 메갈로폴리스의 도심으로 운반되었다. 교역이 증가함에 따라 가장 많은 혜택을 받은 도시는 내륙과 가장 자연스럽게 접근할 수 있었던 뉴욕이다.

미국의 식민지 시절 동안 유럽, 카리브 연안, 미국 본토 사이의 무역이 증가하면서 작은 규모의 제조업체들이 볼티모어 북쪽에 있는 거대 항구도시들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도시산업이 성장하면서 노동에 대한 수요도 증가하여 유럽 북서부에서 온 이주자들과 농사를 짓던 많은 농부들이 도시로 유입되면서 인구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은행과 다른 금융기관들이 현지의 제조업과 해운업에 대한 투자를 승인했다. 서비스 활동, 도매와 소매 사업, 정보센터와 통제센터 등이 모두 성장했으며 도시를 더욱 확장하는 데 한몫을 했다. 그중 뉴욕과 필라델피아, 보스턴, 볼티모어 등이 가장 크게 성장했다. 

이 지역에서 가장 특이한 점은 이런 도시들이 각자 성장했다는 사실이 아니라 4대 도시(나중에 워싱턴이 추가되면서 5개가 됨)가 서로 가까이에 위치하면서 지속적으로 성장했다는 사실이다. 물론 워싱턴은 다른 도시들처럼 폭포선상에 위치하고 있긴 하지만 미국의 정부 구조가 확장됨에 따라 곧바로 성장했기 때문에 예외적인 경우라 하겠다. 반면 나머지 4대 도시는 메갈로폴리스 축에 있는 다른 소도시들과 마찬가지로 경제적 자극에 힘입어 성장할 수 있었다. 19세기 동안 미국 전체가 크게 성장했으며, 미국 내륙 지역과 4대 도시와의 연계가 워낙 탄탄했기 때문에 4대 도시 중 어떤 곳도 이웃 도시나 경쟁 도시들로 흘러가는 상품들을 독점적으로 차지할 수가 없었다. 20세기로 접어들 무렵 4대 도시 후배지의 경제자원은 어마어마한 규모에 이르게 되었다.

도시 환경

메갈로폴리스에서 가장 중요한 지역적 통일성을 제공한 것은 도시적인 형태와 도시적인 기능이다. 높은 빌딩과 번잡한 거리, 사람들로 북적대는 주택, 산업 공장 등이 문화적 기회를 제공해주는 극장, 심포니 오케스트라, 미술관, 대형 도서관 등과 공존하고 있다. 또한 낡은 구조물들, 교통체증, 대기오염 등처럼 악화된 부분도 있다. 이런 것들 모두가 메갈로폴리스의 대도시 지역에 공존하고 있다.

이러한 특징은 다른 나라의 대도시에도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면이다. 메갈로폴리스가 특이한 점은 도시적 특성이 핵심도시들에서 매우 멀리 퍼져나가, 도시 지역들이 대도시로 융합되는 과정에서 서로 합쳐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메갈로폴리스는 아주 도시적인 유형과 특이한 도시적인 문제들이 대규모로 전개되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는 일종의 거대한 실험실이 되었다.

메갈로폴리스의 인구밀도는 매우 높아 1987년에는 평균 1평방킬로미터당 305명 정도를 기록했다. 물론 일부 주변에 있는 카운티의 인구밀도는 지역 전체의 평균 인구밀도의 10~20퍼센트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인구밀도는 도시 쪽으로 갈수록 점점 높아지고 도심 근처로 오면 인구밀도가 아주 높아진다. 예를 들어 뉴욕의 1987년 인구밀도는 1평방헥타르당 226명, 즉 1평방킬로미터당 약 22,660명을 초과했다.   

이런 인구밀도의 유형 이외에도 도시를 구성하는 다른 특성들이 있다. 현대 도시들은 기본적으로 경제활동을 하는 곳이라는 점에서 생겨났다. 한 도시로 사업을 옮기려고 할 경우 그러한 선택에 따른 경제적 이점이 근본적으로 그 결정을 주도한다. 이러한 이점이 너무 크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때로는 필요 이상으로 서로 가까이 살게 되고, 도시의 혜택을 받음과 동시에 많은 부정적인 결과들을 참아내게 된다. 

그렇지만 점점 더 많은 도시인들이 주거지를 교외로 옮기면서 도시에서 사는 불편함을 최소화하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준교외(exurbia)라고 불리는, 도시에서 좀더 멀리 떨어져 있는 지역으로 이사를 가고 있다. 준교외 사람들은 작은 마을, 과거에는 휴양지였던 구역, 농촌 지역 등에 살면서 멀리 떨어져 있는 도심의 직장으로 출퇴근한다. 하지만 이렇게 인구분포가 널리 퍼져나감에 따라 사람들이 모여 살면서 생겨나는 불편함이 사라진 게 아니라 이런 불편함을 겪는 사람들만 바뀌었을 뿐이다. 인구분포가 널리 퍼지면서 이 지역 사람들을 위한 직장도 분산되고 규모도 줄어들었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일 때문에 도시중심부로 들어와야 한다.

도시 풍경 중에 중요한 요소는 교통, 통신 등의 상호작용이다. 일반적으로 운송비용은 이동 거리에 비례한다. 따라서 운송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운송 활동이 도시 내부에 집중된다. 도시 지역의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옮기는 능력이 중요하다는 사실은 상호작용을 위한 시설 개발에 투자된 부지가 많다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거리, 지하도, 다리, 터널, 보도, 주차장 등은 사람들이 이동할 수 있도록 하는 상호작용 공간으로 볼 수 있다. 메갈로폴리스의 오래된 도시들에서 다운타운은 도보나 마차로 이동할 수 있게끔 설계되었다. 따라서 이 도시들은 중심 지역의 전체 중 35퍼센트 정도만 인간의 상호작용을 용이하게 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 이보다 새로운 도시들은 대체로 자동차가 생긴 후에 개발되었기 때문에 상호작용을 위한 장소의 비율이 훨씬 높다.

기타 상호작용 형태는 이동만큼이나 중요하지만 눈에는 잘 띄지 않는다. 정보나 아이디어를 편리하게 전달하는 것은 전화, 전보, 텔레타이프(키보드와 화면 출력 장치를 갖추고 있는 저속의 통신장치―역자주), 기타 통신체계에 의해 지원되고 있다. 90년 전에는 큰 도시의 중앙 사무 지역에는 전화선이 거미줄처럼 드리워져 있어 통신 수요가 많다는 것을 증명해주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전화선이 케이블로 묶여 지하에 설치되어 있다.

아마도 상호작용을 유발하는 최고의 동기는 수요와 공급이 발생하는 장소가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을 경우일 것이다. 한 장소에서 어떤 상품이나 서비스를 확보하지 못한다면 다른 장소에서 이 상품과 서비스를 얻어야 한다. 그 결과로 상호작용이 이루어지게 된다. 

이 모든 상호작용이 도시 풍경에서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명백하다. 바로 상대적으로 작은 지역에서 다양한 종류의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 기능들은 서로 모여 있으며 다른 기능들은 농촌 지역까지 흩어져 있다. 다양한 활동이 도시 내에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서로 다른 기능을 지닌 구역들 사이에, 혹은 같은 기능을 지닌 구역들 내에서 상호작용이 활발하게 이루어진다. 이런 활동을 지도로 그려보면 대지 사용이 아주 복잡한 유형을 띠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인구와 도시 활동이 집중되면 지원 기능 또한 필요해진다. 전통적으로 도시 정부의 다양한 부서에 의해 조직되고 운영되고 있는 공공서비스 기능들은 경제적인 의미에서 단지 간접적이지만 산업 및 상업 활동에서는 필요한 요소들이다.

도시 정부는 상수도 시설과 전기 시설, 하수 처리, 쓰레기 수거 등의 서비스뿐만 아니라 경찰, 소방서, 대중교통 시설 건설 및 유지 관리, 의료, 중요한 인구통계 문서화, 교육 시설 등을 제공해준다.

큰 도시에서는 이런 서비스들이 곳곳에서 이루어져야 했기 때문에 이들을 운영할 거대한 정부조직이 만들어졌다. 극단적인 예를 들자면 뉴욕 대도시 지역에는 1982년에 1,550개소의 행정기관이 운영되고 있었다.

도시 풍경의 또다른 주요 요소는 접근성(accessibility)이다. 도시 안에 있는 구역들을 쉽게 오갈 수 있는가는 도시 조성이나 조직에 있어 가장 중점적으로 고려되는 사항이다. 예를 들어 메갈로폴리스의 도시들은 처음 도로 계획을 세울 때 17세기와 18세기에 인기를 끌었던 단순한 정사각형 혹은 직사각형 격자무늬 유형을 따랐다.

하지만 도시가 성장하면서 이런 도로 체계가 원활하게 소통하는 데 부적합하다는 것이 드러났다. 예를 들어 정사각형 격자무늬 체계에서는 직각 교차로가 너무 자주 나온다. 각 교차로에서 교통 흐름이 중단되기 때문에 교차로마다 차량이 늘어나서 오랫동안 멈춰 서 있게 된다. 1900년경에는 볼티모어와 보스턴의 인구가 각각 50만 명을 넘어섰다. 필라델피아는 130만 명에 접근하고 있었고 뉴욕은 350만 명을 육박했다. 비록 자동차로 인한 주요 교통체증이 나타나기 전이었지만, 그 당시에도 심각한 교통체증이 도시의 중심부에서 발생하고 있었다.

1950년대가 시작되자 도시의 급격한 팽창과 함께 자동차의 사용도 늘어났다. 더 많은 도시노동력이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주거 지역으로 이동했으며 대량 수송 수단으로 이들 지역까지 연결하는 것은 비경제적이었다. 트럭의 속도, 융통성과 경제적인 면 때문에 단거리 화물 운송의 경우 그 수단이 철도에서 트럭으로 빠르게 바뀌었다. 이에 대해 교통시스템 계획자들은 도심 내 이동 차량과 시외로 가는 차량을 분리하고 교통체증을 줄이기 위해 외곽순환도로, 간선도로, 고속도로를 건설할 것을 제안했다. 이러한 변화는 부분적으로 성공했다. 그렇지만 다른 요인들과 함께 도심 내, 도심과 외곽 사이, 그리고 외곽 지역 내 소통 공간의 수요를 증가시켰다. 접근성의 전체 유형은 더욱 복잡해졌으며, 관리를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 모든 것이 도시 풍경의 또다른 요소를 두드러지게 했는데, 바로 변화하는 풍경이다. 매년 필라델피아나 뉴욕 같은 대도시에 새로운 주민들이 수만 명씩 유입되고 있다. 그리고 이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떠나고 있는데 일부는 멀리 떨어진 도시로, 일부는 대도시 변두리로 움직였다. 구조물들은 부서지고 새로운 구조물이 세워졌다. 도로 형태도 바뀌었고 기능도 변했으며 사람, 상품, 아이디어의 흐름 또한 새로운 패턴에 맞추어 변화했다. 

이런 변화는 미국의 주요 지역 어느 곳에서나 관찰될 수 있지만 어느 면에선 이러한 변화가 메갈로폴리스를 창조했다고 볼 수 있다.

메갈로폴리스의 변화

지난 40년 동안 메갈로폴리스에서 나타난 변화 중 가장 근본적이고 중요한 것은 주요 대도시 지역이 크게 확장했다는 것이다. 물론 그레이터 뉴욕(Greater New York)이 인구분포 면에서 가장 확장되었지만 보스턴, 필라델피아, 볼티모어, 워싱턴 지역도 크게 성장했다. 뉴욕은 초기에 인구가 가장 많았고 경제적 집중력도 가장 컸지만 다른 3개의 항구도시 또한 성장을 위한 기반을 확실히 다지고 있었다. 동시에 연방정부의 업무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면서 워싱턴 D.C.는 늘어나는 공무원 인구와 이들에게 의식주를 제공하는 사람들을 모두 수용하기에는 충분치 않게 되었다. 그래서 워싱턴 D.C.에 인접한 버지니아주와 메릴랜드주로 도시 개발이 확산되었다.

메갈로폴리스에서 도시 인구가 도시경계선 밖으로까지 확산되면서 농촌 생활도 상당한 영향을 받았다. 도시 인구가 증가하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농촌 지역에서 운반된 식품을 필요로 하게 되었다. 메갈로폴리스 도시 지역에 사는 수천만 명이 미국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수입된 농산물을 소비하고 있다. 따라서 도시 근처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사람들은 대개 고가의 식품과 쉽게 상하는 농산물만 전문적으로 재배하게 되었다. 유제품, 토마토, 상추, 사과, 기타 다양한 ‘식탁용 작물’들이 메갈로폴리스 농촌 지역의 주요 농산물이 되었다.

도시 외곽에서 인구밀도가 높아지고 경제활동이 활발해짐에 따라 땅값도 치솟았다. 예를 들어 몇십 년 전 2만 달러에 구입한 60헥타르의 농지가 부동산개발업자에게 100만 달러에 팔리기도 했다. 개발업자는 이 땅을 각각 0.2헥타르를 차지하는 주택용 부지 250곳으로 나눈 다음 전기, 가스, 수도 등 공공시설을 갖추고 도로를 만들어서 각 부지당 2만 5천 달러, 총 625만 달러에 매매한다.

비록 농부들이 이렇게 땅을 팔아 돈을 버는 것에 대해 흥미가 없다 해도 인근 지역이 도시 활동을 위해 이용되기 시작하면서 토지에 부과되는 세금이 도시 수준으로 치솟았다. 농지를 보호하기 위해 통제가 이루어지기 전까지 농사를 계속 지으려는 사람들이 할 수 있었던 유일한 방법은 고가 농산물을 집중적으로 생산하는 것뿐이었다. 

메갈로폴리스에서 주요 도시 중심지를 잇는 도시간 주요 교통로를 따라 도시가 확산되었으며 농촌 활동도 변화하였다. 메갈로폴리스 내의 도시들은 교통체증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또한 주요 도시 내에서 계속 일하는 사람들이 주거지를 바꿀 경우, 대부분은 아주 자연스럽게 직장이 많이 모여 있는 곳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장소를 택했다. 따라서 간선도로와 도시간 철도, 주요 지선도로 주변을 중심으로 대도시 인구들이 가장 빠르고 가장 넓게 확산되었다. 그 결과 도시화된 구역들이 이러한 주요 도시간 연결선을 따라 처음으로 합쳐졌다. 사람들이 점점 더 원활한 소통을 원하면서 좀더 편리한 도시간 이동시설이 설치되었다. 

도시 지역의 인구가 증가하면서 인구의 구성도 변하였다. 1910년 이전에는 유럽에서 온 수많은 이주민들이 메갈로폴리스의 도시로 밀려들었다. 이주민들은 메갈로폴리스의 거대 항구를 통과했는데, 이때는 주로 뉴욕 항구를 이용했다. 미국 중서부와 대평원의 농장 지역이나 도시를 향해 서쪽으로 이동하지 않은 이주민들은 메갈로폴리스의 도시에 대규모로 정착하여 각 나라별로 지역 사회를 구성하게 되었다.

제1차 세계대전이 유럽에서 발발했을 때 유럽 이주민들의 흐름이 멈추었고 새로운 이주민들이 메갈로폴리스에 유입되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소수였던 남부에서 온 흑인 이주민들의 수가 점점 증가하였다. 흑인 이주자들과 농촌 출신의 백인 이주자들도 유럽 이주자 그룹과 같은 형태로 정착했다. 흑인들 대부분은 이전부터 형성되어 있던 소규모 흑인 지역에 정착했다.

흑인 인구의 유입이 20세기 중반까지 지속되면서 인구밀도가 높아져 원래의 흑인들이 거주하던 지역이 점점 더 외곽으로 팽창하게 되었다. 한 도시 내에서 인구 증가가 몇십 년 동안 계속 이루어지자 주요 흑인 지역에서 떨어진 곳에 사는 흑인들 또한 증가했다.

최근에는 완전히 새로운 변화 두 가지가 도시에서 나타났다. 이 변화는 전국적이긴 하지만 메갈로폴리스 항구도시처럼 가장 크고 가장 오래된 도시에서 가장 극적으로 나타났다. 

첫번째 변화는 1960년대 후반에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사람들이 도시 중심부나 교외 지역 할것없이 가장 거대한 대도시 지역을 떠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대도시 지역에서 빠져나간 인구는 유입된 인구보다 많았다. 대도시를 벗어난 사람들은 대개 작은 도시와 읍내, 그리고 그 사이에 있는 농촌 지역에 정착했다.  

두번째 변화는 대도시 곳곳에 고층 빌딩이 들어섰다는 점이다. 1970년 중반 이후 철근과 유리로 된 사무실용 고층 건물들이 새롭게 등장하면서 미국 도시들의 풍경이 바뀌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런 특징은 도시의 오래된 심장부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거대한 사무실 건물들은 도시 중심을 둘러싸고 있는 교외에서도 나타났으며, 이 건물들은 사무공간의 규모 면에서 주요 도시 다운타운 건물들을 능가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주거 지역보다는 직장 위치와 출퇴근 유형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도시 지역은 분명 변화하게 되어 있다. 메갈로폴리스의 변화는 나름대로 독특한 특성에 걸맞게 이루어졌다. 지속적이고 파격적이었으며,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규모로 이루어졌다.

CHAPTER _ 5  제조업 핵심 지역

제조업은 미국의 주요 경제활동 중 하나이다. 이를 입증해줄 만한 사실은 어디에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의류, 보존식품, 주택구조물, 운송 및 통신 수단, 그리고 다른 많은 것들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미국 밖에서 제조된 물품들이 있긴 하지만 여전히 미국 내에서 제조되는 물품이 압도적이다. 또한 중간 규모의 미국 읍내(town) 중에서 제조업 일자리가 없는 경우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뉴잉글랜드 북부를 제외한 미국 북동부는 제조업에 있어 가장 중요한 지역(지도 4)이다. 이 지역은 대략 오하이오 강 계곡, 메갈로폴리스, 오대호 남부 등을 접하고 있는 지역으로 정의된다. 이 지역의 서쪽 끝부분은 인디애나주 남부, 일리노이주, 그 너머에 있는 농업 중심 지역과 서서히 섞여들어 그리 뚜렷하게 구분되지 않는다.

제조업 핵심 지역은 면적이 그리 넓지도 않고, 다른 곳에서도 제조업이 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미국에서 경제적으로 상당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 지역의 공장들은 미국 철강의 대부분과 자동차와 자동차부품의 상당량을 생산하고 있다. 주요 항구들과 통신을 위한 센터들, 그리고 금융기관들이 이 지역 안에 있거나 인근에 있으며 미국의 정치적 수도인 워싱턴 D.C.도 아주 가까이에 있다.

이 지역에는 서로 결합된 대도시 지역이 두 군데 있는데, 그중 한 곳이 메갈로폴리스이며 다른 하나는 서쪽으로는 밀워키(위스콘신주)와 시카고(일리노이주) 사이에 있고 동쪽으로는 클리블랜드(오하이오주)와 피츠버그(펜실베이니아주) 사이에 있는 거대한 도시 지역이다.

미국의 제조업 핵심 지역은 이중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많은 면에서 산업 생산을 위한 자원과 수요를 창출한 것은 이 지역의 활기찬 농업 인구와 농업 생산성이었다. 농업에서의 성공은 이 지역의 초기 시장 형성에 도움을 주었고, 농업이 점차적으로 기계화되면서 다양한 제조업의 지원이 필요하게 되었다. 1800년대 후반에는 수만 개의 수확 기계, 경운기 등을 필요로 했다. 20세기 전반기에는 경작용 트랙터, 건초 베일러(결속기), 펌프를 비롯해 더욱더 전문화된 농기계들이 현지 산업 수요의 중요한 원천이 되었다. 이 지역에서 재배된 엄청난 양의 농산물을 수송하기 위해 운송망이 개선되고 확장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지역은 두 개의 상호의존적인 지역으로 나누어서 다루어야 한다. 여기서는 우선 제조업 중심지로서 이 지역이 갖고 있는 도시적이고 산업적인 특성을 다루기로 한다. 그리고 작은 읍내와 시골의 농촌적이고 농업적인 특성은 10장에서 다룰 것이다.

제조업에 관련된 주제는 다음과 같다. 어떤 조건이나 상황이 이 지역에 이렇게 복잡한 경제적 상호관계가 전개되도록 했을까? 이 지역에 무엇이 있기에 제조업이 성장하고 제조업과 관련된 활동들이 활발하게 진행되었는가?

광물자원

미국은 산업자원에 있어서는 축복받은 국가이다. 미국의 넓은 내륙평원은 금속광물 생산 지역이 거의 다 차지하고 있을 정도이다. 주요 광물자원 지역은 북쪽에 있는 캐나다 순상지와 북동-남서(애팔래치아 산맥)와 북서-남동(로키 산맥)으로 일직선으로 이어진 지역이다. 또한 내륙평원, 특히 동쪽에는 질 좋은 광물연료가 다량 매장되어 있다. 상대적으로 작은 삼각형을 이루고 있는 지역이 중공업에 필요한 광물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또한 미국의 제조업 핵심 지역의 내륙은 뛰어난 교통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광물이 풍부한 캐나다 순상지와 연료가 풍부한 내륙평원을 연결하고 있는 오대호, 즉 슈피리어 호와 미시간 호, 휴런 호, 이리 호, 온타리오 호 등은 세계 어느 곳에도 존재하지 않는 내부 수로를 지니고 있다. 서로 연결되어 있는 오대호는 높이 면에서 두 곳만 크게 변한다. 슈피리어 호와 휴런 호 사이에는 6.7미터 정도의 높이 차이가 있는데, 이는 1855년에 미시간주 수세인트머리에 수문이 열리면서 높이 문제가 해결되었다. 이보다 높이 차이가 더 나는 이리 호와 온타리오 호 사이는 수상 운송에 심각한 걸림돌이 될 뻔했지만 웰랜드 운하(1829년에 처음 개통됨)가 나이아가라 폭포를 피해서 갈 수 있도록 캐나다 온타리오주에 건설되었으며, 이리 운하(1825년 완공)가 뉴욕주에 건설되어 온타리오 호를 모두 우회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이러한 장애가 있었지만 오대호는 미국 초기 개발자들에게 800킬로미터에 이르는 저렴한 운송로를 제공했다. 이후 19세기와 20세기 초반에는 이 저렴한 운송로가 캐나다 순상지에 있는 철광석을 일리노이주, 인디애나주, 오하이오주, 웨스트버지니아주, 펜실베이니아주 등에 있는 탄전으로 옮기는 데 아주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오대호 남부 연안에 산업 시설들이 위치하게 된 것은 이러한 천연적인 교통자원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내륙 핵심부에 있는 오하이오 강은 석탄이 풍부한 애팔래치아 지역 깊숙한 곳에서부터 서쪽으로 흘러 내륙평원을 수백 킬로미터 가로지른 다음 미시시피 강과 합류한다. 수십 개의 지류가 오하이오 강에 더욱 많은 물을 공급할 뿐만 아니라 더 많은 지역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해주고 있다. 직접적으로는 선박을 통해 지류를 통행할 수 있기 때문이며, 이보다 덜 직접적인 이유로는 계곡들이 육상 이동을 용이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핵심 지역의 서쪽 끝부분을 따라 흐르는 미시시피 강과 그 지류들은 남쪽과 서쪽에서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

내륙 핵심부가 독특하게 공간자원과 교통자원을 모두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에서 제조업 핵심 지역이라고 하면 종종 이 부분만 언급되곤 한다. ‘산업적 중서부’나 ‘미국의 산업적 심장지대’라는 표현은 상상력을 자극할 수는 있어도 지리적으로는 적절한 표현이 아니다. 미국 제조업 핵심 지역은 내륙 핵심부뿐만 아니라 내륙 핵심부가 국제교역과 연결되는 도시 지역인 메갈로폴리스까지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1830년 이전에는 제조업 핵심 지역 중 도시가 개발되고 산업이 발달한 부분은 항구와 인접한 대서양 연안에 국한되었다. 애팔래치아 지역에 정착한 유럽인들은 여기저기 흩어져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농사를 지으며 살았고 전초기지 역할을 하는 도시는 소수에 불과했다.

1830년부터 1860년 미국 남북전쟁이 발발하기 전까지 내륙의 인구밀도는 증가했고 농업도 보강되었는데, 여분의 농산물이 생산되면서 물물교환을 위한 효율적인 시설이 필요하게 되었다. 철도를 중심으로 한 운송수단이 점점 내륙평원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하면서 이 지역이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주었다.

테크놀로지의 변화 또한 미국의 제조업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는데, 지리학자 존 보처트(John Borchert)는 이러한 변화를 4개의 시기 혹은 ‘역사적인 시기’로 나누었다.

보처트는 <지오그래픽 리뷰(Geographic Review)>에서 최초의 시기인 1790년부터 1830년까지를 ‘선박-마차 시기’로 분류했다. 이 시기에 모든 도시와 읍내 대부분은 수상교통 수단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해안에 있는 강줄기를 따라 생성된 대서양 항구와 읍내는 주요 중심지였다. 이 시기에 주된 내륙 수로인 모호크 강, 오대호, 오하이오 강을 따라 내륙 도시들이 크게 성장할 수 있었다.  

두번째 시기, 즉 ‘전차 시기’는 1830년부터 1870년까지로 철도 개발에 힘입어 육상 이동에 엄청난 혁신이 이루어졌다. 이 시기에는 우선 이미 자리를 잡은 항구 지역이 크게 성장하였다. 새로운 철도망이 항구도시를 중심으로 건설되었기 때문이다. 이 시기에는 현재 메갈로폴리스에 속하는 거대한 항구도시들뿐만 아니라 오하이오 강에 위치하고 있는 피츠버그(펜실베이니아주), 신시내티(오하이오주), 루이빌(켄터키주), 오대호 강 아래쪽에 위치하고 있는 버펄로(뉴욕주), 이리(펜실베이니아주), 클리블랜드(오하이오주), 디트로이트(미시간주), 시카고(일리노이주), 밀워키(위스콘신주), 그리고 미시시피 강에 위치하고 있는 세인트루이스(미주리주), 멤피스(테네시주), 뉴올리언스(루이지애나주) 등의 도시도 크게 성장했다.

1870년부터 1920년까지 ‘철강-철도 시기’에는 강철이 개발되면서 철로 재료가 더욱 강하고 무거운 강철로 바뀌었으며, 석탄의 일종인 역청탄의 수요가 증가했고 전력 발전이 확산되었다. 물론 가장 많이 발전한 지역은 제조업 핵심 지역 주변에 있는 도시들이었지만, 탄전 또는 오대호 근처에 있거나 큰 도시를 연결하는 주요 철도 노선에 위치하는 수많은 작은 도시들도 발전하였다. 이러한 작은 도시들은 오하이오 강과 오대호 사이를 연결하는 철도망이 지나가는 곳에 있었기 때문에 성장 기반을 다질 수 있었다. 이런 지역으로는 석탄과 강철 도시인 피츠버그와 철광석 항구이자 강철 도시인 클리블랜드 사이에 위치한 오하이오주의 애크런, 캔턴, 영타운 등이 있다.

네번째 시기는 1920년부터 1960년까지로 ‘자동차-항공기-부대시설 시기’이다. 자동차와 항공기 등 획기적인 운송수단이 마련되면서 개인의 유동성이 증가했으며 생산과정에 있어 선적 비용에 미치는 운송비용도 최소화되었다. 전통적인 제조업 핵심 지역 외곽에 있는 부대시설 지역(캘리포니아주, 플로리다주, 애리조나주)처럼 인구가 가장 많이 증가한 지역에 산업이 집중되었다.

보처트가 분류에 포함시키지는 않았지만, 미국은 1960년대 이후 ‘정보기술 시기’라고 부를 수 있는 새로운 시기로 돌입했다. 미국 경제가 정보의 생산과 교환에 더욱더 의존하게 되면서 값싼 대량수송 수단이나 인구집중 지역 등을 필요로 하지 않는 산업들이 정보를 전송하고 처리하는 수단을 통해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1960년대까지 제조업 핵심 지역의 도시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준 요인들이 이후에도 이 도시들이 성장할 수 있는 이점으로 작용하지는 않았음을 의미한다. 물론 이 도시들은 숙련된 노동력, 거대한 시장, 자리잡힌 항공운송 패턴 등을 지니고 있어 앞으로도 충분히 경쟁력을 갖고 있다.

제조업 핵심 지역의 도시들

일찍부터 상업과 금융 거래에 기반을 두고 있었던 보스턴, 뉴욕, 필라델피아, 볼티모어 등의 항구도시들과 위성도시들은 제조업이 미국 경제를 주도하기 전부터 인구를 끌어모으기 시작했다. 비교할 수 없는 현지 시장과 놀라운 노동력 공급,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수상교통 때문에 제조업이 미국 동해안 쪽에 집중되었지만, 메갈로폴리스 도시들 대부분의 경제는 전문적인 특성을 확실히 유지했다.

이들 도시가 있는 뉴잉글랜드 지역은 항구가 성장함과 동시에 제조업이 발전한 예외적인 지역이다. 조선산업이 해안을 따라 발전했고 이를 지원하기 위해 수많은 제조업체들이 생겨났다. 공장산업이 미국의 다른 지역에서 중요한 산업으로 부각될 즈음, 뉴잉글랜드 지역에서 제조업이 여전히 중요한 위치를 점유하게 된 것은 이 지역이 몇 가지 이점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이점은 많은 강들에서 언제든지 전력을 얻을 수 있었다는 점이다. 

뉴잉글랜드 지역의 중심도시인 보스턴은 뉴잉글랜드에서 일어난 변화를 특징적으로 보여준다. 인접한 코네티컷주의 조선업과 마찬가지로 보스턴의 의류, 가죽 산업도 과거의 잔재로 여전히 남아 있지만, 지난 50여 년 동안 가장 많이 성장한 부문은 전자부품과 기계 분야였다. 뉴잉글랜드의 항구와 부대시설은 여전히 훌륭하지만, 현재 이 지역 업체들은 대부분의 제품을 육로로 운송하여 미국의 다른 지역으로 보내거나 수출하기 위해 메갈로폴리스의 주요 항구인 뉴욕으로 보내고 있다.  

미국의 항구 중에서 뉴욕 항구가 탁월하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이미 앞에서 다룬 바 있다. 제조업체들은 뉴욕 항구가 국제적인 상업을 위한 연결점이며 주변에 인구가 많아서 커다란 이점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렇게 산업들을 끌어들이는 힘이 강했기 때문에 뉴욕에는 아주 다양한 산업들이 혼재하게 되었다. 많은 업체들이 20세기 초반까지 맨해튼에 위치하고 있었다. 그러나 공간활용도가 높은 사무실 위주의 업체들이 더 많은 공간을 필요로 하게 됨에 따라 점차 중공업 업체들이 맨해튼 아래쪽으로 밀려나거나 뉴욕이 있는 섬의 경계선을 넘어 허드슨 강을 지나 뉴저지주에 있는 갯벌로 옮겨갔다.      

사무직 위주의 산업이 뉴욕 대도시의 경제를 주도하고 있다. 수십 개의 본사, 은행과 금융 업체, 출판사, 기타 모든 서비스 및 통제센터 등이 이곳에 있다.    

산업적인 특성이나 도시적인 특성상 서로 매우 다른 필라델피아와 볼티모어도 최근에는 서로 닮아가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필라델피아의 제조업 기반은 뉴욕만큼이나 다양하지만 식품가공업과 조선업, 선박수리업에 더욱 집중되어 있다.

뉴욕이 더 좋은 항구를 지니고 있고 내륙 지역에 좀더 쉽게 접근할 수 있었기 때문에 필라델피아는 산업적으로 성장하는 데 어느 정도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필라델피아는 펜실베이니아주 서부의 석탄 및 철강 지역에 접근하기가 더 용이하고, 훌륭한 항구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미국 초기에 정치적레???중심지 역할을 한 유산 때문에 메갈로폴리스 내에서 계속 성장할 수 있었다. 반면 볼티모어는 항상 제조업 핵심 지역의 주변에 위치하고 있었다. 필라델피아처럼 볼티모어의 항구는 내륙에 있는 석탄 및 철강 지역과 철도로 잘 연결되어 있었다. 볼티모어에 여러 산업이 섞여 있는 점이 이를 잘 말해준다. 운송기계 제조업도 볼티모어의 중요한 산업 중 하나이다. 금속가공과 화학 부문도 필라델피아와 볼티모어의 대표적인 산업인데, 이는 내륙 중공업 지역과 이러한 항구도시들이 수상운송로를 통해 연결되어 있음을 강조한다.

제조업 핵심 지역의 다른 큰 부분인 ‘산업적인 중서부’에 자리잡은 주요 도시들은 미국 내륙 지방의 풍부한 광물 및 농업자원과 가까이에 있다는 위치적 특성을 이용한 도시들이다. 제조업 지역의 서부에 있는 큰 도시들 대부분은 오하이오 강과 그 지류를 따라 형성되었거나 오대호 연안에 위치해 있다. 

제조업 핵심 지역의 내륙에 있는 주요 도시들이 발전하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캐나다 순상지 끝부분에서 생산되는 철광석을 펜실베이니아주와 웨스트버지니아주의 탄전으로 옮기는 일과 규모는 작지만 반대 방향으로 석탄을 옮기는 일이었다. 철광석은 미네소타주 북부에 위치한 메사비 광산과 미시간주와 위스콘신주 북부에 위치한 고기빅, 마퀘트, 메노미니 광산에서 채굴되었다. 요즘엔 메사비 철광석을 현장에서 바로 펠릿(pellet:철광석을 제련하기 쉽도록 작은 덩어리로 만든 것―역자주)으로 가공하지만 몇십 년 동안 가공하지 않은 철광석을 오대호 수송을 위해 특별히 제작된 큰 선박으로 미시간 호와 이리 호의 남부 연안에 운반하곤 했다. 펠릿과 철광석은 미시간 호의 남쪽 연안에 있는 인디애나주의 해먼드와 개리로 운반되고, 그곳에서 일리노이주 탄전에서 철도로 옮겨진 석탄과 합쳐진다. 그러나 철광석 대부분은 이리 호 항구로 운반되어 그곳에서 남쪽에 있는 오하이오 강 유역의 철강 도시들로 옮겨지거나, 애팔래치아 탄광에서 기차로 수송해온 석탄을 이용하여 이리 호의 호반 도시에서 강철로 바뀐다.   

내륙 핵심 지역 도시들 중에서 피츠버그는 철강과 거의 동일어로 통하는 도시이다. 앨러게니 강과 모논가힐라 강이 합쳐져 오하이오 강이 되는 지역에 위치한 피츠버그는 원료와 강 하류의 시장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이점을 지녔다. 앨러게니 강과 모논가힐라 강은 석탄이 풍부한 애팔래치아 산맥의 변두리를 따라 흐르고 있으며, 오하이오 강은 농업 중심 지역의 남부 끝부분을 따라 흐르다가 미시시피 강과 합류한다. 피츠버그가 성장하면서 철강 관련 업체들이 값싼 수상운송을 이용하기 위해 강변의 저지대로 몰려들었다. 금속가공 산업, 기계부품 산업, 그리고 기타 대규모의 철강을 소비하는 업체들이 피츠버그 내부와 외곽에 공장을 세웠다. 인근 도시들도 피츠버그에 철강 산업이 모여들면서 혜택을 받게 되었다. 오하이오주의 영타운, 캔턴, 스튜벤빌, 웨스트버지니아주의 휠링과 웨어턴, 그리고 펜실베이니아주의 뉴캐슬과 존스타운 등은 이 지역의 산업적 성공을 어느 정도 함께 이루어냈으며 철강을 확보하여 철강제품 산업을 꾸리게 되었다.    

도시 산업 성장이 석탄 생산 지역에서만 이루어진 것은 아니었다. 호수 운송 시스템을 통해 운반된 철광석이 피츠버그 지역에 최종적으로 운반되기 위해서는 이리 호 연안에 있는 한 지점에서 기차로 옮겨 실어야 했다.

클리블랜드는 이리 호의 항구도시들 가운데 가장 크다. 클리블랜드는 좁고 구불구불한 카이어호가 강과 오하이오 강의 한 지류를 연결하는 운하가 건설되면서 성장하기 시작했다. 클리블랜드는 이러한 작은 이점을 이용해 크게 성공했는데, 이 점만으로도 인근에 있는 경쟁 도시보다 클리블랜드가 충분히 앞서갈 수 있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산업적 기반을 토대로 해서 클리블랜드는 호수뿐만 아니라 뉴욕과 시카고 및 농업 핵심 지역을 연결시키는 주요 동서횡단 철도를 운송로로 활용했다. 클리블랜드의 성장은 오하이오주의 고무 생산 도시인 애크런 같은 내륙 지역뿐만 아니라 오하이오주 로레인, 애슈터뷸라, 코노트, 동쪽으로는 펜실베이니아주 이리, 서쪽으로는 오하이오주 톨레도까지 영향을 미쳤다.

뉴욕주의 버펄로는 이리 호 동쪽 끝에 위치하고 있다. 대평원 지역에서 생산된 밀은 서부 오대호로 옮겨지는데, 정제를 하기 위해 버펄로로 대량 운송된다. 호수 연안 지역의 다른 곳에서 철강 혹은 금속 제조업을 발전시킨 요인들이 클리블랜드의 제조업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근처에 있는 나이아가라 폭포의 수력발전소 건설 때문에 화학 및 알루미늄 산업도 발달하게 되었다.

휴런 호와 이리 호 사이의 좁은 수로에 위치한 디트로이트는 뉴욕-시카고 주요 철도 연결선에서 80킬로미터 이상 북쪽으로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20세기 초반이 되어서야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 디트로이트가 현재 잘 알려져 있는 것처럼 자동차 생산지로서의 특성을 지니게 된 것은 자동차산업이 발전한 이후부터였다. 자동차 제조업체 중 크게 성공한 업체들이 디트로이트와 인근 도시에 집중되었으며 자동차 수요가 급증하면서 디트로이트가 있는 미시간주 남동부에 다양한 부품공급 업체들이 모여들었다.

남부 오대호를 따라 형성된 대도시에는 밀워키와 시카고가 있다. 이 가운데 작은 도시인 밀워키는 중공업과 자동차 제조업뿐만 아니라 미국의 주요 양조업 중심지이기도 하다. 밀워키에서 양조업이 발전한 이유는 19세기 후반 많은 독일 이주민들이 위스콘신주에 정착했기 때문이다. 미국 중부의 낙농업 중심지인 밀워키에서는 식품가공업 또한 중요한 산업이다.

시카고는 제조업 핵심 지역 중 내륙에 위치한 주요 도시이다. 시카고는 매우 중요한 도시로 발전하여, 뉴욕에 이어 인구가 가장 많았기 때문에(1990년 시카고 인구는 2,725,979명) 몇년 동안은 뉴욕에 이어 미국의 ‘두번째 도시’로 불리기도 했다. 지금은 로스앤젤레스가 인구 면에서 시카고보다 우위에 있지만 시카고는 여전히 미국 내륙에서 가장 강력한 중심도시이며 미국 중서부의 비공식적인 ‘수도’로 자리잡고 있다. 

미시간 호 남서부 호숫가에 위치한 시카고는 호수뿐만 아니라 서쪽과 남서쪽에 있는 풍요로운 농업 지역으로 인력과 상품을 이동시키기에 아주 좋은 곳이다. 시카고의 중심부를 부분적으로 관통하는 일리노이-미시간 운하는 1848년에 완공되어 오대호와 미시시피 강 하계를 연결시켜주었다. 4년 후에 시카고는 뉴욕과 철도로 연결되었으며 미국 중서부의 철도 중심지가 되었다. 

시카고는 19세기 후반 내내 수많은 이주자들을 수용했으며 일리노이주, 위스콘신주, 그리고 그 너머에 있는 농업 핵심 지역까지 이어진 광범위한 철도망을 갖게 되었다. 육류 포장은 시카고의 거대한 가축사육장 주변에서 발전했다. 20세기가 되면서 시카고 지역에 도입된 철강산업은 시카고의 철도망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시카고 남쪽 일리노이주와 인디애나주 호반에 자리잡았다.

시카고의 인구는 1890년에 이미 100만 명을 기록했고 1910년이 되기 전에 2배가 되었으며 1920년대 중반에는 300만 명을 넘어섰다. 오늘날 시카고의 제조업 규모는 이 도시에서 생산되는 제품이 매우 다양하다는 것을 통해 알 수 있으며, 시카고는 이러한 제조업 규모를 통해 메갈로폴리스의 경제 중심지와 지역적인 균형을 맞추고 있다.  

CHAPTER _ 6  동부 우회 지역

미국 동해안 지역을 살펴보면 보스턴 위쪽의 해안에는 큰 도시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해안에서 육지로 이어지는 주요 육로는 거의 없으며 내륙 도시들은 일반적으로 해안에 있는 도시들보다 작다. 뉴잉글랜드 북부와 뉴욕주의 애디론댁 산맥으로 구성된 이 지역을 ‘동부 우회 지역’이라고 부른다(지도 5).

동부 우회 지역은 주요 육로와 해로 인근에 위치하고 있지만 정확히 육로와 해로 상에 위치해 있지는 않다. 해양 운송수단을 통해서 이 지역을 쉽게 무시하고 우회할 수 있기 때문에 이 지역은 경제 성장이 느리거나, 심지어는 정체되어 있다.

뉴잉글랜드 남부에는 대도시가 모여 있지만 뉴잉글랜드 북부는 대부분 그렇지 않다. 이 지역의 특성은 캐나다의 대서양 연안 지역과 훨씬 더 유사하다.

자연환경

동부 우회 지역은 대부분 아름답다. 뉴햄프셔주 화이트 산맥에 있는 프레지덴셜 산악지대는 미국 동부에서 굴곡이 가장 심한 지형으로 되어 있다. 긴 해안선은 대서양을 향해 튀어나와 있으며 들쭉날쭉한 해안은 대서양의 파도를 맞이하고 있다. 해안에는 멋진 곶들과 작은 후미들이 늘어서 있고 해변에는 바위가 많다. 메갈로폴리스의 큰 도시들에서 몇 시간 거리에 떨어져 있으며 사람들이 거의 살지 않는 불모지도 있다.

동부 우회 지역은 대부분 애팔래치아 고산 지역이 북동쪽으로 뻗어나간 지역에 있다. 그렇지만 이 지역은 윤곽이 뚜렷한 산마루와 계곡을 지닌 애팔래치아 산맥 남쪽과는 거의 닮지 않았다.

뉴욕주 북부에 있는 애디론댁 산맥은 캐나다 순상지가 남쪽으로 뻗어나간 지역이다. 이 넓은 고원지대는 대륙 빙하에 의해 크게 침식되어 일반적으로 기복이 별로 없이 완만하게 생겼다. 애디론댁 산맥은 고도가 그리 높지는 않지만 면적은 상당히 넓다. 

거대한 고원지대가 뉴잉글랜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 고원은 지질학적으로 오래되었으며 흐르는 물과 얼음에 의해 심하게 침식되었다. 그 결과, 이 지역 전체의 고도가 1,500미터를 넘는 곳이 거의 없다. 대륙 빙하가 휩쓸고 지나가는 바람에 고원지대에 있는 언덕과 산들은 둥글둥글한 형상을 띠고 있다. 지나가는 빙하에 영향을 받지 않을 만큼 고도가 높았던 지역만 거친 산으로 남아 있다.

뉴잉글랜드 북부에 있는 주요한 두 개의 산악지대는 버몬트주의 그린 산맥과 뉴햄프셔주의 화이트 산맥이다. 그린 산맥은 최고봉이 1,500미터가 되지 않아 고도 면에서 더 낮으며 봉우리들이 둥글둥글하게 생겼다. 반면 화이트 산맥은 1,900미터까지 치솟아 있으며 위쪽 경사면은 울퉁불퉁하고 가파르다. 

흐르는 물에 심하게 침식된 남쪽 지역에는 몇 개의 고립된 봉우리들만 북쪽에 있는 거대한 산악지대와 거리를 두고 우뚝 서 있다. 이 중 가장 큰 봉우리는 뉴햄프셔주 남부의 머나드녹(monadnock) 산이다. 머나드녹, 즉 잔구殘丘란 물에 의한 침식작용으로 인해 낮고 고립된 산으로 남아 있는 단단한 바위 지역을 지칭한다. 또다른 잔구인 커타딘 산은 메인주 중앙지대에서 가장 멋진 풍광을 자랑하고 있다.

뉴욕주를 포함하여 뉴잉글랜드 북부는 산악지대의 특성을 지니고 있지만 그곳 사람들은 계곡이나 저지대에서 가정과 생활 터전을 꾸리고 있다. 그중 가장 큰 지역은 뉴햄프셔주와 버몬트주 사이에 있는 코네티컷 강 계곡, 버몬트주와 뉴욕주 북부 경계선에 있는 샘플레인 호수 저지대, 메인주 북부의 아루스툭 계곡 등이다. 수많은 소규모 저지대가 해안 지역과 인접해 있으며 셀 수 없이 많은 시냇물들이 고원을 가르고 있다.  

동부 우회 지역은 대륙성, 해양성, 북극성 기후가 만나는 지역으로 더운 날씨는 거의 나타나지 않으며 종종 춥고 주로 습한 기후를 보인다. 이 지역이 미국 동부에 있기 때문에 바람의 작용에 의해 해양성 기후보다 대륙성 기후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해안 지역과 내륙 지역은 내륙의 고도가 더 높기 때문에 기후 차이가 많이 난다.

동부 우회 지역을 따라 남쪽으로 흐르는 래브라도 해류는 한류이다. 한여름에도 정말 용감한 사람이 아니고는 오랫동안 들어가 있을 수 없을 만큼 물이 차다. 그렇기는 해도 바다와 가까이 있기 때문에 해안 지역의 기후는 대체로 온화하다. 해안 지역의 식물생장기는 내륙 지역의 생장기인 120일보다 70일이나 길다. 해안 지역의 겨울 평균 기온은 가까운 내륙 지역보다 섭씨 3~6도 가량 높다. 반면 한여름의 기온은 대륙 지역보다 약간 낮다.

해양의 영향으로 남쪽 해안선을 따라 구름이 많이 끼거나 안개가 자주 피는데, 이는 여름에 온도를 낮추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여름의 열기와 햇빛을 필요로 하는 작물을 재배하기는 어렵다.

이 지역의 거의 대부분은 연간 100~150센티미터로 상당한 강수량을 보인다. 강수량은 일 년 내내 고르게 분포되어 있다. 적설량도 많은 편으로 대부분의 지역에서 전체 수분의 25~50퍼센트 정도를 눈에서 얻고 있다. 내륙 지역은 매년 250센티미터 이상의 적설량을 기록한다. 해안 지역에는 겨울에 산발적으로 눈이 내려 바닥에 쌓이는 경우가 드물지만 대륙 지역은 겨울마다 3~5개월 동안 눈에 덮여 있다. 

인구와 산업

동부 우회 지역은 생활하거나 일하기에 좋은 곳은 아니다. 몇몇 축복받은 지역을 제외하고는 별로 좋지 않은 기후, 언덕진 지형, 얕고 돌이 많은 토양 때문에 농사를 짓기가 쉽지 않다. 최근까지도 대규모로 묻혀 있는 광물자원은 거의 발견되지 않았다. 빈약한 현지 시장과 상대적인 고립성, 또 광물자원의 부재는 제조업의 발전을 제한했다. 따라서 지역 자체에서 생산되는 것들이 더욱 중요해질 수 밖에 없었다.

이 지역이 항상 동부 우회 지역이었던 것은 아니다. 대서양으로 쭉 뻗어 있는 해안 지역은 유럽의 탐험가와 정착자들이 신세계를 처음으로 만났던 곳 중 하나이다. 17세기 중반에 메인주 중부와 남부의 작은 항구에는 영국인들이 정착해서 살았던 마을이 있었다. 그러나 아메리칸 인디언 때문에 18세기 중반까지 정착지가 대륙으로 뻗어나가지 못했다.

초기 유럽 정착자들에게 메인주 해안 지역의 어장은 아주 중요했다. 대륙 순상지의 외곽 끝부분에 있는 이 어장은 수심이 30~60미터이며 물고기가 풍부하다. 이곳은 수심이 얕기 때문에 햇살이 물 속 깊은 곳까지 닿을 수 있어서 물고기의 먹이가 되는 플랑크톤이 많은 편이다. 그래서 이곳에는 대구와 해덕(haddock, 대구의 일종) 등 찬물에서 자라는 물고기(냉수어)들이 많이 산다. 이런 수산자원을 바탕으로 초기 정착자들은 소금에 절인 대구를 다량 수출하기 시작했다.

이 지역의 또다른 주요 자원은 나무였다. 스트로브 잣나무는 뉴잉글랜드 숲에서 자라는 우세한 품종이었다. 이 거대한 나무는 60미터 이상 곧게 자랐다. 목재는 가볍지만 단단하고, 또 쉽게 자를 수 있었다. 현재 처녀림은 모두 사라졌으며 두번째와 세번째로 조성된 숲이 남아 있는데 처녀림과 비교하면 볼품도 없고 크기도 작다. 한편 삼림자원에 힘입어 메인주는 조선업의 중심지가 되었다.

농업은 어업과 조선업에 이어 초기 정착자들의 세번째 주요 산업이었지만 농장 규모는 작았고 생산은 제한적이었다. 초기에 농업은 주로 생계 유지를 위한 활동으로 이루어졌다.

뉴잉글랜드 북부에서 농업 개발이 가장 활발했던 시기는 19세기 초반일 것이다. 하지만 미국의 다른 지역에서 이루어진 두 가지 발전 때문에 사람들이 점점 더 많이 농장을 떠나기 시작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서부로 향하는 길이 열렸다는 것이다. 19세기 초반에 정착지는 애팔래치아 산맥을 넘어 오대호 남부의 비옥한 농장 지역으로 확산되었다. 그리고 1820년대에 이리 운하를 비롯하여 서쪽에 있는 다른 운하들이 개통되면서 서부에 있는 농부들이 동해안 시장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었다. 뉴잉글랜드 북부에 있는 가난한 농장들은 오하이오주와 인디애나주 등에서 들어온 작물들 때문에 이전의 작은 시장마저 잃고 말았다. 뉴잉글랜드 사람들은 농장을 떠나 서쪽으로 이주하기 시작했다.

이 지역의 농업에 두번째로 타격을 준 것은, 미국에서 산업혁명이 처음으로 시작된 뉴잉글랜드 남부에서 1700년대 후반과 1800년대 초반에 제조업이 발달했다는 것이다. 산업 성장은 노동력의 수요를 크게 높여주었다. 높은 임금과 안정된 수입원을 찾던 뉴잉글랜드 농부들이 제조업의 일자리 수요를 우선적으로 채워나갔다. 섬유공장을 중심으로 아동과 여성 노동력이 늘어나면서 농업보다 제조업의 가치가 더욱 높아졌다.

지난 150년 동안 동부 우회 지역의 농업은 계속 쇠퇴해왔다. 오늘날 뉴잉글랜드 북부에 있는 3개 주(뉴햄프셔주, 버몬트주, 메인주)의 대지 중 농지는 10퍼센트 이하에 불과하다. 100년 전에는 농지가 50퍼센트 가까이 차지하고 있었다. 뉴잉글랜드 북부의 많은 읍내에 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하여 최근 몇십 년 전까지 한 세기 이상 지속적으로 인구가 감소했다. 경사면에 있던 농지는 사라지고 그 자리엔 점차로 숲이 만들어졌다. 게다가 계곡의 토양은 척박했으며 기온은 너무 차갑고, 성공적으로 농업생산을 하기에는 농장 규모가 너무 작았다.     

동부 우회 지역 중 아직도 농업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곳에서는 하나의 작물만 전문적으로 재배하는 경향이 있으며 작물을 재배하기 좋은 지역에만 집중되어 있다. 예를 들어 메인주 북동부의 워싱턴카운티는 산성 토양으로 야생 블루베리를 생산하는 주요 지역이다.

동부 우회 지역의 다른 많은 곳에서도 농업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중요한 농업 생산지 두 곳은 특별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중 한 곳은 세인트존-아루스툭 계곡으로 메인주 북동부와 캐나다 뉴브런즈윅주 서부에 자리잡고 있다. 이 지역의 롬 토양은 미사微砂가 많아서 감자 재배에 이상적이다. 그래서 다른 곳에서 씨감자로 널리 쓰이는 우수한 품종의 감자가 이곳에서 생산되고 있다. 이곳에서는 주로 대규모의 기계화된 경작이 이루어지고 있다.

세인트존-아루스툭 계곡에서 감자를 재배하는 농부들은 지난 몇십 년간 감자의 시장수요가 감소하고 소비자들이 미국 서부에서 재배되는 감자를 선호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 결과 메인주 중남부에서 생산하는 닭과 계란이 메인주에서 거둬들이는 농산품 수익의 절반을 차지하게 되었다. 이는 감자 생산으로 얻은 수익보다 두 배나 많은 금액이다.   

두번째로 중요한 농업 생산 지역은 샘플레인 호수 저지대이다. 메갈로폴리스와 가깝다는 점이 우유 판매 측면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다른 지역에 비해 시장 우위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우유는 쉽게 상하고 오랫동안 보관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규모가 크고 저렴한 상품이기 때문이다. 샘플레인 저지대는 뉴욕시와 보스턴에 우유를 공급하고 있다. 이 지역은 여름이 되면 선선하고 다습하여 사료 작물을 재배하기에 좋은 기후 조건을 지니고 있다. 선선한 여름 날씨는 젖소를 기르는 데에도 적합하다.  

버몬트주는 1인당 유제품 생산에 있어 오랫동안 미국 최고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낙농업이 버몬트주 농업의 90퍼센트를 차지하고 있으며 대부분이 샘플레인 저지대에서 이루어진다.

동부 우회 지역 대부분에 나무가 자라고 있는데도 대규모 목재산업이 발달하지 않았다는 것은 조금 놀라운 일이다. 그 이유는, 초기에 사람들이 마구잡이로 벌목을 한 후 조직적으로 재조림을 하지 못하는 바람에 원래 나무들을 대체한 다른 나무들이 재목으로 사용되거나 펄프를 생산하기엔 품질이 너무 떨어지기 때문이다.

예외적인 경우로는 펄프용 나무가 육성되고 있는 메인주 북부가 있다. 삼림산업이 여전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이 지역은 미국 동부에서 가장 접근하기 힘든 땅이며 소수의 개인 소유자들이 토지 대부분을 통제하고 있다.

어업도 어려움을 겪고 있긴 하지만 동부 우회 지역의 경제에서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메인주에서 잡히는 바닷가재는 미국 전체 바닷가재 어획량의 80~90퍼센트 정도를 차지하고 있으며, 메인주는 정어리 생산에서도 미국에서 가장 앞서가고 있다.

이 지역에는 두 종류의 해양 어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가장 중요한 근해 어업은 작은 보트를 이용하며 상대적으로 적은 자본이 투자되는데, 바닷가재와 대구가 가장 가치 있는 어획물이다. 해안에서 떨어진 곳에 있는 어장에서 이루어지는 심해 어업은 큰 배가 필요하며 자본도 더 많이 들어간다. 어장에서 잡히는 물고기는 주로 대구, 큰 넙치, 가자미 등이다. 

근해 어업은 최근 미국의 국내 석유 수요량이 많아지면서 위협을 받고 있다. 1979년 미국 내무부는 소수의 석유업체들에게만 탐사 자격을 부여함으로써 이 풍요로운 근해 어장이 석유 시추로 인해 오염될 것이라는 두려움을 일축해버렸다. 그 이후에 주요 자원인 석유와 천연가스가 이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근해에서 석유 및 천연가스를 채취하는 것 이외에 동부 우회 지역에서의 광물자원 채취는 현재로선 그리 크게 중요하지 않다. 하지만 항상 그랬던 것만은 아니다. 애디론댁 산맥에서는 100년 이상 철광석이 채광되었고 아직도 철광석 보유량이 상당하다. 하지만 전체 생산량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잉글랜드 북부는 최근 화성암과 변성암 때문에 건축용 암석을 생산하는 주요 지역이 되었다. 버몬트주 중부와 메인주의 중부 해안 지역에는 화강암 채석장이 많이 있다. 또 버몬트주는 미국 최고의 대리석 생산지이기도 하다. 이 모든 암석들의 가치는 미국의 다른 지역에서 발견되는 광물산업과 비교해보면 미미하지만 버몬트주와 메인주의 경제에는 중요한 요소이다. 

도시와 도시 생활

동부 우회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 중 도시 거주자들은 과반수를 약간 넘는다. 그렇지만 이 지역에는 실질적인 도시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뉴잉글랜드 북부에 있는 두 개의 큰 도시는 버몬트주의 벌링턴과 메인주의 루이스턴으로, 두 도시 모두 인구가 4만 명 정도이다.

중심지의 규모가 작다는 것은 이 지역의 1인당 수입이 상대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는 이유를 잘 설명해준다. 높은 임금을 받는 대부분의 직업은 도시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데, 이 지역에는 도시 내 직업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절반에는 못 미치지만 노동력의 상당부분이 1차 산업에 관여하고 있는데, 이는 전통적으로 임금이 가장 낮은 직업이다. 대규모 지방 시장이 없고 주요 도시 지역과의 교통이 불편하다는 점을 보면 미국의 다른 지역과 달리 1차 산업이 제조업 경제개발을 위한 기반으로 작용하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뉴잉글랜드 북부의 경제가 성장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는 근거는 존재한다. 1980년에 조사된 바에 따르면 미국 남부와 서부를 제외할 때 메인주, 뉴햄프셔주, 버몬트주는 국가 평균 성장률을 웃도는 유일한 주들로 나타났다. 1980년대에 뉴햄프셔주는 계속해서 국가 평균을 상회하는 성장률을 기록했으며 버몬트주와 메인주는 평균에 약간 못 미쳤다. 

동부 우회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수입이 늘어난 이유로는 몇 가지가 있다. 하나는, 메갈로폴리스가 점차 북쪽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이다. 메갈로폴리스 지역의 도시들이 확장하고, 주변 지역에 있던 새로운 구역이 도시화되며, 사람들이 거대한 도시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 거주하려고 점점 더 도시 밖으로 나아감에 따라 메갈로폴리스의 주변 지역이 뉴잉글랜드의 북쪽으로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뉴잉글랜드 북부는 또한 새로운 제조업 시설들을 다수 끌어들이고 있다. 주요 업종은 중간 규모의 노동력을 필요로 하는 경공업이다. 작은 도시와 시골 환경을 좋아하는 고용인과 직원들이 이 지역에 자리를 잡고 일하고 있다. 또한 1960년대에 몇 개의 주간 고속도로가 건설됨으로써 이 지역으로의 접근성이 강화되었다.

관광은 20세기 중반 이후 뉴잉글랜드 북부에서 경제호황을 일으킨 산업이다. 낚시, 스키, 카누, 아름다운 풍경 등 모든 것이 관광객들을 끌어들이는 데 한몫을 했다.

애디론댁 산맥의 경제도 관광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1932년과 1980년 동계올림픽 개최지인 레이크플래시드는 수많은 스키 지역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다. 뉴욕주는 이 지역 대부분을 미국 최대의 주립공원인 애디론댁 주립공원으로 정해 관리하고 있다. 

해변과 호숫가를 따라, 그리고 산악지대 곳곳에 부유한 사람들의 별장이 늘어나고 있다. 이 별장 주인들은 매년 몇 개월 혹은 몇 주 동안만 이곳에서 지내고 나머지 기간에는 구입 비용과 유지비를 충당하기 위해 임대를 한다. 뉴잉글랜드 북부에 있는 많은 카운티에는 영구적으로 거주하는 주택보다 일시적으로 거주하는 주택들이 더 많다.

한편 메인주의 해안 마을과 버몬트주의 작은 대학도시들, 그리고 이 지역에 있는 오래된 마을들은 노후를 보내기에 좋은 곳으로 유명하다. 

CHAPTER _ 7  애팔래치아와 오자크 고원

뉴욕주에서 앨라배마주로 뻗어 있는 애팔래치아 고원지대는 오자크-와시토 산맥 지역과 400킬로미터 정도 떨어져 있다. 두 지역은 지형학적으로는 동일한 지역으로, 매우 유사한 지형을 지니고 있으며 지형과 사람들의 정착 유형 사이에 특이할 만큼 깊은 연관성을 맺고 있다.

초기 정착자들은 식민지 미국의 해안에 도착한 후 서쪽에 있는 거대한 산악지대에 대해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그들은 이 산악지대로 이동하면서 고도가 높다는 말이 과장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미국 서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극적인 풍경을 찾아볼 수 있는 곳은 애팔래치아와 오자크 지역의 아주 작은 일부분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애팔래치아와 오자크 지형이 산악지대로 분류되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많은 지역에서는 기복이 500미터 이상 차이 나고 일부 지역에서는 1,000미터 이상 차이를 보이고 있다. 또한 경사지는 가파르다. 

애팔래치아 사람들의 인문지리학적 특성 또한 지형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산이 없었다면 이 지역은 최남부 지역과 같은 인접 지역에 포함되었을 것이다. 산이 있었기 때문에 애팔래치아와 오자크 고원지대는 독특하면서도 서로 닮은 지형으로 남아 있다(지도 6).

다양한 지형

애팔래치아는 지형 면에서 세 개 이상의 다른 지방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지방들은 대체로 북동-남서 방향으로 서로 평행하는 띠 모양을 이루면서 뻗어 있다.

가장 동쪽에 있는 지대는 블루리지 산맥이다. 선先캄브리아대의 암석으로 구성된 이 부분은 심하게 침식되었으며 현재 가장 높은 곳도 과거에 비하면 그리 높다고 할 수 없다. 뉴욕주에서 앨라배마주로 뻗어 있는 애팔래치아의 동쪽 측면에 있는 블루리지 산맥은 대서양 남부 저지대의 산록지대와 접하고 있다. 

블루리지 산맥은 북쪽에서 남쪽으로 갈수록 고도가 높아지고 폭도 넓어진다. 남쪽, 특히 버지니아주의 로어노크 아래쪽은 애팔래치아에서 가장 산악다운 모습을 보이는 지역이다. 산록지대에서 블루리지 산맥으로 이어지는 지역의 고도는 아주 큰 폭으로 급격하게 변한다. 펜실베이니아주와 버지니아주 쪽 블루리지 산맥은 산록지대 고원과 서쪽 그레이트밸리 사이에 있는 비좁은 산맥이다. 노스캐롤라이나주-테네시주 경계선을 지나가는 블루리지 산맥의 넓이는 거의 150킬로미터에 육박할 정도로 넓다.  

블루리지 산맥의 서쪽으로는 능선과 계곡이 있다. 이 지역은 블루리지 산맥과 로키 산맥 사이에 넓게 퍼져 있는 퇴적암층으로 되어 있다. 퇴적암층의 동쪽 끝부분은 습곡 단층으로 이루어져 선형 지형이 나타나고 있다.   

능선과 계곡은 평균 넓이가 약 80킬로미터 정도이다. 대다수 능선들은 계곡들보다 100~200미터 높은 곳에 위치해 있다. 능선들 사이에는 틈이 거의 없는데 대부분은 강에 의해 생긴 것들이다. 넓이가 몇 킬로미터나 되는 계곡들은 애팔래치아 지역에서 가장 좋은 농지를 만들어주고 있다. 이 지역에 있는 능선들은 상대적으로 부식이 잘 되지 않는 셰일(미사나 점토 크기의 작은 입자로 구성되고 층상 구조를 가진 퇴적암―역자주)과 사암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계곡 바닥은 석회암으로 되어 있다. 

블루리지와 첫번째 능선 사이에는 그레이트밸리가 있다. 실제로 이 지역 전체를 지나가는 계곡인 그레이트밸리(대부분의 지역이 평평하기보다는 언덕져 있다)는 역사적으로 미국에서 중요한 통로 중 하나이며, 애팔래치아 산맥을 제외할 때 무엇보다도 애팔래치아 사람들을 더욱 결속시켜주었던 곳이다.   

애팔래치아의 가장 서쪽에 있는 부분은 애팔래치아 고원이다. 이 고원의 동쪽에는 앨러게니 프론트(Allegheny Front)라고 불리는, 깎아지른 절벽이 있다. 이 절벽은 서쪽으로 이동해서 로키 산맥 동부 지역으로 갈 때 가장 큰 장애물이 되었다. 이곳의 지형은 대륙저지대의 수평적인 지층이 하천에 의해 침식하면서 형성되었다. 침식에 의해 땅 모양이 울퉁불퉁하고 헝클어져 있으며, 좁은 하천 계곡은 날카롭고 경사가 깊은 능선 사이를 흐르고 있다. 뉴욕주와 펜실베이니아주에 있는 앨러게니 고원 북부는 좀더 완만하고 굴곡이 그리 심하지 않다. 그러나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평평한 땅을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촌락들 대부분은 하천 계곡에 있는 평지에 자리잡고 있다. 

오자크-와시토 고원지대는 애팔래치아 고원지대와 대체로 비슷한 지형적 특징을 지니고 있지만, 오자크-와시토 고원지대의 ‘결’은 북동-남서 방향이 아니라 동서 방향으로 나 있다. 남쪽의 와시토 산맥에는 굽이진 능선과 계곡들이 자리하고 있다. 아칸소 강 계곡에 의해 오자크 고원과 분리된다. 오자크 지역은 애팔래치아 고원처럼 침식 지형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불규칙하고 언덕이 많다.

애팔래치아 사람들

유럽인들이 미국의 동해안 지역을 차지한 이후 150년이 지날 때까지 정착자들은 블루리지를 넘어 애팔래치아 고원지대로 나아가지 않았다. 그레이트밸리와 그 너머 산악지대로 나아가기에 가장 쉬운 곳이자 최초로 이용한 통로는 블루리지 산맥이 언덕 지형에 가까울 정도로 낮아지는 펜실베이니아주 남동부였다. 펜실베이니아 사람들은 북쪽과 서쪽에 있는 산악지대가 사람들이 살기에 적당치 않다고 여겼다. 그래서 정착지를 조금씩 계곡 아래쪽을 따라 버지니아주로 확장했다. 이들은 곧 남부 저지대로부터 내륙 쪽으로 이동하는 다른 정착자들과 합류하게 되었다.  

그후 18세기 말에는 주변에 있는 고원지대의 계곡과 후미진 곳에 사람들이 정착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선택한 땅은 서쪽 지역에 비해 별로 좋지 않았다. 울퉁불퉁한 지형과 선선한 고원지대 기후 때문에 이 지역 대부분이 플랜테이션 경제를 일구기에 부적절했다. 단지 넓은 저지대 일부에서만 규모가 있는 플랜테이션 몇 곳이 개발되었다.

18세기 말과 19세기 초반, 미국인 정착자들이 이 지역에 왔을 때에는 작은 농장을 만들기엔 환경이 아주 좋았다. 한 농부가 다룰 수 있는 토지는 약 10~20헥타르밖에 되지 않았다. 이런 농지는 하천 계곡에 있었다. 숲에는 야생동물이 많았고, 나무는 풍부했으며, 가축들은 숲이나 산악 목초지에서 풀을 뜯어먹을 수 있었다. 당시 기준으로 보면 이곳은 상당히 좋은 땅이었기 때문에 농업 인구가 곧 산악지대를 차지하게 되었다. 

이 지역 대부분은 다른 지역으로부터 점점 더 고립되고 분리되기 시작했다. 서쪽으로 더욱 평평하고 비옥한 농지가 펼쳐져 있으며, 곡물 재배가 기계화되면서 애팔래치아의 소규모 농장은 경제적으로 점점 더 생산력을 잃어갔다. 버지니아주 서쪽 끝에 있는 컴벌랜드 협로(Cumberland Gap)와 그곳에서 켄터키주 블루그래스 분지로 이어지는 윌더니스 로드(Wilderness Road)처럼 이 지역을 통과하는 유명한 통로들은 사실 구불구불하고 지나기 어려운 길이었다. 

북동부 해안 지역과 오대호 지역 사이를 동서로 움직이는 길은 애팔래치아 고원지대 북부를 피하기 위해, 모호크 수송경로와 온타리오 호의 평평한 호숫가를 따라 만들어졌다. 애팔래치아 고원지대 남부를 쉽게 지나갈 수 있는 길은 만들어지지 않았다. 또한 주요 철도선은 이 지역을 비껴갔다.  

애팔래치아 지역, 특히 애팔래치아 남부에서는 도시 개발이 천천히 진행되었다. 애팔래치아 지역은 미국의 다른 지역이 제조업과 도시 생활을 향해 변화하기 시작한 지 한참 후에도 농업에 중점을 두고 있었다. 애팔래치아에서는 거의 아무런 생산품도 만들어지지 않았고 도시의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수요도 제한적이었다. 여기에 운송수단까지 취약했다.

플랜테이션도 없고 도시 개발도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새로 유입되는 이민자들 또한 거의 없었다. 이곳 사람들은 과거에 살던 방식대로 살아갔으며 시간이 흐를수록 가족, 사회, 땅에 대한 애착이 점점 더 깊어갔다. 때문에 미국의 다른 지역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독특한 문화를 만들어냈다. 애팔래치아는 단순히 변하지 않음으로써 점점 더 특이한 지역이 되어갔다.

애팔래치아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가난하다. 일부 지역, 특히 애팔래치아의 주요 석탄 생산지인 켄터키주 동부에 사는 사람들이 가난한 이유는 1940년대에 석탄 채광이 기계화되면서 노동력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이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상당히 보수적이다. 미국에서 가장 보수적인 프로테스탄트 교회 중 다수가 애팔래치아에 뿌리를 두고 있다. 다른 교회들은 이곳 출신의 산사람들이 신앙심을 그대로 지닌 채 옮겨간 지역에서 발견되고 있다. 정치적으로 보면 비록 농촌 민중주의(populism) 성향도 발견되고 있지만 이곳에서 선출된 공인들은 거의 다 보수적인 사람들이다. 이 지역의 지방적 특성은 상대적인 고립 상태에서 형성된, 가족과 사회에 대한 강한 유대감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러한 유대감은 자체 구성원들을 단단히 결속시켜주긴 하지만 다른 사람들과의 결속력은 그만큼 약해질 수밖에 없다.

이 지역의 남부에 사는 사람들은 가장 확실하게 애팔래치아다운 성향을 지니고 있어서 미국인들은 애팔래치아 하면 이들부터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이 지역 거주자들을 두고 하는 말은 오자크 고원과 애팔래치아 북쪽에 사는 사람들에게도 잘 들어맞는다. 

애팔래치아 북부와 광범위한 애팔래치아 지역의 연관성은 그렇게 뚜렷히 나타나지 않는다. 물론 산악지대로 되어 있다는 점과 가파른 절벽 때문에 초기 개발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은 동일하다. 하지만 남부에 비해 북부의 빈곤은 덜한 편이다. 또 애팔래치아 북부는 초기에 유럽 북서쪽에서 온 이민자들이 정착한 이후 새로운 이민자들이 유입되었다. 특히 펜실베이니아주와 웨스트버지니아주 북부에서 이런 현상이 일어났는데, 19세기 말과 20세기 초반에 동유럽 이주민들이 석탄 채광을 위해 이곳으로 많이 몰려오게 되었다. 

애팔래치아 북부의 문화적 유형들은 남부 고원지대와는 아주 다르다. 주목할 만한 예로는 종교가 있다. 북부에는 프로테스탄트 근본주의자 교회들이 남부처럼 흔하지 않으며, 펜실베이니아주의 카운티를 비롯한 많은 카운티에서는 가톨릭 신자와 다양한 동방정교회 신자들이 대다수를 이루고 있다.

애팔래치아 북부의 교통은 애팔래치아 남부에 비해 훨씬 더 좋아졌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산들이 비연속적이고 낮아서 쉽게 길을 뚫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중서부의 북쪽이 경제적으로 호황을 누리자, 애팔래치아 북부는 상업과 제조업 성장의 중심이 되었다. 제조업 핵심 지역의 동서를 잇는 운송로가 곧 산을 뚫고 지나가게 되었다. 이 결과로 애팔래치아 남부 지역에 비해 애팔래치아 북부 지역, 특히 펜실베이니아주 중부 및 북서부와 뉴욕주는 더 많이 발달하게 되었다.

경제 및 정착 유형

애팔래치아에 대하여 미국인들이 갖고 있는 이미지는 두말할 필요 없이 시골 이미지이다. 어떤 면에서는 이 말이 맞다. 이 지역에서 도시가 차지하는 비율은 미국 전체 도시 지역의 분포율에 비하면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인구의 대다수는 농촌 거주자이거나 농촌 비농장 거주자(농촌에 살지만 도시에 직장을 갖고 있는 사람들)로 분류된다. 그렇지만 애팔래치아의 농촌 거주자들은 대규모 상업적인 농업 체계에 의존해서 살지는 않는다. 오히려 농장 규모가 작다는 것과 광물(무엇보다 석탄) 의존도가 높다는 점이 농촌에 인구가 집중되어 있는 이유이다.

애팔래치아는 자작농 측면에서 첫째가는 지역으로, 특히 켄터키주와 웨스트버지니아주가 미국에서 가장 앞서가고 있다. 애팔래치아는 중요한 상업적 작물이 하나도 없었기에 농지 임대도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아직도 자작농 형태가 그대로 남아 있다. 

애팔래치아의 농가는 평균적으로 40헥타르 정도밖에는 농지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 더구나 이 지역은 울퉁불퉁한 지형, 질이 좋지 않은 토양, 짧은 식물생장기 등으로 농경지 면적이 상당히 제한되어 있고, 그에 따라 목장과 축산업이 상대적으로 중요했다. 농경지는 면적이 작고 계곡에 흩어져 있기 때문에 농업용 기계를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일조차 불가능했다. 따라서 농장 수입은 적은 편이다. 이 지역 농부들 대다수가 농장에서 계속 살아가기 위해 파트타임 직장을 구해 추가 수입을 올리고 있다.

이 지역 대부분에서 행해지는 농업 형태는 농업경제를 주도할 만한 특별한 생산품이 없는 ‘일반 농업(general farming)’이라고 할 수 있다. 축산업은 가장 흔한 산업으로, 비탈진 경사지를 가장 잘 활용하고 있는 산업일 것이다. 일부 계곡 지역에서는 담배, 사과, 토마토, 양배추 등이 중요한 농산물이며 소규모로 재배되는 담배는 애팔래치아 남부에서 가장 흔한 환금작물이다. 옥수수는 이 지역의 주요 작물이지만 대개는 동물 사료로 농장에서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농업 형태에 중요한 예외가 있다. 예를 들어 버지니아주 셰넌도어 계곡은 한때 버지니아주의 곡창지대라고 불리기도 했다. 그렇지만 이곳에서 생산된 밀은 19세기 후반에 대평원과 최남부 지역의 비옥한 초원에서 자라는 밀과 경쟁하면서 국내 밀 시장에서 밀리게 되었다. 아직도 가을밀은 자라고 있지만 이제 셰넌도어 계곡의 주요 생산물은 사료용 건초와 옥수수, 사과 등이며 칠면조 사육도 중요한 산업이 되었다. 펜실베이니아주 중부에 있는 계곡에서는 낙농업과 사과 생산이 중요하다. 테네시 계곡은 주로 사료 작물과 가축을 생산하는, 상당히 중요한 농업 지역이다.

애팔래치아 대부분에서 농업만큼 중요한 것이 석탄 산업이다. 앨러게니 고원 아래쪽에는 세계 최대의 석탄 지역으로, 거대한 역청탄층이 형성되어 있다. 탄층이 드러나게 된 것은 침식 활동으로 고원 지형을 울퉁불퉁하게 만들었던 하천 때문이었다.

애팔래치아의 석탄은 1860년대 미국 남북전쟁 직후 중요성이 부각되었다. 코크스가 역청탄을 가공한 것이기 때문에 새로운 유형의 코크스용 용강로가 개발되면서 석탄의 수요가 증가했다. 펜실베이니아주 남서부와 웨스트버지니아주 북부의 두꺼운 탄층은 펜실베이니아주의 피츠버그에 석탄 연료를 제공해 피츠버그가 ‘철강도시’로 부상하는 데 한몫을 했다. 20세기에 미국이 전력 생산으로 방향을 바꾸면서 애팔래치아는 동해안과 내륙 제조업 핵심 지역의 발전 시설에 석탄 연료를 제공했다.  

1세기 동안 크게 성장했던 석탄산업은 1950년대부터 쇠퇴하기 시작했다. 석유와 천연가스가 석탄 대신 주요 연료자원으로 이용되면서 석탄 생산이 줄어들었다. 1950년대부터 1960년대에 석탄을 생산하던 많은 카운티에서 전체 인구 중 1/4이 떠나게 되었다. 가난을 벗어나지 못했던 애팔래치아 지역은 이 때문에 경기마저 침체하면서, 특히 문제가 심각한 지역들이 생겨났다.

오늘날 전력 수요가 증가하고 석유 공급의 유한성 및 비용, 그리고 원자력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면서 화력발전에 필요한 석탄의 중요성이 다시 강조되고 있다. 새로운 발전소들은 전력을 생산하기 위해 현지에서 채광한 석탄을 다량 이용하고 있으며, 이렇게 생산된 전력은 대부분 다른 지역으로 보내졌다. 또한 애팔래치아 석탄 1억 톤이 매년 수출되고 있다.

애팔래치아 석탄은 다양한 방법으로 채굴된다. 처음에는 갱내 채굴법 혹은 샤프트 채굴법이 사용되었는데, 이는 특히 애팔래치아 북부 지역에서 아직도 꽤 중요하게 사용되는 방식이다. 거대한 이동식 드릴과 지속적으로 채굴할 수 있는 기계를 이용하여 탄층에서 석탄을 캐내고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지면으로 올라오도록 하는 현대식 갱내 채굴 기술은 1분에 몇 톤씩의 석탄을 탄층에서 분리해낼 수 있다.

노천 채굴은 석탄 탄층이 지표면 가까이에 있을 경우 비용이 훨씬 덜 드는 채굴 방법으로 그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오늘날 가장 중요한 생산 지역인 애팔래치아 중부(켄터키주 동부, 버지니아주 서부, 웨스트버지니아주 남부)에서는 거대한 기계장비를 이용해 탄층 위에 있는 경사면에서 바위들을 제거한 후 매장된 석탄을 채굴하고 있다. 이런 방법으로 탄층을 따라 석탄을 채굴한 결과 멀리서 보면 위로 올라갈수록 점점 작아지는 상자를 층층이 쌓아놓은 듯한 특이한 모양의 지형이 형성되었다.

켄터키주에서 채굴된 석탄의 절반 정도와 오하이오주와 앨라배마주에서 채굴된 석탄 대부분은 노천 채굴법에 의한 것이며 펜실베이니아주, 버지니아주, 웨스트버지니아주의 석탄 대부분(그리고 애팔래치아에서 생산되는 전체 석탄의 2/3)은 샤프트 채굴법에 의한 것이다.

애팔래치아 최초의 주요 탄전은 앨러게니 고원에 있는 역청탄 탄전이 아니었다. 이보다 앞서 펜실베이니아주 능선과 계곡 북쪽 끝부분에서 무연탄 탄전이 운영되었다. 무연탄은 가정 난방에 적합한 석탄으로, 훨씬 단단하고 연기가 나지 않는다. 무연탄은 또한 1860년대에 역청탄에서 코크스를 생산하는 기술이 개발되기 전까지 광석을 녹이기 위한 주요 연료로 사용되었다. 가열 장치를 위한 무연탄 사용이 감소하고, 무연탄을 달리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기에 무연탄 지대는 결국 경기침체를 겪게 되었다. 오늘날 무연탄 보유량은 상당하지만 생산량은 아주 적은 편이다.   

애팔래치아 사람들은 석탄 때문에 희비가 엇갈렸다. 석탄은 오랫동안 이 지역의 경제에 버팀목이 되어왔으며 직접적으로나 간접적으로 수십만 명의 노동자들에게 일자리를 마련해주었다. 그렇지만 채굴과 관련된 사건으로 수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리고 몇 년 동안 계속해서 석탄가루를 들이마신 결과로 생기는 진폐증은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갔다. 최근 시장 수요가 증가하면서 다시 생산활동이 회복되었는데 주로 기계화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채굴권의 대부분은 애초에 낮은 가격으로 채굴권을 확보했던 업체들이 여전히 보유하고 있다. 애팔래치아의 주들이 자체 지역에서 채굴되는 석탄에 부가세를 부과하거나 세금을 높였지만, 석탄에 대한 세금은 여전히 낮아서 석탄 수익 대부분이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한편 오자크 고원에 있는 오클라호마주, 캔자스주, 미주리주의 경계선이 만나는 구역은 납 채굴 지역이다. 미주리주 남동부는 250년 이상 납을 생산해왔으며 이곳의 노천 채굴 지역은 미국에서 가장 중요한 탄전으로 남아 있다. 미주리주는 미국에서 생산되는 납 대부분을 공급해왔으며 현재는 미국 전체 생산량의 3/4 이상을 생산해내고 있다.

미국의 첫번째 유전은 1859년에 펜실베이니아주 북부에서 시추되었으며 펜실베이니아주는 19세기 동안 미국 내 최고의 석유 생산지였다. 오늘날 이 지역은 전국적으로 보면 소량의 원유를 공급하고 있지만, 그래도 고품질 석유와 윤활유의 주요 생산지로 남아 있다.

테네시주의 남동부는 미국에 남아 있는 아연 생산지 중 가장 중요한 곳이다. 또한 노스캐롤라이나와 조지아주 경계선 근처에 있는 테네시주 덕타운 주변의 광산은 미시시피 강 동부에 있는 유일한 구리 생산지이다.

지역 개발 계획

석탄과 마찬가지로 애팔래치아의 강들은 지역 사람들에게 고통과 기쁨을 동시에 가져다주었다. 강 일부는 중요한 운송경로가 되었으며, 이곳의 수력은 과거에 제재소와 제분소에서 이용하였다. 그렇지만 나쁜 점도 있었다. 폭우가 내리면 좁은 계곡들이 범람했던 것이다. 남부 고원지대는 태평양 연안 동부에 있는 가장 습한 지역이다.  

애팔래치아의 강 가운데 하나인 테네시 강을 통제하기 위해 미국 역사상 가장 크고, 아마도 가장 성공적인 지역 개발 계획이 착수되었다. 1930년대에 이 강을 활용해서 테네시 강 유역 전체의 경제 상황을 향상시키려는 계획이 수립되었다. 그 결과, 테네시강 유역 개발공사(TVA)가 하천 운송을 위해 테네시 강을 개발하는 임무를 맡게 되었다. 오늘날 강 상류에 있는 테네시주 녹스빌까지 바지선용 운하가 3미터 길이로 개통되어 있다. 

TVA의 다른 활동들은 대부분 초기 공사 작업에 필연적으로 뒤따르는 것들이라 할 수 있다. 하천 흐름을 보장하고 범람을 줄이기 위해 댐을 건설하거나 선박 운항을 개발하는 일이 진행되었다. 댐을 건설하는 과정에 수력발전 시설이 포함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오늘날 TVA에 의해 통제되는 테네시 강과 켄터키 강에 있는 30개 이상 댐들은 발전 시설을 갖고 있다. TVA 시설에서 생산되는 전기 중 80퍼센트 정도는 석탄을 원료로 사용하는 화력발전소와 원자력발전소에서 나온다. TVA는 매년 석탄 5천만 톤 가량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곳은 애팔래치아에서 생산되는 석탄이 가장 많이 사용되는 곳이다.

값싼 전기료 때문에 이 계곡 지역에는 녹스빌 남쪽에 있는 거대한 알루미늄 가공 시설을 비롯해 전력을 많이 사용하는 일부 산업체들이 모여들었다. 미국 최초의 원자연구 시설이 녹스빌 서쪽에 있는 오크리지에 세워진 이유도 전력을 마음껏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녹스빌, 채터누가, 그리고 브리스톨, 존슨시티, 킹스포트의 3개 연합도시는 모두 상당한 규모의 제조업 중심 도시들이다. 또한 TVA는 전력을 대량으로 소모하는 또다른 산업인 인조비료의 주요 개발업체이며 생산업체가 되었다.  

TVA는 댐 건설 계획뿐만 아니라 계곡 지대의 농부들이 농장의 침식을 통제할 수 있도록 주요 계획을 시행했다. 그 계획의 목표는 홍수로 생긴 물을 농장 안에 가둬둠으로써 호수에 미사가 쌓이는 속도를 늦추려는 것이다.

TVA는 물뿐만 아니라 강 유역에 있는 52만 헥타르의 대지를 보유하고 있었다. TVA는 대지 일부를 이용해 휴양 지역을 만들었는데, 현재 이 지역의 위락시설은 상당한 수준이다.

1965년에 미국 국회가 애팔래치아 재개발법을 통과시킴으로써 애팔래치아지역위원회(ARC)가 설립되었다. ARC는 뉴욕주에서부터 앨라배마주로 이어지는 지역을 담당하면서 이 지역의 경제를 향상시키기 위한 계획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했다. ARC의 가장 우선적인 추진 방향은 이 지역의 고립 상태를 해소하고 제조업체들을 유치하기 위해 고속도로를 개선하려는 것이다.  

추가적인 정부 활동인 아칸소 강 유역개발은 1960년대를 통해 이루어졌으며 1971년에 완성되었다. 아칸소 강과 미시시피 강의 합류 지점에서부터 오클라호마주 캐투사까지 3미터 길이의 운하가 설치되었다. 그 결과, 바지선 통행량이 늘어났으며 강물의 흐름을 안정시키기 위해 건설된 댐에서 수력발전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지역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확실한 것은 애팔래치아와 오자크 고원이 미국 제조업의 핵심 지역이 될 가능성은 없으며, 더욱이 이 지역에서 정말로 그것을 원하는 사람도 거의 없다는 점이다. 하지만 변화의 조짐은 남아 있다. 조지아주, 노스렌玲肄봬낮祇瓚犬ち? 테네시주에 있는 남부 고원지대는 레크리에이션 센터와 별장 건설이 붐을 일으킨 지역이다. 부유한 사람들의 안식처는 노스캐롤라이나주, 버지니아주, 오자크 고원지대와 와시토 산맥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 지역 사람들이 다른 곳으로 빠져나가는 오랜 경향이 완전히 멈추지는 않았지만 그 수는 어느 정도 줄어들었으며, 이 지역과 미국 전체의 1인당 수익 차이도 좁혀졌다. 경제적으로 최악의 시기는 끝난 듯하다.  

CHAPTER _ 8  최남부 지역

남부의 문화 지역인 최남부(지도 7)는 믿음, 태도, 패턴, 습관, 제도 등이 지리적으로 합쳐져 있는 곳으로 파악할 수 있다. 초기 정착 유형과 현재의 변화 형태는 지리적인 특성과 관련이 깊다. 다른 많은 면 또한 지리적인 특성에서 나온 결과물이다.

남부 내에서도 서로 차이가 많이 난다. 멕시코만 연안, 남부 고원지대, 조지아주-노스렌玲肄봬낮祇瓚犬ち?지역의 산록지대, 남부 북쪽 내륙 지역의 대다수는 각기 나름대로 남부 문화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모두들 분명히 ‘남부 기질(southern-ness)’이라는 특성을 공통적으로 지니고 있다.

유산

유럽인들은 초기에 상업적인 목적과 자원 개발을 위해 미국 식민지를 건설했다. 델라웨어 만의 남부 해안평원 지역, 특히 체서피크 만의 남부 지역에는 농업 개발에 적합한 장소들이 위치해 있다. 길고 더운 여름, 일정한 강수량, 온화한 겨울 때문에 정착자들은 유럽 북부에서 재배되는 것과는 다른 작물들을 기를 수 있었다. 적어도 작은 배로라도 통과할 수 있는 많은 강들이 평원을 가로지르고 있었기에 버지니아주의 제임스 강과 조지아주의 앨터마하 강 사이에서 정착지가 자유롭게 커나갈 수 있었다.

이 지역 대부분은 인구밀도가 낮았으며, 그나마 인구밀도가 높다고 할 수 있는 도시들은 항구도시(버지니아주 노퍽, 노스캐롤라이나주 윌밍턴,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 조지아주 사바나)와 주요 강 유역에 있는 선박 운항 출발지(버지니아주 리치먼드,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컬럼비아, 조지아주 오거스타)에 국한되었다. 남부 문화의 강력한 농촌, 농업적인 요소는 20세기 중반이 지나서도 남아 있었다. 

유럽인들이 대서양 남부 저지대에 정착하면서 쏟아부은 노력의 대가로 얻은 가장 큰 수확은 황금작물 중심으로 이루어진 체계적인 농업을 통해서였다. 플랜테이션 농장들이 초기 남부 식민지 경제를 주도하게 되었다. 제임스 강과 남쪽에 있는 노스캐롤라이나주 북동부에서 담배가 재배되었고, 노스렌玲肄봬낮祇瓚犬ち翎?조지아주 해안 습지와 그 주변에서는 쌀과 인디고 염료가 생산되었으며, 이들 제품 생산이 1695년 이후 중요한 지역 산업이 되었다. 면화 생산은 1800년경까지 서서히 중요성을 더해갔는데 처음에는 찰스턴과 플로리다주 사이에 있는 시아일랜드에 집중되어 있다가 대륙 쪽으로 빠르게 확산되었다. 개인 소유의 작은 농장들도 많이 있었지만, 플랜테이션 형태가 성공하면서 19세기 전반기에는 면화 생산과 함께 플랜테이션들이 서쪽으로 이동하여 조지아주, 앨라배마주, 미시시피주, 루이지애나주에서 가장 널리 퍼져 있는 농장 형태가 되었다. 비슷한 방식으로 담배는 버지니아주와 노스캐롤라이나주 이주민 정착자들에 의해 서쪽으로 옮겨져 켄터키주와 테네시주에서 주로 생산되었다.

미국 남부는 전반적으로 허술하게 개발되었으며, 물품들을 모으거나 옮겨 실을 수 있는 시장 센터의 규모도 적었다. 또 다양한 경제활동이 이루어질 수 있는 큰 도시들도 수적으로 아주 적었다. 운송망 역시 이와 비슷하여 내륙에서 생산되는 제품을 해안 수출 센터로 곧바로 옮길 수 있는 운송망 정도만 있었으며, 작은 시장들을 연결하는 운송망은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이 지역 인구의 대부분이 농업 지역에 고립되는 결과를 낳았다. 

대규모의 플랜테이션 농업은 대규모의 연간 투자를 필요로 했으며 이런 투자의 대부분은 아프리카에서 노예를 데려와 일을 시키는 노예제도의 형태로 이루어졌다. 이러한 관행이 자리를 잡게 되자, 미국으로 건너오고자 하는 사람들이나 도시 노동자들이 기회가 더 많은 미국 북부에 정착하면서 남부 이주자의 수는 제한되었다. 따라서 19세기 초반까지 남부 지방에 있는 이주민의 수는 다른 어떤 지역보다 적었다. 1840년이 되기 전까지는 영국 이외의 다른 유럽 국가에서 대규모로 미국에 이주하는 경우가 없었기 때문에 남부 백인들의 대다수가 영국 출신이었다. 

영국과 아프리카 출신을 제외하고 미국 남부 지역에 오랫동안 거주한 사람들은 루이지애나주 남부에 있는 케이준과 아메리칸 인디언들이다. 가톨릭 신자이면서 프랑스어를 구사하는 케이준은 캐나다에서 망명한 프랑스인들의 후손이다. 농업 중심의 케이준들은 루이지애나주 남부에 정착했으며, 루이지애나주에 거주하는 다른 민족 출신들이 최남부 지역 문화에 점차로 흡수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케이준은 독특한 문화를 그대로 유지했다. 아메리칸 인디언들은 미국 중서부 지역의 인디언들처럼 똑같이 잔인한 방법으로, 거의 동시에 남부에서 제거되었으나 모두 다 그런 것은 아니었다. 예외적으로 살아남은 가장 큰 인디언 부족들로는 노스캐롤라이나주 남부의 룸비족, 노스캐롤라이나주 남서부에서 한때 강력한 힘을 발휘했던 체로키족 후손들, 미시시피주 중앙의 촉토족, 플로리다주 남부의 세미놀족 등이 있다.

최남부 지역 문화의 특징적인 요소 중 하나는 농촌 공동체와 농가에 기반을 두고 있다. 남부 사람들은 오랫동안 복음주의 프로테스탄트 종교를 고수해왔다. 작고 소박한 교회 건물들이 지금도 시골 곳곳에 흩어져 있으며, 매주 일요일마다 시골과 작은 읍내에 흩어져 사는 사람들이 교회로 모인다. 미국 남부에는 감리교, 감독교를 비롯한 프로테스탄트 교파들이 있지만 수적으로 가장 많은 신도를 갖고 있는 교파는 침례교이다.

남부 식민지에 흑인 노예들이 많이 유입됨으로써 남부 문화에 두 가지 요소가 더해졌다. 그중 하나는 아프리카 문화의 요소들이 미국 남부로 건너와 백인들의 문화와 결합했다는 것이다. 1619년 아프리카인들이 최초로 버지니아주에 도착한 것은 제임스 강 유역에 백인들의 정착지가 처음 세워진 지 불과 10년 후에 일어난 일이었다. 비록 18세기 초반이 되어서야 노예들이 대거 유입되었지만 흑인들은 처음부터 남부에 거주하고 있었고 남부 사회의 일부가 되어 있었다. 그들이 남부의 언어, 식생활, 음악에 끼친 영향에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흑인 노예들이 미국 남부에 끼친 두번째 영향은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은 것이었다. 백인들은 인간의 노예화를 정당화하기 위해서는 노예 집단이 열등하다고 여겨질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남부 백인들이 흑인들을 이렇게 바라본 점은 18세기 후반까지 유럽 내의 지배적인 견해와 다를 게 없었다. 그렇지만 19세기가 되면서 노예제도가 남부보다 중요하지 않은 지역을 중심으로 노예제 반대 주장이 힘을 얻게 되었다. 외부에서 일고 있는 노예제도 폐지 압력 때문에 남부 내에서는 오히려 노예제도의 정당성을 더욱 독선적이고 강력하게 주장하게 되었다.

1860년대 노예제도가 기본적인 쟁점이었던 남북전쟁이 발발할 즈음, 남부의 지리적인 인구 정착 및 경제 유형은 식민지 초기에 비해 극적으로 변해 있었다. 그렇지만 남부 지역은 여전히 농촌적이었고 도시 개발은 작은 규모의 마을이나 읍내에 국한되어 있었으며, 큰 도시들은 거의 대부분 해안이나 내륙 수로 연안의 주요 이송 지점에 위치해 있었다. 또한 운송망과 통신망이 제대로 구축되어 있지 않았다.  

플랜테이션을 통한 면화 생산은 매우 성공적이었기 때문에 남부 지역 경제는 목화 재배에 전적으로 의존하였다. 담배, 쌀, 사탕수수, 대마 등 다른 작물들도 재배되었지만 이는 현지 음식 조달이나 부차적인 돈벌이를 위한 것이었다. 1860년에 면화는 남부 경제뿐만 아니라 수출과 수입 면에서 미국 경제 전체를 주도하게 되었다. 1860년 미국에서 수출된 상품들의 전체 가치 중 60퍼센트 이상이 면화에서 나왔다. 현재 남부 지역 밖에서도 상당량 생산되고 있는 면화는 1996년 금액 면에서 미국 농산물 수출 순위 5위를 차지했다.

남북전쟁에서 패하면서 남부의 경제적 기반이 심하게 흔들렸다. 철도는 끊겼으며 장비는 몰수당했고, 선박 터미널은 무너졌으며 흩어져 있던 산업 기반 대부분이 파괴되었다. 남부 지방의 통화와 채권은 쓸모없어졌다. 창고나 항구에서 판매를 기다리고 있던 면화는 종종 도둑맞았다. 노예 노동력 공급이 공식적으로 중단되었으며 토지를 많이 소유하고 있던 사람들은 토지를 분배하거나 엄청난 세금을 물어야 했다.

남북전쟁의 결과

남북전쟁에 이은 반세기 동안 남부는 재조정 시기를 맞이하였다. 백인들은 흑인들과 제도적으로 분리되어 지내기 전까지 해방된 흑인들에 대해 대안적인 대응방법을 모색했다. 흑인들 또한 그들 나름대로 남북전쟁이 끝나고 반세기가 지난 이후까지 자신들의 의지하고는 상관없는 변화를 경험해야 했다. 이 시기는 남부적인 태도와 미국 나머지 지역으로부터 고립되었다는 느낌이 더욱더 고착화된 시기이다.

남북전쟁 전에 경제조직이 무너지면서 전후 12년에 걸친 재건시대(1865~1877) 동안 남부 지역 사람들은 어려운 시기를 겪어야 했다. 운송시설 및 제조업 생산 능력의 파괴는 별도로 하더라도 플랜테이션 경제가 이미 경직되고 노예 노동력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지경에 이르러 있었다. 전쟁이 끝난 후 높은 세금과 재건축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서는 집중적인 자원 개발이 계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했다. 개발하기에 가장 적합한 자원은 여전히 농지였다. 따라서 면화 생산이 이 지역 경제의 주도적인 산업으로 남게 되었다. 

그렇지만 생산에 필요한 다른 요소들을 쉽게 구할 수 없었다. 현지 자본은 전쟁 때 소모되었거나 전쟁 후 북부의 세금 징수로 빠져나갔기 때문에 턱없이 부족했다. 이자율은 크게 올라갔으며 농부들은 계속 빚더미에 올라앉아야 했다. 이렇게 되어 남부는 계속 농업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작은 읍내에서 구할 수 있는 직장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농촌 지역의 흑인들은 어쩔 수 없이 백인 토지소유주와 어떤 식으로든 합의를 해야만 했다. 백인 소유주가 흑인들에게 외상으로 농기구, 씨앗, 거주지를 제공해주고 흑인들이 재배한 곡물로 이를 갚는 소작농 제도가 생존수단이면서 생활방식이 되었다. 이는 땅을 잃어버린 가난한 백인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일단 이러한 유형이 확립되자 농업 지역 밖으로 흑인들이 이동하는 것을 제한하는 ‘흑인법’이 강화되었고 흑인들의 교육수준은 계속 낮을 수밖에 없었다. 흑인 농부들은 자기 땅을 보유하게 되었을 때에도 은행에서 거의 대출을 받지 못했고, 농장 규모가 너무 작아 생산성을 높일 수도 없었으며, 더욱이 지역 문화 속에 담겨 있는 인종차별을 감수해야만 했다.

1880년경에 남부의 경제 기회 환경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1880년대 10년 동안 면직물 산업의 성장에 힘입어 제조업이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1929년에는 남부의 미국 면직물 점유율이 57퍼센트에 이르렀는데, 이는 1890년보다 2.5배 늘어난 것이다.

직물산업이 의류제조업에 원료를 제공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면직물 및 합성직물 제조업체에 원료를 제공하기 위한 자연섬유 및 합성섬유 산업 또한 미국 남부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인접성을 이용하여 노스렌玲肄봬낮祇瓚犬ち?산록지대와 조지아주 북부에서 면직물과 의류제조업이 성장했으며, 이 성장에 힘입어 섬유산업 업체와 생산량이 증가하게 되었다.

면직물 제조업만이 산업성장의 기회를 새롭게 제공해준 것은 아니었다. 철도 재건설을 비롯한 기타 공공시설 개선 때문에 남부 지방의 자금 흐름이 원활해졌고, 철도에 인접한 마을들도 발전할 수 있었다. 담배제조업은 노스캐롤라이나주와 버지니아주 담배 재배 지역을 중심으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새로운 연방토지정책이 수립되고 철도망이 강화되면서 남부의 대규모 목재자원이 개발되기 시작했다. 많은 분량의 목재가 가공되지 않고 운송되었지만, 노스캐롤라이나주와 버지니아주의 가구제조업, 그리고 미국 남부 전체에서 1936년 이후부터 시작된 펄프 및 제지업은 크게 성장했다. 이런 산업들은 모두 지금까지도 남부의 중요한 산업을 이루고 있다.

19세기 마지막 25년 동안에는 제철 기술이 발전하면서 테네시주 채터누가가 중요한 철 생산지로 부상했다. 동시에 고품질의 코크스용 석탄이 앨라배마주 버밍햄 인근에 매장되어 있다는 것이 발견되어 곧바로 자원개발이 시작되었다. 수많은 제철업체들과 철과 강철을 이용한 산업들이 버밍햄과 채터누가를 중심으로 생겨났다. 이 두 도시는 운송 관련 산업 업체들이 집중되어 있는 조지아주 애틀랜타와 결합되어 19세기 말에 삼각형 모양의 중요한 산업 지역을 구성하게 되었다.

철과 강철 생산은 강철에 의존하는 다른 제조업체들을 끌어들이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제철산업의 발달은 남부의 경제에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이런 산업들은 직물이나 담배 생산업체처럼 많은 기술을 필요로 하지 않고 임금이 낮은 산업도 아니었다. 또 이렇게 남부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는 비농업 경제발전 지역은 도시 지역과의 연결을 통해 노동 기술, 임금 수준, 일반적인 복지를 향상시켜 남부 전체의 산업중심부가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버밍햄에서 생산된 제품에 부가된 차별적인 선적 비용 때문에 이러한 이점이 제대로 활용될 수 없었다. 결국에는 차별적인 가격책정 관행이 불법으로 판결되어 중단됐지만, 이러한 가격정책 때문에 20세기 초반, 경제가 빠르게 확장하던 시기에 앨라배마주의 강철은 경쟁가격상 이점을 얻지 못해 산업 성장이 둔화되었다.

1880년대 후반과 1890년대에 남부 사회에서 흑인과 백인을 분리시키는 법률이 남부의 각 주에서 통과되었다. 공식적인 인종 분리는 지리적으로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두 개의 다른 학교가 운영되었으며 식당, 편의시설, 공원 벤치, 식수대, 화장실, 그리고 기타 흑인과 백인이 접촉할 가능성이 있는 시설을 따로 설치해야 했다. 주거지도 백인 지역과 흑인 지역으로 분리되었다. 일부 직종에는 취업이 제한되었으며 흑인들의 참정권은 공개적이거나 혹은 암암리에 제한되었다. 

남북전쟁이 끝난 후 약 50년 동안 남부를 떠난 흑인 이주자는 거의 증가하지 않았다. 미국 전체 흑인 중 남부에 거주하는 흑인들이 1870년에는 91.5퍼센트, 1910년에는 89퍼센트를 차지했다. 하지만 이후 10년 동안 흑인 이주자의 수는 급격히 증가했는데, 흑인들은 엄격한 법률적 제한, 폭력, 겨우 생존할 만큼의 열악한 경제 상황에 ‘떠밀려’ 이동하게 되었다. 또한 제1차 세계대전 때문에 노동인구가 부족해지면서 북부 산업체들이 남부에서 흑인과 가난한 백인들을 끌어들였다.

1914년 이전에는 미국은 산업 확장에 필요한 노동력 수요를 맞추기 위해서 수백만 명의 유럽 이주자에 의존해왔다. 1910년 미국 인구의 1/3 이상이 외국 출신이거나, 적어도 부모 중 한 명이 외국에서 태어난 사람이었다. 전쟁으로 인해 이러한 유럽 이주민 유입이 중단되자 남부의 거대한 노동력이 대안으로 떠올랐다.

흑인 노동력이 선별적으로 북부로 이동하지 않았다면, 남부의 경제는 흑인 유출로 인해 어려움을 겪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남부를 떠난 흑인들 대부분은 18세에서 35세 사이였다. 남부에서 성장한 이들이 생애 중 가장 생산적인 시기를 남부 밖에서 보내게 된 셈이다. 남부에 남아 있는 흑인들은 대개 가장 생산적인 시기를 지나고 있거나 퇴직한 상태, 혹은 아직 노동력에 포함되지 않는 아이들이었다. 훈련을 가장 잘 받은 젊은이들 다수가 남부를 떠남에 따라 흑인들이 남부의 전문 직종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 또한 제한되었다.   

남북전쟁에 따른 또다른 결과는 남부 지역 사람들이 느끼고 있던 분리주의가 심화되었다는 점이다. 남부는 미국에서 군대에 의해 점령당했던 유일한 지역이었으며, 1세기 이상이 지나고 경제 성장이 상당히 이루어진 후에야 전쟁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남북전쟁과 재건시대는 남부 백인들이 서로 통합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솔리드 사우스(Solid South)’라는 표현은 당시 남부 전체가 서로 결속하여, 종종 전국적인 경향과는 반대 방향으로 투표를 했던 추세를 나타내는 용어이다. 남북전쟁과 남부 재건설이 북부 그리고 공화당과 관련이 있었기 때문에 남부 백인들은 고집 센 반대파인 민주당원이 되었다. 남부 백인들은 민주당과 이데올로기 면에서 연결점을 찾지 못하면서 매우 분파적인 ‘남부 민주당원’이 되었다. 오늘날 전국적인 정치 변화와 남부 문화의 변화 때문에 남부는 완전한 민주당 지역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비록 대부분이 민주당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지만 남부에서 선출된 정치인들을 보면 다양한 정치 성향이 나타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변화의 시작

새로운 남부의 공간적려熾だ?특성은 몇십 년 동안, 그리고 어느 면에서는 몇 세기 동안 전개되어온 패턴에 기초하고 있다. 최근의 주요 변화는 지역적 고립이 점차로 사라졌다는 것이다.    

20세기 중반 이전까지 남부 사람들과 지도자들 대부분이 남부가 마지못해 북부와 계속 거래를 해야 하는 분리된 국가인 것처럼 사건들에 반응하는 태도를 보였다. 그렇지만 1930년대 후반 이후, 특히 1940년대 후반 이후에는 외부의 경향이 남부에 파고들기 시작했고, 남부의 고립상태를 무너뜨렸다. 

1930년대 남부 경제는 1870년대와 별반 다를 게 없었다. 남부 경제는 농업에 의존했는데, 주로 가공하지 않은 수출용 농산품을 생산했다. 또한 남부 경제는 자본이 부족했으며 동물이나 수작업에 크게 의존했고, 소작농과 지역적으로 독특한 작물선취제도(crop-lien system:농부들이 음식, 생필품, 씨앗을 미리 받고 곡식을 수확한 후에 그 빚을 갚는 제도―역자주)를 통해 이루어졌다. 남부 지역의 산업은 대부분 임금이 낮았으며 소규모의 현지 시장을 대상으로 하고 있었다. 남부의 도시 구조는 이러한 경향을 반영하는데, 남부에 퍼져 있는 도시 형태는 작은 시장 중심지, 철도 주변 읍내, 섬유공장 마을, 주 행정 중심지 등이었다.

그렇지만 이후 50년 동안 엄청난 변화가 일어났다. 1950년대 초반에는 남부 노동력의 절반 이상이 도시에 기반을 둔 비농업 직종에서 일했다. 농업에 종사하는 노동자의 수는 감소했으며 제조업과 서비스 활동에 종사하는 노동자의 수는 증가했다. 또한 남부의 산업은 상당히 다양하게 발전했으며, 제조업은 원료를 가공하는 초기 단계에 국한되지 않았다. 

농업 내부에서도 다양화가 이루어졌다. 목화는 여전히 이 지역에서 가장 중요한 환금작물이며 담배, 사탕수수, 땅콩, 쌀 또한 무시 못할 작물이었다. 하지만 목화를 재배하는 지역은 이전의 규모에 비해 상당히 줄어들었다. 이전 생산 지역에서 목화 씨아에서 씨를 빼는 시설이 낡고 부식된 점도 면화 생산 규모가 줄어드는 데 한몫했다.  

면화 생산이 감소하면서 가축산업이 커졌고 콩을 비롯한 기타 작물들의 생산이 급격하게 증가했다. 농부들이 질 좋은 목초와 사료작물, 그리고 더 좋은 비료 등으로 목장을 개선하면서 소고기 생산이 크게 향상되었다. 동시에 남부의 덥고 습기가 많은 여름을 잘 견뎌내고 잘 성장할 수 있는 새로운 품종의 소가 탄생했다. 최근에는 영계와 닭 생산이 산업화되어 남부에 집중되었다.

농산물 생산 수단도 매우 극적으로 바뀌었다. 생산 과정 곳곳에 기계가 도입되었고, 농업은 전에 비해 훨씬 더 효율적으로 발전했다. 전통적인 소작농 체계는 1930년대 중반 이후 거의 사라졌으며 남부의 평균 농장 규모도 급속히 커졌다.

1930년대 후반의 대공황 이후 미국 경제가 팽창하는 동안 남부 경제 또한 흐름을 타면서 남부 내에서 시골에서 도시로 이주하는 사람들의 수가 급격히 늘어났다. 1940년에는 미국 남부에 5만 명 이상의 인구를 지닌 도시가 35개에 불과했는데, 1950년에는 이 숫자가 42개로 증가했으며 1980년에는 75개에 다다랐다. 남부의 다른 소규모 지역들도 도시들이 크게 성장하면서 활기를 띠었다. 

산업이 성장하고 다양화되면서 사람들이 도시로 몰려들었다. 비농업 노동력이 제조업종에서 일하는 비율이 크게 증가했는데, 남부 전역에서 이같은 현상이 나타났다. 강철, 담배 제품, 섬유 등 전통적인 산업들은 한동안 남부에서 중요한 산업으로 남아 있었지만 다른 종류의 제조업 활동이 이루어지면서 주도권을 빼앗기게 되었다. 합성섬유와 의류산업은 각각 노스렌玲肄봬낮祇瓚犬ち翎?조지아주를 중심으로 활동 범위가 넓어졌다. 화학산업은 멕시코만 연안을 따라 빠르게 확장했다. 두 캐롤라이나주 사이에 있는 산록지대의 가구 생산도 늘어났으며 기타 목재가공 공장들은 동부 평원과 멕시코만 연안 평원에서 눈에 띄게 늘어났다. 조선업은 버지니아주 노퍽에서 지속되었고 멕시코만 연안의 몇몇 지대에서도 새롭게 시작되었다. 조지아주 매리에타에서 항공기 생산이 이루어지면서 높은 임금을 받는 기술력 있는 노동력이 대서양 지역으로 이동하였다.

더욱 중요한 것은 남부의 일반 소비자들이 높은 임금을 받으면서 지역 시장이 성장하여 소비재 제조업체들을 남부로 끌어들였다는 점이다. 그 결과로 비농업 노동력의 수요가 증가하여 수입이 더욱 늘어났으며 지역 시장이 강화되었다.

남부의 산업이 빠르게 성장한 것은 점점 더 많은 상품과 서비스를 필요로 하고, 또한 그것들을 구입할 수 있는 자본력을 지닌 지역 시장이 성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남아 있다. 왜 시장이 확장된 것일까? 한 연구자는 연방정부가 1935년과 그 이후에 제정한 농업조정법이 시장 성장에 주요한 자극제 역할을 했다고 주장한다.

농업조정법이 효력을 발휘하기 전, 농산품의 가격은 상당부분 국제시장에서의 수요와 공급 원칙에 의해 정해졌다. 이것은 예를 들자면 미국 남부의 면화 가격이 부분적으로는 세계의 다른 목화 재배 지역의 성공이나 실패 여부에 따라 변동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으로, 미국 남부의 면화 생산자가 식민지를 통해 면화를 생산하는 전세계 생산업자들과 경쟁을 하고 있었다는 걸 의미했다. 농업조정법에 따라 농업 임금과 농산물 가격이 미국 내 임금 차이를 반영하는 식으로 상향 조정되면서, 남부의 공산품 시장이 급격하게 개선되어 지역 경제를 견인했는데 이는 지금까지도 남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연방정부가 미국 남부에 개입한 것 중에 농업조정법보다 남부 사회에 더욱 중요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것은 미국 대법원이 1954년에 약 70년 동안 지속되었던 인종차별적인 분리평등정책(흑인과 백인을 분리는 하지만 교육, 교통수단, 직업 등에서는 차별하지 않는 정책―역자주)을 무너뜨렸다는 점이다. 이와 같은 인종차별 금지 결정으로 미국 남부 사회에 변화가 일기 시작했으며, 인종차별이 존재하던 미국의 다른 지역에서도 반향을 일으켰다.

1930년대 중반 이후 미국 남부에서 일어난 변화들의 공통점은 지역 색채를 서서히 줄여나갔다는 것이다. 경제가 다양해지면서 단순히 농업에만 의존했던 성향이 사라졌다. 남부의 저임금 노동력이 거의 고갈되었음을 보여주는 징후도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새로운 산업과 서비스 활동을 위한 경쟁은 심화될 것이며 이로 인해 임금은 계속 올라갈 것이다. 남부의 대도시 성장 지역을 중심으로 북부에서 이주자들이 유입되면서, 도시 지역은 더욱 도시화되어 남부 문화의 색채를 점점 잃어버리게 되었다.

CHAPTER _ 9  남부 해안 지역

미국의 남부 끝부분은 거의 비슷한 크기의 두 지역으로 나눌 수 있다. 첫번째 지역은 남서부 국경 지역으로, 멕시코와 맞닿아 있는 국경 지역과 멕시코에서 영향을 많이 받은 내륙 지역이 포함된다. 두번째 지역은 이번 장에서 다룰 곳인데, 텍사스주 리오그란데 강 입구에서부터 동쪽으로 플로리다 반도를 포함하여 노스캐롤라이나주까지 해안선을 따라 이어진 남부 해안 지역이다(지도 8). 두 지역은 위도 면에서 미국 남부에 위치해 있으며 텍사스주 남부에 소규모로 겹쳐지는 지역이 있긴 하지만 남부 해안 지역은 남서부 국경 지역과는 매우 다른 특성을 보인다.

남부 해안 지역은 세 가지 면에서 다른 지역과 구분된다. 첫번째는 남부 해안 지역이 다습한 아열대 기후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멕시코만의 따뜻한 해수가 해안 지역의 기후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이 지역은 관광객이나 이곳에서 살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대단히 매력적이며 이러한 환경 때문에 농업도 독특한 색깔을 지니게 되었다.

두번째는 남부 해안 지역이 세계의 다른 국가들과 미국이 교역하는 데 나름대로 역할을 했으며 산업 유형 또한 독특하다는 것이다.

세번째는 남부 해안 지역이 미국의 최남부와 라틴아메리카 사이에 자리잡고 있다는 점이다. 바다 때문에 해안 지역 사람들 대부분이 오랫동안 이웃 지역과 떨어져 살았기에 라틴아메리카가 이 지역에 미친 문화적 영향력은 그리 크지 않았다. 그렇지만 최근 몇십 년 동안 플로리다주 남부의 쿠바 출신 인구들이 증가하고 라틴아메리카와 미국의 무역이 강화되면서 이 지역에 독특한 색깔이 생겨났다.

아열대 기후

물리적인 환경을 구성하는 몇 가지 요소 중에 기후는 남부 해안 지역의 인문지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다습한 아열대 기후, 긴 식물생장기, 온화한 겨울 날씨, 따뜻하고 다습한 여름, 이 모든 것이 이 지역과 관련된 생활 환경에 영향을 미쳤다.  

캘리포니아주 남부, 애리조나주 남서부, 하와이만이 평균 식물생장기에서 남부 해안 지역과 비슷할 뿐이다. 봄철 마지막 서리가 내리는 날짜와 가을철 첫번째 서리가 내리는 날짜를 따져보면 남부 해안 지역은 9개월 이상 농작물을 재배할 수 있다. 또한 남부 해안 지역은 어떤 농작물을 키워도 좋을 만큼 강수량이 풍부하다. 평균 강수량이 125센티미터가 넘고 일조량도 풍부하며, 식물 성장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는 4월과 10월 사이(여름)에 내리는 비가 강수량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런 기후 조건으로 인해 다음과 같은 두 가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첫번째는 비옥한 토양, 적절한 배수, 해충 통제 등 다른 농업 조건들이 맞는 한 농부들은 늦겨울까지 서리 걱정 없이 작물을 재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몇몇 지역에서는 식물생장기 동안 한 작물을 두 번씩 재배하며 일부 채소는 그 이상도 재배할 수 있다. 두번째로 더욱 중요한 것은 미국의 다른 지역에서는 거의 재배되지 않는 특수 작물들도 재배할 수 있다는 것이다. 

16세기에 스페인 사람들이 처음으로 감귤류에 속하는 시트러스를 소개한 이후 시트러스의 생산은 플로리다 경제에 크게 기여해왔다. 한편 시트러스의 주요 생산지는 플로리다 반도 내륙을 따라 남쪽으로 서서히 움직이고 있다. 

오렌지와 그레이프프루츠는 미국에서 자라는 7종의 주요 감귤류 중에서 가장 중요한 과일이다. 1992년에는 오렌지가 600만 톤 이상 수확되었다. 1945년 이후 오렌지 수확물 중 과일 형태로 팔리는 양보다 가공되는 양이 점점 더 많아지면서 현재는 오렌지의 약 80퍼센트가 가공되고 있다. 오렌지를 가공(대부분 냉각 농축)하게 되면서 오렌지 가공 산업은 플로리다주에서 규모가 있는 산업으로 성장했으며 북쪽으로 신선한 오렌지를 수출할 때보다 더 많은 이익을 플로리다 주민들에게 가져다주었다. 또한 오렌지를 가공함으로써 주민들은 수확기에만 수입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1년 내내 판매 수익을 올릴 수 있게 되었다.  

그레이프푸르츠는 오렌지와 함께 한 지역에서 생산되지만 수요가 적어 그 생산량은 오렌지의 1/4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오렌지와 그레이프푸르츠는 텍사스주 최남단 지역에서도 관개사업을 통해 재배되고 있다.

시트러스는 나무에 매달려 있는 과일이기 때문에 생산비용 대부분이 수확하는 데 쓰인다. 시트러스는 손으로 따야 하며 종종 긴 사다리를 이용하기도 한다. 시트러스 수확기에는 단기노동력이 상당히 필요하기 때문에 매년 수천 명의 이주 노동자들이 나무가 빽빽이 심어져 있는 과수원으로 몰려들어 힘든 육체노동을 하고 있다.

사탕수수는 미국 본토에서 유일하게 남부 해안 지역에서만 생산된다. 사탕수수는 다년생 작물로 완전히 성장하는 데 1년 이상이 걸리는데, 서리에 매우 약하다. 사탕수수를 재배하려면 1년 강수량이 최소한 125센티미터 정도는 되어야 한다. 기온이나 강수량 면에서 개간사업을 하지 않는 한 미국 대륙에서 사탕수수를 재배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이지만, 꽤 많은 양의 사탕수수가 루이지애나주와 플로리다주에서 재배되고 있다. 

벼는 기후 면에서 사탕수수보다 까다롭지 않다. 벼는 수분만 충분하면 보통 여름 동안 받는 태양열의 양에 비례하여 성장한다. 남부 해안 지역에서는 루이지애나주와 텍사스주에서 관개사업을 통해 벼를 재배하고 있다.

남부 해안 지역은 특수작물뿐만 아니라 채소를 재배하는 주요 지역에 속한다. 겨울 동안 도시의 시장에서 팔리는 신선한 과일 대부분이 플로리다주와 다른 멕시코만 해안에서 재배된 것이다. 또한 진드기를 제거하고 목초지를 개선하며, 개량된 미국 소와 튼튼한 브라만 황소를 교배시키는 노력을 통해 소고기 산업은 플로리다주의 경제에 상당한 기여를 하게 되었다.

이 지역은 농사를 짓기에는 기후 조건이 좋은 편이지만 토양의 질과 상태는 매우 다양하다. 루이지애나 해안과 미시시피 삼각주의 땅은 비옥하긴 하지만 배수가 잘 안 되는 유기질 토양이며, 플로리다주 중부와 북부의 땅은 모래가 많이 섞여 있다. 또 플로리다주의 멕시코만 해안 지역과 에버글레이즈 습지는 대부분 습한 유기질 토양이거나 배수 상태가 좋지 않은 모래 토양이다. 텍사스주, 조지아주, 사우스캐롤라이나주의 해안 지역은 현지 조건에 따라 습지 토양과 모래 토양 중 하나에 속한다. 루이지애나주의 유기질 토양 지역은 일단 배수를 한 후에, 특히 사탕수수와 벼 재배에 매우 생산적이라는 사실이 입증되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나머지 지역들은 관개사업을 통해 수익을 올리게 되었다. 예를 들어 플로리다주의 중앙고원지대는 물 보유 능력이 좋지 않은 모래 토양으로 되어 있다. 필요한 수분을 강수량에만 의존할 때보다 관개사업으로 물을 댔을 때 시트러스 재배 지역과 채소 재배 지역의 연간 생산량이 10배까지 늘어난다. 아열대 기후를 지닌 남부 해안 지역은 이러한 개선 사업과 함께 기술적인 능력을 동원함으로써 남동부 내륙 지역보다 훨씬 수준 높은 농업 발전을 이루었다.      

레크리에이션 및 노후사업 또한 남부 해안 지역의 주요한 산업이다. 1950년대 초반에 이미 플로리다주와 멕시코만 해안 지역의 성장을 부추기는 데 부대시설이 아주 중요하다는 사실이 입증되었다. 그후 부대시설의 효과는 점점 커져갔다.

또한 관광산업을 통해 직접적인 경제 이익이 창출되었다.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와 앨라배마주의 모바일 사이에 있는 미시시피주의 해안 지역에는 호텔, 모텔, 식당, 인공 해변 등이 많이 건설되면서 관광객들이 몰려들었다. 

그렇지만 남부 해안 지역에서 관광객을 가장 많이 끌어들이는 곳은 플로리다주이다. 대서양과 멕시코만을 마주하고 있는 긴 해변 때문에 플로리다주는 몇십 년 동안 겨울 휴가를 떠나는 사람들을 끌어들였다. 부대시설의 수요가 아주 높아져서 대서양과 접하고 있는 지역에서부터 북쪽으로 조지아주, 노스렌玲肄봬낮祇瓚犬ち?해안 지역까지 레크리에이션 시설이 개발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모든 관광명소를 자연이 제공해준 것만은 아니다. 디즈니월드의 건설을 통해 수백만의 외부 관광객들이 플로리다주 중남부로 몰려들었다. 새로운 관광명소들이 플로리다주 중남부 지역, 특히 올랜도 주변에 생겨나면서 많은 관광객들과 관광객들의 지출을 기대하고 있다. 플로리다 중부 레크리에이션 복합단지가 세워지면서 플로리다주의 동해안과 서해안 도시 지역이 내륙을 통해 연결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아열대 기후 환경이 여러모로 이점이 많긴 하지만 그렇다고 전적으로 혜택만 주는 것은 아니다. 농업적으로 보면 채소 생산을 성공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1년 내내 채소를 재배해야 한다. 하지만 때때로 한겨울 한파가 플로리다 남부에 불어닥치면 농작물이 상당한 피해를 입는다. 비슷하게 플로리다 시트러스는 10월과 5월 말 사이에 수확되는데, 한창 익고 있는 과일이 냉해를 입을 수도 있다.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루이지애나주 사탕수수도 때아닌 겨울 한파로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다.

한파보다 더욱 불규칙하고, 더욱 우발적이며, 더욱 극적이고, 더욱 파괴적인 것은 바로 허리케인이다. 허리케인은 강렬한 태양열이 따뜻한 해수면을 데우면서 발생하는 강렬한 태풍이다. 허리케인이 이 지역의 특징으로 받아들여지고 기상 위성 및 기타 예측 장비들이 있기 때문에 이 거대한 바람의 힘을 피할 수 있는 준비 작업이 쉽게 이루어질 수 있다. 그리고 허리케인이 육상으로 옮겨오면서 상대적으로 좁은 지역에 집중하여 큰 피해가 발생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지역은 몇 년씩 피해를 입지 않기도 한다. 한편, 허리케인은 규모나 발생 시기가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경고를 하는데도 불구하고 폭풍의 위험에 많이 노출되어 있는 해안 지역으로 주거지가 확산되는 추세이다.

대륙의 끝자락 : 무역

멕시코만의 해안선 지역에는 대규모 무역활동에 적합한 훌륭한 항구가 조금밖에 없다. 물이 깊지 않은 해안선을 따라 유명한 해변들이 펼쳐져 있는데, 이들 해안선은 부분적으로 토사가 쌓여 만들어진 연안 사주에 가로막혀 있거나 뒤쪽에 늪지대가 있다. 배를 운항할 수 있는 통로가 사주 사이의 틈새로 만들어지면 항구는 거친 바다로부터 보호를 받을 수 있게 된다. 해안선을 따라 만들어진 멕시코만 연안 수로는 이런 보호 기능을 이용한다. 그렇지만 사주 뒤편에 있는 만은 대부분 수심이 너무 얕아서 해외무역에 사용되는 선박들이 머물 수 없기 때문에 대규모 항구들은 큰 강의 하구 지역에 발달했다. 항구들은 해안선이나 멕시코만과 대서양으로 흘러가는 강 하구에서 내륙 쪽으로 약간 들어간 곳에 형성되어 있다.

좋은 항구 시설을 제공하는 만은 내륙에서 흘러나온 강의 하구에 위치하고 있지만, 강마다 배가 운항할 수 있는 정도는 다르다. 이 모든 것은 초기에 사람들이 정착지를 확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고, 일부 강에서는 아직도 작은 바지선이 움직이고 있다. 주요 내륙 시장과 철도로 연결되어 내륙 지역으로 쉽게 이동할 수 있고, 항구로 흐르는 강 또한 선박들이 더 쉽게 오갈 수 있도록 개발되었다. 예를 들어 잭슨빌은 한때 조지아주에서 플로리다주로 가는 철도의 종착역이었다. 또한 잭슨빌은 서쪽 플로리다주의 ‘팬핸들’ 지역과 농업적으로 풍요로운 중앙고원지대로 이어지는 후배지의 중심지였다. 그 결과 잭슨빌은 고속도로가 건설되어 성장할 수 있는 위치적 기반이 강화되기 전에도 이미 기반을 다진 상태였다.    

뉴올리언스는 접근성 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뉴올리언스는 과거 미시시피 강 하계 전체를 통제하는 핵심 지점이면서 선박운송의 중심지였다. 미시시피 강에서 외륜증기선을 타고 북쪽으로 올라가면 농업 중심지에까지 닿을 수 있었다. 미시시피 강의 중요한 지류들은 하나의 수로로 구성되어 있는데, 서쪽으로는 대평원과 이어지고 동쪽으로는 제조업 핵심 지역과 연결된다. 뉴올리언스의 위치를 보면 주변에 거대한 강이 굽이쳐 흐르고 해수면으로부터 몇 미터 위에 있는 낮은 삼각주에 있기 때문에 매년 홍수의 위협에 시달리거나 피해를 입는 곳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뉴올리언스의 위치는 무역과 관계된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엄청난 이점을 제공해준다. 때문에 19세기 초반 이래 인구가 점점 증가하여 지금도 많은 인구가 이곳에 살고 있다.

뉴올리언스의 프랑스 식민지 유산은 프렌치쿼터에 아직도 남아 있다. 뉴올리언스에는 크리올 음식, 케이준 음식, 유럽 음식 등이 섞여 있고 재즈를 비롯한 공연들이 다양하게 벌어지며, 건물들이 18세기 양식으로 지어져 있기 때문에 수백만 명의 관광객들이 이곳을 찾는다. 뉴올리언스에 방문해서 바지선과 선박들이 쉼없이 오가고 이런 선박들을 위한 산업이 아주 활발한 걸 보면 모두들 깜짝 놀랄 것이다. 참고로 뉴올리언스에는 미국에서 가장 번잡한 항구가 있다.

남부 해안 지역의 서부에 있는 주요 도시로는 텍사스주의 휴스턴을 들 수 있다. 1970년에 이 지역에서 가장 큰 도시가 되었으며 뉴올리언스와는 대조적이다. 휴스턴은 여러 면에서 새로운 도시이다. 휴스턴은 원래 항구도시가 아니었지만 1873년부터 시작된 건설공사와, 수심이 얕은 갤버스턴 만 근처를 계속 고쳐나가는 과정을 통해 비로소 항구가 되었다. 1940년대에는 석유화학산업의 부흥과 함께 도시 성장에 더욱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었다.

남부 해안 지역의 특징을 나타내는 주요 주제는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지역의 독특한 문화적 변형에서 찾을 수 있다.

1950년대 마이애미의 매력은 자연적인 특징이었다. 마이애미의 풍경을 즐기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마이애미의 날씨는 겨울 내내 온화했으며 해안가에 자리잡고 있어서 긴 해변과 따뜻한 열대 바다를 가까이할 수 있었다. 항구는 미국에서 카리브해 섬으로 가는 여행객들이 편하게 선박여행을 할 수 있도록 약간만 개선하면 되었다. 1960년대가 되어서야 마이애미는 대륙 최남단에 위치한다는 지역적 특성을 이용해 금융 및 상업 도시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마이애미의 지역 활용에 변화를 가져온 것은 쿠바 이민자들이었다. 1959년부터 1981년까지 마이애미 지역에 사는 라틴아메리카의 인구(이들 중 85퍼센트는 쿠바 출신이다)는 2만 5천 명에서 70만 명으로 늘어났다.

쿠바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빠른 속도로 금융, 상업, 소매 활동에 흡수되었다. 많은 쿠바 사람들이 마이애미에 빠르게 정착하면서 곧바로 자체 시장을 만들어냈다. 라틴아메리카 시장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싶어하는 다른 지역의 사업자들도 미국 내 영업점을 마이애미로 옮겨 스페인어가 모국어인 쿠바인들을 고용하기 시작했다. 쿠바 망명자들과 함께 시작된, 카리브해를 가로지르는 사업이 미국 백인들에게도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이런 유형이 여러 방식으로 몇십 년 동안 반복되면서 마이애미는 미국인들이 남쪽으로 모이는 중심지가 되었다.

산업 개발

북아메리카의 가장자리를 이루고 있는 것은 사실 해변이 아니다. 해수면 아래에 있는 대륙붕이 해안선 너머로 뻗어 있기 때문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대륙붕이 몇 킬로미터밖에 뻗어 있지 않지만 대서양 해안과 멕시코만에는 해안에서 80킬로미터 이상 뻗어 있는 대륙붕도 있다. 리오그란데 강에서 미시시피 강 하구까지 해안 지역을 따라 광물 탐색을 했는데 그 결과 근해와 내륙 지역에서 상당량의 석유와 천연가스가 발견되었다.

1900년대 초반에 멕시코만 해안 유전이 가동되기 시작했을 때, 휴스턴은 7만 5천 명 정도의 인구가 거주하는 중소도시였다. 1990년 인구조사에서 휴스턴의 인구는 150만 명으로 집계되어 뉴욕, 로스앤젤레스, 시카고에 이어 미국에서 네번째로 인구가 많은 도시로 조사되었다. 휴스턴은 미시시피 강과 멕시코 국경 사이의 해안선이 호를 그리고 있는 지점 가운데에 위치하며, 댈러스-포트워스와 샌안토니오가 함께 만들어내는 텍사스 삼각 지역의 해안 정점에 위치해 있기도 하다. 1990년 인구조사에서 댈러스는 8위에 랭크되었으며 샌안토니오는 10위에 올라 있었다. 이러한 거대한 내륙 성장 중심지와 연결되어 있다는 점, 그리고 텍사스 동부를 중심으로 한 대규모 면화 수출도 휴스턴의 위치적인 장점에 더욱 힘을 실어주었다.

멕시코만 유역에서 유전을 찾기 위한 노력은 20세기 중반 이전에 바다로 뻗어나갔다. 일단 석유를 찾아내면 석유회사들의 경제적 문제는 일시적으로 줄어들었지만, 이들의 성공은 새로운 문제를 일으켰다. 땅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바다 한가운데에서 석유를 추출하기 위한 기술적인 어려움을 극복하게 되자 대륙붕 자원에 대한 권리를 놓고 주정부와 연방정부 간에 법정투쟁이 벌어졌다. 복잡한 법정투쟁 끝에 나온 결론 중 하나는 플로리다주와 텍사스주는 바다 쪽으로 15.3킬로미터까지 권한을 갖고 루이지애나주, 앨라배마주, 미시시피주는 4.8킬로미터에 한해 권리를 갖는다는 변칙적인 판결이었다.

석유, 천연가스, 석유제품의 국내 소비가 지속적으로 급증하면서 1970년대 초반에 연방정부는 미시시피주의 빌럭시와 플로리다주의 탬파베이 사이에 있는 근해 지역의 석유개발권에 대해 상업적인 입찰을 시작했으며 1980년대 초반에는 대서양 근해에 대해서도 입찰을 시작했다.

멕시코 북부와 미시시피 강 사이의 해안까지 광범위하게 석유가 매장되어 있기 때문에 석유가 남부 해안 지역의 유일한 광물자원이라고 해도 국가 차원에서 중요시하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텍사스주와 루이지애나주는 현재 알래스카와 함께 미국에서 석유가 가장 많이 생산되는 주이다. 텍사스주와 루이지애나주의 내륙 안쪽에도 거대한 유전이 존재하고 있지만 이들 주의 산유량 대부분을 생산하는 곳은 멕시코만 해안 유전이다.

멕시코만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 수많은 천연가스 매장지는 길다랗게 호를 그리고 있는 석유매장지와 공간적으로 섞여 있다. 가스를 수송하는 파이프라인은 주요 해안 생산 센터로부터 국토를 가로질러 제조업 핵심 지역에 있는 우선적인 소비 지역으로 연결된다.

또한 석유와 천연가스를 보유하고 있는 텍사스주와 루이지애나주 해안 지역에는 경제적인 가치를 지닌 두 가지 광물, 즉 유황과 암염도 갖고 있다. 이 지역에서 석유와 천연가스가 상당량 매장되어 있는 곳의 지표 밑에 암석이 뒤틀려 있는 모양은 거대한 소금 돔이 조금씩 위로 밀고 올라오면서 형성된 것이다. 석유와 천연가스 등의 광물 연료에 비해 훨씬 가치가 떨어지는 암염은 루이지애나 남서부에서 대량 채굴되고 있다. 유황은 암염보다 더 가치가 있으며 소금 돔을 덮고 있는 암석에서 발견된다. 텍사스주 보몬트와 루이지애나주 레이크찰스에서 미국에 필요한 유황 전부를 공급하고 있다. 유황은 내륙뿐만 아니라 대륙붕 아래서도 추가로 발견되고 있어 오랫동안 사용해도 좋을 만큼 충분하다. 이 밖에 전국적으로 중요한 광물은 플로리다주에 상당량 매장되어 있는 인산염이다.

석유와 천연가스 추출 자체로는 현지 도시 성장이나 산업 성장에 큰 효과를 가져오지 않는다. 탐색 및 시추 작업을 하기 위해서는 전문화된 고가 장비가 필요하지, 다른 채광 작업처럼 노동력이나 다양한 보조재료들이 필요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대규모 석유 생산은 단기간에 거대한 자본을 창출할 수 있으며, 그렇게 자본을 얻게 되면 석유 생산지 근처에 다양한 사업들을 끌어들일 수 있다. 정유소는 텍사스주 코퍼스 크리스티로부터 미시시피주 패스커굴라까지 모든 주요 항구 외곽에 설립되어 있으며 텍사스주의 휴스턴, 보몬트, 포트아서 주변에 가장 많이 집중되어 있다. 

석유화학산업 등 정유소에 의존하는 산업은 더 광범위한 발전 효과를 가져왔다. 천연가스 및 석유가 다른 많은 제품들에 화학 재료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플라스틱, 페인트, 부동액부터 비료, 살충제, 의약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제품들이 멕시코만 서부 해안에 위치하고 있는 화학공장에서 만들어진다. 또한 석유와 천연가스 생산과 관계가 없는 황산, 과인산비료, 합성고무 등을 생산하는 다른 화학산업들은 유황과 소금(암염)을 주로 이용한다. 남부 해안 지역은 기본적인 광물자원과 거대한 자본투자 능력을 동시에 지니고 있었기에 경제적인 성장을 빠르게 이룰 수 있었으며, 인구 또한 크게 증가하였다.

하지만 산업적으로 좋은 위치가 되려면 자본과 원료뿐만 아니라 접근성도 중요하다. 남부 해안 지역은 대륙의 끝에 있기 때문에 해상교통과 육상교통이 서로 만나고 있다. 수상운송이 육상운송에 비해 저렴하므로 멕시코만 해안에서 완성된 제품은 해양선박을 이용해 효율적으로 메갈로폴리스 항구로 옮겨지고, 또 해안 수로와 미시시피 강 하계를 통해 바지선으로 제조업 핵심 지역에 운송된다. 반대로 다른 지역에 있는 원료와 제품들도 멕시코만 해안 지역에 효율적으로 운송될 수 있다.

CHAPTER _ 10  농업 핵심 지역

농업 핵심 지역(지도 9)이란 습관, 태도, 전통적인 생계유지 방식, 지역 내 다른 집단과의 교류 등이 혼합련敾暳퓸?형성된 문화 지역을 말한다. 이러한 농업 핵심 지역은 특히 그 지역의 농업 형태에 따른 특성을 유지하고 있는 소규모 읍과 농촌 지역을 말한다. 농업 핵심 지역의 주민은 정치렌英맛岵막?신중한 편이며 독립적이고 안정적이다. 또 주요 도시의 중심부 또는 지역간의 전이 지역(transition zone)에서 발견되는, 변화에 대한 압력에 덜 노출되어 있다. ‘미국 중부’라는 말은 일반적으로 이 지역을 표현할 때 널리 쓰이는 용어이다.

외국 이주자들은 농업 핵심 지역에 기여한 바가 많은데, 19세기 말까지 이들 이주자는 대부분 유럽 북서부 출신이었다. 이후 유럽 동부 및 지중해 국가에서 건너온 이주자들은 이미 다른 이주자들이 더욱 비옥한 농경지를 차지하고 있다는 걸 알고는 산업 핵심의 대도시 주변에 정착했다.

기본 환경

애팔래치아 산맥을 가로질러 동부 내륙평원 지대로 이주한 정착자들은 생계수단의 확보와 생존 문제로 고심했다. 그 지역 아메리칸 인디언들의 저항과 자연의 변화무쌍함을 제쳐둔다면, 생활환경은 대체로 좋은 편이었다. 미시간주의 저지대와 오하이오주, 인디애나주 대부분은 여러 종류의 활엽수로 이루어진 숲이었다. 경험 많은 동부 지역 사람들은 이런 나무들을 보고서 가장 비옥한 토양이 어디에 있는지를 알아낼 수 있었다. 또한 이 활엽수들은 상당한 양의 연료와 건축용 목재를 제공해주었다. 인디애나주의 서부 변방 지역과 좀더 멀리로는 일리노이주와 위스콘신주 남부에는 더욱 드넓은 숲속의 공터와 습지대가 곳곳에 펼쳐져 있었다. 구릉지대가 두드러진 농촌 지역과 하천 주변을 제외한 일리노이주 및 아이오와주, 그리고 미네소타주 남부와 미주리주 북부의 일부에 삼림지대만큼 넓고 광활한 초원지대가 나타났다. 정착자들이 아이오와주의 북부 중앙 및 서부 지역에 다다랐을 즈음에는 이미 울창한 삼림지대가 펼쳐져 있었다.

일반적으로 수목이 존재한다는 것은 농작물이 성장하기에 적당한 수분이 있음을 말해준다. 그리고 아이오와주 북서부의 변두리 지역과 미시간주의 몇몇 지역, 그리고 위스콘신주 동부 지역을 제외한, 전체 농업 핵심 지역의 연평균 강수량은 75센티미터를 웃돈다. 농업 핵심 지역의 남부 변방에는 연평균 강수량이 100센티미터 이상일 때도 있다. 더욱 중요한 사실은, 이러한 강수량이 식물생장기인 4월 말과 11월 초 사이에 내린다는 점이다. 또한 10년에 걸쳐 강수량의 변화도 거의 보이지 않았다. 여름철 강우는 종종 천둥번개를 동반한 집중호우의 형태로 나타나기도 하고, 어떤 때는 우박과 강풍이 함께 몰아쳐 농작물에 피해를 주기도 한다. 하지만 기상 변화에도 불구하고 이 지역의 농업종사자들은 광활한 초원지대에 정착한 사람들에 비해 경제적으로 별다른 피해를 입지 않는 것 같다.

미국의 다른 내륙 지역들과 마찬가지로, 농업 핵심 지역도 기온 편차가 다양하게 나타난다. 농업 핵심 지역의 일정 위도상에서의 겨울철 최저 기온은 위도가 높은 지역의 겨울철 기온만큼이나 낮아지는 때가 종종 있다. 이와 비슷하게 여름철 기온은 위도가 낮은 지역에서 나타나는 기온만큼 높이 상승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농업 핵심 지역의 중심부에 인접한 일리노이주 피오리아의 1월 평균 기온은 영하 4도인 반면에 7월 평균 기온은 영상 24도이다.

농업종사자들에게 여름철의 높은 기온은 농작물의 생장을 촉진시키는 반가운 존재일 테지만, 농사를 짓지 않는 다른 사람들에겐 뜨거운 낮과 무더운 밤, 그리고 습도가 높은 기온이 만들어내는 끔찍한 날씨가 되기도 한다. 농업 핵심 지역의 겨울철은 길 뿐만 아니라 종종 날씨가 흐리고 활동하기 힘들 정도로 춥다.

농업 핵심 지역의 계절별 기후 특성이 농작물 재배에 매우 적합한 것과 마찬가지로, 이 지역의 지형도 적당히 완만하다. 이곳의 지형은 완만한 기복을 이루고 있으며 극히 평탄하거나 온통 구릉뿐인 지역은 거의 없다. 기복이 별로 없다는 것은 그 지역 대부분이 농경지로 이용될 수 있으며, 평야는 침식될 위험이 없고, 관리하기 좋을 만큼 광활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농업용 기계가 개발됨에 따라 농업 핵심 지역에서는 어디서든 기계를 이용할 수 있었다. 낮은 구릉지대와 하천 수로들이 끝없이 펼쳐진 대지를 가르며 식림지植林地나 목초지 사이에 경계 표지처럼 놓여 있다. 언덕이 완만하게 형성되어 있어 배수가 잘 되고 늪지대는 대개 작은 지역으로 국한되었다.

농업 핵심 지역을 특징 짓는 지형은 메갈로폴리스의 항구 지역을 형성했던 것과 동일한 빙하작용의 결과에서 비롯된다. 육중한 빙하 덩어리가 캐나다 순상지 중심부를 벗어나 밖으로 뻗어나감에 따라, 무른 퇴적암으로 이루어진 구릉의 상단부가 빙하의 하중과 이동작용으로 마멸되었다. 이러한 방식으로 떨어져나간 암석 파편들은 빙상氷床에 섞이면서 서서히 쌓이다가 침식된 구릉들 사이의 협곡을 일부 메우기도 했다. 그 이후에 빙하의 앞부분이 뒤로 밀려들어가자, 빙퇴석으로 이루어진 길고 낮은 언덕들은 그 기복 정도가 다소 심한 몇몇 지형을 형성하게 되었다. 빙하가 후퇴하면서 빙하에서 흘러나온 엄청난 양의 물이 미시간 호의 서부와 남부 지류인 일리노이 강과 온타리오 호의 동부 및 남부 지류인 모호크-허드슨 강 계곡과 같은 몇몇 주요한 강의 하구를 침식시켰다. 이 기간에 높아진 오대호의 수면 때문에 현재는 건조한 지역이 되어버린 시카고 남부와 미시간주의 새기노 만灣 남부의 넓은 지역, 그리고 오하이오 주의 톨레도에서 뻗어나와 인디애나주의 포트웨인에 이르는 블랙스왐프 호수 평원이 물에 잠겼다.

켄터키주의 북부 중앙에는 넓은 분지가 있는데, 이곳에 대해서는 미 대륙의 농업 핵심 지역에 속하지 않는다는 논란이 있다. 그럼에도 블루그래스 분지 혹은 블루그래스 평원으로 알려진 이 지대는 기복이 완만하고 농업생산성이 높은 지역으로 애팔래치아 고원에까지 뻗어 있다. 기복이 낮고 완만하게 펼쳐진 이 지역은 주로 두꺼운 석회석 기반암 위에서 발달한 잔존 카르스트 지형을 이룬다. 석회암이 흐르는 물에 서서히 용해되면서 주요한 표면 특성이 많이 사라진다. 또 석회암은 지하에서도 용해되어 종유석-석순 동굴을 만들어낸다. 아마도 이 지역에서 가장 잘 알려진 것은 분지 남서부의 메머드 동굴일 것이다.

농업 핵심 지역의 토양은 질이 좋은 편이다. 물론 평균치 이상으로 양질일 경우도 있지만, 그렇다고 뛰어날 정도로 비옥한 것은 아니다. 일리노이주 중부와 위스콘신주 중남부의 주요 지역을 제외한 아이오와주 중부의 동쪽 지역은 적당한 수분과 침엽수 또는 각종 수목으로 이루어진 삼림지대와 결합하면서 생성된 알피졸 토양이다. 비록 얇은 표토층에는 부식토가 별로 없지만, 농작물을 경작하는 데 중요한 무기물질들을 함유하고 있다. 대체로 농업 핵심 지역의 동부 전역에서 발견되는 토양은 정성스런 경작과 작물의 순환재배, 그리고 생산성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농업용 석회를 적절히 사용해준다면 농사를 짓는 데 별다른 어려움이 없다.

농업 핵심 지역 내의 서부와 일리노이주 지역의 토양은 곡물 생산에 매우 적합하며 가장 비옥한 몰리졸이다. 몰리졸 토양은 삼림지대의 지층보다는 오히려 풀이 자라는 토양 밑에서 만들어지며, 유기물 함량이 매우 높아 암갈색이나 검은색을 띤다. 또한 이 토양의 표층은 상당히 깊어서 그 두께가 50~150센티미터에 달하기도 한다. 

이 두 가지 토양 외에 또다른 주요 토양으로는 늪지 토양, 주요 하천 계곡과 이전에 호수 바닥이었던 곳에서 발견되는 충적토가 있다. 늪지 토양이나 충적토도 매우 비옥하긴 하지만 종종 특수처리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농업 핵심 지역의 자연환경은 아주 유익한 수송 기회를 제공했다. 철도와 광범위한 도로망이 발달하기 전에도 이 지역 내의 강과 호수로 연결된 지점에서는 값싸고 손쉽게 상품을 선적하여 동부 연안의 인구밀집 지역과 주요 국제무역항으로 수송할 수 있었다.

정착자들은 맨 처음 넓은 수로를 따라 농업 핵심 지역으로 이주했다. 오대호 남부 지역과 오하이오 강, 일리노이 강, 워배쉬 강, 그리고 미시시피 강 동부로 흐르는 위스콘신 강과 캔자스 서쪽으로 향하는 미주리 강, 이들 모두는 정착자들에게 관문이 되는 항로와 그들이 생산한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주요 수송로를 마련해주었다. 오대호 동부 지역은 모호크-허드슨 항로를 통해 뉴욕에 이르는 더욱 직접적인 운송로를 제공했다. 내륙 지역의 하천 수로망들은 모두 미시시피 강 하계로 합쳐졌으며, 소형 선박과 바지선들은 거의 방해를 받지 않고 계속 운항할 수 있었다.

미시간주 디트로이트는 군사적 관리 요충지 및 농산물 집적지로 성장했다. 프랑스어로 ‘해협’을 뜻하는 디트로이트는 캐나다 온타리오주와 미국의 미시간주가 교차하는 지점에 위치해 있으며, 이리 호로 이어지는 북부 지역 호수들의 입구 가까이에 있다. 그렇지만 미시간주 남부의 후배지는 오하이오주 북부 지역의 후배지만큼 농업적으로 풍요롭지는 못했으며 자동차 대량생산 산업이 디트로이트의 경제구조를 변모시켰던 1910년 이후까지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지역에 인구집중 현상이 계속되었다.

오하이오 강의 그레이트벤드(Great Bend:강이 시내 중심부에서 U자형으로 크게 활처럼 굽어 있는 곳―역자주) 지점에 있는 오하이오주의 신시내티는 일찍이 1820년부터 농업 핵심 지역의 남동부에서 생산된 농산물들이 모여 수송되는 거점으로 변모했다. 캔자스 강과 미주리 강이 합류하는 지점에 있는 캔자스도 하천 운송로를 이용하여 대량 농산물을 처리함으로써 초창기부터 도시를 성장시킬 수 있었다. 미시간 호의 최남단 지역에 인접해 있으면서 상부 지역의 일리노이 강으로부터 얼마 떨어지지 않은 거리에 있는 시카고의 위치 역시 도시가 빠르게 성장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이런 지정학적 위치가 제공해준 다양한 운송 기회들은 대규모 운하 건설 사업뿐만 아니라 농업 핵심 지역을 남서로 가로지르면서 이후 메갈로폴리스의 거대 도시들로 직접 연결된 지역간 육상도로 건설을 통해 더욱 보강되었다.

환경에 맞춘 농업

19세기 초반에 미국 개척자들의 정착지가 농업 핵심 지역을 가로질러 서쪽으로 옮겨감에 따라, 동부 지역의 시장을 겨냥한 대규모 밀 생산이 급증했다. 운송업자들에겐 수상운송이 계속되는 한 제분하지 않은 밀을 대량 운송하는 일은 큰 문제가 아니었지만, 오하이오 강 유역의 신시내티 같은 수송물 적재 지점이나 이리 운하의 호수에 위치한 버펄로와 뉴욕처럼 운송 방식이 바뀌는 환적소에 제분공장이 세워지게 되었다. 그러나 이 지역에서는 토양의 특성상 밀 농사를 지속하기 힘들었으므로 밀 생산의 주요 생산지가 정착지의 확대와 함께 서부로 이동하였다.

이주하지 않고 뒤에 남아 있던 농민들이 차선책으로 생각해낸 것은 축산이었다. 이에 따라 소와 돼지가 널리 사육되었다. 농업 핵심 지역 전체에 걸쳐 행해졌던 주된 농업 방식인 밀 생산을 대체한 가축 사육과 사료용 작물은 경제적으로 신뢰할 만했다.

옥수수는 환경 조건과 경제적 고수익을 모두 만족시키는 가장 적합한 곡물이었다. 습도가 높은 여름철 기후에 잘 적응하는 옥수수는 이 지역에서 길고 뜨거운 낮과 무더운 밤이 지속되는 동안 빠르게 성장한다. 또한 옥수수는 서로 빽빽이 붙어서 성장할 수 있기 때문에 수확량이 매우 많고, 옥수숫대마다 두 개 이상의 열매가 달린다. 게다가 옥수숫대는 적당한 길이로 잘라서 다른 성분을 넣고 섞으면 가축사료용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이 지역 농부들은 작물 재배와 가축 사육을 혼합한 농업 방식 덕분에 미국의 다른 농업 지역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경제적 안정을 확보할 수 있었다.

농업 핵심 지역 중부의 지형학적 특징은 사각형 모양의 대지이다. 미국 초창기의 13개 주들은 눈으로 식별할 수 있는 경관의 특성들과 나침반의 방위 지표 및 직선측량법에 의존하는 토지구획지정제도를 이용하여 내륙지대의 경계선을 비체계적으로 계속 확장시켰다. 이렇게 불규칙하게 형성된 토지구획의 결과로 독도讀圖에 혼란을 초래하며 법률소송을 자주 일으키기도 했다. 1785년도에 제정된 법령에 의해 노스웨스트 테리토리(Northwest Territory), 즉 펜실베이니아주의 서쪽과 오하이오 강 북쪽 지대는 직사각형 타운십(township:미국의 측량 단위로 보통 36평방마일―역자주) 구획체계와 구역조사에 따라 경계선이 정해졌다. 이러한 토지구획 체계의 확실한 성과는 애팔래치아 산맥과 로키 산맥 사이에 있는 직사각형 도로망에서 아직도 확인할 수 있다.

농업 핵심 지역의 토지조사 체계와 경제 및 생태학적 현실로 인해 그 지형학적 자연경관이 획일적인 양상을 띠게 되었다. 한편, 미국 중서부에 있는 ‘옥수수지대(Corn Belt)’ 이외의 농업 핵심 지역에서도 농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곡물 생산 중심 지역인 옥수수지대의 북부에 위치한 위스콘신주와 미네소타주 중부 지역에서는 기후조건이 맞지 않아 곡물이 제대로 여물지를 못했기 때문에 그 지역 농민들은 경제적 대안으로 낙농업을 선택했다. 옥수숫대를 이용한 저장 사료, 그리고 귀리 및 보리 같은 다른 곡물과 풍부한 건초 작물들은 대규모 낙농업용 가축인 젖소들에게 양질의 사료가 되었다. 신선한 우유의 공급량이 인근 도시의 대량수요를 초과하자, 우유는 장거리 수송에 적합하도록 버터와 치즈 제품으로 바뀌어 더욱 멀리 떨어진 지역으로 운반되었다. 위스콘신주는 미국 전체에서 생산되는 우유의 상당부분과 전체 치즈 산출량의 절반 정도를 계속 생산하고 있다.

농업 핵심 지역의 경계선이 확장되면서 부각된 곳 중 다른 하나는 오대호 서부 지역이다. 위스콘신주와 미시간주에 있는 미시간 호를 따라 빙 두르며 형성된 좁은 띠 모양의 지대에는 포도 생산이 가능하다. 기온을 조절하는 호수의 영향을 받아 과일나무의 개화 시기가 늦춰져 주로 마지막 서리가 내린 이후에야 꽃이 피기 시작하며 가을에는 첫서리가 내리는 시기가 늦춰진다. 신버찌, 사과, 포도 등이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주요 과일들이다. 이와 비슷한 기후 효과가 이리 호의 남부 호반 지역, 특히 펜실베이니아주와 뉴욕 서부의 몇몇 호반지대를 따라 나타나며, 이들 지역에서는 포도 생산이 100년 이상 중요한 역할을 해오고 있다.

농업 유형의 변화

농업 핵심 지역이 꽤 성공적으로 정착되기 시작한 때는 1890년경이며, 오하이오주 남부 지역에서 성공을 거둔 곡물-가축사육 혼합농업 방식은 지역적 특성에 따라 약간의 변화와 적응과정을 거쳐 서부로 이동하여 대평원 변두리 지역으로 퍼져나갔다. 정착 초창기인 1831년에 개발된 수확용 기계와 1837년에 개발된 강철 쟁기, 그리고 이 지역의 주요 경제활동에 적합하게 고안된 기타 농업용 기계장비들 덕분에 이런 농업 방식은 확실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 일어난 다양한 변화는 기존의 지리적 유형에 수정을 가하고 있다.

옥수수지대의 지리적 형태를 미세하게 변화시켰던 여러 요인 가운데 하나는 1950년대 이후 콩의 중요성이 대두되었다는 사실이다. 1925년경까지 미국 내에서 콩이 경작된 총면적은 20만 헥타르 미만이었다. 1949년이 되자 콩 경작지의 총면적은 약 450만 헥타르로 증가했으며, 지난 20년 동안에는 그 면적이 급속히 팽창하여 1,610만 헥타르에 달했다. 농업 핵심 지역 전체에서 콩 재배 면적은 천만 헥타르를 넘어섰다. 현재 미국 전역에서 콩이 재배되는 면적은 약 2천만 헥타르에 이르고 있다.

콩 생산량이 급격히 증가한 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콩과 작물은 성장하면서 땅속의 질소 함량을 증가시켜 토질을 회복시키는 역할을 한다. 둘째, 일반적으로 콩은 미국 동부 대부분의 지역에 걸쳐 재배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관개시설이 제대로 갖춰졌을 경우 강수량이 50센티미터 미만인 지역에서도 재배가 가능하다. 셋째, 콩은 그대로 먹을 수도 있으며 제분과정을 거쳐 식물성 식용기름을 생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저지방 고단백의 가루식품으로도 쓰일 수 있다. 콩가루는 주로 가축용 사료의 첨가물로 사용되었지만, 사람들이 소비하는 콩의 양 또한 점점 더 증가해왔다. 넷째, 전세계의 식량 및 사료 공급 상황은 막대한 양의 콩 수출 수요량을 유지시켰다. 이 때문에 콩의 시장가격은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었으며 농민들은 이런 상황에 고무되었다.

이런 유리한 상황들이 합쳐져 막대한 양의 콩 생산이 농업 핵심 지역에 집중되었다. 전통적인 3년 및 4년 단위의 순환경작 방식은 점차 2년 단위의 옥수수-콩 순환경작 방식으로 바뀌었다. 농업 핵심 지역 남부의 몇몇 지대에서는 일찍 여무는 콩들을 늦은 봄 겨울 밀의 수확이 끝난 이후에 심는다. 이렇게 함으로써 농부들은 해마다 토양생산성에 별다른 손실 없이 2년 단위로 세 가지 작물, 즉 옥수수, 밀, 콩을 순환해서 재배할 수 있게 되었다.

농업 핵심 지역의 지리적 형태에 변화를 가져온 더욱 복잡한 요인은 평균 농장 면적의 변화와 새로운 단계로 진입한 농경기계화이다. 이 지역에서 정착 초창기에 실시된 토지조사정책에 따라 최소 농장 크기는 64.75헥타르로 제한되었으나, 이후 그 제한치의 1/2 또는 1/4로 조정되었다. 토지매매가 처음 성립된 이후에는 구매한 토지면적을 더 작은 면적으로 나누어 매매하거나 이미 소유하고 있는 농장에 덧붙일 수 있었다.

1900년경에 농업 핵심 지역에 속한 주들의 농장 면적에서 주목할 만한 변화가 나타났다. 전체 농장의 1/3 가량은 73~202헥타르 사이의 면적을 차지했으며, 1/3 가량은 40~72헥타르에 달했다. 그리고 나머지 농장은 대부분 40헥타르 이하로 면적이 작았다. 73헥타르 미만의 농장은 1935년 이후 점차 줄어들기 시작했다. 1964년이 되자 농업 핵심 지역의 농장 중 50퍼센트 이상이 105헥타르 이상의 면적을 차지했으며, 전체 면적 중 20퍼센트는 202헥타르 이상의 농장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런 추세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이렇게 농장 규모가 변화한 것은 경제적 요인 때문이며 농경의 기계화와도 관련이 있다. 예로부터 농업 핵심 지역의 농부들은 시간당 작업생산량을 신장시키기 위해 혁신적인 농기계류의 이점을 잘 활용해왔다. 이 지역의 광활한 평야와 기복이 완만한 지대의 특성 때문에 소규모 농경지와 침식되기 쉬운 구릉지대의 농지에서는 불가능했을 농경기계화가 아주 일찍부터 지속적으로 활용될 수 있었던 것이다.

1940년대 초반에 제2차 세계대전의 여파로 발생한 노동력 부족 현상은 농경기계화 과정을 가속화했으며, 점차 증가하는 대규모 농경방식에 적합한 방향으로 개발혁신이 이루어졌다. 땅을 갈아엎는 2개 또는 4개 이랑용 장비들이 6~8개 이랑용 장비로 대체되었다. 곡물 저장 및 운송 과정도 자동화되었으며 대규모 생산에 필요한 제반조건에 적합하도록 자동화 과정이 더욱더 개선되었다.

농장 규모의 변화와 함께 경작지 총면적은 점진적으로 감소했다. 1987년도에 이 지역 대부분의 농경지 비율은 80퍼센트를 웃돌았으며, 아이오와주와 일리노이주 지역의 대부분은 아직도 그 비율이 90퍼센트가 넘는다. 그렇다고 해도 농업 핵심 지역에 위치한 대부분의 카운티에서는 지난 20년 동안 농경지 면적이 줄어드는 현상을 보였다.

아직도 지배적이기는 하지만, 개인이 단독으로 소유해서 운영하는 소규모 가족농장은 농업 핵심 지역에서 급속히 사라지고 있다. 이러한 감소 현상은 점점 커져가는 농경지 효율성의 요구조건과 결부되어 있다. 개인적인 노력과 개별적인 성실성이 농장의 성공에 아직도 기여를 많이 하고 있지만, 농장 규모라는 요소는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농경에 필요한 경작지의 면적이 점점 더 증가함에 따라, 추가로 필요한 토지를 즉시 구입하기보다는 차라리 임대하는 편이 더욱 현실적이라고 생각하는 농부들도 생겨났다. 그리고 또다른 농장경영자들은 합의를 통해 토지 전체를 임차하여 농장의 실제 소유자를 대신해 농장을 경영하기도 한다. 게다가 이러한 경작지 임대 방식의 1/3 정도는 친척들 사이에서 이루어지고, 종종 토지는 다음 세대에 물려주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CHAPTER _ 11  대평원과 대초원

역사학자 월터 프레스코트 웹(Walter Prescott Webb)은 자신의 저서 <대평원(The Great Plains)>에서, 미국 대부분의 지역에 정착했던 유럽 북서부 출신의 이주민들은 세 가지 커다란 ‘환경적 문제’에 직면했다고 기술했다. 미국의 풍토 조건들은 이주민들이 살았던 고향과는 너무도 달라서 유럽식 농작물 재배와 정착 방식이 미국에서는 적당치 않았던 것이다. 그들이 부딪혔던 첫번째 문제는 미국 남동부 지역의 여름철 높은 기온과 습도였다. 두번째 문제는 남서부와 서부 내륙 지역의 건조한 풍토였으며, 세번째 문제는 미국의 중앙 지역에 펼쳐진 광활한 초원지대였다(지도 10).

초원지대의 문제점 중 하나는, 비록 강풍과 우박, 토네이도를 동반하는 거센 폭풍이 자주 몰려오긴 하지만 연평균 강수량이 동부 지역에 비해 훨씬 적다는 것이었다. 겨울철에 돌풍과 함께 몰아치는 거친 눈보라 블리자드(Blizzard)는 눈발을 날리며 추위에 꽁꽁 얼게 했다. 그리고 여름철의 고온 건조한 바람은 토양을 메마르게 했고, 때때로 소용돌이치는 거대한 먼지구름을 일으키며 대지를 휩쓸고 지나가기도 했다.

이 지역의 물 공급량은 매우 부족해서 하천 부근 외에는 나무를 키우기 어려웠다. 게다가 대부분의 하천들은 물길이 작았으며 그것도 간헐적으로 흐를 뿐이었다. 동부에서 이주한 농부들은 집짓기와 울타리 치기, 난방에 들어가는 많은 양의 목재뿐만 아니라 작물 재배와 가축 사육에 필요한 충분한 양의 물 공급에 익숙해 있던 터라 대평원지대에 정착하기 위해서는 매우 다른 풍토에 적응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평원지대의 자연환경

초원지대의 지형과 식물분포는 미국 어느 지역에서도 찾아보기 힘들 만큼 다양성이 매우 적다. 초원지대는 쉽게 횡단할 수 있었기 때문에 오리건 통로(Oregon Trail:19세기 초 미주리주에서 오리건주에 걸친, 미국 북서부로 가는 대규모 이주로의 하나―역자주)를 따라 이주했던 초기 정착자들은 한 계절 만에 태평양 연안에 다다를 수 있었다. 이 초원지대는 모두 지형학적으로 내륙저지대에 위치하고 있다. 지표 밑의 퇴적암층은 완만하게 침하하고, 지표의 고도는 동부에서 서부 쪽으로 거의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서서히 높아진다. 동쪽 끝부분의 해발 고도가 500미터에 불과한 반면, 서쪽 지역의 콜로라도주 덴버의 고도는 1,500미터가 넘는다.

대평원의 대부분은 지리학적으로 고평원 지역(High Plains)으로 텍사스주 남부에서 북쪽 방향으로 네브래스카주 남부에 이르는 지역의 서쪽 외곽에 위치하고 있다. 대평원은 종종 모래투성이에 구멍이 굉장히 많은 두꺼운 퇴적암층으로 덮여 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지표면이 평탄하다. 그렇지만 네브래스카주 서부 플랫 강에 위치한 스코츠블러프나 텍사스주 북서부 레드 강에 있는 팔로듀로 협곡 등에 위치한 하천 근처만은 침식작용으로 인해 기복이 심하다. 홍적세 최대의 호수가 있던 지역에 형성된 애거시 호 분지는 예외적으로 평탄한 지대이며, 노스다코타주 미네소타주에 위치한 또다른 레드 강 계곡이 여기에 속한다.

이 지역 전체가 지형학적으로 모두 단순한 것은 아니다. 예외적인 사례는 사우스다코타주와 와이오밍주에 걸쳐 있는 블랙힐이다. 침식된 화성암으로 이루어진 돔 모양의 넓은 지대인 블랙힐은 지리ㆍ지형학적 측면에서 모두 서쪽의 로키 산맥과 관련되어 있다. 침식작용이 매우 심하게 일어난 텍사스주 남부의 에드워즈 고원은, 해안평야에 인접한 고원 남동부의 외곽 지역을 따라 협곡지대를 형성하고 있다. 네브래스카주 중앙 및 북서부 지역의 샌드힐은 무성한 잡초에 뒤덮여 있으며 대부분 높이가 30미터를 넘는 사구砂丘로 복잡한 지형을 이루고 있다. 이 사구들은 홍적세 시대에 대륙 빙하 지역의 남부 외곽지대를 따라 부는 바람에 쓸려온 모래에 의해 형성되었다. 석회암이 바람과 물에 침식된 결과 아주 울퉁불퉁해진 황무지는 네브래스카주 북부에서 미주리 강까지 걸쳐 있는 미주리 고원지대(이곳은 빙하작용에 영향을 받지 않은 지역이다)에 넓게 퍼져 있다. 미주리 강 북부와 애거시 호 분지 서쪽에 위치한 미주리 고원지대(이곳은 빙하작용에 영향을 받은 지역이다)는 지표면이 평탄한 지역도 일부 있지만 연못과 빙퇴석 및 기타 빙하 지형으로 뒤덮여 있다.

농경지로 개간되면서 초원지대 본래의 식물은 대부분 사라졌다. 하지만 초원지대의 습윤한 동부 지역(북쪽의 연간 강수량은 60센티미터 이상이며 남쪽의 연간 강수량은 90센티미터 이상이다)은 원래 풀이 30~100센티미터 높이까지 자랐던 광활한 프래리(대초원)였다. 대평원 서부의 외곽지대를 따라 펼쳐진 대초원 지역의 토종 풀들은 무더기로 자라는 풀들에 밀려 사라지고 말았다. 대평원 서부의 반半건조 환경에서는 키가 작고 듬성듬성 떨어져 자라는 풀들만 성장할 수 있었다.

대초원의 풀들은 좀더 땅속 깊은 곳까지 뻗어내려가 수분을 잘 흡수할 수 있도록 뿌리 조직이 잘 발달해 있다. 이 뿌리 조직들은 땅속에서 서로 얽혀 있기 때문에 대초원지대를 개간하는 일은 쉽지 않다. 처음 이 지역에 정착한 사람들은 풀밭을 갈아엎기 위해 20마리나 되는 소나 말이 끄는 쟁기를 사용해야만 했다. 유럽인들은 대평원에 정착했던 초창기에 대초원 풀밭의 땅을 큼지막한 크기로 잘라내어 흙집을 짓는 벽돌로 사용했다.

대평원 지역의 주요 수분 공급원인 멕시코만에서 불어오는 따뜻하고 습한 열대 해양성 바람은 미시시피 계곡을 휘감아 돌아 북동부 방향으로 빠져나감으로써 대평원 서부 전지역을 비껴간다. 이런 현상 때문에 서부 지역으로 갈수록 연평균 강수량이 눈에 띄게 감소한다. 예를 들자면 캔자스주의 연평균 강수량은 남동부 지역의 105센티미터에서 남서부 지역의 40센티미터에 이르기까지 그 편차가 크다.

열대 기단이 멕시코만에서 북서 방향으로 이동할 때, 대평원 지역의 일부에서는 평소보다 더 많은 비가 내리는 기간이 지속된다. 그렇지만 이 기단이 충분한 강수량을 몰고 오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다행스럽게도 농작물이 빠르게 성장하는 시기인 4월에서 8월 사이에 연간 총강수량의 3/4 정도에 달하는 비가 내린다.

대평원의 몇몇 지역에서는 봄과 여름철에 강한 뇌우를 동반한 비가 내린다. 이런 폭풍우가 몰려올 때 가끔씩 우박이 내린다. 직경이 5센티미터를 넘을 때도 있는 우박은 낟알이 완전히 여물어 고개를 숙이고 있는 밀밭을 완전히 망쳐놓을 수도 있다. 대평원 남부 및 중서부 지역에는 폭풍과 우박이 자주 발생하며, 네브래스카주 서부와 와이오밍주 남동부의 일부 지역은 연평균 우박 발생 빈도가 미국 대륙에서 제일 높다.

시간당 풍속이 350킬로미터 이상인 돌풍을 몰고 오기도 하는 토네이도는 대평원에 상당한 피해를 입히는 격렬한 폭풍이다. 토네이도의 영향권 안에 있는 지역이 넓지는 않지만 자주 발생하기 때문에 대평원 중앙지대에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다.

대평원 지역에 부는 바람은 장점과 단점을 모두 지니고 있다. 대평원의 중앙 및 남부지대에서 늦은봄과 여름에 부는 바람의 속도는 미국 내륙 지역에서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과거 이 지역에서는 빠른 속도로 부는 바람을 이용하여 풍차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었다. 그러나 바람이 끊임없이 불어온다는 사실은 농작물에서 증발산되는 수분의 양이 매우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겨울철에 부는 바람인 치누크(chinook)는 태평양 연안 지역에서 형성된 건조하면서도 비교적 따뜻한 공기가 로키 산맥으로 몰릴 때 발생한다. 치누크는 로키 산맥을 넘어 대평원 지역으로 하강하면서 따뜻해지는데, 겨울철 이 지역에서 일반적으로 발생하는 차가운 대륙성 기단에 비해 훨씬 더 따뜻하다. 치누크는 대평원 서부에서 일시적으로 찬 공기를 밀어내며, 이 결과 기온이 급상승한다. 부분적으로는 이러한 현상 때문에 서부 고지대의 겨울철 기온이 대평원 동부의 주변 지대보다 약간 더 따뜻해진다.

그리고 서리가 내리지 않는 평균 일수(식물생장기)는 해마다 크게 달라진다. 연평균 기온 분포와 마찬가지로 식물생장기의 차이도 북쪽으로 갈수록 점점 더 커진다.

대평원 지역에 가장 큰 재난을 일으키는 것 중 눈과 바람, 추위를 몰고 오는 기상현상은 바로 폭풍설暴風雪인 블리자드 때문이다. 블리자드는 일반적인 폭풍 패턴과는 달리 겨울철 매우 차가운 북극 기단이 로키 산맥을 따라 남쪽으로 밀려와서 대평원 지역으로 이동할 때 발생한다. 블리자드는 수일간 계속 몰아칠 때도 있고, 겨울철 평균 적설량의 절반에 해당하는 눈을 몰고 오기도 한다. 대평원 지역의 목장에서는 겨울철에도 야외에서 가축을 방목하기 때문에 혹독한 블리자드가 불어오면 가축이 먹잇감을 찾지 못해 가축 폐사율이 높아지기도 한다.

정착 유형

유럽인들이 들어오기 전까지 미국 인디언들이 정착하고 살았던 땅은 일부 지역에 국한된다. 사냥, 특히 버펄로 사냥이 인디언들의 주된 경제활동이었다. 대부분의 인디언 부족은 강가에서 반영구적인 정착생활을 했다. 북미 지역에 유럽인들이 발을 들여놓기 전까지 인디언들이 키우던 유일한 가축은 개뿐이었다. 이렇게 인디언들은 육지에서 장거리를 신속하게 이동할 수 있는 수단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물 공급원인 강가를 오랫동안 떠나서는 생활할 수 없었다. 이것은 실제로 인디언들에겐 매우 심각한 문젯거리였는데, 식량공급원인 버펄로들이 강가 정착지로부터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 대규모로 이동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스페인인들이 개척 초기시대에 대평원 남부 지역을 떠나면서 남겨놓고 간 말들은 대평원 지역에 사는 인디언들의 생활방식을 극적으로 변화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19세기 초, 대평원 지역에 다다른 미국인들은 세계 역사상 가장 훌륭한 경기병대를 발견하게 되었다. 말들은 초원지대 전역으로 퍼져나갔으며, 대평원의 인디언들은 물가의 정착지를 벗어나서 버펄로떼를 따라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었다.

개척 초창기에 미국인들은 대평원 지역을 정착하기 까다로운 불모지로 여겼는데, 여기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초원지대에는 나무가 자라지 않았기 때문에 농부들은 집과 외양간을 짓고 울타리를 치는 데 필요한 목재와 연료용 땔감을 구할 수 없었다. 수자원도 그 양이 매우 적었으며, 강과 하천은 일정 시기에만 잠시 흐를 뿐이었다. 대평원 지역에 최초로 도착한 사람들은 이러한 물가 인접 지역을 따라 정착했다. 정착자들이 대평원으로 가지고 들어온 농작물들은 이곳 풍토에 잘 적응하지 못했으며, 연간 강수량의 변화가 극심하여 농작물 수확량도 해마다 크게 달라졌다. 농업생산량 또한 대개는 매우 적었으며, 멀리 떨어진 동부 지역에서는 적합하게 여겨졌던 농장규모 제한면적 65헥타르가 대평원 지역에서는 너무 협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분적으로는 이런 다양한 문제점들 때문에 한동안 개척지는 대평원 동부 경계 지역 너머로 확장되지 못했다. 정착자들은 기술 발달과 토지소유제도의 변화에 따라 대평원 지역에 정착하는 일이 더욱 쉬워질 때까지, 대평원을 무시하고 그냥 지나쳐 태평양 연안 지역으로 이동하는 경향이 많았다.

이렇게 대평원에 정착하는 일이 지체되는 동안, 새로운 경제체제가 이 지역 전체로 퍼져나갔다. 스페인 사람들이 대규모 목장 경영 방식을 텍사스 남부에 도입했으며, 남부 지방 출신의 미국인 정착자들은 이 방식을 텍사스 동부에 도입했다. 이러한 경제체제는 1867년부터 1885년에 이르는 기간 동안 텍사스에서 북쪽 지방으로 확산되었다.

엄청난 소떼가 텍사스 남부에서 북쪽의 캔자스주에 위치한 철도 종착지로 수송되었으며 이동된 소들은 동부 지역으로 옮겨지거나 광활한 대평원 지역에서 방목되었다. 이렇게 이동한 소들은 1880년도에 약 500만 마리에 이르렀다.

대규모 가축방목 경제 체제는 1880년대 후반 들어 급속히 붕괴되었다. 과도한 가축 방목, 미국 중서부의 축산업체들이 생산한 우수한 소고기와의 경쟁, 국가경제의 침체, 1887년부터 1888년까지 계속된 겨울철의 농작물 피해, 그리고 대평원 지역으로 농부들이 급속히 유입되면서 미국 역사에 있어 매우 짧은 기간 동안에만 시행되었던 이런 방목 체제는 종지부를 찍었다. 울타리가 없고 낙후된 대목장들은 대평원 서부의 건조한 지역으로 밀려나거나, 그 면적이 더욱 제한된 울타리 목장으로 전환될 수밖에 없었다.

농업 개척지에서 1870년대에 상업적으로 개발된 철조망은 나무울타리를 대체하면서 새롭고도 효과적인 울타리 재료로 널리 사용되었다. 한동안 흙으로 지어졌던 집은 거주하기에 적당한 환경을 제공했다. 그렇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정착자들 대다수는 흙집 대신에 서둘러 목조주택을 짓기 시작했다. 1870년대에 대평원 전역에서 건설된 철도를 따라 대량의 목재가 유입되었다. 구조가 단순한 풍차와 우물을 파는 기계장치가 개발됨으로써 관개용수뿐만 아니라 사람과 가축 모두에게 필요한 물을 그 지역 내에서 충분히 공급할 수 있게 되었다. 초원지대 전역에서 도입한 풍차 건설 기술은 이후 미국 대부분의 농촌 지역으로 확산되었다. 곡물 재배 농업도 점점 더 기계화되었으며, 이에 따라 농부들은 더욱 넓은 농경지를 경작할 수 있게 되어 면적당 낮은 생산량을 보충할 수 있었다.

마침내 이 초원지대의 생장 환경에 더욱 잘 적응하는 작물이 도입되었으며, 농부들은 대평원의 자연환경을 활용할 수 있는 효율적인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혹독한 겨울철에도 경작할 수 있는 가을밀이 그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러시아 출신의 메노파 교도들로 이루어진 이주자들이 미국에 처음으로 들여온 이 가을밀은, 과거 대평원 지역에서 재배되었던 다른 품종의 밀보다 건조한 환경에 훨씬 잘 적응했다.

오늘날 대평원 지역은 미국 최대의 밀 생산지대이며, 미국이 세계 최대의 밀 수출 국가가 된 것은 주로 대평원 지역에서 생산되는 양이 매우 많기 때문이다.

대평원의 농업 형태

대평원의 농경 방식은 대규모로 행해지고 있으며, 또한 기술집약적이다. 주로 몇 가지 농작물만 집중적으로 재배했는데,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작물이 바로 밀이었다. 가을밀은 가을에 씨를 뿌린다. 작물의 성장이 멈추는 겨울철이 오기 전에 밀은 몇 센티미터 높이까지 자란다. 밀이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시기는, 강수량이 최대치에 달하고 수분을 앗아가는 여름철 바람이 불기 전인 봄과 초여름 사이이다. 밀은 5월 말과 6월에 수확한다. 현재 가을밀은 미국 전역에서 재배되고 있지만, 특히 텍사스주 북부에서 네브래스카주 남부에 걸친 대평원의 남부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재배되고 있다.

사우스다코타주의 중앙 지역에서부터 북쪽으로는 캐나다에 이르는 지역에서 주로 재배되는 봄밀은 이른봄에 파종되어 늦여름이나 가을에 수확된다. 봄밀은 가을밀이 발아하지 못하고 죽어버릴 정도로 혹독한 겨울철이 찾아오는 지역에서 재배하기 좋다.

대부분의 초원지대에서 밀은 관개시설 없이 행해지는 건지농법 기술을 활용하여 재배된다. 땅을 갈 때는 깊숙이 파내려가 뭉친 흙을 부수고 수분 증발을 최대한 막을 수 있도록 한다. 특히 대평원 북부에서는 휴경 재배 방식이 많이 행해지고 있는데, 이 지역에서는 한 계절 동안 수분을 보존하기 위해 경작지를 갈아엎기는 하지만 파종은 하지 않는다.

텍사스주에서는 가을밀 수확이 시작되는 6월 1일경부터 수확ㆍ탈곡 겸용 농기계인 콤바인 숙련공들이 수확지대를 따라 점차 북쪽으로 이동한다. 다른 작물을 수확하기 위해 이동하는 농장노동자들과 달리, 콤바인과 트럭을 사용하며 종종 대집단을 이루고 있는 이들 노동자는 전통적으로 임금이 높은 농업노동자에 속해왔다. 현재 ‘밀 수확지대’의 농장들 대부분은 그 면적이 400헥타르 이상이며, 이는 자체적으로 콤바인 농기계를 구매하여 밀을 재배할 수 있는 농장주들이 더욱 늘어났음을 시사한다. 그렇지만 아직도 대평원의 밀 재배지 중에서 약 1/3은 콤바인 숙련노동자들에 의해 수확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밀 생산의 수익 측면에 관련된 주요 문제점은, 광활한 대평원 곳곳에 산재해 있는 대형 곡물창고에 수확한 밀을 신속하게 옮기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트럭 운송과 일부 가을밀 재배 지역에서의 바지선 운송 방식으로 인해 철도는 규모가 작은 시골의 곡물창고를 포기하고 대개는 대도시에 세워진 대형 곡물저장 시설단지로 밀을 수송한다. 수출용 밀은 대부분 오대호를 거치거나 바지선에 실려 내륙의 하천 수로망과 미시시피 강을 따라 수송되고 있다.

최근 몇십 년 동안 수수는 대평원 남부에서 수확되는 주요 작물로 부상했다. 아프리카가 원산지인 수수는 건조한 성장환경을 잘 견뎌낼 수 있기 때문에 대평원 남동부의 고온 건조한 외곽 지역에서 가을밀에 필적하는 주요 농작물이 되었다. 현재 텍사스주와 네브래스카주에서는 밀보다 수수 경작지가 더 많다. 이러한 수수 작물 대부분은 가축사료로 쓰인다.

대평원 북부에서는 보리와 귀리가 두번째로 중요한 농작물이며, 미국 본토에서 수확된 보리 대부분은 노스다코타주와 미네소타주에 걸쳐 있는 애거시 호 분지 지역에서 산출된다. 북미 지역에서 생산되는 거의 모든 아마씨도 대평원 북부에서 재배된다. 식물성 기름인 캐놀라의 원료이며 가축사료의 주요 성분인 해바라기는 미네소타주와 노스다코타주의 레드 강 계곡에서 주요 작물로 급부상하고 있다. 

수자원 관리 및 관개시설

미국의 관개시설은 대개 미국 서부의 건조지대와 관련이 깊다. 그러나 반습윤 혹은 습윤 지역의 경우 투자비용당 생산성 증가 비율로 보자면 관개시설을 통해 얻는 혜택이 훨씬 많을 수 있다. 관개용수는 그 지역에서 이미 성장한 작물들의 생산량을 최대화할 목적으로 건조한 시기에 예비보충용 수자원으로 활용하거나, 이용 가능한 수자원이 충분치 않을 경우에도 농작물을 재배하는 데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평원에는 대규모 관개시설 개발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 지역이 많다. 아마도 이런 면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지역은 콜로라도주와 네브래스카주에서부터 텍사스주에 걸쳐 있는 고평원 지역일 것이다. 고평원 지역은 25만 평방킬로미터에 달하는 지역에 위치해 있으면서 약 20억 에이커피트(1에이커피트는 0.3미터 깊이에 면적이 0.4헥타르인 땅에 들어 있는 관개용수의 양을 말한다)로 추정되는 양의 수자원을 보유한 거대한 지하 저수원인 오글라라 대수층帶水層이 떠받치고 있다. 이러한 수자원은 그 대부분이 100만 년 이상 지하에 저장되어 있었기 때문에 ‘화석수(fossil water)’라고 불린다. 대수층 지역의 1/4 정도에는 오글라라 수자원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관개수로가 설치되어 있다. 고평원 지역은 미국의 수수 총생산량의 2/5와 밀 총생산량의 1/6, 그리고 면화 총생산량의 1/4을 생산하고 있는 주요 농업 지역이다. 관개시설이 되어 있는 이곳의 지역에서는 관개시설이 되어 있지 않은 인접 지역에 비해 밀 생산량이 45퍼센트, 수수 생산량이 70퍼센트, 면화 생산량이 135퍼센트 이상 더 많다. 지하수 사용량은 1950년도 이래로 세 배 이상 증가하여 연간 2천만 에이커피트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20세기 초에 텍사스주 러벅을 중심으로 한 지역은 주요 면화 생산지가 되었다. 고지대 평원의 남부 지역 대부분을 떠받치고 있는, 수분을 함유한 모래땅에 우물을 파서 끌어올린 수자원을 이용하는 관개농업이 초기의 건지농업 방식을 점차 대체하게 되었다. 현재 이곳은 미국에서 가장 중요한 면화 생산지이다. 이 지역에서는 5만 개 이상의 우물이 관개용수를 공급하고 있다.

대평원에서 두번째로 중요한 관개 지역은 사탕무를 주요 특수작물로 재배하고 있는 콜로라도주 북동부이다. 이 지역은 오래 전부터 우물과 사우스플랫 강의 수자원을 이용해 관개용수를 공급해왔다. 연방정부에서 관개시설 비용을 떠맡고 있으며, 이 시설을 이용하여 물을 끌어 쓰는 사람들이 사용료를 낸다. 관개시설이 공급할 수 있는 수자원은 수요를 충족시키기엔 더이상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정부에서는 ‘톰슨 리버 대사업 계획’에 자금을 지원했다. 이 계획은 로키 산맥의 지맥인 프론트 산맥의 서쪽 경사지에서 물을 끌어와서 동쪽의 경사지와 그 너머의 관개 지역에 물을 공급할 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이 계획안에서 나타난 가장 두드러진 기술적 특징은, 로키 산 국립공원 지역에 위치한 대륙 분수령의 지하 1,200미터 깊이에 33킬로미터 길이의 터널을 뚫는 작업이다.

대평원 지역에서 추진되고 있는 최대의 저수사업은 ‘미주리 계곡 계획’이다. 이 계획은 서로 떨어져 있는 두 지역의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기 위한 사업이었다. 캔자스시티와 세인트루이스를 포함하여 미시시피 계곡 저지대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은 효과적인 홍수 조절 체계가 필요했다. 이 지역의 연평균 강수량은 100센티미터 정도에 달한다. 한편 미주리 계곡 상류, 특히 노스렌玲肄병耗民망翎?몬태나주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충분한 양의 관개용수를 공급할 수 있는 시설 체계가 필요했다. 그 결과, 도출된 수자원 관리 체계는 미주리 강 상류의 거대한 흙 댐들뿐만 아니라 이 강의 수많은 지류에 건설된 다수의 댐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보다 규모가 작은 다수의 관개사업들과 개개의 우물들 때문에 대평원 지역의 농작물 재배 방식은 매우 다양해질 수 있었다. 대평원 중부 및 북부 지대 전역에서 재배되는 미국 서부의 주요 건초작물인 알팔파는 최대의 관개용지를 차지하고 있다. 사탕무는 콜로라도주 동부와 캔자스주 서부에 있는 아칸소 강 계곡과 콜로라도주 북동부의 사우스플랫 강 인근 지역에서 재배되는 주요 작물이다. 아칸소 강 계곡의 농부들은 자신들이 재배하는 캔털루프 멜론의 품질에 대해 대단한 자부심을 갖고 있으며, 네브래스카주 중남부에서는 옥수수가 주요 작물이 되고 있다.

천연자원 

대평원 지역의 퇴적층에는 중요한 에너지자원인 석유와 천연가스 그리고 석탄이 매장되어 있다. 대평원 남부의 석유 및 천연가스 매장지들은 예로부터 미국의 주요 공급지에 속하고 있었다. 텍사스주, 오클라호마주, 캔자스주 서부에 걸쳐 있는 팬핸들 필드는 세계에서 가장 큰 천연가스 공급지이다. 앞에서 언급한 세 개의 주州들은 주요 석유 생산지이며, 최근 들어서는 와이오밍주도 주요 석유 생산지로 발전했다.

노스다코타주는 대부분이 역청탄인 상당량의 에너지자원을 보유하고 있기는 하지만, 미국에서 석탄 생산을 주도하는 지역은 와이오밍주이다. 1996년에 와이오밍주의 석탄생산량은 미국 전체 생산량인 10억 6천만 톤의 26퍼센트를 차지했다.

콜로라도주 덴버는 상당량의 석유자원으로 경제적 성공을 이룬 대표적인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네브래스카주 얼라이언스는 와이오밍주 탄전에서 동부로 석탄을 수송하는 버링톤-노던 철도 운행 지역에 위치해 있는 장점 때문에, 1975년에서 1980년 사이에 그 규모가 두 배로 늘어났다. 파우더 강 분지에 위치한 와이오밍주의 광산 중심지이자 그 지역 최대 도시인 질레트는 지난 10년 동안 인구가 5배나 급증했다.

1970년대 초에 제정된 미국의 대기정화법 때문에 미국 서부에서는 유황 함량이 낮은 석탄생산량이 크게 증가했다. 엄격한 대기오염방지법 기준에 부합하는 저유황 갈탄이 대평원 북부의 지층 가까이에 최소한 천억 톤 가량 매장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천억 톤의 석탄생산량은 현재 미국의 에너지 소비 수준으로 환산하면 향후 125년 동안 쓸 수 있는 양에 맞먹는다. 지하 2천 미터 깊이까지 채굴할 경우, 그 총생산량은 약 1조 5천억 톤에 달한다. 농업과 목축업의 중요성이 줄어들고 있는 추세에 발맞추어 이미 미국 각 지역의 경제구조 또한 변화하고 있다.

인구 구조

지난 50년간 대평원 지역에서는 인구 감소 또는 인구 정체 현상이 지속되고 있으며, 이는 어쩔 수 없는 현실로 받아들여졌다. 결정적으로 이 지역에는 도심지대가 없고, 여가 시설을 세울 만한 휴양지도 별로 없다. 게다가 최근까지만 해도 주요 천연자원 개발도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 지역의 인구 성장은 대평원의 외곽지대 인근에 있는 대도시에 집중되었으며, 이에 반해 대부분의 소규모 읍내와 농촌 지역에서는 인구 전출과 인구 감소 현상을 겪고 있다.

대평원 주변 지역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 위치한 주요 도심지대들이 대평원 대부분의 지역적 기능을 유지하는 역할을 떠맡고 있다. 이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도시는 미주리주의 캔자스시티와 미네소타주의 미니애폴리스-세인트폴이다. 대평원에서 큰 도시로 꼽히는 콜로라도주의 덴버, 그리고 텍사스주의 댈러스-포트워스와 샌안토니오는 모두 대평원 주변에 위치하고 있다. 덴버는 지역 비즈니스의 중심지일 뿐만 아니라, 대평원 북부 및 서부 내륙지대의 에너지자원 개발을 위한 금융활동 중심지이다. 미국 남서부의 주요 비즈니스 중심지이기도 한 댈러스는 다습한 기후를 나타내는 동부 지역의 도시에 가깝고, 댈러스보다 규모가 작고 댈러스에서 서쪽으로 50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위치한 포트워스는 명백히 대평원 지역의 특성인 대목장과 가축사육 사업의 중심지이다. 샌안토니오는 텍사스주 남부 지역 최대의 상업 중심지이면서 몇몇 주요 군사기지들의 거점이기도 하다.

오클라호마주의 털사, 네브래스카주의 오마하 같은 다소 규모가 작은 지역 중심도시들도 대평원 주변 지역에 자리잡고 있다.

대평원 지역에 있는 대부분의 도시들은 초창기부터 철도 노선을 따라 발달한 수송 중심지였다. 주요 수송 도시로 발전한 지역들은 아직도 수송 기능을 상당부분 유지하고는 있지만, 한편으로는 안정적인 지역 시장 중심지로도 성장하게 되었다. 몇몇 도시들은 지역적 특수 조건들에 따라 그 기능이 유지되기도 한다. 예를 들자면 오클라호마시티와 털사는 주요 석유 생산지이며, 캔자스주의 위치토는 소형 비행기 제조산업의 중심지이다.

소고기 가공산업은 지난 30년간 대평원 지역의 소규모 지역사회로 확장되었다. 이전에는 미국 중서부에 소고기 가공산업이 집중되었는데 생산 시설이 매우 복잡했으며 규모도 컸다. 도축산업에서의 생산처리 기술이 변화하고 대평원 지역의 가축 사육장들이 증가함에 따라, 그리고 마케팅 형태가 더욱 다양해지면서 대평원 지역의 작은 읍내에 새로 생긴 가축 사육장 근처의 소규모 소고기 가공공장들은 경제적 혜택을 더 많이 누리게 되었다.

대평원 지역의 수송로들은 그 지역의 발전에 기여하기보다는 애초부터 그 지역을 관통할 목적으로 건설된 것이었다. 따라서 대부분의 주요 고속도로와 철도는 대평원 지역을 동-서 방향으로 가로지르며 관통하고 있고, 이 지역을 남-북 방향으로 운행하는 노선은 거의 없다.

CHAPTER _ 12  내륙 불모지대

로키 산맥 남부의 경사지에서 서쪽으로 캘리포니아주의 시에라네바다 산맥과 태평양 북서부의 캐스케이드 산맥을 지나 알래스카까지 이어지는 지역은 미국에서 가장 넓지만 인구는 아주 적은 지역이다(지도 11). 이 지역의 특징을 명확히 드러내는 핵심 요소는 바로 평균보다 낮은 인구밀도이다.

사실 이 지역은 다양한 지리적 특성을 지니고 있다. 이 지역의 일부는 고원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들쭉날쭉한 지형으로 되어 있는데, 대다수 고원에는 넓은 평지가 있다. 연평균 강수량은 아이다호주 북부 지역에서는 125센티미터 이상을, 그리고 고원지대에서는 25센티미터 미만을 기록할 정도로 그 차이가 아주 크다.

이 지역의 인구는 대다수 유럽계 백인들이지만, 이 지역의 남부 일대에는 히스패닉계 미국인들과 아메리칸 인디언들이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 목축업과 마찬가지로 관개농업도 몇몇 일부 지역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반면에 다른 지역들은 벌목과 관광사업, 광산업이 경제활동을 주도하고 있다.

광활하게 펼쳐져 있는 이 내륙지대는 미국에서 아주 멋진 풍경을 연출해내는 지역들 중 하나이다. 이곳의 자연환경이 펼쳐놓은 기기묘묘하고 화려한 풍경 때문에 사람들이 이 지역에 남겨놓은 발자취는(비록 지역적으로는 중요하지만) 그 의미가 상당부분 퇴색하고 말았다.

까다로운 자연환경

동부 지역의 미국인들은 고도 변화가 그다지 크지 않은 지형에 익숙해져 있다. 동부에서 산악 지형이 있는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산기슭과 산마루 사이의 고도 편차가 1천 미터를 넘지 않는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서부 내륙 지역에서는 일반적으로 고도 변화가 1천 미터 이상이다.

이 지역의 물리적 지리환경을 구성하고 있는 두번째 요소는 기복이 심한 지형이다. 미국 동부의 산들은 대부분 둥그스름하고 다들 판에 박은 듯 비슷비슷하다. 그러나 서부 지역의 산맥들은 거의 수직에 가까울 정도로 깎아지른 듯하며, 산봉우리는 톱니가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것처럼 들쭉날쭉하게 생겼다. 이렇게 동부와 서부의 지형이 크게 다른 이유 중 하나는 생성 시기가 다르기 때문이다. 물론 전부가 그런 건 아니지만, 미국 서부의 산악지대는 대부분 동부 지역의 산맥에 비해 나이로 따지자면 상당히 젊은 편에 속한다. 따라서 서부에서는 오랜 세월 지표면을 완만하고 평탄하게 만드는 침식작용이 비교적 매우 짧은 기간에 이루어졌다.

지리 역사에서 가장 최근에 이루어진 홍적세 동안, 산악의 빙하작용으로 생성된 깎아지른 듯한 지형이 바로 서부 내륙지대의 지형을 형성시킨 주된 요인이며, 이러한 빙하의 잔재가 아직도 이 지역 일부에서 발견되기도 한다. 알래스카 남부의 퍼시픽 산맥에 널리 퍼져 있는 소규모 빙하는 남쪽에 있는 콜로라도주의 로키 산맥 중앙부와 캘리포니아주의 시에라네바다 산맥에서도 발견된다.

고산성 빙하는 고도가 높은 지역에서 생성되며, 얼음 덩어리의 부피가 증가함에 따라 서서히 아래쪽으로 흘러내려간다. 이렇게 움직이는 빙하가 침식작용을 일으키는 주요인이다. 이와 같은 형태의 침식작용이 충분히 긴 시간 동안 지속되는 지역에서는 거의 수직에 가까운 경사면과 비교적 평탄한 바닥면을 지닌 U자 형태의 깊은 계곡이 형성된다. 두 개의 빙하가 나란히 동시에 움직일 경우에 울퉁불퉁한 작은 봉우리들이 있는, 폭이 좁은 산등성이가 생성되는데 이를 아레트(arete)라고 부른다. 빙하의 침식작용으로 거의 2킬로미터 깊이까지 파인 전형적인 빙하 계곡인 시에라네바다 산맥의 요세미티 계곡은 이 지역에서 고산성 빙하가 남겨놓은 가장 멋진 풍경일 것이다.

내륙 불모지대는 산맥보다는 고원들로 이루어져 있다. 아마도 이 지역에서 가장 극적인 장관을 연출하는 곳은 유타주와 애리조나주의 콜로라도 강 중앙부에 자리잡은 콜로라도 고원일 것이다. 비록 기복이 심한 부분이 있긴 하지만, 완만하게 침하하는 퇴적암 지층이 이 지역 대부분을 떠받치고 있다. 이 지역에서 멋진 풍경을 만들어내는 것은 콜로라도 고원을 가로지르는 외래 하천, 특히 콜로라도 강과 그 지류들에 의해 침식된 지형이다(외래 하천이라 불리는 이유는 이곳 환경에서 보면 이질적이라 할 수 있는 물을 외부로부터 이 건조한 지역으로 유입시키기 때문이다). 이런 자연환경에서는 하천들이 침식작용을 크게 일으킨다. 최근 들어 고원 대부분에 걸쳐 융기 현상이 크게 일어나자 하천 인근을 중심으로 대규모 침식이 이루어졌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형성된 협곡지대가 미국에서 가장 경이로운 자연경관 중 하나로 알려진 그랜드캐니언이다. 사실 애리조나주 콜로라도 강에 위치한 그랜드캐니언은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명소 가운데 하나이다. 그랜드캐니언 국립공원에는 폭이 16킬로미터가 넘는 협곡지대가 곳곳에 형성되어 있다. 게다가 이러한 퇴적층에 있는 경석 및 연석의 저항력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이 지역의 주요 지형적 특징인 절벽과 단구段丘가 일정한 각도를 이루며 형성되었다.

분지렌湲?지대는 콜로라도 고원에서부터 남쪽으로 뉴멕시코주 남부와 애리조나주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서쪽으로는 캘리포니아주의 데스밸리와 모하비 사막까지, 북쪽으로는 오리건주와 아이다호주까지 걸쳐 있다. 이 광대한 지역은 남북으로 이어진 연속선상에 200여 개 이상의 산맥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산맥들의 길이는 대개 120킬로미터를 넘지 않으며 높이는 1,000~1,600미터 정도이다. 넓고 평평한 분지는 80개 가량 된다. 콜로라도 강 분지의 북쪽과 서쪽 지역에는 내륙 배수排水 유역이 있다. 다시 말해 하천이 바다로 흘러들지 않고 그 지역 내에서만 흐르는 것이다. 그 결과, 이 지역에서는 주변에 둘러싸고 있는 산에서 침식된 막대한 양의 충적토가 쌓이게 되었다.

홍적세 동안에는 매우 습한 기후와 함께, 녹아서 흘러내린 고산성 빙하에 의해 형성된 호수들이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중 가장 커다란 본빌 호는 유타주 북부의 2만 5천 평방킬로미터를 뒤덮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러한 호수들 대부분이 사라져버렸거나 그 면적이 대폭 줄어들었다. 왜냐하면 현재는 연간 강수량이 많이 줄어들었고, 네바다주의 피라미드 호나 유타주의 그레이트솔트 호처럼 지금까지 남아 있는 수많은 호수의 경우 염분 함유량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흐르는 물에는 항상 소량의 용해성 염분이 들어 있는데, 이는 미약하나마 바닷물의 염도에 어느 정도 기여를 하게 된다. 하지만 분지렌湲?지역의 호수들은 바다로 흘러나가지 않기 때문에 염분 함량이 계속 높아질 수밖에 없다. 약 5천 평방킬로미터에 달하는 그레이트솔트 호는 옛날 본빌 호의 잔재이며, 현재 이 호수의 염도는 바닷물에 비해 훨씬 더 높다.

분지렌湲?지역의 북쪽에 위치한 콜롬비아 고원은 용암이 흘러내려와 서서히 쌓이면서 형성된 곳이다. 두께가 평균 3~6미터 정도 되는 용암이 계속 흘러내려 주변의 산들에 막혀 점점 쌓이게 되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그 쌓인 용암의 높이가 650미터에 이르기도 했다. 몇몇 작은 화산들과 분석구(cinder cone:화산재 등의 분출물이 쌓여 형성된 원뿔형의 작은 언덕―역자주)들이 이 지역에 산재해 있긴 하지만, 이 지역에서 일어난 화산 활동의 주요 특징은 용해되어 흘러나온 대량의 물질이다. 또한 이 지역에서도 하천들이 침식작용을 일으켜 깊게 파이고 깎인 대협곡을 형성했다.

중간중간 약간 끊겨 있긴 하지만 침식작용으로 형성된 고원지대는 북쪽으로 계속 이어져서 로키 산맥과 퍼시픽 산맥 사이에 위치한 캐나다의 유콘 테리토리까지 펼쳐져 있다. 알래스카 중앙지대에 자리잡은 유콘 강 배수분지는 알래스카 산맥부터 브룩스 산맥에 이르는 지역이다. 지표를 구성하고 있는 물질은 대부분 퇴적암이다.

미국 서부 내륙의 전지역에서 강수량과 고도는 서로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 저지대는 일반적으로 건조하며 산허리의 경사지에는 강수량이 매우 많다. 이 지역에 흐르는 물은 거의 외래 하천에 의존하고 있다.

내륙 불모지대는 고도에 따라 식물분포군이 뚜렷이 나누어진다. 고도가 가장 낮은 지대는 사막 관목으로 덮여 있는데, 특히 세이지브러시(산쑥)가 가장 많이 자라고 있다. 최남단에서는 늦여름이 되면 강수량이 적당히 많아지기 때문에 세이지브러시와 초원지대가 함께 나타난다. 사막 관목지대보다 고도가 높은 지역에서도 세이지브러시와 초원지대가 함께 나타나고 있다. 수목성장 한계선은 세이지브러시가 자라는 곳보다 위쪽에 있는 경사지이며, 한계선 위에는 나무가 자라는 데 충분할 정도로 비가 내린다. 숲지대로 들어서면 피뇽소나무(서부산 잣나무)와 노간주나무처럼 키가 작은 나무들과 풀밭이 뒤섞인 전이지대가 먼저 나타난다. 고도가 좀더 높아지면 폰데로사 소나무, 로지폴 소나무, 미송 같은 거목들이 섞여 있는 숲이 더 넓게 나타난다. 더 위로 올라가면 아고산대 전나무종種처럼 크기가 작은 나무들이 자라는 지대가 나타나며, 그 위로 두번째 수목성장 한계선이 나타난다. 두번째 한계선 위쪽으로는 바람이 거세게 불고 식물생장기가 짧아서 나무들이 잘 자라지 못하는데, 이곳이 바로 툰드라지대이다.

내륙 불모지대에서는 야생동물의 수가 늘어나고 있는데, 이곳에서 자라는 야생동물로는 들소(버펄로), 북아메리카 엘크 사슴, 영양, 야생 곰, 흰꼬리사슴, 야생 칠면조 등이 있다.

인간의 발자취

네바다주에서는 다양한 정부기관들이 전체 토지의 90퍼센트 정도를 관리한다. 다른 지역에서는 정부의 토지관리 비율이 이보다는 낮지만, 정부가 주도하는 기본적인 토지관리 방식은 내륙 불모지대 전체에 걸쳐 나타나고 있다.

그렇게 많은 땅을 정부가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이 지역과 알래스카주는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정착한 곳이었으며, 농업적 이용을 증진시킬 목적으로 수립된 연방정부의 토지분배 계획에는 적용 대상이 아니었다. 농경지로 활용할 수 있는 지역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미국 인구조사국은 1890년에 개척시대가 종료되었음을 공표했지만, 그 당시만 해도 서부 내륙 지역 대부분은 여전히 비정착지로 남아 있었다. 또한 벌목이나 광산업처럼 경제적 이윤을 추구하려는 또다른 목적 때문에 민간인들이 좀더 많은 토지를 소유하려는 욕구가 확산되기 시작하자, 연방정부는 토지를 거의 무상으로 분배했던 초기의 계획을 다시 검토했다.

옐로스톤, 글레이셔, 그랜드캐니언과 같은 유명한 공원처럼 미국의 국립공원 중 상당부분은 서부 내륙 지역에 위치해 있다. 그러나 국립공원이 차지하는 면적은 전체 정부 소유지 중에서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정부 소유지 중 가장 넓은 지역을 관리하고 있는 부서는 미국 내무부 산하의 토지관리국이다. 토지관리국은 관리 지역을 다양한 용도로 활용하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이 방목사업이다. 또한 토지관리국은 서부 내륙 지역에서 관개시설 및 수력발전용 댐 건설을 주도해왔다.

미국 농무부 산하 산림청은 연방정부 소유지 중 두번째로 넓은 지역을 관할하고 있는 정부기관이다. 국토 다목적 활용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산림청은 전통적으로 벌목과 방목사업을 중점적으로 추진했으며 휴양지 사용 면적도 확대해왔다.

내륙 불모지대의 일부는 다음과 같은 용도로도 사용되었다. 첫째, 미국 내 인디언 보호구역 중에서 넓은 곳들이 이 지역, 특히 애리조나주 북부와 뉴멕시코주에 있다. 둘째, 미국에서 단 하나뿐인 핵폭탄 실험기지와 미국 최대의 폭탄투하 및 사격연습장 몇 군데가 바로 이 지역에 있다. 왜냐하면 내륙 불모지대에는 인구가 아주 적고, 토지 사용에 있어서도 다른 마땅한 대안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같은 국토의 사용은 미국의 과거뿐만 아니라 땅의 특성과 활용 방법에 대한 미국 정부의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19세기 후반의 몇십 년 동안 서쪽으로 이동하던 농업개척지는 서부 내륙을 스치듯이 지나갔다. 사실상 광물자원과 수송망, 그리고 말일성도 예수그리스도교가 아니었더라면 20세기가 훨씬 지났을 때까지도 사람들은 이 지역을 정착지로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말일성도교 혹은 일반적으로 몰몬교로 알려진 이 교파는 1830년도에 뉴욕주에서 창립되었다. 이 교파와 신도들은 그들의 신앙이 ‘유별나다’는 이유로 언어적으로뿐만 아니라 물리적으로도 숱한 비난과 공격을 받았다. 몰몬교도들은 자신들의 종교를 펼칠 수 있는 지역을 찾아 수차례 이동했다. 수많은 몰몬교도들이 때로는 걸어서 서부로 몰려왔으며, 그들은 이곳에서 몰몬교도만의 독립적인 자치주를 세우고 싶어했다.

몰몬교도들이 서부 정착지로 처음 선택한 곳은 유타주 북부의 워새치 산맥과 그레이트솔트 호 사이에 자리잡은 워새치 계곡이었는데, 이곳은 훗날 솔트레이크시티로 발전한다. 그들이 워새치 계곡을 농사지을 땅으로 생각하지 않았던 것은 확실하다. 기후는 건조했으며 호수는 염분이 많아서 쓸모가 없었고 사방에 보이는 것이라곤 황량한 대지뿐이었다. 그렇지만 몰몬교도들은 부지런히 농사를 짓기 시작했고 새로운 신도들이 합류하면서 그들의 정착지는 점점 커졌다. 출산율이 높아지면서 몰몬교도의 인구도 급증했다. 몰몬교도들은 북쪽으로는 현재의 오리건주와 아이다호주, 남쪽으로는 캘리포니아주의 로스앤젤레스까지 뻗어 있는 지역에서 ‘부지런한 꿀벌’을 뜻하는 데세렛(Deseret)이라는 자치주를 건설하고자 했다. 그리고 몰몬교 공동체사회는 솔트레이크시티로부터 점점 더 멀리 떨어진 지역까지 확대되었다.

그러나 데세렛을 건설하려는 몰몬교도들의 희망은 끝내 좌절되고 말았다. 캘리포니아주와 네바다주에서 황금이 발견되자, 미국 영토는 몰몬교도들의 정착지뿐만 아니라 그 너머까지 확장되었다. 몰몬교도들은 자신들이 미국의 정치적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그들이 꿈꾸던 데세렛은 결국 지역이 나뉘어 6개 주에 편입되고 말았다.

몰몬교도들은 서부 내륙 지역에서 생존 문제에 직면한 최초의 미국인들이었지만, 그들은 스스로 그 문제를 해결했다.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만 하는 문제는 관개시설이었다. 그 당시까지만 해도 미국인들은 광범위한 지역을 아우를 수 있는 관개시설을 갖출 필요가 전혀 없었다. 또 물을 한 곳에 모아 많은 농부들에게 공급할 수 있는 기술과 중앙관리 방법도 거의 몰랐다. 몰몬교도들은 워새치 레인지의 서쪽 경사면에 수많은 저수용 댐을 건설했으며, 길이가 수킬로미터에 달하는 수로들을 따라 계곡 아래의 사람들에게 관개용수가 공급되었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현재는 이 계곡의 대부분이 농작물과 수목, 풀밭으로 뒤덮여 있다. 정착 초기에 힘들게 설치한 대규모 관개시설 덕분에 서부 내륙 지역에서도 관개사업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몰몬교도들은 현재까지도 서부 내륙 지역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 지역의 전체 인구 1,100만 명 중에서 150만 명 이상이 몰몬교도들이다.

분산되어 있는 경제구조

농업 및 관개시설

내륙 불모지대에서는 관개시설처럼 많은 양의 물을 필요로 하는 데에 물을 대기 위해 몇몇 주요한 강들의 물길을 인위적으로 바꾸었다. 1902년에 제정된 개간사업법에 따라 연방정부는 댐과 운하 건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알래스카주와 하와이주를 제외한 서부 지역의 17개 주를 위해 수력발전소 건설사업에 필요한 재정지원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현재, 이렇게 연방정부가 지원한 개발사업을 통해 얻은 수자원의 80퍼센트 이상이 4백만 헥타르가 넘는 땅에 관개용수를 공급하고 있다. 대부분의 관개 지역이 캘리포니아주에 있긴 하지만 대규모 관개사업은 여전히 내륙 불모지대 곳곳에서 추진되고 있다.

아이다호주는 스네이크 강 평원의 관개지 100만 헥타르 때문에 내륙 불모지대에 있는 주들 중에 가장 넓은 관개지 면적을 갖게 되었다. 또한 이 때문에 아이다호주는 미국 최대의 감자와 사탕무 생산지 가운데 한 곳이 될 수도 있었다. 알팔파와 소 역시 이 지역의 주요 농산물이다. 워싱턴주 중부의 그랜드쿨리 댐에 저수된 콜롬비아 강의 풍부한 수자원을 이용하여 40만 헥타르가 훨씬 넘는 콜롬비아 계곡 개간사업이 이루어졌으며, 이 개간지에서는 알팔파와 사탕무 및 감자 등의 농작물이 생산되고 있다. 워새치 계곡 인접 지역에서는 몰몬교도들이 최초로 정착한 지 몇십 년이 지난 후부터 관개 지역이 별로 확장되지 않았다. 약 40만 헥타르에 달하는 관개 지역에는 주로 사탕무와 알팔파가 재배되고 있다. 콜로라도주 중서부의 콜로라도 강에 인접한 그랜드 밸리에서 주로 생산되는 농작물은 알팔파와 감자이며, 복숭아 같은 과수果樹도 중요한 농산물이다. 워싱턴주에 위치한 콜롬비아 강의 지류들, 특히 얘키모 강과 웨내치 강은 미국에서 가장 잘 알려진 사과생산지에 물을 대고 있다.

이들 지역은 품종이 한정된 농작물만 생산하고 있다. 이 지역에서는 식물생장기가 짧기 때문에 생장기가 긴 작물들은 재배되지 못한다. 그리고 현지의 시장 수요도 한정적이라 낙농제품이나 각종 신선한 야채들에 대한 수요도 미미하다.

비록 관개용수 부족 현상으로 영향을 받고 있기는 하지만, 관개 지역 남부는 북부에 비해 식물생장기가 길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식물생장기가 300일 이상인 캘리포니아주의 임페리얼 계곡은 미국에서 가장 중요한 농작물 생산지 중 하나이다. 미국에서 겨울철에 공급되는 양상추는 대부분 이 지역에서 생산되고 있으며, 포도와 목화 그리고 소를 살찌우는 데 필요한 알팔파도 마찬가지다. 이 계곡에서 사육되는 소는 25만 마리가 넘는다. 이곳에 새로 건설된 전력생산 시설은 이 지역에 풍부한 소 배설물을 연료로 사용하고 있다. 임페리얼 계곡의 식물생장기는 이모작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길며, 이 때문에 전체 생산성도 크게 증가했다.

캘리포니아주의 솔튼 시 북쪽에 위치한 코아첼라 계곡에서는 대추야자, 포도, 그레이프프루츠와 같은 과일들이 생산된다. 콜로라도 강 하류에 있는 유마 계곡에서는 면, 사탕무, 오렌지를 공급하고 있다. 애리조나주 피닉스 인근의 솔트 강 계곡의 주요 작물은 겨울양상추, 오렌지, 목화 등이다. 남부에서 생산되는 이러한 작물들은 북쪽 지역의 농산물들과는 달리 미국 동부의 주요 시장들이 위치한 농업 중심지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일 필요가 거의 없다.

운송시설

서부 내륙 지역에는 교통량이 거의 없기 때문에 수송시설 개발자들의 주요 목표는 가능한 한 신속하고 값싸게 이 지역을 가로질러 이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그 결과 대부분의 주요 고속도로와 철도 노선들은 이 지역을 동쪽에서 서쪽으로, 즉 중서부의 도심 지역에서부터 서부 연안의 도심 지역까지 가로지르면서 관통하고 있다.

비록 운송로가 이 지역을 관통하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이곳을 통과하는 수송체계를 위해 여러 곳에 다양한 편의시설이 개발될 필요가 있었다. 이 지역에 도시를 건설한 주요 목적은 철도 수송체계를 지원하고 이를 관리하기 위한 것이었다. 철도시설 중심지들은 그 지역에 인구가 있든 없든 철도 직원이 필요한 곳에 세워졌다. 비록 1940년대 말부터 기술혁신이 이루어지면서 현지 철도노동자의 수는 줄어들었지만 주유소, 차량정비소, 모텔, 식당과 같은 트럭과 자동차 편의시설을 위한 서비스 인력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철도노동자 수의 감소에 따른 인구 감소는 상쇄되고도 남았다.

비록 수송망과 이에 따르는 편의시설들이 일찍이 도심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했음이 분명하지만, 이후 거대도시로 성장한 이들 도심 지역들은 대체로 몇몇 또다른 지역적 특성들에 힘입은 바 컸다. 예를 들어 인구가 35만 명 이상인 워싱턴주의 스포캔은, 워싱턴주의 이른바 ‘내륙 제국’을 형성하는 중심 지역으로 발전했다. 지리학적으로 말하자면, 워싱턴주 중앙을 가로지르는 콜롬비아 강의 만곡지대에 의해 절반 정도 둘러싸여 있는 이 지역은 오래 전부터 상당량의 농산물을 공급하고 있었다. 인구가 약 50만 명인 뉴멕시코주의 앨버커키는 그 주의 중심지 및 교통요충지의 기능을 맡음으로써 스포캔과 비슷한 역할을 떠맡아왔다. 애리조나주의 피닉스는 처음에 농업 중심지로 성장하기 시작했다가, 이후 미국인들이 이 지역의 따뜻하고 건조한 환경을 찾아 몰려들기 시작하면서 급속한 경제발전을 이룰 수 있었다. 피닉스는 제조업의 중심지일 뿐만 아니라 노후생활 중심지로도 발전했다. 피닉스의 성장에 특별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산업은 전자산업처럼 소형 고가제품들을 생산하는 산업이다.  

철도 수송 요충지 가운데 한 곳인 유타주의 오그던은 과거엔 가장 중요한 철도 수송 요충지였으나 주요 도심 지역으로는 발전하지 못했다. 그 이유는 유타주와 몰몬교의 중심지라는 핵심적인 기능을 담당함으로써 지역 내 주도권을 계속 갖고 있던 솔트레이크시티에서 북쪽으로 55킬로미터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었기 때문이다.

관광산업

내륙 불모지대의 다양하고 경이로운 풍광들을 구경하기 위해 해마다 수백만 명의 관광객들이 이곳을 방문하고 있다. 이 지역의 주요 국립공원들을 찾아오는 관광객들은 우선 모텔, 스낵바, 기념품점, 독특한 지방색을 담고 있는 가게 등이 줄지어 늘어서 있는 화려한 거리를 지나가야 한다. 게다가 사람들의 발길을 끄는 관광지들은 서로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수없이 많은 편의시설들이 곳곳에 마련되어 있다. 합법적인 도박사업이 네바다주 관광산업의 한 부분을 차지하게 되자 관광산업이 이 지역 전체에 미치는 영향력은 더욱 커졌다.

벌목 및 목축업

벌목과 목축업에 필요한 기본 재료들은 정부 소유지 안에 있다. 미국 산림청과 토지관리국이 소유하고 있는 땅들은 방목사업에 무상으로 임대되고 있다. 또한 내륙 불모지대에서는 벌목사업 대부분이 산림청 소유지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개인 소유지와 비교했을 때 정부 소유지에서 거두는 벌목 및 목축업 제품의 헥타르당 생산성은 비교적 낮은 편이다.

이렇게 생산성이 낮은 이유는 정부 소유지의 토질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기후가 상대적으로 건조한 대다수 지역에서는 소 한 마리를 사육하는 데 필요한 방목지의 면적이 40헥타르에 달한다. 이 지역은 계절별 기후 변화가 아주 극심하다. 그래서 이 지역은 미국에서 가축의 계절별 이동방목이 행해지는 몇 안 되는 지역 중 하나가 되었다. 즉, 가축떼와 이를 돌보는 사람들은 겨울철이 되면 저지대에 머물러 있다가 여름철이면 목초지를 찾아 산으로 이동한다. 이러한 계절별 이동방목은 특히 양을 사육하는 목장에서는 경제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바스크족은 스페인과 프랑스에 걸쳐 있는 피레네 산맥 출신의 양치기 전문가들로, 다수의 바스크족 사람들이 양떼를 돌보기 위해 계약직 노동자의 신분으로 이 지역에 유입되었다. 현재 바스크족의 후손들은 네바다주를 포함한 몇몇 주의 인구 구성에서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광산업

19세기 후반에 몰몬교도들을 따라 몰려온 금광채굴자들은 이 지역에 정착한 사람들 중 두번째로 큰 집단을 형성하였다. 네바다주에 위치한 컴스톡 광맥이 발견되면서 버지니아시티가 발전하게 되었다. 버지니아시티는 1870년도까지만 해도 인구가 약 2만 명에 달하며 경제호황을 누리던 지역으로 성장했으나 고품질 철광석이 고갈되면서 거의 사라지다시피 했다.

컴스톡 광맥이 발견된 직후부터 수년 동안 금과 은을 채굴하는 광산업이 호황을 누리게 되자 네바다주의 인구는 급증하기 시작했다. 이 지역의 인구 급증 현상은 네바다주가 이곳에 인접한 지역들보다 훨씬 빠른 시기인 1864년에 미합중국의 36번째 주로 정식 편입되던 시기에 절정에 달했다. 19세기 후반에 광물자원 대부분이 고갈되자 네바다주 전역에서 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했으며, 20세기가 훨씬 지나고 나서도 이 지역은 예전의 인구를 완전히 회복하지 못했다. 비록 폐광이 몰려 있는 몇몇 지역이 관광객들의 발길을 끌어들이는 주요 지역이긴 하지만, 현재 광산채굴사업은 네바다주 혹은 서부 내륙지대 그 어느 곳에서도 경제적인 중요성을 갖지 못하고 있다.

현재 이 지역의 경제발전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주요 광물자원은 구리로, 애리조나주와 유타주에서 집중적으로 산출되고 있다. 솔트레이크시티 외곽에 위치한 대규모 노천광산이자 인간이 굴착한 세계 최대의 광산으로 알려진 빙엄 광산은 지금까지 약 800만 톤의 구리를 생산해냈다. 애리조나주에 자리잡은 수십 개의 크고 작은 구리광산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지역 동부에 위치한 모런시 광산이다. 이 밖에 다른 중요한 광산들은 샌마누엘과 글로브, 그리고 비스비 지역의 광산으로 모두 애리조나주 남부에 있다.

내륙 불모지대에서 채굴된 구리 원광석 대부분은 구리 함량이 5퍼센트 미만에 불과하여 품질이 아주 나쁘다. 따라서 대다수 광산에서는 수송될 화물의 무게를 대폭 줄임으로써 운송비용을 낮출 목적으로 인근 지역에 구리제련 또는 선광(選鑛:광물에서 불순물을 분리시켜 걸러내는 작업―역자주) 시설을 건설했다. 이런 이유로 광석제련업은 이 지역의 주요 산업이 되었다.

납과 아연은 같은 지역에서 채굴되는 다른 몇몇 광물과 함께 구리에 이어 이 지역의 중요한 자원이 되었다. 예를 들자면 몬태나주의 뷰트힐 광산은 오래 전부터 구리뿐만 아니라 납과 아연의 주요 생산지였다. 아이다호주 북부의 캐르달렌 지역에서는 금, 은, 납, 아연이 생산되고 있으며 콜로라도주의 레드빌 지구에서는 이들 광물 외에도 강철제품 제조에 사용되는 몰리브덴이 생산된다. 사실상 전세계 몰리브덴 공급량의 3/4 가량은 레드빌 지역에서 나온 것이다. 또한 우라늄 자원 개발이 이 지역 전체에 걸쳐 계속 추진되어왔으며, 현재는 유타주와 콜로라도주가 주요 우라늄 생산지이다. 한편, 해마다 약 2,500만 톤의 석탄이 이 지역에서 채굴되고 있다.

그린리버 지층은 막대한 양의 석유가 매장되어 있는 오일셰일(oil shale) 지대로, 유타주와 콜로라도주 그리고 와이오밍주가 만나는 곳에 있으며 수천 평방킬로미터에 걸쳐 넓게 펼쳐져 있다. 현재까지 확인된 전세계 석유 총비축량보다 훨씬 많은 1조 배럴에 달하는 석유가 이 오일셰일 속에 갇혀 있다. 그러나 석유 추출 공사와 환경에 관련된 문제들 때문에 이 지역의 석유 개발사업은 거의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지역에서는 지금까지 광물자원에 의존하여 도시가 계속해서 성장하거나 크게 성장한 적은 거의 없었다. 1990년에 인구가 3만 4천 명에 달했던 몬태나주의 뷰트는 구리 채굴사업을 경제 기반으로 해서 발전한 이 지역 최대의 도시지만, 오래 전부터 농산물 가공산업의 주요 중심지이기도 했다.

CHAPTER _ 13  남서부 국경 지역

보통 미국 남서부로 알려진 곳은 지역 구분에 있어 가장 널리 인정되고 있는 지역이지만 미국에서 가장 전이적인(transitionary) 지역이기도 하다(지도 12). 남서부 지역은 맑고 건조한 기후라는 물리적 특성을 공통으로 지니고 있긴 하지만, 리오그란데 계곡의 광대한 평지, 뉴멕시코주 고원지대, 애리조나주에 극적으로 펼쳐져 있는 메사(mesa)와 뷰트(butte), 그리고 사막, 뉴멕시코주의 생그리더크리스토 산맥 등 다양한 지형을 포함하고 있다.

남서부는 스페인계 미국인, 아메리칸 인디언, 앵글로(히스패닉계를 제외한 백인) 문화가 공존하는 특징을 지니고 있으며 물리적인 환경은 각 문화의 특색을 강조하기 위한 무대인 것처럼 느껴진다. 16세기 말 스페인 사람들이 이 지역에 도착한 이래 250년 동안 인디언과 스페인계 사람들이 공존했으며, 이후 19세기 중반에 앵글로가 이 지역으로 이주하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세 가지 문화가 공존하고 있는 이 국경지대의 주도적인 민족은 스페인계도 인디언도 아니다. 이 지역 주민의 4명 중 1명 정도가 스페인 성을 갖고 있으며 100명 중 1명 정도만이 인디언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머지를 차지하고 있는 앵글로가 소수민족인 스페인계와 인디언들의 문화를 압도할 것으로 예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두 소수민족은 이 지역에 주요한 영향을 지속적으로 미치고 있다. 스페인어로 된 지명은 특히 리오그란데 강과 캘리포니아주 해안 지역에 많이 있다. 인디언말로 된 지명도 중요한데, 특히 애리조나주의 나바호족, 호피족, 파파고족 보호구역에서는 그 중요성이 더하다. 히스패닉계 이웃들은 보통 어도비 벽돌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구별할 수 있는데, 그보다 주택 색깔이나 외부 장식에 밝은 색을 사용한다는 점과 마당에 튼튼한 울타리가 쳐 있다는 점을 통해 더 쉽게 구별해낼 수 있다. 나바호족 보호구역에서는 눈에 띄는 집 모양인 호건(통나무와 진흙으로 만든 집으로, 원형 지붕과 거의 수직에 가까운 측면을 지니고 있다)을 지금도 찾아볼 수 있으며 푸에블로 인디언의 가옥 형태는 뉴멕시코주 건축의 두드러진 특징이다.

애리조나주 북부와 유타주 남부의 협곡지대는 스페인이 멕시코에서 북쪽으로 확장해오지 못하도록 효과적으로 막아주는 장애물 역할을 했다. 스페인 사람들은 리오그란데 강을 거슬러 올라가 로키 산맥으로 영토를 넓혔으나 그 북쪽으로는 정착지를 넓히지 않았다. 텍사스주에서는 리오그란데 강과 누에세스 강을 따라 대부분의 정착지가 집중되어 있다. 스페인 사람들이 텍사스주 남부에 들여온 목축업은 텍사스주 동부에 있는 다습하고 나무가 많은 지형에는 잘 맞지 않았다. 그래서 스페인 사람들은 텍사스주 동부에는 거의 정착하지 않았다. 이 지역을 제외하고 스페인계 미국인들이 이주한 곳은 거의 다 도시 지역이었다.   

애리조나주, 뉴멕시코주, 그리고 유타주와 콜로라도주 사이의 경계 지역은 기후가 매우 건조해서 19세기까지 대규모의 앵글로 농업 인구가 정착하길 꺼리는 바람에 많은 인디언들이 이 지역에 남아 있게 되었다. 리오그란데 계곡 상류에 자리잡고 있는 푸에블로 인디언들은 유럽인들이 미국에 오기 전 기술적으로 가장 발전된 형태의 인디언 문명을 지니고 있었으며 지금도 뉴멕시코에서 중요한 민족 구성원으로 남아 있다. 애리조나주에 주로 살고 있던 나바호족, 호피족, 아파치족도 미국 동부에 살던 인디언들에 비해 유럽인들의 물결을 잘 견디어낸 인디언들이다.  

다양한 민족

미국 남서부의 인디언들은 문화적으로 매우 다양하다. 가장 큰 부족은 콜로라도주, 유타주, 애리조나주, 뉴멕시코주가 만나는 지역인 ‘포 코너스(Four Corners)’에 살고 있는 나바호족, 애리조나주와 뉴멕시코주에 살고 있는 몇몇 아파치 부족들, 뉴멕시코주에 있는 다양한 푸에블로 인디언들, 애리조나 남부에 있는 파파고족, 애리조나 북서부에 있는 호피족, 콜로라도 남서부에 있는 유트족 등이다.  

인디언들은 대부분 주요 보호구역에서 살고 있는데, 인디언 보호구역은 특히 포 코너스와 캘리포니아주에 집중되어 있다. 포 코너스에 있는 나바호족 보호구역은 넓이가 6만 2천 평방킬로미터이며 다른 보호구역에 비해 10배나 많은 인디언들을 수용하고 있다. 애리조나주와 뉴멕시코주에는 총 30만 명 정도의 인디언들이 살고 있다.

16세기 초반에는 오늘날 미국 남서부라고 불리는 지역 전체가 스페인 제국의 땅이었다. 1550년까지 스페인 사람들은 이 지역 대부분을 탐험했다. 그러나 스페인 사람들은 이 지역이 멕시코 내의 핵심 개발지와 멀리 떨어져 있고, 쉽게 추출할 수 있는 자원이 거의 없다는 것을 깨닫고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1700년이 되기 전까지 미국과 멕시코 국경의 북쪽에 있던 유일한 스페인 정착지는 뉴멕시코주의 리오그란데 강 상류 계곡뿐이었다. 샌타페이가 1610년에 설립되었고, 타우스와 앨버커키를 비롯한 다른 마을들이 그 뒤를 이었다.

애리조나주에 대한 스페인의 임시 점령은 1700년에 시작되었다. 아파치 인디언은 이 지역에 있는 스페인 정착지를 계속 공격하면서 지속적으로 위협을 가했다. 텍사스주의 식민지화는 거의 동시에 시작되었으며 상당히 성공적이었다. 내커도처스는 1716년에 설립되었고, 2년 후에는 샌안토니오가 뒤를 이었다. 18세기 중반에 스페인 사람들은 리오그란데 계곡 아래쪽에 정착했다. 19세기 초반에 스페인 당국은 이 지역과 다른 히스패닉 정착지가, 텍사스주를 향해 동쪽에서 이동해오고 있는 상당히 많은 미국인들에 비해 규모가 작고 부적절한 점령지라고 간주했다. 따라서 1820년대와 1830년대 사이에 스페인 당국은 대부분 미국인으로 구성된 이방인들이 그곳에 정착하도록 허락해주었다.  

스페인의 북방 영토 중 가장 북쪽에 있던 캘리포니아주는 최종 정착지였다. 1769년에 선교본부와 프레시디오(군 요새)가 샌디에이고에 설치되었다. 이후 20년 동안 선교본부와 함께 프레시디오와 마을(스페인어로 푸에블로)이 샌프란시스코의 북부 소노마까지 해안을 따라 설치되었다. 이렇게 스페인 사람들이 해안 지역을 따라 띠 모양으로 정착지를 구성한 이유 중 하나는 미국 서해안에 대한 영국과 러시아의 관심이 더욱 커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1845년 미국이 텍사스주를 차지하고 1848년 멕시코-미국 전쟁이 막을 내린 후 미국 남서부에 있는 멕시코인들의 수는 8만 2,500명으로 집계되었다. 이들 중에 6만 명은 뉴멕시코에, 1만 4천 명은 텍사스주에, 7,500명은 캘리포니아주에, 1천 명은 애리조나주에 거주하고 있었다.

1850년에는 텍사스주와 캘리포니아주에 거주하는 멕시코인의 수가 두 주 전체 인구의 10퍼센트에도 미치지 못하게 되었다. 비非스페인계 인구가 빠른 속도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텍사스 동부는 미국 남부에 있는 새로운 서부 개척 중심지가 되었으며, 1848년 캘리포니아주에서 금이 발견되면서 캘리포니아주 중부와 북부에 비스페인계 인구가 유입되었다. 히스패닉계 인구가 지배적인 지역은 뉴멕시코주, 캘리포니아주 남부, 텍사스주 샌안토니오 남부뿐이다. 

20세기에 미국 남서부의 히스패닉계 인구는 이주를 통해 크게 증가했다. 1990년에 스페인 성을 가진 인구는 애리조나주 전체 인구의 18.8퍼센트를 차지하고 있었으며 캘리포니아에서는 26퍼센트, 콜로라도주에서는 13퍼센트, 뉴멕시코주에서는 38퍼센트, 텍사스주에서는 26퍼센트를 각각 차지하고 있었다. 1990년의 인구조사에 따르면 미국 내 히스패닉계 인구는 총 2,080만 명으로 집계됐으며 이는 1980년에 비해 34퍼센트가 증가한 수치이다. 히스패닉계 인구 중 60퍼센트 이상이 멕시코계 미국인이다.

앵글로와 히스패닉계, 인디언 사이의 경제적 차이는 상당히 크다. 도시화의 차이가 경제적인 차이를 설명해주고 있다. 미국 남서부에서 앵글로는 가장 도시화되어 있으며 인디언들은 도시화가 가장 덜 되어 있다. 도시에 사는 미국인들은 그 외의 지역에 사는 사람들에 비해 수입이 더 많고 교육도 더 많이 받고 있으며 자녀도 더 적게 둔다. 

한편 나바호 보호구역 개발은 전형적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인디언 보호구역 상황이 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비록 최종 권한은 미국 정부의 인디언사무국에 있지만, 자체 선출된 부족위원회가 나바호 보호구역에 대한 경제적 사안을 결정하고 있다. 1950년 이후 나바호 보호구역에 대한 정부 지출이 크게 늘어났다. 이제 전천후 도로가 보호구역을 가로지르고 있어 고립 상태를 크게 해소했으며 의료 및 교육시설도 개선되었다. 보유량이 많은 화석연료, 특히 석탄이 나바호 지역에서 발견되었으며, 보호구역에 몇 개의 큰 발전소가 세워져 캘리포니아주 남부에 전력을 공급하고 있다. 전력회사들은 매년 수백만 달러를 인디언 보호구역 경제에 기부하고 있다. 또한 보호구역은 관광산업을 크게 성장시켰으며 수적으로 많고 교육을 잘 받은 인디언 노동력을 이용해 새로운 산업을 유치하고 있다.

제1차 세계대전과 1920년대 경제호황기 동안 수많은 멕시코인들이 국경을 넘어 미국으로 건너와 필요한 노동력을 충당해주었다. 또 한차례의 세계대전이 발발한 1940년대와 그 이후 20년 동안 멕시코 노동자들은 미국으로 들어와 농업 부문에서 계절노동자로 일했다.

1965년에 멕시코는 국경지대 공업화 프로그램을 시행했다. 이 계획의 목적은 미국의 노동집중 제조업을 멕시코 북부 국경지대로 끌어들이기 위한 것이었다. 마킬라도라(maquiladora)라고 불리는 멕시코 내 외국 업체들은 멕시코 외부로 완제품을 수출한다는 조건으로 면세 장비와 원료를 멕시코로 수입할 수 있었다. 1989년에 규정이 완화되어, 현재 마킬라도라는 생산품 전체의 50퍼센트를 멕시코에서 판매할 수 있게 되었다.

멕시코 정부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국민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었다. 미국 업체들에겐 미국 시장과 가까운 지점에서 저비용 노동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과 운송비용이 적게 드는 공급원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으로 작용했다. 이에 따라 비용절감 기회를 잡기 위해 많은 업체들이 뛰어들었으며 1990년 후반에는 1,800개 가량의 마킬라도라가 멕시코 노동자 50만 명 이상을 고용하고 있었다.  

최근의 인구 성장

미국 남서부는 미국 전체에서 일조량이 가장 많고 가장 건조한 지역이다. 미국 남서부에서 볼 수 있는 특징적인 식물은 무더기로 자라는 풀들, 콩과에 속하는 메스키트, 선인장 등이다. 미국 남서부의 기온은 매우 다양하다. 남캘리포니아주, 애리조나주, 텍사스주 남부의 여름은 보통 덥고 겨울은 짧고 온화하며, 뉴멕시코주 리오그란데 계곡 상류는 여름에는 덥고 겨울엔 영하로 떨어지기도 한다.

이렇게 날씨가 종잡을 수 없는데도 불구하고 미국 남서부는 미국인들에게 강렬한 매력을 지닌 곳이다. 애리조나주는 1980년대에 네바다주와 알래스카주에 이어, 미국에서 세번째로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사실 미국 남서부에 있는 주 모두 미국 전체 평균보다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애리조나주 피닉스는 1950년 이후 규모가 몇 배나 커졌으며, 이제는 호황을 누리는 도시 지역으로 자리를 잡고 미국 내에서 20번째로 큰 도시가 되었다. 애리조나주의 투손은 광역도시의 인구 기준으로 1960년 26만 6천 명에서 1990년 66만 7천 명으로 성장했다. 이렇게 인구밀도가 적은 도시 지역은 과거에 사막이었던 지역까지 넓게 뻗어 있다.

미국 남서부가 초반에 사람들을 끌었던 이유 중 하나는 호흡질환이 있는 사람들에게 건조한 기후가 도움이 되었기 때문이다. 오늘날엔 많은 노후생활자들이 이 지역의 따뜻한 곳으로 몰려들고 있다.

또한 애리조나주는 산업체들과 회사 사무실을 많이 끌어들였다. 항공산업이 제2차 세계대전 동안 피닉스에서 발전했는데, 남캘리포니아주에 있는 거대한 항공단지 가까이에 있다. 왜냐하면 날씨가 좋아서 비행하기 쉽다는 이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었다. 애리조나주 남부는 근무환경이 좋기 때문에 많은 업체들이 자리잡고 있다. 미국의 대다수 주요 시장과 동떨어져 있다는 점은 애리조나주의 성장을 상당히 저해할 수도 있었지만, 전자제품 등 고가의 저용량 제품 생산으로 인해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텍사스주의 엘패소와 뉴멕시코주의 앨버커키는 1950년과 1970년 사이에 크기가 거의 두 배로 증가했으며 이후에도 계속 빠르게 성장해나갔다. 두 도시와 함께 샌안토니오는 대규모 군사기지가 들어서면서 큰 혜택을 보았다. 세 도시의 다양한 경공업 또한 크게 성장했다.

뉴멕시코의 다른 곳과 미국 남서부에 속하는 텍사스주 남부의 인구 증가는 훨씬 더 불규칙하게 이루어졌다. 한편 리오그란데 계곡 하류에 있는 작은 농촌 카운티들과 콜로라도주 남부 및 뉴멕시코주 동부 대부분은 지난 몇십 년 동안 인구가 줄어들어 미국의 다른 농촌 지역과 같은 운명을 지니게 되었다. 

다문화 사회의 지속

미국 내 스페인계 중심 지역인 뉴멕시코주 중부와 북부의 농촌 고산지대는 앵글로 문화에 점령당한 앨버커키나 애리조나 남부와는 달리 앵글로 문화에 영향을 받지 않은 문화를 지니고 있다. 뉴멕시코주 북부 고산지대 인구의 70퍼센트 정도는 히스패닉계가 차지하고 있으며, 주민 전체가 히스패닉계인 작은 마을들도 상당히 많다. 대부분이 푸에블로 인디언인 아메리칸 인디언은 히스패닉계보다는 적지만, 그래도 이 지역의 농촌문화를 구성하고 있는 매우 두드러진 요소이다.  

샌타페이 북쪽에 있는 길에는 어도비 벽돌로 만든 오래된 마을과 스페인어로 된 푯말이 풍경을 주도하고 있다. 앨버커키 인근에 있는 고속도로와 뉴멕시코주 중북부에는 푸에블로라고 불리는 몇백 년 전의 인디언 마을이 있다. 이 오래된 마을 풍경은 저지대에 넓게 펼쳐져 있는 도시 풍경과 대조를 이룬다. 이러한 마을은 앵글로 사회와 분리되어 주변 지역의 풍경을 형성하고 있다. 푸에블로 인디언 사회와 전통은 생동감이 있으며 계속 번성하고 있다.  뉴멕시코주의 주도인 샌타페이는 어도비 벽돌로 만든 건축물, 넓은 중앙광장, 멕시코 북부의 음식과 상품을 제공하는 식당과 가게 등으로 스페인 정취를 느끼게 한다.

또다른 히스패닉계 지역인 텍사스주 리오그란데 계곡 하류에 있는 윈터가든 지방은 관개용수를 이용한 농업 지역이다. 이 지방의 평균 식물생장기는 280일 이상이며 오렌지, 그레이프프루츠, 겨울양상추, 토마토 등이 주로 재배되고 있다. 이 지방의 주요 농업노동력은 히스패닉계이다. 

로스앤젤레스에서는 히스패닉계 거주자들이 수십만 명에 이르고 있다. 비록 리오그란데 계곡 상류와 하류에 비해 이곳의 히스패닉계 전통문화는 앵글로 문화에 훨씬 더 동화되어 있지만 여전히 중요한 문화를 구성하고 있다. 스페인어 라디오 방송국과 신문사들이 많이 있으며, 멕시코계 미국인 축제는 많은 인파를 끌어모으고 있다.

미국 남서부 국경 지역에서 히스패닉계와 아메리칸 인디언의 문화는 여전히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CHAPTER _ 14  캘리포니아

캘리포니아주는 전체 미국인 중 10퍼센트 이상이 살고 있으며 미국의 문화적 풍경의 중심지이다. 미국인 가운데 2/3 이상이 자신이 태어난 주에 살고 있지만, 캘리포니아주에 사는 사람들 중 캘리포니아주에서 태어난 사람은 절반에 못 미친다. 오히려 캘리포니아주는 1850년 이래 미국 내의 중요한 이주 목적지였다.

지역을 구분하는 데 사용된 항목들을 살펴보면 캘리포니아주(지도 13)는 하나의 지역이라고 할 수 없다. 캘리포니아주 남동부 임페리얼 계곡의 농촌 사람들은 샌프란시스코의 도시 사람들과는 매우 다르다.

놀라울 정도로 평평한 샌와킨 계곡은 울퉁불퉁한 시에라네바다 산맥과 날카로운 대조를 이룬다. 남부 내륙에는 넓은 사막이 있으며 북쪽 해안에는 나무들이 빽빽이 들어찬 경사지가 있다. 미국 본토에서 가장 높은 휘트니 산과 고도가 가장 낮은 데스밸리는 모두 캘리포니아주에 있으며, 서로 바라볼 수 있는 지역에 위치해 있다.

캘리포니아주의 극적이고 다양한 물리적 환경은 정착 유형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울퉁불퉁한 지형이 많고 물이 부족한 곳도 많기 때문에 오늘날 캘리포니아주 사람들은 대개 일부분 지역에 밀집되어 있다.

사실 야외 활동의 메카인 캘리포니아는 도시화 수준에서 다른 주보다 앞서고 있다. 여기에는 몇 가지 요인이 있지만, 확장을 제한하는 자연환경이 확실히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자연환경

캘리포니아주 해안 지역에는 대체로 북서쪽으로 뻗어 있는 긴 산맥들이 줄지어 서 있다. 이 산맥들을 모두 합해 코스트 산맥이라 부른다. 코스트 산맥은 최정상이 1,000~1,600미터 정도로 대부분 그다지 높지 않다. 서쪽으로는 암판이 서로 부딪치는 바람에 굴곡이 매우 심하고 단층이 많은 지형이 형성되어 있다. 캘리포니아 지진 단층대는 코스트 산맥처럼 북서쪽으로 이어져 있다.

지역 대부분에 걸쳐 규모가 작은 지진들이 흔히 발생하는데, 특히 샌프란시스코 만 지역에서부터 남쪽으로는 베이커즈필드 인근까지, 그리고 로스앤젤레스 지역에서 남동쪽으로 임페리얼 계곡까지 지진대가 형성되어 있다. 

코스트 산맥 동쪽으로는 센트럴밸리가 있다. 이곳은 매우 평평하며 북쪽에서 남쪽으로 650킬로미터 뻗어 있고 몇 군데는 폭이 150킬로미터 가까이 된다. 센트럴밸리는 원래 태평양이 거대하게 뻗어 있었던 곳이지만 이제는 샌프란시스코 만까지만 바다와 통한다. 시에라네바다 산맥의 서쪽 경사면에서 밀려온 침식물이 모여드는 센트럴밸리는 퇴적물로 채워져 있다. 그 결과 기복이 완만한 지형이 생겨서 대규모 농업을 하기에 좋은 조건을 갖추게 되었다.

센트럴밸리 동쪽으로는 심하게 침식된 시에라네바다 산맥이 조금씩 상승하고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시에라네바다 산맥의 동쪽 면은 고도 변화가 극적일 정도로 심하다. 이 산맥은 단층 지괴 산악 지역으로 거대한 암석들이 하나의 덩어리로 솟아오른 것이며 동쪽 면은 서쪽 면에 비해 날카롭게 솟아 있다. 시에라네바다 산맥은 고도가 높고 통과할 수 있는 길이 거의 없어 캘리포니아주 중북부와 동부 사이를 오가는 데 주요 장벽이 되어왔다.

캘리포니아주의 지형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캘리포니아주의 일반적인 특징과는 사뭇 다른 풍경을 지닌 두 지역을 추가해야 한다. 캘리포니아 북부가 첫번째 지역으로 산-계곡-산으로 이어지는 패턴이 사라지고 대부분 산악지대로 이어진다. 센트럴밸리에서 바로 북쪽에 있는 중앙고원지대에는 캘리포니아주의 주요 화산 봉우리가 있는 래슨 산과 섀스타 산이 위치하고 있다. 두번째 지역은 센트럴밸리 남동쪽에 있는 내륙 분지 그레이트베이슨인데, 이곳은 낮은 산들과 아주 평평하고 넓은 대지들로 이루어져 있다.

캘리포니아주의 기후와 식물 분포도 지형만큼이나 매우 다양하다. 강우량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태평양 북동부에서 습기 찬 공기가 남동쪽으로 자주 이동한다는 점이다. 이 기단에서 발생한 폭풍이 남쪽으로 얼마나 가느냐는 멕시코 서해안 지역에 주로 형성되는 안정적인 고기압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이 정지되어 있는 고기압은 해양성 기단에서 나온 폭풍이 남쪽으로 이동하는 것을 막고 이 폭풍을 동쪽 해변으로 움직이게 한다. 이 고기압은 여름에는 북쪽으로 이동하고 겨울에는 남쪽으로 이동하는 경향이 있다.

캘리포니아주에서 연평균 강수량이 북쪽에서 남쪽으로 갈수록 줄어드는 현상은 이런 기단의 영향 때문이다. 북부는 남쪽보다 평균적으로 훨씬 더 다습하다. 여름은 겨울에 비해 전체적으로 건조하지만 남부는 더욱 건조하다. 여름이 되면 캘리포니아주 남부는 오랫동안 비가 내리지 않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나무가 자라는 산 경사지는 심하게 건조해진다. 이 지역에서 계속 발생하는 환경 문제 중 하나인 산불은 긴 건조기가 끝나가는 늦여름과 가을에 가장 빈번하게 발생한다.

샌프란시스코 북쪽 해안의 기온은 비교적 계절적인 차이가 적고, 일 년 내내 강수량이 충분하며 구름이 하늘을 덮고 있는 날이 많다.

센트럴밸리는 캘리포니아주의 해안 지역에 비해 훨씬 더 건조하다. 샌트럴밸리의 연간 강수량은 비슷한 위도에 있는 코스트 산맥 서쪽 경사면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친다. 예를 들어 샌프란시스코 북부 해안에 있는 멘도시노의 연평균 강수량은 92센티미터인 데 반해 멘도시노의 바로 동쪽에 있으며 새크라멘토 계곡의 심장부에 있는 유바시티의 강수량은 52센티미터에 불과하다. 남쪽에 있는 해변 도시인 샌루이스 어비스포의 평균 강수량은 52센티미터이며 내륙에 있는 베이커즈필드의 강수량은 연간 15센티미터밖에 되지 않는다.

위도가 비슷한 해안 지역과 내륙 지역의 여름 기온 차이는 강수량만큼 상당하다. 샌루이스 어비스포의 7월 평균 기온은 섭씨 18도지만 베이커즈필드의 7월 평균 기온은 이보다 12도 가까이 더 높다. 늦여름 샌프란시스코의 낮 최고 기온은 보통 섭씨 27도 이하지만 100킬로미터 동쪽에 있는 스톡턴은 섭씨 38도 이상으로 매우 덥다. 이렇게 차이가 나는 것은 연안에 있는 차가운 해류의 영향으로 여름 오후나 저녁에 안개가 자주 끼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 남동부의 코스트 산맥과 시에라네바다 산맥 안쪽으로는 건조한 초원 혹은 사막 지역이 넓게 펼쳐져 있다. 늦여름에는 때때로 건조한 바람이 서쪽 해안 지역으로 불어와서 습도가 아주 낮고, 기온이 섭씨 40도 이상까지 올라가기도 한다. 캘리포니아주의 남동부 내륙 지역은 평균적으로 매년 20센티미터 이하의 적은 강수량을 기록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의 식물 분포 역시 기후 분포처럼 다양하다. 캘리포니아주 남부 저지대의 거의 모든 지역과 시에라네바다-캐스케이드 산맥 서쪽에 있는 지역은 세이지, 크레오소토 잡목, 차파랄, 기타 사막과 반半사막 식물들로 덮여 있다. 센트럴밸리와 코스트 산맥 남쪽에 있는 계곡들은 더 남쪽에 있는 지역보다 수분이 많은 초원 지역이다. 센트럴밸리 주변 지역과 샌타바버라부터 몬트레이 만에 이르는 해안에는 라이브오크 나무와 소나무 숲이 펼쳐져 있다. 몬트레이 만의 북쪽에 있는 해안 지역은 세계에서 가장 큰 나무인 아메리카삼나무(레드우드)의 본고장이다. 코스트 산맥과 시에라네바다 산맥에서 고도가 높은 지역에는 소나무와 전나무가 섞여 있는 숲이 있으며, 시에라네바다의 아주 높은 곳에는 아고산대 북아메리카 솔송나무 숲과 삼나무과에 속하는 세쿼이어 숲이 펼쳐져 있다.

캘리포니아주의 성장

적어도 최근까지 캘리포니아주의 최고 단점은 미국에서 경제적인 수요와 공급이 이루어지는 가장 중요한 지역으로부터 3,500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서부 변두리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이렇게 상대적으로 고립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현지 화물운송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 거대한 시에라네바다 산맥과 미국 남부, 중서부 사이에 놓여 있다는 것도 단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위치적 단점을 보완해준 중요한 열쇠는 무엇보다 기후였다. 날씨는 캘리포니아주의 정착 역사뿐만 아니라 농업 개발에도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유럽인들이 들어오기 전 아메리칸 인디언은 사냥꾼과 채집자들이었다. 그들은 가루로 빻을 수 있는 해산물과 곡물, 나무열매 등을 야생에서 채집하여 먹거리로 삼았다. 규모가 큰 부족도 거의 없었다. 대개 10~20가구 정도가 모여 살았다. 유럽인들이 미국 대륙에 처음 도착했을 당시, 인디언들 10명 중 1명은 지금의 캘리포니아 지역에 살고 있었을 것이다.

스페인 탐험가들은 1,500년대 중반에 캘리포니아 변방을 스치고 지나가면서 이곳이 북미의 스페인 통치 지역이라고 주장했지만 이후 2세기 동안 그들은 이 지역을 거의 무시하다시피 했다. 18세기 후반 들어 영국과 러시아가 북미 서부에서 세력을 확장하려고 하자, 스페인 선교사들은 샌디에이고에서 샌프란시스코 인근의 소노마까지 선교본부를 세웠다. 이 선교 정착지는 프레시디오(군 요새)와 푸에블로(마을)가 세워지면서 함께 만들어졌다. 이후 몇십 년 동안 스페인과 멕시코 정부는 이주자들에게 란초(거주지)를 나눠주었다. 그러나 이 지역은 여전히 변방에 있었으며 마을은 작고 취약했다. 동물 가죽과 동물 기름이 란초에서 생산되는 가장 중요한 수출품이었다.

미국이 1846년 캘리포니아를 점유한 후 1848년 시에라네바다 산맥의 중앙 구릉지대에서 금이 발견되었는데, 이를 계기로 처음으로 대규모 변화가 일어났다. 1년 사이에 4만 명이 해상으로 샌프란시스코 항구를 지나 이 금광지대로 몰려들었다. 아마도 더 많은 사람들이 육로를 통해 이곳에 왔을 것이다. 1850년에 캘리포니아는 주가 되었다. 광적인 골드러시(gold rush) 시대는 몇 년 동안밖에 지속되지 못했지만 다른 지역으로부터 캘리포니아주가 고립되어 있는 상태를 끊어버릴 수 있게 해주었다.

캘리포니아주에서 스페인 점령지의 중심에 있는 캘리포니아 남부는 나머지 다른 지역과 달리 초기에는 인구가 늘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서쪽으로 가는 철도가 1880년대에 완성되면서 조용한 이 지역에 갑자기 사람들이 북적대기 시작했다. 철도관계자들은 철도 관련 시설에 대한 수요를 창출하기 위해 정착자들에게 널리 광고를 했으며 새로 도착한 사람들이 직장과 주택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철도 임금도 낮추었다. 1881년부터 1887년까지 캘리포니아주 남부에 붐이 일어나면서 로스앤젤레스의 인구는 1만 명에서 7만 명으로 증가했다.

이 시기와 이후 몇 년 동안 네이블 오렌지, 레몬, 발렌시아 오렌지, 아보카도, 대추야자를 비롯해 수많은 작물들이 캘리포니아주 남부에 새로 들어왔다. 이들 과일은 미국 동부 시장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것이었으며, 동시에 미국에서 캘리포니아주 남부만이 이 과일들을 대량 공급할 수 있었다. 농업은 20세기 초반까지 캘리포니아주 남부 경제의 뼈대로 남아 있었다.

오늘날의 농업

미국에서 가장 도시화된 주라고 할 수 있는 캘리포니아주는 전체 농장 수입 면에서 보면 가장 농업적인 주라고 할 수도 있다. 1988년에는 캘리포니아주에서 팔린 농업생산품의 시장 가치가 166억 달러에 이르렀다. 다수의 특수작물로 대표되는 캘리포니아주 농업은 사실 다양한 기후 지역을 갖고 있고 인구가 많아 시장수요가 크기 때문에 광범위한 지역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대다수의 특수작물은 기후나 토양 변화에 매우 민감하다. 코스트 산맥의 태평양 쪽 계곡들은 안개가 많이 끼고 기온이 아주 온화하다. 아티초크, 양상추, 브로콜리, 방울다다기 양배추 등의 채소는 이런 기후에서 잘 자란다. 사람들이 종종 미국 최고의 와인을 생산한다고 느끼는 와인용 포도는 샌프란시스코 주변에 있는 코스트 산맥 계곡처럼 온화하고 일조량이 많은 기후를 필요로 한다. 여름 기온이 훨씬 높은 샌와킨 계곡과 캘리포니아주 남부의 포도는 식용 포도, 건포도, 그리고 품질이 그리 뛰어나지 않은 와인용으로 쓰인다. 미국의 종자용 꽃은 대부분 샌타바버라 서쪽에 있는 롬폭 계곡에서 재배되고 있다. 네이블 오렌지와 레몬은 로스앤젤레스 분지 주변의 해안 지역과 내륙 지역에서 거의 대부분 재배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의 특수작물들은 이 주의 농부들이 멀리 있는 동부 시장에 어떻게 파고들어 성공하게 되었는지를 설명해준다. 이런 작물들은 미국의 일부 지역에서만 재배될 수 있으며 식물생장기가 길어야 한다. 따라서 다른 지역과 경쟁할 필요가 없다. 캘리포니아주의 남부, 특히 임페리얼 계곡은 경쟁상대가 거의 없으며 판매가격이 가장 비싸지는 한겨울에도 채소를 재배할 수가 있다.

캘리포니아주는 농산품을 많이 생산하지만 각 지역은 한두 개의 작물만 집중해서 재배하는 경향이 있으며 캘리포니아주의 특수작물 중 일부는 몇 명 안 되는 농부들에 의해 재배되고 있다. 샌와킨 계곡의 일부 토지소유자들은 수천 헥타르에 이르는 방대한 경작지를 보유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는 농업용수가 많이 필요한 지역이다. 목화, 사탕무, 채소, 벼, 과일, 꽃, 견과 등은 거의 모두 관개시설이 갖춰져 있는 농장에서 재배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의 관개농지는 350만 헥타르로 다른 주에 비해 더 넓으며 캘리포니아주의 농부들은 미국에서 사용되는 관개용수 중 1/4 이상을 사용하고 있다. 평균적으로 보면 캘리포니아주의 관개농지는 매년 1미터 정도의 ‘인공적인’ 물을 공급받고 있다.

어떤 작물을 선택해서 재배할 것인가는 토양과 배수, 지형, 식물생장기뿐만 아니라 물을 얼마나 쓸 수 있느냐에 의해서도 결정된다. 즉, 물을 끌어들일 수 있느냐 없느냐의 여부가 아주 결정적으로 작용하는 때가 많다. 샌와킨 계곡을 가로로 절단해보면 시에라네바다 산맥의 구릉지대에는 가축들이 방목되고 있으며 평평한 지역에는 건지농법(dry farming)을 통한 곡물이 재배되고 있지만, 그 바로 아래쪽은 물을 끌어들이기엔 너무 높은 곳에 있다. 배수가 잘 되는 계곡 바닥 근처의 땅에는 과일나무와 덩굴채소가 관개를 통해 재배되고 있으며 평평한 계곡 바닥에는 목화와 채소 등 관개농지 작물들이 자라고 있다.

캘리포니아주의 강수량 중에 70퍼센트 정도가 북부의 산과 계곡, 그리고 시에라네바다 산맥에서 내린다. 그런데 이곳에는 농장이나 도시가 거의 없는 반면, 관개용수의 80퍼센트는 건조한 남부에서 쓰이고 있다. 캘리포니아주의 주요 농장 지역 가운데 연평균 강수량이 50센티미터 이상인 지역은 샌프란시스코 북부와 해안에 있는 일부 계곡들뿐이다.

물을 주로 사용하는 곳은 농장이지만 캘리포니아주에서 수자원개발을 시작한 것은 도시에서였다. 20세기 초에 로스앤젤레스는 현지 지하수만으로는 필요한 양을 수급할 수 없을 정도로 커져서 도시 북쪽으로 300킬로미터 정도 떨어져 있으면서 시에라네바다 산맥 동부에 있는 오언스밸리에서 물을 충당해야 했다. 1913년에는 로스앤젤레스 수로를 통해 오언스밸리의 물이 로스앤젤레스로 옮겨질 수 있었다. 이 수로는 지금도 로스앤젤레스에서 필요로 하는 물의 절반을 공급하고 있다. 1928년에 로스앤젤레스와 다른 캘리포니아주 남부 도시 열 곳은 충분한 물 공급을 위해 대도시수자원지구(metropolitan Water District)를 구성했다. 오늘날 대도시수자원지구는 6개 카운티, 130개 도시, 캘리포니아주 주민의 절반에게 물을 공급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의 물 관련 역사에서 가장 독특한 에피소드는 1905년 임페리얼 계곡에서 만들어졌다. 1901년에 사기업들이 콜로라도 강에서 임페리얼 계곡으로 물을 옮기기 위해 운하를 개통했으며, 그 결과 농지가 급격하게 늘어났다. 그리고 1905년 2월에 콜로라도 강이 범람하면서 강물이 운하에서 흘러나와 농업용으로 파놓은 용수로로 흘러들어갔다. 1906년 가을에 콜로라도 강과 운하를 원래 모습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이 이루어지기 전에, 임페리얼 계곡의 1,100평방킬로미터는 이미 홍수로 넓어진 염분 호수인 솔턴 호로 채워져 있었다. 솔턴 호는 아직도 있으며 임페리얼 계곡의 관개농장에서 배수된 물로 유지되고 있다.

1940년대에 미국 연방 국토개발국이 센트럴밸리의 관개용수량을 늘리기 위해 센트럴밸리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오늘날의 델타-멘도타 운하로, 새크라멘토 강에서 빼낸 물은 남쪽으로 샌와킨 계곡의 서쪽 면을 지나 멘도타로 가서 그곳에서 샌와킨 강과 합류한다. 따라서 샌와킨 강의 강물 대부분은 캘리포니아의 최고 농업 지역인 센트럴밸리 남부에서 관개용수로 이용되었다.

캘리포니아의 도시 생활

캘리포니아주의 농업이 국가적으로 중요하긴 하지만, 사람들은 오히려 도시에 더 많이 살고 있다. 그리고 도시 인구는 아직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의 인구 대부분은 두 개의 주요한 도시 지역, 즉 로스앤젤레스와 샌프란시스코를 중심으로 살고 있다.

1880년 토지 붐이 일어났을 때 로스앤젤레스 분지와 캘리포니아주 남부 해안에 많은 도시들이 건설되었다. 인구가 늘어나자 이들 도시를 공간적으로 분리시키고 있던 농촌 지역으로도 도시가 확장되었다.

샌타바버라에서 샌디에이고까지 300킬로미터나 되는 해안선은 하나의 긴 거대도시권(메갈로폴리스)을 형성하고 있으며, 이곳에는 1,500만 명의 캘리포니아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다. 거대도시권은 기본적으로 20세기에 만들어진 것이다. 따라서 19세기와 20세기 초반에 건설된 미국 동부도시적인 요소들은 현재 로스앤젤레스에는 남아 있지 않다. 동부도시적인 요소들에는 계단으로 오르내려야 하는 4?층짜리 아파트 건물, 같은 높이의 창고들이 있다.

캘리포니아 남부의 대도시 로스앤젤레스에서 가장 크게 자극을 주었던 것은 가족용 자동차였다. 로스앤젤레스의 중앙부 절반 정도는 도로나 주차장으로 되어 있는데 이 공간을 온통 자동차들이 차지하였다. 도시 지역에는 고속도로 시스템이 밀집되어 있어 대도시 지역 대부분을 꽤 빠른 속도로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로스앤젤레스 지역은 다른 어느 곳보다 1인당 자동차 수가 많으며 대중교통 체계는 기본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

그리고 로스앤젤레스는 중심 지역이 없는 도시이다. 전통적으로 하나의 중앙 비즈니스 지역이 도시 활동의 중심지 역할을 하는데 로스앤젤레스에는 이런 곳이 존재하지 않는다. 사실 로스앤젤레스는 여러 도시로 구성되어 있고, 이 도시들은 규모가 점점 커지면서 함께 성장하였다. 이들 중 14개 도시는 현재 인구가 10만 명 이상이다. 주도적인 중심 비즈니스 구역이 없는 이유 중 하나는 각 사회의 중심부가 독립적으로 따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로스앤젤레스 지역에 자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압도적으로 중요하지는 않다. 물론 농업뿐만 아니라 석유생산이 이 지역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의 주요 유전 중 3군데가 캘리포니아주 남부에 위치하고 있다. 근해 석유개발은 1965년에 시작되었다. 석유제품, 특히 가솔린의 수요가 높기 때문에 캘리포니아 남부에서 생산되는 석유는 모두 현지에서 소비되고 있다.

캘리포니아 남부에는 세계적인 영화산업의 중심지인 할리우드가  있다. 영화 제작이 시작된 초기에는 야외 세팅이나 자연광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하늘이 맑고 날씨가 온화한 이곳은 수많은 영화에 등장하게 되었다. 로스앤젤레스는 여전히 미국의 영화와 TV 중심지 가운데 하나이지만, 오늘날 영화산업은 대도시 전체 노동자의 2퍼센트 이하를 고용하면서 지역 경제에 그다지 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지역의 기후와 다양한 풍경, 특히 해안 지역의 풍경 때문에 남부 캘리포니아는 일찍부터 미국의 실외 레크리에이션 중심지로 떠올랐다. 오늘날 이 지역은 자연적인 이점과 함께 미국에서 가장 크고 발달된 레크리에이션 시설을 갖추고 있다. 훌륭한 동물원이 있는 샌디에이고의 발보아 공원, 너츠 베리 팜, 마린랜드 등은 주요 관광명소이다. 디즈니랜드는 미국의 명물이 되어 수많은 관광객들을 끌어들이는 주요 관광지가 되었다.

또한 캘리포니아주 남부는 미국으로 들어오는 라틴아메리카와 아시아계 이민자들의 주요 목적지이기도 하다. 로스앤젤레스 학교에 있는 학생 4명 중 1명은 영어보다는 전세계 104개 언어 중 하나를 더 잘한다.

최근의 이민자들은 소수민족들이 같이 사는 지역에 거주하곤 한다. 오랫동안 로스앤젤레스에서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리틀 도쿄는 오늘날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샌가브리엘 계곡의 몬트레이파크는 거주자 중 50퍼센트가 아시아인으로 미국 본토에서 아시아인이 가장 많이 살고 있는 도시이다. 각 민족의 거주 구역을 중심으로 다양한 민족 식당들이 도시를 수놓고 있다.

그렇지만 1,500만 인구에게 자원을 지원하는 데 이같은 특징들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석탄이나 철광석 등의 자원은 실제로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샌디에이고에는 좋은 항구가 있지만 인공적으로 만든 로스앤젤레스의 항구는 그저 평범한 수준이다.

하지만 캘리포니아주 남부는 다른 지역들에 비해 정부가 더 많이 예산을 쓰고 있기 때문에 훨씬 많은 혜택을 누려왔다. 캘리포니아주는 미국 국방부 지출의 20퍼센트 정도를 받고 있으며 이들 중 절반 가까이는 NASA(미국항공우주국)에 쓰이고 있다. 샌디에이고는 미국 해군의 서해안 기지이며, 해군은 샌디에이고에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주었다. 샌디에이고는 200만 명의 인구를 지닌 도시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제조업 일자리가 상대적으로 적다. 이 점이 샌디에이고를 미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만들고 있다고 샌디에이고 사람들은 주장한다. 반면에 가치가 높고 기술력이 중요한 전자산업이 미국 남부 경제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는 뉴욕 대도시 지역보다 소매 판매량이 많으며, 제조된 상품의 가격도 높다. 10년 전에 로스앤젤레스는 샌프란시스코를 이기고 미국 서해안의 금융 중심지가 되었으며 미국 내에서 뉴욕 다음으로 은행 예금액이 많다. 로스앤젤레스와 롱비치의 두 항구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주요 화물선 중심지를 형성하고 있는데, 이들의 수출입 해양 화물선의 달러 가치는 뉴욕과 뉴저지의 항구를 앞서고 있다.

남부의 신생 경쟁 지역과 비교해서, 샌프란시스코 사람들은 자신들의 도시를 오랜 역사의 코스모폴리탄(cosmopolitan) 도시로 규정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는 스페인과 멕시코가 지배하고 있던 캘리포니아 북부 중심지였다. 이 도시는 또한 캘리포니아 골드러시의 중심지 역할을 했다. 1850년에는 태평양 연안에서 가장 큰 도시가 되어 1920년까지 그 자리를 유지했다. 도시 규모가 크고 훌륭한 항구를 지닌 샌프란시스코는 1869년 첫번째 대륙횡단 철도가 완성되면서 미국 서부의 성장 중심지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태평양 국가들과의 상업 교류를 위한 주요 위치를 점하게 되었다. 이 도시에 아시아인, 특히 중국인들이 대거 이주했으며 다른 외국인들도 다수 들어왔다. 이 때문에 샌프란시스코는 코스모폴리탄적인 민족 구성을 이루고 있으며, 이는 지금까지도 이 도시의 특징으로 남아 있다.

샌프란시스코의 초기 역사에서 낭만적인 성향은 샌프란시스코를 미국에서 인기 있는 도시로 만든 수많은 요인 중 하나이다. 샌프란시스코의 지형은 훌륭한 도시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만과 태평양이 눈에 들어오는 가파른 경사지, 캘리포니아주 남부의 무더운 여름과 대비되는 온화한 기후 등이 바로 그것이다.

현재 샌프란시스코에는 샌프란시스코 만 지역의 전체 인구인 540만 명 가운데 1/8 이하가 거주하고 있다. 도시 지역이 넓어지면서 작은 반도에 위치하고 있는 샌프란시스코는 사실상 주민을 잃고 있다.

오늘날 샌프란시스코 만 지역은 몇 개의 구역으로 나뉘어 있는데, 구역 나름대로 특징을 지니고 있다. 이스트베이는 가장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는 지역으로, 대학생들도 많고 중산층이 거주하는 넓은 지역도 있으며 샌프란시스코 만의 항구와 중공업시설도 있다. 새너제이-사우스베이 구역은 중상류층 거주지로, 새로 지은 주택들과 잘 꾸며진 정원 그리고 샌프란시스코 만의 주요 쇼핑센터가 있다. 새너제이 북쪽에는 실리콘밸리가 있는데, 실리콘밸리라는 이름은 컴퓨터 부품 생산과 관련된 화학렝活?연구를 중점으로 하는 업체들이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붙은 것이다. 샌프란시스코 금문교(골든게이트브리지) 북쪽에 있는 도시들은 규모가 작고, 제조업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으며, 농지와 도시용 택지 사이의 마찰이 때때로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다. 여기서는 농촌에 거주하고 싶어하는 부유한 도시인들을 발견할 수 있다. 샌프란시스코 도시 자체는 언덕진 지형에 어울리지 않는 격자무늬 거리 패턴, 다닥다닥 붙어 있는 19세기 후반과 20세기 초반 주택들, 다양한 민족 구성 등으로 그 매력을 유지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와는 달리 샌프란시스코 지역에 주요 도시중심지가 형성된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이 지역은 훌륭한 항구와 좋은 기후 조건을 지니고 있다. 이 지역의 항구는 규모 면에서 대표적인 태평양 해안 항구이다. 철도와 고속도로는 다른 서해안 도시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동부와 연결되어 있다. 메갈로폴리스가 미국의 유럽 요충지라면 샌프란시스코는 미국의 아시아 요충지이다. 

CHAPTER _ 15  북태평양 연안

차갑고 맑은 계곡 하천이 바위들 사이로 흘러내린다. 이 하천은 안개에 싸여 있는 가파른 절벽과 거세게 부딪히는 파도, 울퉁불퉁하고 인적 없는 해안선을 향해 흐른다. 그리고 눈 덮인 산봉우리들이 멀리서도 볼 수 있을 만큼 우뚝 솟아 있다. 키 큰 침엽수들이 대지를 초록빛으로 뒤덮고 있다. 이곳에선 도시 풍경이 오히려 어색해 보인다. 이것이 미국의 북태평양 연안 혹은 태평양 북서부로 캘리포니아주 북부에서 캐나다 해안 지역을 지나 알래스카 남부로 이어진 지역이다(지도 14).

북태평양 연안의 중요한 특징은 미국의 다른 지역과 상대적으로 고립되어 있다는 것이다. 미국 인구의 3퍼센트 이하만 이 지역에 살고 있다. 이 지역에서 인구가 집중되어 있는 곳은 다른 주요한 인구밀집 지역과 건조하거나 산으로 구성된 지형을 사이에 두고 멀리 떨어져 있다. 이 지역의 거주자들은 종종 다른 세상과 떨어져 있다는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경제 면에서는 고립상태가 장애물이 되고 있다. 운송비가 비싸기 때문에 멀리 떨어져 있는 동부의 시장에서 태평양 북서부의 제품 가격이 부풀어올라 제조업체들이 이 지역에 공장을 세우고 싶어하지 않는다.

자연환경

북태평양 연안은 무엇보다 자연환경에 기초하여 정의할 수 있다. 간단히 말해, 이 지역은 기복이 심한 지형으로 해양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 강수량이 많은 편이며 해안 지역에는 습기가 많은 곳에서 자라는 식물들이 있다. 하지만 주변에 있는 산들이 이 지역의 기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거리가 별로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도 강수량과 식물분포에 있어 차이가 많이 난다.

미국에서 연평균 강수량이 가장 많은 지역은 태평양 북서부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 지역에서는 연평균 강수량이 190센티미터 이상인 곳을 흔히 볼 수 있으며 워싱턴주 북서부 올림픽 산맥의 서쪽 경사면에는 연평균 강수량이 두 배나 된다. 겨울에는 거의 매일 흐린 날씨가 계속된다.

북태평양은 습기 가득한 기단이 거대하게 형성되는 지역이다. 이 기단들은 천천히 움직이다가 바람에 밀려 남동쪽으로 이동해 미국의 태평양 연안으로 흐르게 된다. 여름철엔 캘리포니아주 해안 근처에 위치하고 겨울철엔 멕시코 북서부에 위치하는 고기압권이 이러한 해양성 기단이 더 남쪽으로 흘러가지 못하도록 막아주며 기단에 들어 있는 습기를 북태평양 해안으로 떨어뜨리는 역할을 한다. 이 지역은 겨울철 강수량이 여름철 강수량보다 많으며, 특히 이 지역 남부의 계절적 강수량 차이는 심한 편이다. 예를 들어 오리건주 남부와 캘리포니아주 북부 해안은 7월과 8월 두 달 동안의 강수량이 10센티미터 이하인데, 이는 12월과 2월 사이의 강수량에 비해 1/10 수준에 불과하다.

북태평양 연안 지역은 일반적으로 강수량이 많은 편이지만 반쯤 건조한 지역도 꽤 된다. 워싱턴주의 퓨젓사운드에 있는 캐나다와의 국경 지역은 매년 60센티미터 정도의 강수량을 기록하고 있다. 비가 내릴 경우엔 소나기 형태로 내리는 일은 거의 없으며, 주로 안개가 많이 낀 것 같은 느낌을 주는 보슬비가 내린다. 그 때문에 비가 많이 오는 곳에 비해서 지표 유실량도 적고 식물들이 습기를 최대한 이용할 수 있다.

이 지역에서는 해안가의 강수량이 많은 편이며 서로 가까이 있는 곳이라도 기후 차이가 많이 나는데, 그 주된 원인은 산들 때문이다. 태평양 기단은 대륙으로, 동쪽과 남동쪽으로 움직이면서 북태평양 연안에 늘어서 있는 산맥에 부딪힌다. 이렇게 되면 공기가 상승하면서 점점 차가워지고 습기를 지닐 수 있는 능력이 떨어져서 비나 눈이 내리게 된다.

오리건주 중남부에서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남서부로 이어지는 지대를 따라 솟아 있는 코스트 산맥 뒤편에는 오리건주 윌래멋 계곡과 워싱턴주 퓨젓사운드 저지대를 비롯한 낮은 골이 형성되어 있다. 동쪽으로 이동하는 공기가 이 저지대로 하강하면서 따뜻해지고 습기를 지닐 수 있는 능력 또한 증가한다. 하지만 공기에 습기가 더 들어가지 못하기 때문에 이 지역의 강수량은 매우 적은 편이다.

저지대 동쪽으로는 캐스케이드 산맥이라는, 남북으로 이어지는 두번째 산맥이 있다. 이 산맥에 위치하고 있는 워싱턴주 레이니어 산의 높이는 해발 4,390미터이며, 이 산에는 높이가 2,750미터에서 3,650미터 사이에 있는 봉우리가 많다. 캐스케이드 산맥은 주로 겨울에 눈이 내리는데, 미국 본토에서 눈이 가장 많이 내리는 지역이다.

한편, 캐스케이드 산맥 너머 동쪽에 있는 워싱턴주 내륙 지역에서는 기단이 다시 하강하면서 따뜻해진다. 공기 중에 남아 있는 적은 양의 습기는 그대로 유지되어 워싱턴주 동부 대부분 지역의 연평균 강수량은 30센티미터 이하에 그친다.

동서로 산-계곡-산으로 이어졌던 구조가 남북으로는 산맥이 합쳐지고 계곡들은 사라지는 구조로 바뀐다. 다습하고 흐린 날씨가 반복되는 알래스카의 팬핸들 지역을 비롯해 북부 해안 지역에는 강수량이 아주 많다. 알래스카 팬핸들 지역의 북부와 서쪽 해안의 평균 강수량은 급격히 떨어지며, 알래스카 중부의 남쪽을 바라보고 있는 해안 지역 대부분의 연평균 강수량은 100~200센티미터를 기록하고 있다.

북태평양 연안은 해양과 접하고 있는 위치적 특성으로 강수량이 많을 뿐만 아니라 날씨도 온화하다. 여름은 선선하고 겨울은 놀라울 정도로 온화하다. 물론 습기가 많기 때문에 실제 온도보다는 으스스하고 쾌적하지는 않다.

기단이 계절에 따라 이동하기 때문에 이 지역 바닷가를 따라 강풍이 자주 불어온다. 여름철에 폭풍이 부는 경우 풍속이 시속 125킬로미터를 넘는 것은 흔한 일이다. 북태평양 연안 동부는 해안에 위치한 산맥이 바닷바람을 가로막아 여름에는 대체로 풍속이 낮지만, 가끔 해안 지역에 강풍이 불기도 한다. 강풍이 불 경우엔 화재가 발생할 위험이 높다.

태평양 북서부에서는 날씨가 맑은 날이면 근처에 있는 산봉우리가 보인다. 이 지역의 북쪽 끝에 있는 매킨리 산은 높이가 6,200미터로 북미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이다. 오리건주에 있는 코스트 산맥 봉우리들은 높이가 1,200미터 정도 되며 거의 붙어 있는 것처럼 연속해서 이어져 있다. 이와 달리 워싱턴주에서는 컬럼비아 강과 체할리스 강을 비롯한 몇몇 하천들이 가로질러 있기 때문에 봉우리들이 서로 연결되지 않는다. 워싱턴주에서 코스트 산맥의 높이가 300미터를 넘는 경우는 드물다.

캘리포니아주 북부와 오리건주 남부에 있는 클래머스 산맥은 복잡한 지형으로 되어 있다. 이 산맥에는 패턴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이곳은 거칠고 굴곡이 심하며 텅 비어 있는 것처럼 생겼다.

오리건주 저지대는 캐스케이드 산맥이 융기할 때 아래로 가라앉으면서 생긴 구조적인 골(structural trough)의 일부이다. 이 골은 북쪽으로는 해협의 형태로 이어져 캐나다의 밴쿠버 섬과 나머지 브리티시컬럼비아주를 분리하고 있으며, 알래스카주 팬핸들 지역으로 이어지는 섬들을 지나서 주노(알래스카의 주도)까지 이어지는 항로인 인사이드 패시지(Inside Passage)를 제공해주고 있다.

내륙 안쪽으로는 캐스케이드 산맥이 클래머스 산맥에서부터 북쪽으로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남부로 뻗어 있다. 이들 산맥의 남쪽으로는 화산 봉우리가 줄지어 있는, 높고 침식된 고원지대가 나타난다. 캘리포니아주 래슨 산(미국에서 화산 활동을 했던 활화산 중 하나)과 오리건주의 후드 산 사이에 있는 화산 봉우리들이 고원지대에 우뚝 솟아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캐스케이드 산맥 북쪽은 굴곡이 더욱 심해서 인구가 많은 퓨젓사운드 저지대에서 사람들이 동쪽으로 이동하는 데 장애물 역할을 오랫동안 해왔다. 이곳에서 가장 높이 솟아 있으면서 가장 멋진 모습으로 서 있는 산들은 레이니어 산을 비롯해 화산 활동을 하지 않았던 사화산들이다.

알래스카주의 팬핸들 지역과 빙하에 덮여 있는 거대한 세인트일라이어스 산맥 너머에 있는 산들 아래쪽이 알래스카주 남부에 속한다. 코스트 산맥, 특히 추개치 산맥과 키나이 산맥은 동쪽에서 서쪽으로 갈수록 점점 낮아진다. 내륙 산맥인 알래스카 산맥은 더 높고, 더 연속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알래스카 산맥을 통과하는 틈새 아래쪽에는 쿠크 만 앞부분에 해당하는 거대한 저지대가 있다. 이곳이 알래스카주에서 가장 큰 도시인 앵커리지(1993년 추계인구 226,000명)이다. 앵커리지는 좋은 항구를 끼고 있으며 내륙과도 쉽게 연결된다.

알래스카주의 주도인 주노는 팬핸들 지역의 좁은 해안 저지대에 위치하고 있으며, 알래스카주의 다른 지역으로 갈 수 있는 유일한 교통수단은 선박이나 비행기뿐이다. 주노에서 가장 멀리 드라이브할 수 있는 거리는 약 15킬로미터이다. 알래스카주의 부富가 팬핸들 지역의 숲과 연어에 의존하고 알래스카주 남동부의 도시인 스캐그웨이를 통해 유콘 금광지대로 접근하는 방법이 고려되고 있을 때에 이곳을 알래스카주의 주도로 정하게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알래스카주의 경제가 변하고 다른 자원들이 더 중요해지면서 팬핸들 지역은 쇠약해졌다. 반면 알래스카주 중부의 페어뱅크스(1989년 추계인구 약 32,300명)와 앵커리지는 인구성장 면에서 주노를 앞질렀다. 1989년 주노의 인구는 29,000명이 채 되지 않았다.

식물분포에 있어서 클래머스 산맥에는 아메리카삼나무(레드우드)가 웅장하게 자라고 있으며, 워싱턴주와 오리건주에는 미송(더글라스퍼), 북아메리카 솔송나무, 적삼목(레드시다)이 있다. 그리고 알래스카 반도에는 시트카스프루스가 자라고 있다. 이 삼림 지역은 단순한 숲이 아니라 큰 나무들이 하늘을 향해 쭉쭉 뻗어 있는 아름답고 넓은 공간이다.

대초원의 풀들이 자라는 윌래멋 계곡의 건조한 저지대와 다양한 풀과 사막지대 관목이 자라는 캐스케이드 산맥 동쪽의 건조한 저지대, 그리고 수목한계선 너머에 있는 툰드라 지역을 제외하고는 태평양 북서부의 전지역은 과거에도 그랬듯이 숲으로 덮여 있다. 이곳은 습기가 많고 겨울철에도 따뜻하기 때문에 나무들이 잘 자란다. 삼림 제품은 이 지역에서 중요한 경제적 버팀목이 되어왔다. 미국 남동부 지역에서 펄프와 종이제품용 목재를 더 많이 생산하긴 하지만, 오늘날에도 미국에서 북태평양 연안처럼 목재를 많이 생산하는 곳은 없다.

정착 유형

북극 지역을 제외한다면 북태평양 연안은 유럽인들이 가장 늦게 탐험한 해안 지역이다. 탐험가 비투스 베링이 1740년에 알래스카 연안을 러시아령으로 선포하긴 했지만, 제임스 쿡 선장이 오리건주에서 해안선을 따라 알래스카주 남동부로 항해해 온 것은 1778년이 되어서였다. 탐험가 메리웨더 루이스와 윌리엄 클라크가 1805년 캐스케이드 산맥을 지나 컬럼비아 강 하구에 다다랐을 즈음, 각각 75,000명 정도의 인구가 살고 있던 필라델피아와 뉴욕은 미국 최대의 도시가 되기 위해 경쟁을 하고 있었다. 1840년대 중반 미국 정착자들이 오리건 통로를 따라 윌래멋 계곡으로 여행하기 시작했을 때, 뉴욕의 인구는 50만 명에 육박하고 있었다.

북태평양 연안에 이주한 유럽인들은 상대적으로 매우 많았다. 온화한 기후로 인해 1년 내내 충분히 음식을 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사슴, 딸기류, 뿌리식물, 어패류, 그리고 특히 연어는 이곳이 얼마나 풍부한 음식물의 보고寶庫인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아메리칸 인디언들은 사냥과 채집으로 먹거리를 구했으며 식용 작물은 재배하지 않았다. 해안 지역에 모여 살았던 인디언들은 몇 개의 부족으로 나뉘어 있었으며 각 부족은 해안 계곡에 나름대로 터를 잡고 있었다. 그들은 적삼목 판자로 크고 독특한 집을 지었으며 적삼목 통나무로 만든 통나무배(카누)를 타고 바다로 나갔다.

이 해안 지역에 살고 있던 인디언들은 유럽인이 도착하자 눈 녹듯이 사라져버렸다. 인디언들은 서로 고립되어 있었기 때문에 유럽인들에 대해 조직적으로 대처할 수 없었고, 각 부족들은 유럽 정착자들에게 어떤 충격도 가하지 못한 채 조용히 굴복하고 말았다. 오늘날 북태평양 연안의 남부에는 인디언들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 반면 알래스카주 팬핸들 지역에는 인디언들이 상당한 규모의 민족집단을 이루고 있다.

러시아인들은 북태평양 연안에 맨 처음으로 영구 정착지를 만든 첫번째 유럽인들이었다. 그들은 쉽게 얻을 수 있는 부를 찾아 18세기 말에 이 지역으로 오게 되었다. 모피가 돈이 된다는 사실이 입증되자 러시아인들은 알래스카 남동부를 중심으로 교역소와 선교본부를 세웠는데, 이는 남쪽으로 내려가 캘리포니아주 북부까지 이르렀다. 이곳에는 식량이 충분치 않았으며, 멀리 흩어져 있는 곳을 유지하는 비용이 모피 판매로 벌어들이는 돈을 넘어서게 되었다. 러시아인들은 몇 번 시도를 한 끝에 1867년 이 식민지를 시가 720만 달러를 받고 미국에 팔기로 최종 합의했다.

허드슨스베이 회사는 모피교역 영업사무소를 19세기 초반에 컬럼비아 강 분지로 이전했다. 이것은 미국의 선교사들과 정착자들이 미주리주에서 오리건 통로를 따라 긴 여정을 시작했던 1830년대 후반까지 태평양 북서부에서 주도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후 미국으로 새로 이주한 정착자들 대부분이 윌래멋 계곡으로 이주했는데, 이렇게 새롭게 정착한 사람들의 수가 미국 북서부 전체에 있던 영국인들보다 어느새 많아졌다.

철도는 오리건주와 워싱턴주를 성장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1883년 북태평양 철도가 시애틀까지 완성되었으며 이어 10년 후에는 그레이트 노던 철도가 개통되었다. 이로써 이 지역이 전적으로 의지하고 있던 해양선적의 시대는 막을 내렸다. 과거에는 미국 동부와 유럽 시장에 물품을 보내려면 남아메리카의 남쪽 끝단을 경유해야 했기 때문에 해상운송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오늘날 멋진 풍광을 자랑하는 이 지역에도 미국의 다른 지역처럼 도시가 생겨났다. 워싱턴주의 시애틀, 오리건주의 포틀랜드에 있는 대도시 인구는 100만 명이 넘는다.

19세기 말 이후 시애틀은 북태평양 연안에서 가장 큰 도시로서의 자리를 지켜왔다. 시애틀은 목재집산지로 설립되었으며 대륙횡단 철도와 연결되면서 지역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시애틀에는 1920년대부터 세계 최대의 업체이자 항공사인 보잉사의 본사가 있다. 시애틀의 다른 3,500개 제조업체들은 시멘트, 점토, 어업 관련 제품, 밀가루, 금속제품, 직물, 식품 등을 생산하고 있다. 

시애틀의 도시 핵심 지역은 서쪽으로는 퓨젓사운드와 경계를 같이하고 동쪽으로는 워싱턴 호수와 접하고 있는 좁은 지협(isthmus: 육지 양쪽으로 해양이나 만이 접근하여 육지가 아주 좁아진 지형―역자주)에 위치하고 있다. 시애틀은 아름다운 곳에 위치해 있으며 산과 바다 풍경을 지니고 있고, 언덕들과 가로수가 줄지어 있는 거리, 그리고 쾌적한 주거환경을 지니고 있다.

포틀랜드는 북태평양 연안 지역을 기준으로 할 때 오래된 도시이지만 미국의 다른 도시들과 비교할 때는 신생도시에 불과하다. 포틀랜드의 경제활동은 시애틀보다 다양하며, 컬럼비아 강 계곡이 동부로 갈 수 있는 저지대 통로를 마련해주었기 때문에 포틀랜드는 시애틀보다 내륙 지역과 더욱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포틀랜드는 워싱턴주 동부에서 온 곡물을 다른 운송수단으로 옮겨 싣는 주요 선적지이다. 포틀랜드의 주요한 경제활동은 목재 제품과 식품 가공이다. 포틀랜드는 해안에서 내륙 쪽으로 160킬로미터 정도 떨어져 있긴 하지만 컬럼비아 강으로 선박이 운항할 수 있기 때문에 해양 항구로서 시애틀에 견줄 만하다.

지역 경제

여러 면에서 북태평양 연안 지역의 경제를 주도하는 것은 주력 상품의 생산과, 미국의 다른 지역에 있는 주요 시장과 고립되어 있다는 특징이다. 이 지역은 목재와 식료품 등 항상 수요가 높은 제품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운반비가 많이 들기 때문에 적절한 가격에 제품을 내보낼 수가 없다. 그 결과 시장 지역은 더 가까운 곳에서 더욱 싸게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생산지를 찾게 되고, 이 때문에 북태평양 연안 지역의 농산품은 수출이 아니라 현지 시장에 나가게 된다. 

오리건주의 넓은 윌래멋 계곡은 해안 근처에 있는 가장 큰 농업 지역이다. 토지는 1세기 이상 경작되었고 농장들은 안정되어 있으며 계속 번영하고 있다. 대부분의 농지에는 사료작물이 재배되고 많은 농부들은 아직도 가을철에 경작지를 태우는 관습을 따르고 있다. 그래서 몇 주 동안 윌래멋 계곡은 연기에 휩싸이곤 한다. 

역시 현지 시장을 위해 생산되는 유제품은 윌래멋 계곡의 농업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딸기는 아마도 가장 중요한 특수작물일 것이다. 다른 특수작물인 홉, 종자용 잔디, 체리, 스피어민트 등도 계곡 기후에서 잘 자란다. 최근 들어 현지 와인 산업을 지탱해주는 포도 생산도 계속 성장하고 있다.

워싱턴주 퓨젓사운드 저지대는 윌래멋 계곡처럼 중요한 유제품 생산지대이다. 여기에서도 특수작물이 재배되는데, 주로 완두콩이 생산된다. 급속 냉각시켜 미국 전역으로 운반되는 완두콩은 서늘한 기후에서 자라는 작물로 퓨젓사운드의 기후에 특히 잘 적응하고 있다.

워싱턴주 캐스케이드 산맥 동쪽에 있는 지역은 다른 유형의 농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 지역 대부분은 반쯤 건조하며, 해안과 산악 지대에 웅장한 상록수가 자라고 있는 것과는 달리 이 지역에는 풀과 사막관목이 주로 자라고 있다. 이 지역은 컬럼비아 고원이라고 불리지만 고원이라 불리기엔 평평한 부분이 거의 없다. 이 지역 대부분은 굽이치는 언덕으로 이루어져 있다. 워싱턴주 중부의 다른 곳에는 경사가 심한 마른 협곡인 쿨리(Coulee)가 형성되어 있다. 용암이 딱지처럼 언덕을 이루면서 표면을 덮고 있는 이 ‘수로 암반 용암지대(channeled scablands)’는 홍적세에 빙하가 녹으면서 생긴 홍수에 의해 침식된 용암 유동층(lava flow)이 두껍게 덮여 있다.

오리건주-워싱턴주 경계선에 있는 컬럼비아 고원과 워싱턴 동부 지역에는 상당한 농지가 있는데, 태평양 북서부에서 가장 중요한 지역이기도 하다.

팰루즈(Palouse)라고 불리는 워싱턴주 중동부의 언덕이 많은 지역은 연평균 35~65센티미터의 강수량을 기록하고 있으며 이는 다른 내륙 지역보다 약간 높은 수치이다. 이 지역의 주요 작물은 밀로 봄과 겨울에 다른 종류의 밀이 재배된다. 밀은 일반적으로 2년마다 돌려짓기를 하는 작물로, 쉬는 해가 되면 밭은 갈지만 아무것도 심지 않는다. 이런 관행은 증발산량(evapotranspiration)을 감소시키고 토양 수분을 증가시킨다. 팰루즈의 대규모 밀 농장은 기계화가 잘 되어 있으며 매우 생산적이다. 생산품 대부분은 포틀랜드를 통해 아시아로 수출된다.

최근 몇십 년 동안 관개사업이 이 지역의 농업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주요 관개사업 지역 두 군데가 개발되었다. 캐스케이드 산맥 동쪽으로 흐르는 수많은 하천에서 끌어들인 물은 상대적으로 좁은 캐스케이드 산맥 계곡에서 사용되고 있다. 그 결과 이 지역은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사과생산지 가운데 한 곳이 되었다.

워싱턴주 스포캔의 북서부 그랜드쿨리에 있는 컬럼비아 강에는 수력발전을 위해 댐이 설치되었다. 이 댐이 건설되자 컬럼비아 강은 워싱턴주 중남부에 상당량의 관개용수를 보급할 수 있게 되었다. 1950년대 후반에 관개용수가 보급되면서 이 지역의 경작지가 많이 넓어졌다. 주요 농산품으로는 사탕무, 감자, 알팔파, 드라이빈(강낭콩 종류) 등이 있다.

워싱턴주, 캘리포니아주, 오리건주는 미국에서 벌목하는 모든 목재의 절반 이상을 제공하고 있으며, 워싱턴주는 미국 최남부 지역에 있는 조지아주와 펄프 및 종이 생산에서 선두를 다투고 있다. 현재 임업은 북태평양 연안에서 가장 중요한 산업이지만 전국적으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된 것은 20세기에 운송시설이 발달하고 미국 동부에 있는 숲들이 지나친 벌목으로 파괴된 후 이 지역의 나무들을 벌목하기 시작하면서 이루어졌다.

이 지역에서 나오는 주요 목재는 미송(주택의 구조목이나 바닥, 문, 합판의 재료로 사용되는 중요한 목재―역자주)이지만 각 구역마다 다양한 나무가 자라고 있다. 예를 들어 캘리포니아주 북부는 아메리카삼나무가 중요한 나무이며 오리건주에서 북쪽 지방으로는 적삼목이 많이 벌목되고 있다.

나무가 크고 시장과의 거리가 멀기 때문에 대량 벌목작업이 이루어지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의 주요 목재회사 한 곳은 워싱턴주에 삼림 면적 69만 헥타르 가량을 소유하고 있어서 미국 최대의 사유지 보유업체로 기록되고 있다. 워싱턴주의 상당부분과 오리건주와 캘리포니아 북부의 땅 대부분은 정부가 소유하고 있다. 정부가 소유하고 있는 땅에서 개인 회사가 벌목하는 것은 전체 생산량에 있어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지역에서 생산된 목재 제품은 효과적인 마케팅을 통해 미국 전역의 시장으로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북태평양 연안의 풍부한 강수량과 굴곡이 많은 지형은 다른 지역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수력발전 가능성을 열어주었으며 이 가운데 40퍼센트는 오리건주와 워싱턴주가 차지하고 있다. 특히 컬럼비아 강은 미시시피 강보다 물의 양이 많고 미국과 캐나다 국경에서 1,200킬로미터를 흐르는 동안 고도가 300미터 가까이 떨어지면서 전력 개발업체에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1933년부터 착공되기 시작했으며 이 지역 최대의 댐으로 꼽히는 그랜드쿨리 댐은 컬럼비아 강에 건설된 첫번째 댐이었다. 이후 강 하류 쪽으로 10개 이상의 댐이 건설되었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와 미국은 캐나다에 강물이 많을 때 물을 담아두었다가 강물이 적을 때에도 지속적으로 수력발전을 할 수 있도록 댐 3개를 추가로 건설하기로 합의했다.

이러한 개발을 통해 북태평양 연안에 싼 값으로 전기가 공급되었다. 저렴한 전기가 공급되면서 전력을 많이 소모하는 제조업들이 이 지역으로 몰려들었다. 가장 주목할 만한 산업은 알루미늄 제련산업이다.

임업과 어업은 한때 이 지역 경제를 이끌어가는 중추 역할을 했다. 18세기 후반과 19세기 전반에 해수 온도가 차가운 북태평양에 포경선들이 몰려들었다. 결국 지나친 고래잡이로 북태평양 고래들이 크게 줄어들었다.

연어는 유럽인들이 도착하기 전 해안 지역에 살던 인디언 부족들에게 중요한 식량자원이었으며 현재도 이 지역에서 잡히는 주요 어류이다. 연어는 대양에서 하천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 민물에서 산란을 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산란을 하기 위해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들이 강을 가득 채우면서 강둑에서도 연어를 쉽게 잡을 수 있었다.

연어 어획량은 지난 50년 동안 크게 감소했으며 지금은 예전 수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연어 대부분은 알래스카주 근해에서 잡히고 있다. 댐이 건설되면서 컬럼비아 강 상류와 그 지류에 있던 산란지로 가는 길이 막혀버렸다. 물고기들이 댐을 우회하여 강 상류로 오를 수 있도록 계단식으로 만든 수로인 어제(魚梯, fish ladder)가 작은 댐 주변에 마련되어 있지만 큰 댐에서는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 결국 스네이크 강 전체와 그 지류, 그리고 컬럼비아 강 그랜드쿨리 댐 위쪽으로는 연어가 올라갈 수 없게 되었다.

알래스카 :정치적 고립

알래스카주의 남부 해안 지역은 북태평양 연안의 일부지만 나머지 지역과 약간 분리해서 생각해야 한다. 알래스카주는 인구가 밀집된 미국 대륙과 철도로 연결되지도 않고, 아직도 일부가 포장되지 않은 고속도로 하나만이 알래스카주 남부 해안 지역을 캐나다 내륙을 통해 미국의 나머지 지역과 연결시켜주고 있다. 알래스카 남동부 팬핸들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해안 산맥 때문에 넓이가 몇백 미터도 안 되는 좁은 해안선 지역에 모여 살고 있다. 이 지역을 다른 세계와 연결해주는 것은 수상교통이나 항공기이다. 이 때문에 이 지역 사람들은 다른 지역과 동떨어져 있다는 느낌을 더욱더 짙게 느낄 수밖에 없다. 또 물품이 귀하고 운송비용이 많이 드는 까닭에 이 지역에는 항상 물가가 비싸다.

많은 사람들이 알래스카주의 경제가 광물, 목재, 어업에 크게 의존한다고 믿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알래스카주에서 가장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은 미국 연방정부, 특히 국방부이다. 알래스카주 노스슬로프에서 일어난 석유개발 붐조차도 이런 경향을 약간만 바꾸었을 뿐 완전히 없애지는 못했다.

CHAPTER _ 16  북부 지역

미합중국은 여러 면에서 미 대륙 개척시대의 경험이 낳은 산물이다. 서부를 향한 개척정신은 현재 미국 역사의 중요한 부분으로 계속 남아 있으며, 초기 정착시대를 회상하고 땅을 개척하기 위해 장렬히 분투했던 옛 시절을 떠올리는 미국인들이 아직도 많이 살아 있다.

이제 미국에서 미개척지로 남아 있는 곳은 거의 없다. 물론 인류가 지구상의 그 어디에라도 거주할 수 있는 기술력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미국의 경우엔 물리적럭姸╂?노력으로 차지할 수 있는 지역은 이미 그 한계가 그어져 있다.

남쪽으로는 오대호 북부 지역까지 뻗어 있으면서, 알래스카의 일부뿐만 아니라 캐나다 국경 인접 지대까지 포함하고 있는 북부 지역(지도 15)은 아직도 인구가 매우 희박하다. 북부 지역은 척박한 자연 환경과, 이에 따라 정착하고 있는 사람들이 적은 까닭에 아주 고유한 특징을 지니고 있다.

거친 자연환경  

만약 미국인들에게 북부 지역을 한마디로 묘사해보라고 한다면, 아마도 대부분은 ‘추운 지역’이라고 할 것이다. 1월 평균 기온은 오대호 남부 변두리 지역의 영하 7도에서부터 알래스카 일부 지역의 영하 40도까지 다양하다. 어떤 때는 영하 60도까지 내려가기도 한다.

이 지역의 겨울철은 기온이 매우 낮을 뿐만 아니라, 기간 또한 상당히 길다. 북부 지역의 맨 아래쪽은 봄철 첫 서리가 내릴 때부터 가을철 마지막 서리가 내릴 때까지의 기간(식물생장기)이 평균 135일 정도 되지만, 북극해 일부 지역은 14일밖에 안 된다. 그런데 주요 식용작물들은 거의 대부분 90일 이상의 식물생장기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북부 지역의 남쪽 지대에서만 소규모로 식용작물들을 재배할 수 있다.

여름철도 그 기간이 짧고 날씨가 서늘한 편인데, 가끔 놀라울 만큼 따뜻한 날이 나타날 때가 있다. 해양성 기후에 따른 온화한 날씨는 주로 동부와 서부의 주변 지역에서만 두드러지게 나타날 뿐이다.

이같은 계절별 기온의 극단적인 편차는 햇빛이 비치는 각도와 낮시간의 길이가 아주 심하게 변하기 때문이다. 지구가 태양 주위를 공전함에 따라, 여름철에는 북극점이 태양을 향해 기울다가 겨울철에는 태양에서 멀어진다. 따라서 북극권 북부의 지역들은 모두 한겨울에 최소한 하루 동안은 햇빛이 전혀 비치지 않으며, 한여름에는 적어도 24시간 동안 태양이 지지 않고 계속 떠 있는 날이 생긴다. 게다가 겨울에는 태양이 뜨더라도 수평선 위로 완전히 떠오르지 않고 수평선 근처에 계속 머물러 있게 된다. 심지어 북극권 남부 지역에서도 겨울철 일조 시간이 하루에 6~7시간밖에 되지 않는다.

북부 지역의 강수량은 지역에 따라 그 편차가 매우 심하다. 최대 강수량은 북부 지역의 남동부 말단지대에서 나타나며, 이곳의 겨울철과 여름철에 발생하는 폭풍우는 래브라도(캐나다 본토 북동쪽의 퀘벡 북부와 뉴펀들랜드를 포함하는 커다란 반도―역자주) 남부 연안 지역에 연평균 100센티미터 이상의 호우를 쏟아붓는다. 내륙 및 북부 지역으로 갈수록 강수량은 현저히 감소한다.

북부 지역은 강수량이 매우 적긴 하지만 건조한 환경이 나타나는 곳은 거의 없다. 사실 여름철이면 북부 지역은 대부분 고여 있는 물로 뒤덮인다. 이런 현상은 부분적으로 이 지대의 차가운 기후 지역에서 나타나는 낮은 증발산량 때문이다. 또한 북부 지역의 북쪽 지대에서는 영구동토층이 형성되어 물이 계속 고여 있게 된다. 영구동토층이란 얼어붙은 상태가 영구히 지속되는 지층으로, 보통 그 두께는 약 100미터에 달하지만 지하 300미터 깊이까지 뻗어 있을 때도 있다. 이보다 좀더 따뜻한 지역에서는 표토가 녹아 있는 지역이 군데군데 드러나면서 영구동토층이 비연속적으로 나타난다. 짧은 여름철 동안에 표층이 약 1미터 정도 녹으면, 그 바로 밑의 얼어붙은 지층 때문에 물이 지표면에 고여 있게 되어 지표가 매우 불안정하고 수렁도 많아진다.

영구동토층 지대에 건물을 세우는 작업은 매우 까다롭다.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지지 기둥을 영구동토층 지반 깊숙이 박은 다음 건물을 세워야 하며, 노반路盤을 평탄하게 유지하려면 해마다 모든 도로들을 철저히 보수해야 한다. 알래스카 지역 대부분은 연속 또는 비연속적인 영구동토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비록 각 지역마다 그 지형의 변화 정도가 상당히 다르기는 하지만, 북부 지역의 지형은 대부분 평평하거나 기복이 완만한 편이다. 예를 들자면, 알래스카주 북부의 노스슬로프는 평탄하고 광활한 해안 평야지대이다.

북부 지역은 토양 상태가 다양하지만, 일반적으로는 산성이 강하며 배수가 잘 되지 않아서 농사를 짓기에는 부적합하다. 북부 지역 남부의 토양은 대개 서늘한 침엽수림에서 나타나는 보랄프(boralfs) 또는 스포도졸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그 북쪽으로는 종종 물을 흡수한 후 꽁꽁 얼어붙는 툰드라 토양이 널리 분포되어 있다. 비옥한 토양은 오래 전에 형성된 하천 계곡의 일부 및 퇴적물과 식물성 부식토가 겹겹이 쌓여 있는 호수 지역에서만 발견된다.

북부 지역은 두 개의 서로 다른 초목 지역으로 나누어진다. 아한대 또는 타이가(taiga) 지대로 불리는 침엽수림지대는 북부 지역 남부에 호를 그리며 뻗어 있다. 수십만 평방킬로미터에 달하는 지역을 차지하고 있는 이 침엽수림지대는 울창한 가문비나무와 전나무, 소나무, 아메리카 낙엽송들이 너무도 빽빽이 들어차 있기 때문에 이곳을 공중에서 내려다보면 마치 거대한 검은 담요에 뒤덮인 것처럼 온통 검게 나타난다. 성장 속도가 매우 느려서 결코 높이 자라지 못하는 이 수목들은 타이가 지대를 거쳐 북부로 갈수록 그 개체수가 감소하며 높이도 점점 더 낮아진다. 오대호 주변에는 주로 소나무와 활엽수가 자라고 있다.

북부 지역의 타이가와 툰드라 지대 사이에 놓인 전이 지역을 구분 짓는 수목성장 한계선은 허드슨 만 남쪽을 지나 매켄지 강 하구의 북서쪽으로 각도를 틀어 알래스카 북부의 외곽 지역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 지대 북쪽 지역의 기후는 너무도 가혹해서 나무와 같은 식물이 도저히 자랄 수가 없다. 이 지역 너머에는 지의류와 풀, 이끼, 관목 등이 자라는 툰드라가 펼쳐져 있다.

480만 평방킬로미터에 달하는 면적을 차지하고 있는 북극 지방의 거대한 유빙遊氷은 북극해에서 떠다니고 있는데, 대개 그 두께는 3~6미터 정도에 불과하고 염분도 거의 없으며 표면이 울퉁불퉁하다. 유빙은 전세계 담수 호수의 전체 수자원 양에 맞먹는 물을 함유하고 있다. 겨울철이면 유빙은 남쪽으로 흘러가 알래스카주 북부 지역을 뒤덮는다. 한편 여름에는 조금씩 녹으면서 이 지역에서 잠시 동안 물러난다.

얼음 때문에 북극의 해상운송은 여름철에만 아주 잠깐, 한꺼번에 이루어진다. 예상보다 이른 시기에 북극해로 다시 흘러들어온 유빙은 여름철에 북극해로 이동하는 고래들과 함께 선박들을 가로막아 남쪽으로 빠져나가는 바닷길을 차단하기도 한다. 또한 유빙은 북극해가 북부 지역의 기후에 영향을 미치는 해양성 기후 효과를 감소시킨다.

인간 정착과 자원 개발

북부 지역의 거의 모든 곳은 남부 외곽에만 주민들이 많이 몰려 있을 뿐, 인구밀도는 매우 희박하다. 미국 북부에 위치한 이 지역 대부분에서 수적으로 우세한 종족은 아메리칸 인디언과 메티스, 그리고 에스키모인인 이누이트족이다. 북극 지역에는 이누이트족이 가장 많다. 아메리칸 인디언은 주로 아한대 삼림지대에 살고 있다. 메티스란 타이가 지대에 유럽인들이 정착하여 모피 교역을 하던 초창기에 백인 남성과 아메리칸 인디언 여성이 결혼하여 낳은 혼혈족을 가리킨다.

북부 지역에 유럽인들이 정착하면서 아메리칸 인디언과 이누이트족의 수많은 전통문화가 사라지게 되었다. 모피교역자들은 일찍부터 툰드라 지대의 인디언들에게 다량의 털가죽을 얻어낼 수 있었으며, 교역을 통해 유럽산 제품들이 인디언 사회로 쏟아져 들어왔다. 수렵과 어업활동이 계속 이루어지는 지역에서는 모터보트와 라이플 총, 그리고 설상차(snowmobile)가 인디언의 카약과 활, 개썰매를 대체했다. 북부 지역의 인디언과 이누이트족 대부분은 더이상 수렵과 어업으로 생계를 유지하지 않고, 도회지로 옮겨가 그 지역의 실질적인 구성원이 되었다. 현재 북부 지역의 도시에 살고 있는 사람들 대다수는 토착 원주민이다.

미국으로 이주한 대부분의 유럽인들은 북부 지역에 별로 관심이 없었다. 북부 지역에서 사람들이 정착한 곳은 대개 자원을 채취하거나 군사적 목적을 위해 머문 곳들뿐이었다. 일찍이 17세기 중반부터 프랑스 선원들과 모피사냥꾼, 그리고 무역상들이 카누를 타고 세인트로렌스 강 하류를 따라 농업정착지를 멀리 벗어난 지역까지 진출했는데, 이 때문에 프랑스의 정치적 지배력이 오대호 전역으로 확장되었다. 정착 초창기에 모피무역을 담당했던 영국계 회사인 허드슨스베이는 캐나다의 허드슨 만 주변에 본사를 설립한 후 남부와 서부로 진출함으로써, 프랑스의 지배력이 더이상 서부로 확장되지 못하게 막는 역할을 했다. 18세기 중반에 영국 정부로부터 그 지역의 무역독점권을 얻어낸 허드슨스베이는 허드슨 만에서 서부의 로키 산맥에 이르는 아한대 삼림 지역 전체를 통제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북극 지방까지 그 영향력을 키워나갔다. 하지만 광대한 지역에서 이 거대 회사가 활동했음에도 불구하고, 매우 적은 수의 소규모 정착지만이 이 지역에 형성되었다.

선원들과 허드슨스베이 회사는 그 지역에서 운송을 하기 위해 수많은 호수와 하천에 의존했으며, 하천 수로에 접해 있는 통제 지점에 작은 요새를 세웠다. 주요 하천들이 호수와 합류하고, 하천이 끝나고 육로 운송이 시작되거나, 급류 혹은 폭포가 나타나는 지점에서는 배에 실린 물건들을 하역하여 다른 보트로 옮겨 실어야 했다. 따라서 이러한 지점들을 통해 전체 수로 체계를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었다. 프랑스가 정착 초창기에 건설했던 많은 요새에는 현재 시카고, 디트로이트, 피츠버그 등 주요 도시가 들어서 있다.

북부 지역의 남쪽 절반을 차지하는 아한대 삼림 지역은 북아메리카에서 벌채되지 않고 남아 있는 최대 규모의 삼림을 지니고 있다. 최근까지도 이 지대에서 벌목, 펄프, 제지 산업이 진출한 지역은 광대한 삼림의 변두리에 불과할 뿐이다. 한편, 1800년대 후반에서 20세기 초반까지 오대호 북단에서 대규모 벌목작업이 이루어졌다. 그 당시에는 재조림사업이 거의 시행되지도 않았을뿐더러 아한대 삼림 지역의 혹한이 수목의 재성장 속도를 느리게 했기 때문에, 현재 이 지역의 대부분은 예전의 모습을 아주 조금씩 회복하고 있을 뿐이다.

북부 지역 중 오대호 북단에 위치한 지역은 미국 최대의 철광석 및 구리 생산지이다. 알래스카주 노스슬로프의 석유생산량은 현재 미국 원유 총생산량의 25퍼센트를 차지할 만큼 상당량의 에너지를 공급하고 있다.

벌목산업과 함께 진출이 가능했던 북부 지역의 주변 지대는 북부 지역에서는 최초로 광물 채굴 중심지로 변모했다. 미네소타주와 위스콘신주, 미시간주에 인접한 지역을 따라 완만한 기복을 이루면서 구릉들이 길게 늘어서 있는 지역인, 미네소타주 북부의 메사비 산맥은 19세기 말에 미국의 주요 철광석 생산지로 발전하였다. 고품질의 철광석 수십억 톤이 철도를 이용해 슈피리어 호의 부두로 수송되었으며, 이곳에서 철광석은 특수 제작된 호수 항해용 대형 선박에 실려 오하이오주 북서부 지역의 항구로 이동한 후, 다시 기차에 실려 피츠버그-영스타운 지역의 철강 제련공장으로 이송되었다. 오늘날 대부분의 철광석은 미시간 호 남부의 말단 지역에 건설된 최신식 철강 생산시설로 수송된다. 슈피리어 호와 나머지 4대 호수를 연결하는 수세인트마리의 갑문은 주로 철광석의 막대한 수송량 때문에 세계에서 가장 분주한 갑문이 되었다.

고품질의 철광석 대부분은 현재 슈피리어 호 지역의 광물 채굴 중심지에서 더이상 산출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품질이 떨어지는 철광석인 막대한 양의 타코나이트가 그 지역에서 발견되어 주목받게 되었다. 그러나 타코나이트에 함유된 철광 성분 비율은 고품질 철광석의 절반 정도밖에 안 되는 약 30퍼센트에 불과하다. 이렇게 품질이 떨어지는 타코나이트 광석을 그대로 선박에 실어 오대호 남부로 수송하여 제련과정을 거칠 경우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 그래서 타코나이트 광석은 암석 성분을 대부분 제거한 후 미세한 분말로 갈아져서 철광 성분이 더 많은 작은 덩어리(펠릿)로 압착된다. 이런 방식으로 타코나이트 운송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게 되었다.

품질이 낮은 철광석 타코나이트의 운송비용은 제철소를 시장 인근 지역 대신에 자원 공급 지역 부근에 위치시키도록 이끈 주요인이 되었다. 예를 들자면 구리는 원광석 함량이 5퍼센트가 채 안 되며 어떤 경우에는 1퍼센트 이하에 불과하기 때문에 항상 채굴 지역 인근에서 제련 공정이 이루어진다. 북부 지역에서 제조업 취업자들의 주요 고용 형태는 제철 및 제련 산업에 관련된 직종이며, 제련시설의 커다란 굴뚝은 이 지역의 몇몇 대도시들의 스카이라인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미국은 알래스카주의 노스슬로프 유전지대를 개발하기 위해 신속하게 조치를 취했다. 석유를 생산하는 몇몇 회사들은 단지 이 지역 내에서의 원유탐사권을 확보하기 위해 10억 달러 이상을 미국 정부에 지불했다.

원유 수송은 노스슬로프 유전지대 개발에 있어 중요한 문제였다. 따라서 80억 달러의 비용이 소요되고 알래스카주 중앙 지역을 가로질러 태평양의 밸디즈 항구로 이어지는 원유공급용 파이프라인이 1977년에 마침내 설치되었다. 

북부 지역의 인구밀도가 희박하고, 특히 도시가 별로 없다는 사실은 비록 운송망 건설비용이 적게 든다고 해도 그 운송망 이용률이 매우 낮을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알래스카 고속도로와 여기에 연결된 일부 도로들만이 이 지역의 서부 외곽지대를 지나고 있다.

그러나 이 북부 지역 대부분을 연결시키는 유일한 운송수단은 경비행기뿐이다. 또 20여 대에 달하는 수송기들이 비교적 빡빡한 일정으로 예정 항로를 따라 운항하고 있다.

물론 이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지는 않지만, 주민들은 대다수 소규모 촌락과 읍내 및 도시에서 생활하고 있다. 곳곳에 흩어져 있는 정착촌을 유지하는 주요소인 농업은 각 지역 내에서만 개별적으로 중요성을 지니고 있을 뿐이다. 거의 모든 대도시들이 단 하나의 주요 경제활동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으며, 지역적으로는 운송 중심지인 미네소타주의 덜루스처럼 남부에 위치하고 있다. 아한대 삼림 지역에 속한 대부분의 소규모 읍내들도 도시와 비슷하게 단일 기능만을 담당한다.

북부 지역의 북단에는 유럽인들이 개척해놓은 영구정착지가 별로 없다. 이 지역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미국 정부의 공무원이나 자원개발과 관련된 직업에 종사하고 있다. 북단 지역의 공동체사회는 극히 고립되어 있으며, 인구 구성이 대개 남성들로만 이루어져 있기도 하다. 또한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가족을 만나고 여가생활을 즐기기 위해 그 지역을 몇 주일 동안 떠나 있는 경우가 많다. 광물 채굴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대부분의 지역 공동체사회와 마찬가지로, 이곳 또한 자원의 고갈 때문에 한시적으로 그 기능을 유지할 뿐이다.

CHAPTER _ 17  하와이

하와이 군도는 태평양 중앙부에서 수많은 섬과 암초가 3,300킬로미터에 달하는 길이로 줄지어 늘어서 있다. 이 군도의 영역은 하와이 섬 동쪽에서 시작하여 국제 날짜변경선 부근에 위치한 매우 작은 섬인 쿠레아톨에서 끝난다(지도 16). 하와이주의 가장 동쪽에 위치한 650킬로미터 거리에 있는 부분에만 섬들이 분포하고 있으며, 하와이주의 인구 대다수가 이들 섬에 거주하고 있다. 바로 이곳이 실제적으로 ‘하와이’라고 여겨지는 지역이다.

하와이주를 구성하는 8개의 주요 섬들, 즉 오아후, 하와이, 마우이, 카우아이, 라나이, 몰로카이, 니하우, 카훌라웨가 전체 육지 면적의 99퍼센트 이상과 극히 일부를 제외한 인구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그 면적이 8,150평방킬로미터에 달하는 하와이 섬은 하와이주 전체 지역의 2/3 정도를 차지하는데, 이곳은 종종 ‘빅아일랜드’로 불리기도 한다. 8개의 섬 중에서 가장 작은 카훌라웨 섬은 그 면적이 125평방킬로미터로, 사람이 살지 않는 무인도이다.

위치와 자연환경

태평양 한가운데에 위치한 하와이주 주도인 호놀룰루는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서쪽으로 3,850킬로미터 떨어져 있으며, 일본 도쿄에서는 동쪽으로 6,500킬로미터, 그리고 호주 해안에서는 북동부로 약 7,300킬로미터 거리에 놓여 있다. 이렇게 거리로 설명하면 이곳이 아주 고립된 지역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또 지난 몇 세기 전까지만 해도 그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태평양 해분海盆 지역의 주변국들 사이에서 교류활동이 이루어지고 해양자원을 활용하기 시작하자, 이 지역에 속한 섬들은 상호교역의 주요 중심지로 변모했다.

하와이의 화산맥은 서로 연결되어 있는 거대 화산 가운데 눈에 보이는 일부분일 뿐이다. 이 지역의 해저 수심은 4~5킬로미터에 달한다. 따라서 화산이 수면 위로 분출하려면 화산 봉우리는 산 바닥을 기준으로 5킬로미터 높이에 위치해 있어야 한다.

이 지역의 섬들을 만들어냈고 오늘날까지 지속되고 있는 화산활동 대부분은 대량의 분출물을 먼 거리까지 흩뿌리는 폭발성 활동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폭발성 분출로 형성된 화구구火口丘는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 호놀룰루를 상징하는 지형물인 다이아몬드헤드 화산은 화구구로, 그 최대 크기가 약 240미터이다. 그러나 이 지역의 일반적인 특징은 용암이 흘러나와 한 층씩 겹쳐 쌓이면서 서서히 만들어진 지형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형성된 화산 형태는 돔과 같은 반구형을 띠며, 주요 특징으로는 깎아지른 듯한 벼랑 대신에 지표면이 심하게 기복을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하와이 섬에는 아직도 몇몇 활화산이 남아 있다. 마우나 로아 화산은 4년마다 한 번꼴로 용암을 분출하며, 이런 화산활동은 하와이 섬의 최대 도시인 힐로를 끊임없이 위협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 화산은 1950년에 분출하여 100평방킬로미터에 이르는 지역을 휩쓸었다. 1960년에는 킬리우에아 화산 폭발로 용암이 흘러나와 10평방킬로미터에 달하는 지역을 뒤덮었으며, 그 결과 하와이 섬의 면적이 260헥타르 정도 더 늘어났다.

하와이는 매우 거친 경사지로 이루어져 있으며 고도의 변화도 매우 심하다. 이는 화산 표면이 흐르는 물에 의해 침식되어 생긴 결과이다. 파도에 깎인 해안 절벽은 일부 섬의 해안선에 장관을 연출한다. 몰로카이 섬 북동부 지역의 경사면에 위치한 이런 절벽들은 그 높이가 해발 1,150미터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축에 속하며, 카우아이 섬 해안 절벽들은 600미터가 넘는다. 하와이 섬 북동부의 경사면을 따라 흐르는 몇몇 작은 하천들은 이런 해안 절벽을 거쳐 바다로 곧장 유입된다.

하천의 침식작용으로 수많은 용암지대가 결절되었다. 그리고 대협곡들이 수많은 반구형 돔 지대를 수놓고 있다. 카우아이 섬의 와이미아 협곡의 밑바닥은 주변 지역보다 800미터 이상 낮은 곳에 위치한다. 이들 섬에 있는 폭포는 대부분 그 높이가 수백 미터에 달한다. 오아후 섬의 팔리 바람산은 이 섬의 맞은편에서부터 조금씩 흘러들어온 하천의 상류가 합류하는 지점에 연달아 늘어서 있는 절벽들로 구성되어 있다. 동쪽으로 흐르는 이런 하천들은 산등성이를 침식시켜 갈라놓으면서 넓은 저지대를 형성하고 있다. 그리고 서쪽을 향하고 있는 계곡들은 그 높이가 좀더 높으며 산등성이에 의해 분리되어 있다.

이와 같은 격렬한 침식작용이 일으킨 주요 결과 중 하나는 평탄한 지대가 아주 적다는 것이다. 특히 카우아이 섬은 굴곡이 매우 심하며, 해안의 좁은 지역에만 저지대가 형성되어 있다. 마우이 섬 중앙부에는 험준한 산악지대와 분리되는 좁고 평탄한 지역이 있다. 몰로카이 섬의 서쪽 끝부분은 그런대로 꽤 평탄한 편에 속한다. 오아후 섬에는 면적이 상당히 넓은 몇몇 해안 저지대뿐만 아니라 너른 중앙 계곡지대가 있다. 하와이 섬에는 몇몇 해안 용암지대에만 그리 넓지 않은 평야가 있을 뿐이다.

하와이는 해양에 위치해 있다는 지형 조건이 기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바다의 영향으로 수분을 가득 품은 바람이 불어와 이 섬의 산들을 스치고 지나간다. 또한 바다는 이 섬의 기온을 알맞게 조절한다. 호놀룰루의 최고 기온은 섭씨 31도이며 최저 기온은 13도에 불과하다.

호놀룰루의 위도는 북위 20도 정도 되는데, 이는 인도의 캘커타와 멕시코의 멕시코시티가 위치해 있는 위도와 동일하다. 이 지역은 1년 내내 낮 길이가 일정하며 햇빛이 비치는 각도의 변화도 거의 없다. 여기에 하와이주의 해양적 위치가 결합하여 계절에 따른 기온의 변화도 거의 보이지 않는다.

하와이 군도에서 계절의 변화를 일으키는 주된 요인은 강수량의 편차이다. 여름철이 되면 하와이는 북동 무역풍의 영향을 지속적으로 받는다. 이 무역풍은 북동부 방향에 위치한 차가운 해수에 둘러싸인 섬들로 접근하여 미풍이 불면서 구름이 약간 끼는, 맑고 따뜻하지만 덥지는 않은 하와이 특유의 기후를 만들어낸다. 또 겨울철이 되면 이 무역풍은 보통 몇 주일 동안 사라지는데, 바로 이 때문에 이 기간 동안 북쪽과 북서쪽으로부터 폭풍이 밀려오기도 한다. 호놀룰루에는 단 하루 만에 강수량이 43센티미터에 달하는 폭우가 쏟아지기도 한다. 하와이의 기상센터에 따르면 1시간에 28센티미터, 하루에 100센티미터의 강수량을 기록하기도 했으며, 둘 다 세계 최고 강수량에 육박하는 수치이다.

하와이 군도는 지형 때문에 각 지역마다 강수량에 있어 큰 편차를 보인다. 카우이 섬의 와이알레알레 산은 해마다 1,234센티미터에 달하는 강수량을 기록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이곳은 세계에서 아주 습한 지역 중 하나가 되었다. 한편 카우이 섬에 있는 와이미아 산의 연간 강수량은 50센티미터 정도에 불과하다. 그런데 이 두 산은 겨우 25킬로미터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호놀룰루의 대도시 지역에서는 연간 강수량이 50센티미터 미만인 반건조 기후를 유지하는 해변가에서도 생활할 수 있으며, 연간 강수량이 300센티미터에 달하는 매우 습윤한 열대우림 지역의 외곽에 위치한 팔리 근처의 내륙지에서도 생활이 가능하다. 태평양 북서부 지역과는 달리 하와이의 높은 산악지대에서 기록되는 최대 강수량은 대개 그 높이가 600~1,200미터 사이의 비교적 낮은 고도에서 나타난다.

화산지대의 토양은 수분을 잘 흡수한다. 이 때문에 물은 식물의 뿌리가 닿을 수 없는 땅속 깊이 매우 빠른 속도로 스며든다. 따라서 강수량이 그리 많지 않은 대다수 지역들은 외형상으로는 건조한 지대처럼 보인다.

일반적으로 온난한 기후와 매우 다양한 환경이 맞물려 있는 하와이 군도는 섬들이 서로 멀리 떨어져 있어서 여러 종류의 식물과 새들이 집단으로 서식하게 되었다. 하와이 군도에는 다른 지역에선 발견되지 않는 수천 종의 토종식물이 자생하고 있으며, 또 이 지역에서만 서식하는 조류는 지금까지 66종이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흥미롭게도 인간이 하와이 군도에 발을 들여놓기 전까지 이 지역에는 육상 포유동물이 전혀 없었다.

하와이의 이주 역사

폴리네시아 사람들이 하와이에 정착한 일은 인류 역사상 가장 용감한 항해시대 중에서도 한 획을 긋는 큰 사건이었다. 이들은 수차례에 걸쳐 지붕이 없는 카누를 타고 작은 섬들이 군데군데 모여 있는 망망대해를 가로질러 항해했다. 예를 들자면 1천 년 전에 하와이에 도착해 정착했던 사람들은 남서쪽으로 4천 킬로미터 떨어진 마르키즈 제도에서 온 것으로 추측된다. 하와이에는 폴리네시아인들이 도착하기 전에도 몇몇 다른 종족이 살고 있었지만, 아마도 이들은 새로운 이주민 사회에 흡수된 것으로 보인다. 폴리네시아인들이 이 지역에 두번째로 대거 이주한 것은 500~600년 전이었다.

이러한 항해를 하기 위해서는 분명 각고의 노력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 결과 하와이는 두번째 이주 시기 이후에 몇백 년 동안 고립되어 있었다. 이렇게 고립되어 있는 동안 하와이 원주민들은 이 낙원 같은 섬에서 복잡한 사회조직을 하나로 결속시켰다. 세습군주들이 절대권력을 휘둘렀으며 모든 토지를 독차지했다. 18세기 후반 들어 유럽인들이 하와이 군도를 발견했으며, 이 지역의 온화한 자연환경 덕분에 인구가 30만 명까지 늘어났다.

1778년 유럽인으로선 최초로 제임스 쿡 선장이 하와이에 발을 들여놓았으며, 그는 이 섬을 ‘샌드위치 아일랜드’라고 명명했다. 쿡 선장은 하와이 섬의 해안에서 살해되었지만, 그의 발견 소식은 유럽과 북미 지역에 전해진 후 빠른 속도로 퍼져나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하와이 군도는 북미와 아시아 대륙 간에 발달하고 있던 무역업을 촉진시키기에 가장 적합한 중계 지점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1820년대에 포경산업이 북태평양 일대로 이동했으며, 이후 50여 년 동안 하와이 군도는 포경업자들이 머물며 휴식을 취하고 필요한 물품을 보급하는 중심지로 발전했다. 이와 비슷한 시기에 개신교 선교사들이 하와이 군도에 들어왔다. 대부분의 포경업자들과 마찬가지로, 이 선교사들 또한 미국 북동부 출신이었다. 선교사들은 포교활동을 매우 성공적으로 완수했으며, 이후 수십 년 동안 군도의 원주민들에게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했다.

하와이에 사탕수수 농장이 최초로 들어선 것은 1837년이었지만, 하와이 군도가 실질적인 사탕수수 공급지로 발전한 것은 19세기 중반 이후였다. 이때부터 19세기 말까지 하와이는 세계적인 사탕수수 수출지로 성장했다.

이러한 발전은 농부들의 노동력을 필요로 했다. 한동안 하와이 원주민들이 사탕수수 재배작업에 동원되기는 했지만, 그들의 숫자는 점점 줄어들고 있었기 때문에 필요한 노동력을 제공하기엔 역부족이었다. 따라서 1852년부터 1930년 사이에 농장 소유주들은 대다수가 아시아인인 농장 노동자 40만 명을 하와이로 이주시켰다. 1852년에는 하와이 원주민이 하와이 군도 전체 인구의 95퍼센트 이상을 차지했다. 그러나 1900년이 되자 원주민 숫자는 그 당시 15만 명을 넘기 시작한 전체 인구의 15퍼센트 미만으로 급격히 줄어든 반면, 아시아인의 숫자는 75퍼센트에 육박했다.

1930년 이후 하와이주에 새롭게 이주한 사람들은 대다수 미국 본토 출신이었다. 1910년에는 하와이주 전체 주민 중 20퍼센트 정도가 하와이에서는 ‘코카시안(Caucasian)’으로 알려진 유럽계 백인들이었지만, 현재는 백인과 백인 혈통을 지닌 인구가 하와이주 전체 인구의 40퍼센트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하와이 인구는 유럽인들이 이주하기 전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가 1876년에는 54,000명까지 줄어들었다. 1920년대에는 하와이주의 인구가 유럽인들이 이주하기 전의 수준을 회복했으며, 1988년에는 전체 인구가 110만 명에 이르렀다. 이민정책 때문에 하와이의 연평균 인구성장률은 미국 전체 평균에 비해 훨씬 더 높다.

유럽인들이 들어오기 이전 시기까지 이곳 인구는 군도 전체에 걸쳐 퍼져나갔으며, 빅아일랜드로 불리는 하와이 섬이 가장 많은 인구를 차지하고 있었다. 유럽인들이 하와이 군도를 발견한 후부터 사람들이 오아후 섬에 집중적으로 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아후 섬에 있으면서 아름다운 항구를 지닌 호놀룰루는 주요 항구도시로 발전했다.

하와이주의 정치적 역사는 쿡 선장이 발견한 이후 120여 년 동안 격랑에 휩싸였다. 강력한 군주인 카메하메하는 1785년부터 1795년 사이에 하와이 군도의 여러 왕조들을 제거했다. 그러나 선교사들이 정치적 영향력을 점점 더 강력히 행사하게 되자 하와이 통치자들의 권력은 유명무실해지고 말았다. 그리고 19세기 동안에 야기된 이러한 정치적 공백기를 틈타 유럽인들이 정치적 이득을 노리고 서로 경쟁하며 하와이 군도로 몰려들었다.

그러나 미국인들의 정치적 역할이 점점 커져감에 따라, 하와이가 그 정치적 독립성을 잃어버린다 할지라도 미합중국에 합병되리라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사실로 받아들여졌다. 미국인 농장 소유주가 많아지면서 영향력이 더 커지자, 하와이 토착 정부에 대한 그들의 불만도 쌓여갔다. 1887년에 미국인들은 전제군주를 위협하여 농장주들이 조종하는 민선 정부를 강제로 승인하도록 했다. 1893년도에 전제군주제가 완전히 폐지되었으며, 새로이 들어선 혁명정부는 그 즉시 하와이를 합병시킬 것을 미국에 요구했다. 그들의 요구는 처음엔 거절당했지만, 1898년에 드디어 미국 합병이 승인되었다.

합병이 승인되었던 당시에는 하와이가 미국의 한 주로 편입된다는 그 어떤 부수 조항도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 하와이가 비로소 미합중국의 50번째 주로 인정받은 때는 1959년 알래스카가 먼저 미국의 주로 편입된 1959년이었다.

하와이 경제

하와이 전체 토지의 절반 정도는 미국 정부가 소유하고 있으며, 그 토지 중 80퍼센트 가량은 미국 연방정부가 아닌 하와이주 주정부가 관리하고 있다. 주정부 소유지의 대부분은 군도의 일부 지역에 위치해 있으며 농사를 짓기엔 부적합한 땅이다. 또한 그 태반이 삼림 특별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그리고 연방정부가 관리하는 땅은 주로 하와이 섬과 마우이 섬의 국립공원이나 오아후 섬과 카훌라웨 섬의 군사시설 부지에 한정되어 있다.

하와이의 민간인 소유지 중 7/8은 단 39명의 개인이 보유하며, 이들 각자는 개인당 2천 헥타르 이상의 토지를 소유하고 있다. 약 1,040,000헥타르에 달하는 주 전체 토지면적 가운데, 이들 중 6명이 각각 4만 헥타르 이상을 관리하고 있다. 그리고 이보다 작은 면적의 개인 소유지가 오아후 섬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이 섬에서도 불과 3명의 소유주가 전체 개인 소유지의 2/3를 관리하고 있다. 또한 한 명이 라나이 섬과 니하우 섬 거의 전체를 보유하고 있으며, 오아후 섬을 제외한 다른 모든 섬에서는 전체 개인 소유지의 약 90퍼센트를 몇몇 대토지 소유주들이 장악하고 있다.

이러한 대규모 토지소유 체제는 하와이 군도에서 제멋대로 개발이 이루어지던 19세기 동안에 생겨났다. 그 이전에는 전제군주가 토지 전체를 소유했었다. 이러한 토지소유권은 전제군주제가 정치적으로 몰락하던 시기에 하와이 토착민이 아닌 개인들에게 넘어갔다. 초창기 토지 소유주들이 사망하자, 개인 소유지 대부분은 그 후손들에게 직접 상속되기보다는 신탁회사에 넘겨져 관리되었다. 이 때문에 대토지 개인소유 체제는 굳건히 유지될 수 있었으며, 땅값이 치솟고 협소한 지역에 인구가 밀집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사탕수수 재배와 그 이후에 시작된 파인애플 농업은 1860년대 이후 수십 년 동안 하와이 경제를 급성장시켰다. 1940년대 후반까지 하와이 경제는 주로 농업에 의존했다. 최근 몇십 년 동안 계속해서 농업은 나름대로 수익을 내고 있기는 하지만, 다른 산업과 비교할 때 농업의 경제적 중요성은 감소하고 있는 추세이다. 현재 농업종사자 비율은 하와이 노동자 30명 중 1명꼴에 불과하다. 

그러나 하와이는 전세계 사탕수수 수확량의 상당부분을 계속 공급하고 있으며, 연간 약 65만 톤에 달하는 파인애플 생산량으로 세계 최대의 파인애플 공급지로서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오아후 섬에 하와이주 경제의 80퍼센트 이상이 집중되어 있다는 경제 수치에서 오아후 섬의 중요성이 잘 드러나 있다. 다른 섬에서는 농업이 여전히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라나이 섬과 몰로카이 섬은 둘 다 일자리 창출 및 수익 대부분을 파인애플 농업에 의존한다. 가축 사육과 사탕수수 재배가 하와이 섬의 경제 중추를 이루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마우이 섬과 카우아이 섬에서는 사탕수수와 파인애플 재배가 경제의 핵심을 이루고 있다.

농업이 쇠퇴하고 하와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감소함에 따라, 경제의 주도권을 갖게 된 것은 연방정부였다. 지난 몇십 년 동안, 정부가 지출한 비용은 전체 경제규모 성장률에 비교적 근접한 수치로 증가해왔다. 이 정부 지출의 대부분은 군사 목적에 소요되고 있으며, 군사 지역은 태평양에서 가장 아름다운 자연항 중 하나인 진주만 인근을 포함하여 오아후 섬 전체 면적의 25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 하와이 노동자 4명 중 1명이 군사시설에서 일하고 있으며, 군 병력 및 그들의 직계 부양가족이 하와이주 인구의 10퍼센트 이상을 차지한다. 또한 하와이주에서 가장 많은 민간인을 고용하는 곳이 바로 군대이다.

하와이주의 주요 산업인 관광산업은 해마다 45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관광산업은 1950년에 하와이 전체 수입의 4퍼센트를 차지한 이래로 현재는 그 수익 비중이 30퍼센트 이상으로 증가하면서 경제성장에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다양한 섬들 

하와이 군도의 주요 섬들이 하와이주의 일부를 구성하고 있으며, 이 섬들은 지질학적으로 서로 유사한 역사를 지니고 있다. 또한 이 섬들은 광대한 해양 한가운데에서 서로 매우 가까운 거리에 있다. 그렇지만 각 섬은 고유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 오아후 섬은 인구가 밀집해 있을 뿐만 아니라, 토지 이용률도 역시 매우 높다. 그리고 오아후 섬은 미국 도시 지역에서 흔히 나타나는 분주하고 떠들썩한 거리 풍경을 보여준다. 상대적으로 하와이 섬은 대규모 목장들, 높이 솟아 있는 황량한 화산들, 나무가 거의 자라지 않는 광활한 대지 등으로 훤히 트여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하와이 섬들은 대부분 5개의 거대한 순상 화산(shield volcano:경사가 완만한 화산 지형―역자주)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하와이 섬의 주요 산업은 설탕 생산, 소 사육, 관광산업 등이다.

열대식물들이 무성하기 때문에 ‘정원’이라고 불리는 카우이 섬은 아주 심한 침식작용으로 형성된 산과 협곡, 절벽 및 폭포들이 함께 어우러진 멋진 장관을 연출한다. 카우이 섬은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극적인 자연환경 때문에 관광객들에게 유명하다. 카우이 섬에 인접해 있는 니하우 섬은 사유지로 니하우 랜치 회사가 관리 운영하고 있다. 니하우 섬에 거주하는 몇백 명은 대부분 하와이 원주민들이다.

하와이 군도 중에서 두번째로 큰 섬인 마우이 섬은 중앙 저지대와 양쪽 끝에 있는 울퉁불퉁한 산악 지형이 대조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서부 해안 지역에 집중적으로 개발된 관광산업이 대단한 호황을 누려, 마우이 섬은 1970년대와 1980년대에 하와이 군도에서 가장 높은 인구성장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아직도 마우이 섬의 나머지 지역은 거의 변화가 없으며 사람들도 거의 살지 않는다.

몰로카이 섬의 전체 면적 중 절반 정도는 목축지가, 또다른 절반은 기복이 심한 산악지대가 차지하고 있다. 이 섬 북쪽의 해안지대에는 높이가 1,100미터에 달하는 해안 절벽들이 장관을 이루고 있으며, 남쪽의 해변지대에는 광활한 해안 평야지대가 펼쳐져 있다. 아마도 몰로카이 섬은 무인도를 제외한 하와이 군도 중에서 경제개발이 가장 낙후된 지역일 것이다.

라나이 섬과 카훌라웨 섬은 둘 다 지대가 훨씬 높은 마우이 섬의 초원지대 안에 있다. 그래서 두 섬 모두 건조하며, 계속해서 물이 흐르는 하천이 하나도 없다. 라나이 섬의 유일한 경제활동은 파인애플을 생산하는 것뿐이다. 미국 해군은 카훌라웨 섬을 관할하며 군사훈련지로 사용하고 있다.

미국 25대 도시와 인구, 1998년

  1위  뉴욕주 뉴욕   7,420,000명

  2위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3,598,000명

  3위  일리노이주 시카고  2,802,000명

  4위  텍사스주 휴스턴  1,787,000명

  5위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1,436,000명

  6위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1,221,000명

  7위  애리조나주 피닉스   1,198,000명

  8위  텍사스주 샌안토니오   1,114,000명

  9위  텍사스주 댈러스  1,076,000명

10위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970,000명

11위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861,000명

12위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746,000명

13위  인디애나주 인디애나폴리스  741,000명

14위  플로리다주 잭슨빌  694,000명

15위  오하이오주 컬럼버스  670,000명

16위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646,000명

17위  텍사스주 엘패소  615,000명

18위  테네시주 멤피스  604,000명

19위  위스콘신주 밀워키  578,000명

20위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555,000명

21위  텍사스주 오스틴  552,000명

22위  워싱턴주 시애틀  537,000명

23위  워싱턴 D.C.   523,000명

24위  테네시주 내슈빌  510,000명

25위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  505,000명

미국의 주와 주도

네바다: 카슨시티

네브래스카: 링컨

노스다코타: 비즈마크

노스캐롤라이나: 롤리

뉴멕시코: 샌타페이

뉴욕: 올버니

뉴저지: 트렌턴

뉴햄프셔: 콩코드

델라웨어: 도버

로드아일랜드: 프로비던스

루이지애나: 배턴루지

매사추세츠: 보스턴

메릴랜드: 아나폴리스

메인: 오거스타

몬태나: 헬레나

미네소타: 세인트폴

미시간: 랜싱

미시시피: 잭슨

미주리: 제퍼슨시티

버몬트: 몬트필리어

버지니아: 리치먼드

사우스다코타: 피어

사우스캐롤라이나: 컬럼비아

아이다호: 보이시

아이오와: 디모인

아칸소: 리틀록

알래스카: 주노 

애리조나: 피닉스

앨라배마: 몽고메리

오리건: 세일럼

오클라호마: 오클라호마시티

오하이오: 콜럼버스

와이오밍: 샤이엔

워싱턴: 올림피아

웨스트버지니아: 찰스턴

위스콘신: 매디슨

유타: 솔트레이크시티

인디애나: 인디애나폴리스

일리노이: 스프링필드

조지아: 애틀랜타 

캔자스: 토피카

캘리포니아: 새크라멘토

켄터키: 프랭크퍼트

코네티컷: 하트포드

콜로라도: 덴버

테네시: 내슈빌

텍사스: 오스틴

펜실베이니아: 해리스버그

플로리다: 탤러해시

하와이: 호놀룰루